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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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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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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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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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9개월차

DUMMY

“이..이게 뭡니까?”

“청국이 땅 밑에서 무엇인가 흉악한 것을 발굴할 수도 있다면서요?”

“그럴 가능성이 있죠.”

“그러니 그게 무엇이건 간에 일단 땅 속에 같이 파묻어버립시다.”


그러면서 그들이 갖고 온 것은 바로 32파운더 캐러네이드(Carronade)를 바탕으로 만든 폭탄이었다.


이미 주조된 지 60년이 넘은 그것은 영국 해군 입장에서 퇴역시켜도 큰 부담이 없는 포였다. 사거리 1.7km는 청국군을 상대로 여전히 쓸만한 포였으나, 이미 조선제 후장식 포를 운용하기 시작한 영국군에게는 성에 찰 리 없는 것이었다.


재질도 강철이 아닌 주철이라 천상 녹이고 탄소 함량을 조절하여 강철로 다시 뽑아 쓰거나 하는 용도로나 써먹을까 하던 차였는데, 청국의 장릉 발굴 소식을 들은 영국군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17cwt(centum weight, 약 850kg)짜리 쇳덩이에 조선식 고성능 폭약을 가득 채워서 떨구면 어지간히 단단한 지반이라도 뚫고 들어가서 폭발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녹여서 재활용하려고 했던 것이니 한번 해볼까?”


더 굵고 뭉툭한 형태인 캐러네이드의 뒤쪽에 뾰족한 강철 피모를 씌우고, 원래 포구였던 쪽은 나사산을 파서 화약을 채운 후, 안정 날개가 달린 뚜껑을 씌우고 한가운데엔 시한신관을 집어넣은 시제탄이 뚝딱 만들어졌다.


포 자체의 무게에 피갑을 씌우고, 철제 안정 날개까지 달아주자 작약은 겨우 80kg밖에 넣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존 흑색화약이 아닌, TNT였기에 흑색화약 160kg이상의 위력을 내 줄 것으로 기대했고 그 정도면 현재 나온 어떠한 단일 탄체 폭발물보다도 강한 위력을 지닌 것이었기에 영국군은 매우 만족하는 눈치였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비행선에도 딱 한발만 싣고 갈 수 있는데...조준은 어떻게 하죠?”


포라면 시험 사격을 통해 포탄의 비행 궤도를 예측할 수 있었고, 초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탄착 수정을 해서 차탄을 날릴 수 있었지만 저 1톤짜리 유사 지진폭탄과 벙커버스터 그 사이쯤 되는 물건은 딱 한발씩만 날릴 수 있었다.


“목표 상공에 비행선을 세우고 떨어트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측풍이나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럼...배비지에게 맡깁시다.”


그렇게 해서 배비지가 다시 열심히 차분기관을 응용한 폭격 계산기의 제작에 들어갔다.


한편, 청국이 찍어낸다는 토지태환화폐의 소식도 금방 전해졌다.


“이것이 그 청국이 토지를 담보로 발행한다는 법폐인가보군요.”


그것은 위안화 비슷하게 생긴 작은 지폐였는데, 위쪽에는 한문으로 ‘대청인민은행’, 좌측에는 작은 일련번호가 써 있었고 우측에는 액수가 써 있었다. 토지태환화폐인만큼 단위는 척관법에서 쓰는 단위인 무(畝)라고 쓰여 있었는데, 1무는 약 100제곱미터에 해당하는 넓이라고 했다.


지폐는 1000무, 500무, 100무, 10무, 1무 총 5가지였다.


“별다른 위조 방지 기술은 들어가지 않은 것 같은데...”


황제의 얼굴을 매우 세밀하게 판화로 찍어 넣고 도장도 찍긴 했지만, 현대식 화폐처럼 은선이나 숨겨진 그림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나마 위조를 어렵게 만든 것은 그 재질이었다.


“이건...뭔가 특이한 재질이군요. 단순한 종이는 아닌 것 같은데..”

“명주실이 들어간 천이로군요 이건.”


면직물에 명주를 약간 섞어 만든 직물을 바탕으로 양쪽에 종이를 입히고, 그 위에 인쇄한 것이었다.


“재질이 문제로군요.”

“명주실이야 이제 청국 밖에서도 생산 가능하긴 한데..생각보다 위조비용이 많이 들겠군요.”


조선에서도 양잠을 하는 곳은 많았고, 비단을 짜는 곳도 꽤 있었으니 돈만 있다면야 명주실이나 견직물을 얻어내지 못 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영국이 아편전쟁 기간 중 청국 화폐를 교란하여 청국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겸사겸사 위조지폐를 발행해서 약간의 소득을 얻고자 하던 것에 비하면 이득이 크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1000무짜리는 발행 비용에 비해 이득이 꽤 있을 듯 합니다.”

“1000무. 10만 제곱미터이니 약 3만평에 해당하는 땅을 담보로 발행한 지폐란 뜻이겠지요.”

“그럼 그 가치가 상당하긴 할 텐데...일련번호도 감시하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한두장만 발행한 것이면 모르겠으나, 우리 손에도 이렇게 들어 올 정도면 발행량이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긴..그렇겠지요.”


“그래도 토지를 담보로 발행하는 화폐이니, 청국 정부에서 발행하고자 하는 양에도 한계가 있을테지요. 그것을 조금만 무너뜨려도, 청국 경제에 심대한 타격이 갈 것입니다.”

“본국에서도 청국과의 전쟁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이니,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진행은 해볼 만 하겠지요.”

“그럼 본국에 이 문제를 상신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영국 본토에서 온 대답은


“진행시켜!”

였다.


본국에서도 승인한 일이 되자, 일처리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조선도 견직물을 짜 본 경험과 제지 경험을 해본 사람은 많았기에, 견직물로 된 천에 종이를 입혀 청국 돈의 베이스와 비슷한 것을 만드는 데 까지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청국을 대상으로 신무기 두 가지, 위조지폐와 1톤 폭탄이 준비되었다.


그리고 그 두가지 모두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먼저 청국 화폐에 대한 위조지폐 계획은...


망했다.


사영이 잘못한 것도, 영국이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은이 말라버렸던 청국에 청 황제가 보증하고 땅을 담보로 하는 신형 화폐가 돌면서 심각했던 돈 가뭄이 해결되자, 일시적으로 청 경제가 활성화되었다.


돈 가뭄이 해결되자 전선에 다시 병력들이 수송되었고, 영국은 모처럼 성 앞까지 밀어붙였던 전선을 뒤로 물릴 수 밖에 없었다. 탄약과 포탄 이상으로 사람들이 다시 몰아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핫하! 어떠한가? 역시 짐이 또 옳지 않았는가?”

“영명하고 자애로운 만물의 아버지이시자 하늘의 아들이신 황제 폐하의 영도력에 다시 놀라움을 금할 길 없사옵니다!”


간단히 아부를 하는 자들도 있었으나,


"인민들의 생활은 어렵고 재정은 다 떨어졌는데 질 수 없는 전쟁이 진행중이고 발굴 또한 크게 벌이고 있으므로 일을 지탱해 나가기 매우 어렵사옵니다.


신이 황제 폐하의 가르침을 받잡고 생각건대, 돈이라는 것은 경중을 잘 맞추어 준절하여 쓰는 물건입니다. 옛적에 당십전이나 당오전을 쪼개어 당이전이나 당삼전으로 만들어 쓴 법은 모두 일시적으로 임시변통한 정사였습니다 지금 나라의 재정이 몹시 고갈된 때에 응당 이익되는 것과 손해보는 것을 절충해서 쓰는 원칙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1천무보다 더 가치가 높은 1만무나 일십만무를 발행하여, 널리 쓰이고 있는 기존 법폐와 함께 사용한다면 재정을 늘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감히 신의 좁은 소견을 대번에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소신의 아둔한 소견에 가르침을 더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라고 하면서 황제를 너무 띄워주고 만 것이었다.


황제가 하교하기를, "진달한 것이 아주 좋다. 속히 시행하도록 하라."하였으니,


청국은 1만무와 십만무짜리 화폐를 마구 찍어내기 시작했다.


영국측이 당황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어느 정도였나면 영국측이 청국 법폐를 교란하기 위해 발행한 액수가 4천만 무였는데, 청국측이 반년만에 발행한 법폐의 발행량이 180억 무에 달한 것이었다.


“아니 근데 시발 진짜...”

“...청국이 그 정도로 땅이 충분한가....?”

“아니, 중국 땅 면적을 계산해보면 전 국토를 담보로 발행한다면 더 발행할 수 있기는 한데....”

“우리쪽에서 뿌리지 않은 위폐들도 많이 보입니다.”

“청국 내에서도 위조법폐들이 대량으로 돌고 있는데...우리가 만든 것은 절대 아닙니다.”


청국이 자체적으로 뿌려대는 법폐와 청국 내 누군가가 뿌려대는 법폐로 인해 이미 청국의 신형 지폐의 가치는 떡락하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영국의 의도대로 청국의 신형 법폐는 반년만에 가치가 추락하고 신뢰도도 떨어지기는 했으나, 그것은 절대 영국과 사영이 뿌린 위조법폐때문은 아니었다.


그 정도로는 중국 경제를 혼란시키는 데 사소한 영향을 끼쳤을 뿐이었던 것이다.


"청국은 실로 사람을 예상치 못하게 두렵게 만드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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