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연재수 :
166 회
조회수 :
157,782
추천수 :
6,522
글자수 :
832,090

작성
23.01.13 19:07
조회
565
추천
29
글자
8쪽

7년차 -8-

DUMMY

“‘조선의 힘이 그대에게 미치지 못하여 전세를 징수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대가 그 곳에서 어떤 식으로 징세를 하는지 모르겠으나 청의 저 세율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라고 하셨습니까? 여기서는 따로 징세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 곳이 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도 않고, 딱히 제가 이 곳을 다스리는 것도 아닌 입장이라 세금을 걷기도 애매하군요. 지금이야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이곳에 제가 처음 왔을 때에는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이 곳에서 무엇인가 거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했었지요.”


“여가 부덕하여 근년 이래로 잇따라 기근이 들었고, 백성들의 조폐(凋弊:쇠약하고 시들어 없어짐)함이 너무 심하니, 진실로 지극히 민망스럽다. 그러니 그대의 말이 옳겠도다. 거두어 들일 것이 없으니 어찌 징세를 하겠는가.”


“물론 지금에 와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이 곳 사람들이 먹고 살만해졌고, 징세를 하려고 한다면 경제적인 면만 봐서는 할 수야 있겠지만 글쎄요...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허면 그대는 백성들이 싫어할까봐 세금을 걷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러면 그대는 그 곳을 무슨 방도로 다스리는가?”


“전 이곳을 다스리지 않습니다.”


“다스리지 않는데 어찌 그곳이 그렇게 유지되고 번영하는가?”


“그저 일거리를 만들어 주고, 노임으로 식량을 풀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큰 줄기는 달라진 것은 없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백성들의 삶이라는 것은 먹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백성들을 어찌 편안하게 하였는가? 송사와 다툼, 휴척(休戚:안락함과 근심걱정)은 어찌 살피는가?”


“글쎄요? 딱히 제가 다스린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지금보다 앞으로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자연스럽게 작아지지 않겠습니까? 사건이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거의 일어난 적은 없었습니다. 외부에 적이 있다는 것도 한 몫 했겠군요.”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해주고 희망을 주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냐... 이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여가 어디선가 들은 바 있었는데, 생각이 잘 나지 않는구나.”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관은 왕이 기억을 떠올리느라 잠시 대화가 끊어진 틈을 타 급히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신은 논한다. 사영이라고 불리는 저 이양인은 무위자연으로 그가 머무르는 곳을 다스린다고 하니, 하려고 함이 없기(無爲) 때문에 그르치는 일이 없으며, 잡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잃는 법이 없다. 이렇기 때문에 만물의 스스로 그러함(自然)을 도울 수는 있으나, 감히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꾸며서 무엇인가를 함(作爲)을 부정하고 일이 자발적 또는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게끔 함을 주장하니, 노장학(老莊學, 노자와 장자를 다루는 학문)을 상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 사문난적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허나 그 성과만은 실로 대단한 것이니, 여러 가지 복잡한 명령과 법률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자율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가히 참고할 만하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한들 주상 전하께 잘못된 사상을 설파할 수 있으니, 이 일은 반드시 뜻을 같이 하는 바르고 올곧은 선비들과 함께 이르고 중지를 맞대어 논의하여 상께서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허면, 그대는 징세를 하는 대신 백성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영길리국으로부터 받은 물자들로 세경과 그대가 쓸 것을 나누어 받아 그 곳을 경영하는가?”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굳이 따지자면...기술을 팔아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비들을 계속 보내달라 한 것이구나. 그 기술이라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지..? 그렇게 보면 그대가 하고 있는 이 라디오 교육방송이라는 것도 단순히 버려진 어린아이들이나 유민들을 거두어 먹이고 배우게 하여 살 방도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겠구나?”


“그렇습니다. 기술을 팔기 위해서는 파는 대상보다는 훨씬 더 기술 우위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영국의 인력과 자본은 만만치 않고 옆 청나라만 하더라도 자원과 인력의 숫자만 따지면 이곳은 감히 비교할 바 아닙니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가 바로 이 곳이 살만해진 이유이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될 것입니다.”


“그대는 그대의 뿌리와 기억을 찾기 위해 그 힘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성과는 좀 있었는가?”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그러한가.”


왕은 다시 생각에 잠긴 듯, 대화가 끊겼다. 사관이 그 틈을 타서 기록한 내용 중 다른 선비들과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열심히 필사하는 와중, 왕이 다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영길리국이 감히 그 사특한 가르침을 차마 퍼뜨릴 수 없었던 것도 그 ‘기술 우위’덕분인가?


정조 대왕때는 사교의 사특한 가르침이 실로 교묘하여 오랜 시간 유학을 공부해 온 선비들조차 신주를 땅에 묻거나 불태워버리는 패륜을 저지르게 하였다. 가히 서학이라고 함은 부모를 도외시하고 임금을 소홀히 하는 것을 하나의 의리로 삼아 세상 사람들의 자식들을 모조리 망치려고 하니 누가 저렇게 끔찍한 혼종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이단이라 불리는 것은 비단 노자나 석가모니나 양주나 묵적이나 순자나 장자나 한비자뿐만 아니라, 제자 백가의 수많은 글들로서 올바른 법과 떳떳한 도리에 조금이라도 어긋나 선왕의 정당한 말씀이 아닌 것들은 모두 해당이 되는 것이다.


허나 지금까지 이런 이단은 없었다. 이것은 이단인가 역적인가.


선왕대에는 황사영이라고 하는 사족이 사교를 받아들여 사나운 이리의 심장과 사람을 홀리는 여우의 낯짝으로 차마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저버리고 한 조각의 흰 명주에 참람한 흉모를 늘어놓았으니, 그것은 세 조항이라.


하나는 청 황제의 황명을 꾀하여 얻어서 조선으로 하여금 서양인을 가까이 교제하도록 함이었고, 하나는 안주에 무안사(撫按司)를 열어 청국이 조선을 통치하게 할 것을 청한 것이었으며, 하나는 서양국에 통하여 대박(大舶) 수백 척에 정병 5, 6만 명을 꾸며 보내고 대포 등 이해되는 병기를 많이 싣고 와서 동국을 깜짝 놀라게 하여 사교가 행해지도록 함이었다.


헌데 그대는 저 영길리국의 수군 총병이 수만의 영길리국 군대를 몰려왔음에도 감히 사교를 퍼뜨리는 등의 경거망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저 우호적인 태도로 그들을 스스로 낮추어 조용히 지내게 함도 역시 그 기술 우위 덕분인 것인가?”


청국에 탈탈 털려 부왕이 급사하고 어린 나이에 왕으로 올라간 왕이 보기에는 그 강대한 청국조차 쉽게 이겨 낸 영국군이 공충도 앞바다에 정박해 있으면서도 조선을 치거나 패악질을 부리기는커녕 라디오 방송까지 같이 하면서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시원섭섭하기도 한 기분이었다.


‘스스로를 사자에 비유하며 수만리 길을 따라 만개가 넘는 조공국을 부리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영국군이 어찌 저리 조용하고 공손하게 조선의 일개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인가.’


사영도 잠시 생각해보다 말했다.


“그 기술 우위 덕분이 맞습니다.”


“모든 문제가 그 기술력 하나로 해결된다는 말인가?”


“적어도 전쟁, 가난, 기근과 역병에 대한 문제라면...그렇습니다.”


“그 무슨 궤변인가 하고 싶지만, 또 들리는 성과가 대단하니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없겠구나. 헌데 듣자니 그대는 그 기술력으로도 그대의 꿈을 이루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대가 원하는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


작가의말

정신없는 한주가 또 지나갔군요.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주에는 좀 여유가 있으면 좋겠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5 7년 1개월차 -3- +8 23.03.02 516 32 8쪽
144 7년 1개월차 -2- +11 23.02.21 467 29 9쪽
143 7년 1개월차 +11 23.02.17 475 30 12쪽
142 7년차 -10- +7 23.02.10 493 31 11쪽
141 7년차 -9- +10 23.02.03 508 32 12쪽
» 7년차 -8- +6 23.01.13 566 29 8쪽
139 7년차 -7- +14 23.01.11 526 30 11쪽
138 7년차 -6- +4 23.01.09 501 32 9쪽
137 7년차 -5- +15 22.12.30 558 31 8쪽
136 7년차 -4- +6 22.12.29 536 29 9쪽
135 7년차 -3- +6 22.12.28 545 29 9쪽
134 7년차 -2- +5 22.12.27 556 25 10쪽
133 7년차 +12 22.12.23 615 31 10쪽
132 6년 11개월차 +6 22.12.21 541 28 8쪽
131 12월 20일 휴재공지 +6 22.12.20 498 12 1쪽
130 6년 10개월차 -5- +4 22.12.19 539 31 7쪽
129 6년 10개월차 -황명- +6 22.12.13 584 29 8쪽
128 6년 10개월차 -4- +6 22.12.12 564 32 7쪽
127 6년 10개월차 -3- +10 22.12.09 595 30 7쪽
126 6년 10개월차 -2- +7 22.12.08 588 31 9쪽
125 6년 10개월차 +7 22.12.02 655 35 14쪽
124 6년 9개월차 -2- +14 22.12.01 615 34 10쪽
123 6년 9개월차 +4 22.11.30 608 35 9쪽
122 6년 3개월차 -4- +8 22.11.28 588 36 7쪽
121 6년 3개월차 -3- +9 22.11.25 588 39 8쪽
120 6년 3개월차 -2- +12 22.11.23 612 40 9쪽
119 6년 3개월차 +11 22.11.18 632 40 12쪽
118 6년차 -2- +12 22.11.16 624 40 9쪽
117 6년차 +6 22.11.15 600 36 8쪽
116 5년 10개월차 +4 22.11.14 588 39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