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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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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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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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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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7-

DUMMY

예문관.


국왕의 말이나 명령을 문서화시키는 곳으로 흔히 한림원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었다.


흔히 대제학이니 응교니 검열이니 하는 직제가 바로 이 예문관에 속한 자리였고, 봉교(奉敎, 정7품) 이하는 한림(翰林)이라고도 칭해졌으니 예문관이 한림원으로도 불리는 까닭은 이 때문이었다.


또한, 그 유명한 사관들이 바로 한림들이 겸직하는 일로서 사초를 기록하는 중요한 직책을 맡은 자들이었다. 따라서 단순히 과거시험 합격자들로만 뽑는 것은 아니었고, 실력과 가문이 두루 좋은 인재를 뽑았다.


젊은 사관들은 자부심과 사명감이 투철해 자연히 왕과 권력자들에게는 껄끄러운 존재였으며 수난도 많이 당했다.


"사관의 붓은 곧게 써야 한다. 비록 대전 밖에 있더라도 내 말을 듣지 못하겠는가?"

"신이 곧게 쓰지 않는다면 신의 위에 하늘이 있습니다.“


라며 왕과 사관이 언쟁을 벌인 일이라던가,


‘태종이 친히 활과 화살을 가지고 말을 달려 노루를 쏘다가 말이 거꾸러짐으로 인하여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왕이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사관(史官)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라는 유명한 일화가 있었으니, 젊고 집안이 좋으면서 글을 잘 쓰고 실력이 좋은 자들을 사관으로 뽑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도 개국한 지 오래 되어 이제 여기저기 삐걱대는 낡고 물 새는 배와 같아진 지 오래라, 사관도 당색에 물들어 사관들의 평가가 편파성을 띄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관의 기록인 사초는 실록 편찬 전까지는 그 누구도 열람할 수가 없다. 심지어 왕이라고 해도.


그런데 왕의 말과 행동을 기록하고 명령을 문서화시키는 기관인 예문관에 일이 추가로 생겼으니, 바로 전화가 궁궐에 들어온 것이 그것이었다.


모든 왕의 말과 행동은 공적인 것이며, 그것은 기록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사관들의 사명이자 가야 할 길이었다.


그러니 다른 전화라면 몰라도 적어도 왕이 쓰는 전화의 내용은 사관들이 기록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숙직소가 되어버린 궁내 전화 교환소에서 당직을 서고 있던 담당 사관은 교환기에 설치된 전화가 울리자 의관을 바로 하고 사배를 올린 후, 공손히 송화기를 잡았다.


”천세! 천세! 천세! 교환소 당직사관(史官) 대교(待敎, 정8품) 김영근 전화 받드옵니다.“

”공충도 마량진으로 연결할 수 있겠느냐?“

”잠시만 기다려주시옵소서, 전하.“


”사영입니다.“

”목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이로구나. 여(余)는 조선 국왕이니라.“


’역사에 대대로 기록될만한 큰 사건이 아닌가 이것은!‘


사관은 듣고 있는 것을 즉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가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참으로 많았다. 본래 여의 심정대로라면 그 쪽으로 친히 여가 내려가 한달이고 일년이고 그 곳을 보고 듣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고, 그대가 중히 여긴다는 사람들을 상하게 한 것도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크나 여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이라 그러하지 못하니 어찌 아쉽고 슬프지 아니한가.


그대도 그 곳의 대박(大舶, 큰 배)에 매인 몸이라 멀리 움직이지 못한다 들었다. 청 황제도 직접 그대를 찾아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지? 그대도 움직이지 못하니 여의 심정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그대의 시간을 내게 좀 내어 줄 수 있겠는가? 묻고 싶은 것이 매우 많으니, 오늘 밤이 이미 늦었다면 통화가 가능한 다른 시간을 알려준다면, 내 문안시간을 제하고 다른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내고자 한다.“


”질문이라면 환영입니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묻고 싶은 것이 많고 긴데, 괜찮겠는가?“

”괜찮습니다.“


그리고 사영은 후회했다.


”지금 조선 천지에서 생령(生靈)의 괴로움이 이미 십분 위급한 지경에 있는데, 이는 내 덕이 부족한 바가 크다. 그러나 반드시 군덕(君德:임금의 덕)이 성취되기를 앉아서 기다린 뒤에야 비로소 시행하는 바가 있다면 외롭게 버려진 백성은 모두 건어물 신세가 될 것이다. 당장 도토리를 잃어 울고 있는 다람쥐에게 잃어버린 도토리가 큰 나무가 되어 더 많은 도토리를 줄 것이라고 한들 그것이 다람쥐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람쥐는 나무가 다 자랄 때까지 살지도 못할 것이다.


무릇 다람쥐는 눈 앞의 도토리 한 알이 훨씬 소중하고 그리운 것 아니겠는가.


지금 조선의 형세가 그러하니, 내가 듣기로는 농사를 짓기 어려운 서북 방면이나 북부를 제외하면 의식(衣食)이 넉넉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도 아니하여 수십 년 전만 해도 각 고을의 사람이 살 만한 곳에는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 서 있고, 부요(富饒)한 가호(家戶)가 그 사이에 엇갈려 섞여 있었으므로, 빌어 쓰고 고용되어 일하는 백성들도 모두 의뢰할 곳이 있어서 삶을 영위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


그러나 근년 이래로 잇따라 큰 흉년을 만나 기근을 겪은 끝에 여역(癘疫:전염병)이 심하여지고 산골짜기와 바닷가의 고을은 더욱 혹심한 재화를 입어 옛날에 살던 백성들이 10명에 1,2명도 없고, 양전 미토(良田美土)에는 쑥대만 눈에 가득하게 비치는 실정이며, 남아 있는 잔약한 백성들은 농사를 짓고자 하면 양식이 없고, 장사를 하고자 하면 재화(財貨)가 없으며, 떠나고자 하면 구학(溝壑:깊은 고랑)이 눈앞에 닥치고, 머물고자 하면 산업(産業)이 모두 비어 있는데, 진황지(陳荒地:버려지고 거칠어진 땅)의 세금이 그대로 있고, 해묵은 포흠(逋欠:내지 않은 세금)의 환곡(還穀)을 오히려 독촉하고 있으며, 옛날 10인의 세금을 지금은 한 사람이 이를 감당해야 하고, 전에 10가호의 적곡(糴穀)을 지금은 한 가호에서 이를 바치고 있어서 처음에는 잔약한 가호가 망하고, 다음에는 중호(中戶)가 파산(破産)하더니, 마침내는 넉넉한 가호마저 죄다 고갈되어 그 형세가 반드시 다하여 없어진 후에야 그친다고 들었다.


한 고을이 이와 같으니 한 도(道)는 말해 무엇하며, 한 도가 이와 같으니 한 나라는 또 어떠하겠는가.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고도 참담하나, 민생(民生)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여는 장차 무엇을 믿고 나라를 다스려야 할지 떠오르는 바가 뚜렷하지 않고 어리석기 그지없다.


이것을 어떻게 수재(水災)·한재(旱災)의 천재(天災)가 마치 그렇게 만들었다고 핑계대어 세월만 보내는 데 그치고, 끌어대어 얽어 매고 말 수가 있겠는가?


헌데, 그대가 그 곳에 도래한지 어언 7년, 사실상 여와 여의 아바마마께서 손을 놓아버린 그 곳이 지금은 조선에서 가장 부유한 땅이 되어 물산이 풍부하고 굶주리는 자가 없으며, 길가에 돌아다니는 개 한 마리조차 입에 고기를 물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 정도로 윤택하다고 들었다.


여가 듣기로, 청국 요동으로부터 산해관 밖 노농과 민호(民戶)가 한 해에 세로 바치는 수를 물었더니, ‘전(田) 10무(畝)를 1일경이라 하여 바치는 세곡이 3두(斗) 2승(升)이고, 정역(丁役)은 한 해에 바치는 것이 은 6전 3푼인데, 두 역을 마친 뒤에는 백성이 한 해를 다하도록 한가하게 살며 생업을 영위하고 다시는 조금도 뒤미처 징수를 요구하는 단서가 없으며, 연호(煙戶)의 역은 모두 없앴다. 강희(康熙) 때에 상평창(常平倉)을 설치하여 곡식이 귀할 때에는 값을 줄여서 조곡(糶轂)을 내는 방도로 삼았는데, 이제까지 준행하고 있다. 광제원(廣濟院)이 있어서 중병을 앓는 사람을 구완하고, 서류소(棲流所)가 있어서 유산(流散:떠돌아다니고 흩어진)한 백성을 살게 하고, 휼리원(恤釐院)이 있어서 늙고 지아비와 집이 없는 자를 살게 하고, 육영당(育嬰堂)이 있어서 버려진 어린아이를 기르며, 또 경도(京都)의 부유한 백성이 곳곳에 의죽창(義粥廠)을 설치하여 가난한 백성을 먹인다.’들었다.


조선의 힘이 그대에게 미치지 못하여 전세를 징수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대가 그 곳에서 어떤 식으로 징세를 하는지 모르겠으나 청의 저 세율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그대도 이 라디오 교육방송이라는 것을 하는 것을 보니 강희때의 청국과 같이 버려진 어린아이들이나 유민들을 거두어 먹이고 배우게 하여 살 방도를 마련해 주는 것인가? 어떻게 하여 그대는 7년만에 그 춥고 척박한 바닷가 조그마한 마을을 저 강대한 영길리국조차 숙이고 들어오게 만드는 강하고 부유한 곳으로 만들 수 있었는가?


영길리국과 접촉한 곳에서는 사교(邪敎)가 민간에 물들어 걱정이 점점 커지므로, 근년 이래로 엄중히 금지하여 천주당(天主堂)을 모두 헐어 없애고 서양 사람도 쫓아 보냈다 하니, 청국도 사교의 근거를 엄중히 끊는 것을 중히 여겼다 들었다. 영길리국(英吉利國)은 여가 듣기로는 서양과 천주사교(天主邪敎)를 같이 배웠는데, 광동(廣東) 바다에 왕래하며 중국 문자를 배우고 중국 의복을 본받아 입으며, 그 화기(火器)가 더욱 교독(巧毒)하므로, 해외의 홍모(紅毛:서양인)들은 다 이미 그 가르침을 따라 배웠다고 하던데, 그 사특한 가르침은 어찌 막을수 있었는가?


청국 황제가 영길리국의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병력에 밀려 북경을 버리고 천도하였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사실인가?


명 황제라고 자처하는 자가 그대와 같이 어느 정도 기계가 들어간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대는 어떠한 자인가? 어떤 자는 그대가 외모만 조금 특이할 뿐, 홍모인이나 오귀자와 같이 조금 다른 모습을 한 사람이라고 하고, 어떤 자들은 기계이나 그 리는 사람과 같으니 사람이 아닐 수 없다고 하며, 다른 자들은 그대 또한 그대의 가족을 찾고 뿌리를 알기 위해 힘쓰니 그대는 역시 사람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혹자는 그대가 음식을 먹지 않으며 철과 돌로 이루어 진 사람이 아닌 무엇이라고도 하니, 그대는 어떤 자이며 명 황제는 또 어떤 존재라고 봐야 하는가?


그리고...“


사영은 왕의 물음을 굳이 끊지는 않고 계속 듣고 있었다. 어쨌거나 조선의 고급인력을 파견받아 잘 써먹고 있는 입장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사영 입장에서도 나쁜 것은 아니었고, 진압군까지 보내왔던 조선 조정의 수장이 꽤 우호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편하게 물어보십시오.“


”그곳에 궤도바이크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여도 호포수들이 타고 다닌다는 그것을 멀리서나마 본 적 있었는데, 매우 재미있어....아니, 유용하고 생업에도 도움이 될 만한 기물 같았다. 혹시 이 쪽으로도 좀 보내줄 수 있겠느냐?“


이제 사영이 답할 차례였다.


작가의말

nfe1022님, 후원 감사합니다.


지난주 이직을 위한 면접에 이어 이번주에는 업무체험? 이라는 것을 해보자고 해서 스케쥴 조욜중입니다. 임원 면접과 실무면접을 보자는 회사도 있고...이래저래 바쁜 23년 1월이군요.


매일 올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후원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꾸준히 읽어주시면서 피드백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시간 나는대로 최대한 써보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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