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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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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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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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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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년 1개월차 -2-

DUMMY

“낯선 천장이다.”


그의 이름은 이환, 평범한 열다섯 조선 왕이었다.


그가 왜 낯선 방에 누워 있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사흘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왕의 병세가 심각해지고, 그것이 심화로 인한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신료들은 한발 물러서 왕의 이야기도 좀 들어주고 치료 및 요양도 할 겸, 온양온천행을 건의했었다.


원래 신료들이 생각한 왕의 온양온천 방문 스케쥴은 다음과 같았다.


동력선을 타고 한강-강화-대부도-당진을 거쳐 삽교를 통해 물길로 빠르게 온양온천 근처까지 상을 모신 후, 사영과 그 일당들을 온양온천으로 불러 상의 종기를 치료하는 것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미 사영과 영국군의 세력권이 되어버린 마량진 일대로 바로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신하들 입장에서는 상이 이미 라디오나 궤도바이크와 같은 서역 기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왕이 완전히 그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긴 했다. 당장 박규수나 정약용과 같이, 스스로를 실학자라 칭하는 자들이 중앙 정계로 다시 입성하지 않을까 두려운 것도 컸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왕을 모시고 직접 마량진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신하들이 한 발 물러서면서 온양에 갔다가 마량진도 한번 들러보자는 의견을 내었고, 왕도 그 말에 화기가 많이 가라앉기는 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의 진료 결과에 따르면 이미 독맥으로 화기가 퍼져 나가 등에도 작은 혹을 만들었다고 했고, 그것이 곧 종기로 발전했다고 하였다.


왕은 누워서 잠들기가 힘들 정도로 종기가 삽시간에 커지자, 약방에 명하여 침으로 따버릴 것인가를 의논하게 하였다. 약방이 여러 의원들과 들어가서 진찰해 보고 결정할 것을 청하자, 상이 허락했다.


“어허...이런...”

“어찌 이리 빠르게 종기가 악화되었다는 말입니까..”


상의 종기는 크기가 작은 종지만하였는데, 여문 부분은 색이 몹시 붉었으며 며칠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상의 신색도 매우 좋지 못했다.


약의(藥醫) 등은

“이것은 저번에 써 보았던 항생제라는 것을 쓰면 금방 낫는 것이니 하루 이틀 더 기다리지 말고 바로 출발하는 것이 어떠하시겠습니까?”

라고 했고, 침의(鍼醫) 등은


“이 정도로 종기가 커졌으면 고름을 따버리고 짜내어 다스리는 것이 제일이지요.”라고 하니


“침의들은 무엇이든 침과 칼로 해결하려 드니 칼잡이라 하는 것 아니오?”

“무엇이? 그러는 그대들은 어찌하여 첩약을 대신하여 항생제를 쓰려고 하는 것이오?”

“실제로 종기와 습창에는 그만한 약이 없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오?”

“이런 의관으로서의 자존심도 없는 자들 같으니라고!”

하는 등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다.


그러자 상이 큰 소리로 이르기를,


"길가에 집을 지으면 삼년이 되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의원들이 이렇게 많으니 의논이 어떻게 일치되겠느냐. 고름을 따는 것을 지체하다가 만일 두통이나 오한이 있게 되면 어쩔려고 하느냐. 속히 침놓을 기구를 갖추고 와서 고름을 따고, 바로 내려가서 그 항생제라는 것을 구해 다스리도록 하라."


하니, 권돈인이 아뢰기를,


"신이 물러나 여러 대신들에게 이 의논을 통지하는 한편 여러 기구들을 갖추어 다시 입시하겠습니다."

"그러다가는 시간이 늦어질까 염려된다."

"막중한 일을 어찌 밖에 있는 대신들에게 알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온 머리가 지끈거리는 데다가 또 정수리 부위가 가끔 통증이 오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러는 것인가?"


그러자 권돈인은 마침내 물러나며

"군부의 병환은 밖에 있는 대신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했다.


‘상께서 나이는 어리신데 갑자기 자기 주장이 심해지셨으니, 대왕대비께서도 막지 못하시는구나.’


그렇게 왕의 주장으로 종기에 침을 대자 고름이 거의 한 되 가량 나왔다. 상의 낯빛이 비로소 온화해지며 시원하다고 하자, 도제조 이하가 기뻐 자신들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상이 이르기를,

"오늘 몹시 땡겼기 때문에 기어코 침으로 따려 했다. 종기를 따버리고 나니 마음이 아주 시원하다."


그러나 소독이라는 개념도 없이 고름을 따고 고약을 썼으니, 뻥 뚫린 상처로 들어간 오염된 고약은 신선한 상처 안쪽으로 세균을 퍼다 넣었고, 상의 핵환(核患)은 순식간에 더 심해지고야 말았다.


조정의 대신들은 바로 의원들 손절에 들어갔다.


“저희들은 모두들 의원들의 말을 가벼이 믿고서 경솔하게 침을 댈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아 약의들도 침의들을 말렸다구요.”

하며 의논들이 구구했으므로 인심이 흉흉하였으며, 꼬리자르기를 당한 약방의 여러 신하들도 얼굴에 핏기가 없었다.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보다 못한 대비가 나서 일갈하자 마침내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때, 상이 다시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마량진으로 간다.”


본래 왕이 온천으로 거동시에는 그 절차와 일정을 논하고, 호위대와 가는 길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길 가 마을에 대한 구호품과 특별 과거 등에 대해 논하는 등 그 절차가 아주 복잡했으나, 이번에는 일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관례대로라면 온천 거동시에는 보통 큰 어르신을 함께 모셔서 가게 되며, 그를 호위하기 위한 도감의 포수만 해도 수백에 명에 이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거기에 사실상 조정이 통째로 움직여서 행궁에 따라 내려가며, 그 곳에서 정무를 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예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왕의 치료가 주 목적이었기에 대왕대비와 실무진들은 한양에 그대로 남고, 동력선에 탈 수 있는 만큼의 호위대가 식량과 재물, 무기와 연료 정도만 챙겨 그대로 마량진을 향했다.


그렇게 그들이 해가 뜰 무렵 마포를 떠나 마량진 앞바다에 도착한 시간은 해가 떨어진 직후였다.


“벌써 마량진 앞에 도착했는가...”

“양선이 빠르다고 듣긴 했지만 이 정도였는가..”


보통 왕이 온양온천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4~5일 정도였는데, 마량진까지 6시진만에 도착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동안 왕은 온 몸이 펄펄 끓고 숨을 빠르고 가쁘게 쉬며 의식이 맑지 못했으니, 누가 보더라도 그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종기는 짜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피고름이 가득 차올라 밖으로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어서 왕부터 승선시키시지요.”


한편, 전화를 통해 이 소식을 미리 전달받은 사영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막상 환자의 상태를 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단순 종기고 치료가 끝났다고 들었었는데..”

“‘해치웠나?’ 했더니 다시 덧나버렸소이다.”


당장 치료실로 옮겨진 왕은 수행해 온 신료들과 무관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뒤로 한 채 시술을 받기 시작했다.


“죽은 사람도 여럿 살렸다는 의술이니 못 믿을 바야 없겠으나, 처음 보는 시술들이 많으니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외다.”

“믿어보시지요. 그 심한 고신을 받아 걷지도 못하던 다산이 다시 걷는 것도 모자라 검은 머리가 나고 근육이 다시 붙기 시작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 아니오이까? 종기 정도야 이 곳에서는 그저 흔하게 치료할 수 있는 병증입니다.”

“그건 익히 듣긴 들었소만...”


왕의 팔 위쪽을 에탄올로 소독한 후,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피부 아래쪽에 살짝,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일 정도로 얇게 떠 주사한 사영은 주사한 모양 주변에 원을 그려두었다.


“저것은 무엇을 하는 것이오?”

“항생제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인가 시험해 보는 것입니다.”


이제 합성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생리식염수 수액 팩과 연결되어 있는 바늘을 왕의 팔에 푹 찔러넣은 사영은, 왕에게 관이 연결된 긴 마스크를 씌웠다.


“저것은 무엇이오?”

“저기서 나오는 공기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웃음을 짓게 되는데, 그 후 잠시동안은 어떠한 통증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허..듣도보도 못한 것들이 많소이다.”


그 후, 왕의 팔에 그렸던 원을 확인한 사영은 수액 팩에 페니실린이 든 주사기를 박아 쭉 짜넣은 후 곧 왕의 등을 소독하고 종기의 터진 부분을 칼로 베어 조금 더 넓혀 고름을 짜내기 시작했다.


고름은 족히 한 되는 나왔는데, 고름이 더 이상 나오지 않자 사영은 식염수가 든 큰 주사기로 상처 안쪽까지 씻어내고는 상처를 꿰메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처를 꿰메고 수액이 한 팩 다 들어갈 때 즈음이 되자, 왕은 매우 편안한 표정이 된 채로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들었다 회복실에서 깨어난 왕이 한 첫 말이 바로

“낯선 천장이다.”

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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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7년 1개월차 +11 23.02.17 476 30 12쪽
142 7년차 -10- +7 23.02.10 493 31 11쪽
141 7년차 -9- +10 23.02.03 509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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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7년차 -7- +14 23.01.11 527 30 11쪽
138 7년차 -6- +4 23.01.09 501 32 9쪽
137 7년차 -5- +15 22.12.30 558 3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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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7년차 -3- +6 22.12.28 545 29 9쪽
134 7년차 -2- +5 22.12.27 557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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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2월 20일 휴재공지 +6 22.12.20 498 12 1쪽
130 6년 10개월차 -5- +4 22.12.19 539 31 7쪽
129 6년 10개월차 -황명- +6 22.12.13 584 29 8쪽
128 6년 10개월차 -4- +6 22.12.12 564 32 7쪽
127 6년 10개월차 -3- +10 22.12.09 596 30 7쪽
126 6년 10개월차 -2- +7 22.12.08 590 31 9쪽
125 6년 10개월차 +7 22.12.02 656 35 14쪽
124 6년 9개월차 -2- +14 22.12.01 616 34 10쪽
123 6년 9개월차 +4 22.11.30 609 3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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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6년 3개월차 -2- +12 22.11.23 614 4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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