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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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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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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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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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2-

DUMMY

연구소

硏究所


연구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 되었으면서도 일반적으로 잘 생각하지 않은 것이지만, ‘연’자는 “갈 연(硏)”자를 쓰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소라는 명칭을 쓰는 시설이 드디어 공충도에도 생겨났다.


바로 대여해오거나 ‘자발적으로 징집’되었거나 진짜 자발적으로 입학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이론적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연구에 투입될 준비가 된 것이었다.


“연구.. 이제 본격적으로 저 선비들을 갈어넣는 것입니까?”

“아니, 더 이상 사람을 갈아넣는 시대는 끝내야지요.”


여태까지야 예산도 자원도 없었고 투입 가능한 인력도 몇 되지 않았으니 사람을 갈아넣었지, 이제는 초창기에 비하면 모든 것이 꽤나 풍족해 진 상황이었다.


“이제 갈아넣는 것은 자원과 예산으로 합시다. 고급 인력은 대우해주고 띄워줘서 계속 늘려 나가야지, 갈아넣기 시작하면 다시 맨땅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당장 배비지가 여기 와서 눌러앉은 이유도 결국 그가 갈리다 못해 도망친 때문 아닌가. 물론 그 자신이 해석기관의 제작을 시도하면서 지원받은 연구비에다 사비까지 투입하며 본인이 본인을 직접 갈아버린 탓도 분명 있긴 하지만...


“결국 지식과 인력을 계속해서 모으고 모아야 그 위에 새로운 지식을 쌓고 누적시킬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과학자로서의 기초 훈련을 마치고 연구소로 적을 옮기는 데 성공한 자들은 이제 누구로부터 배우고 일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기계공학을 배우고 싶다면 배비지와 이 분야의 장인들을, 전자기학을 배우고자 한다면 패러데이를, 생물학을 배우고자 한다면 사영을 택하는 식이었다.


물론, 선택한다고 모두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긴 했다.

이제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을 할당해주고 지식을 강제로 주입하며 선비들을 갈아 과학자로 만드는 기초 과정을 하는 동안 선생들과 교수, 조교들이 그들을 갈았다면, 이제 그들 스스로가 그들의 머리를 갈아넣으며 그들이 각 분야의 선구자 내지는 천재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인재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긴 했다.


“아 이 미친놈들이 2천장의 책 3권을 반년 안에 떼라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옆에 있는 미친놈들이 그걸 또 다들 해내더라구요.”


원래 배우고 외우고 이해하는 것은 조선 선비들이 잘 하는 일들이긴 했다.


그리고 그들 중 절반 정도는 새로운 학문을 익혀 내는 것에서도 성공했다.


당대의 학자들을 주축으로 어느 정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그들과 함께 같은 곳을 어느 정도는 보면서 따라갈 수 있는 자들이 수십~수백여명씩 달라붙자, 그래도 연구소라고 이름 붙인 기관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실험실 세팅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식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예산과 자원을 퍼부어주기 시작하자 삐걱거리면서 각 실험실이 돌아는 가기 시작했다. 실험실 세팅이 끝나고, 각 실험실별로 노하우가 쌓이고 사람들 간 일이 나누어지고 계속된 최척화를 해 나가다 보면, 몇 년 내로 각자 그들이 외부의 요구 조건과 탐구해야 할 주제를 적절하게 절충시켜 가면서 잘 돌아가리라.


“우리가 뭘 하는지 알고 하는 거라면, 그건 이미 '연구' 라고 볼 수가 없죠. 안 그렇습니까?“


원래 연구라는 것 자체가 선배들이 맨땅에 헤딩해가면서 쌓아 올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길이니, 저런 모습이야말로 연구소의 모습 그 자체이리라.


“드디어!”


연구소 개소식에서, 사영은 마침내 자신의 목표에 한 발짝 걸음을 내딛었음을 느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어쨌거나 사람을 갈아넣지 않으려면 충분한 인력이 있어야 하고, 충분한 인력이 있으려면 끊임없이 이 쪽으로 사람들이 오게 만들 유인이 있어야겠지.”


패러데이는 이 곳에 발전소와 전기시설들이 있다고 해서 왔다.

배비지는 더 저럼하고 정교한 차분기관과 해석기관의 제작이 가능하다고 해서 왔다.

러브레이스는 배비지와 패러데이가 온다고 하니 궁금해서 같이 따라왔다.

정약용은 고문당하고 감옥에 들어간 것을 구출하고 치료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기에 눌러앉았다.


“..기술 우위과 사람들을 불러모으게 만들었구만.”


문제는 저들은 다 각 분야에서 이미 뛰어난 통찰력과 이해력,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압도적인 업적을 낸 사람들이었고, 각 기술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들이었기에 그게 가능했다.


문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퍽!”

“야 그걸 불어서 끄는게 아니라 저기 저 스위치를 내려서 끄는 것이라고 혔냐 안혔냐?”

“아, 그랬지유 참? 어째유...”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전구도 입으로 불어서 끄거나 물로 끄려다 파손시키는 경우가 허다했고, 비행선이나 궤도바이크, 기관차를 보고 뽕이 차오르는 사람도 많았으나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 상황이었다.


당장 15세기 성종때 이미 조선에는 온돌과 증기를 이용한 온실이 있었으나, 거기서 키운 꽃을 바쳤을 때 왕의 반응이 어떠했던가.


“초목의 꽃과 열매는 천지의 기운을 받는 것으로 각각 그 시기가 있는데, 제때에 핀 것이 아닌 꽃은 인위적인 것으로서 내가 좋아하지 않으니 앞으로는 바치지 말라”고 하였으니, 그 즉시 온실이 없어지게 되었다.


토실을 허물어 버린 이야기는 또 어떠했던가.


10월 초하루에 이규보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아들들이 땅을 파서 움막을 만들고 있었다. 그 모양이 무덤 같았다. 이규보는 아무것도 모른 체하고 말했다.


"어인 일로 집에 무덤을 짓느냐?“

"이건 무덤이 아니고 움집입니다.“

"움집은 무얼 하려고?“

"겨울에 화초나 채소를 갈무리하기에 좋고 또 길쌈을 하는 부녀자들이 비록 혹독하게 추운 때라도 이곳에서는 봄 날씨같이 따뜻해서 손이 얼어 터지지 않으니 참 좋습니다.“


이규보가 더욱 노해서 말했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것은 사계절의 한결같은 이치이다. 만일 이에 반하면 괴이한 일이 된다. 옛 성인이 만든 제도는 추우면 갖옷을 입고 더우면 베옷을 입도록 마련하였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또 다시 움집을 만들어서 추위를 더위로 돌린다면 이는 하늘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다. 사람은 뱀이나 두꺼비가 아닌데 겨울에 굴에 엎드려 지낸다는 것은 이보다 상서롭지 않은 것이 없다. 길쌈은 제 때가 있는데 하필 겨울에 하느냐? 또 봄에 꽃이 피고 겨울에 시드는 것은 초목의 한결같은 성질인데 만일 이에 반한다면 또한 철을 어긴 물건이다. 철을 어긴 물건을 길러서 때에 맞지 않게 즐긴다면 이는 하늘의 권리를 빼앗는 일이다.


이는 모두 내 뜻에 맞지 않다. 너희가 빨리 헐어버리지 않는다면 내 너희를 용서하지 않고 때리겠다.“


아들들이 두려워서 얼른 헐어버렸다.


그 재목으로 땔감에 쓴 뒤에야 마음이 비로소 편안해졌다.


당장 사영이 비행선을 만들었을 때에도, 뭇 사람들은 이를 기꺼워하고 대단히 여겼으나, 또 어떤 자들은 사영이 값비싸고 쓸모없는 장난감을 만들었다고 여겨 탐탁지 못하게 생각하는 자들이 많았다.


이는 비단 조선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당장 패러데이가 전자기학에 관한 이론을 발표했을 때에도, 배비지가 차분기관과 해석기관의 개념을 발표했을 때에도 그랬다.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소?“

”그 돈과 자원이면 배가 몇 척이고 포가 몇 문인데?“


지금은 사영이 워낙 압도적인 성과와 용례를 보여주며 과학기술의 위력을 만방에 떨쳐 보이니까 자원과 자본, 인력이 몰려들고 조선이 ‘대여’해준 선비들을 강제로 이공계열 인력으로 개조해도 반발이 적은 편이지만, 그 속도가 늦어지거나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면....?


결국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압도적은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당근을 흔들어야 할 것이고, 많은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가르쳐야 했다.


”과학기술 대중화 운동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교육방송을 만들어 가던 이들에게 이 주제를 가지고 회의를 하자, 저런 의견이 튀어나왔다.


”과학기술 대중화 운동이요?“

”라디오 교육방송으로 문맹을 퇴치하고 기본적인 쓰기와 읽기, 산술과 논리학을 가르치는 것이 1차 목표라면, 과학기술에 대한 문맹 또한 퇴치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옳습니다. 과학의 멋짐을 모르는 자들은 불쌍합니다.“

”...어, 그렇습니까?“

”이 좋은 것을 우리만 알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또 널리 알려야 이 길을 걷는 자들이 많아지고, 이 길을 걷는 자들이 많아져야...“

”맞습니다. 칼보다 펜이 강하다고 했는데, 펜보다 강한 것이 test tube(시험관) 한 개올시다. 시험관 한 개가 전 세계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조선의 과학력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일!“


당장 교육방송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스스로 불러온 일감에 짓눌려 갈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과학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의견을 내 보라는 말에 불타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게 교육방송에 이은 ‘과학 대중화를 위한 운동과 그 세부계획’ 또한 불타는 논의를 거쳐,

”과학의 달“ 및 관련 행사나 캠페인, 그리고 대중강연과 공연등을 통해 어린 인재들을 낚아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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