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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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X98
그림/삽화
루니X98
작품등록일 :
2022.05.19 21:34
최근연재일 :
2022.05.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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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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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집으로 가는 길

본 작품의 등급을 S급 플롯-최고 완성도로 상향 조정합니다. 에아이스킬러 : 재앙의 서막의 작품은 작년 공모전 연재 작품보다 더 즐겁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A+등급 플롯 등으로 상향 조정합니다.




DUMMY

버스정거장 쪽으로 횡단보도를 넘어 달려갔다. 이상한 느낌에 뒤돌아보니 빨간불이었고 자동차 한대가 갓길에 정차하더니 나에게 “미쳤어! 죽으려고 환장했어?”라고 큰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숙여대며 작은 목소리로 사과하고는 버스정거장 의자에 앉았다. 꽃무늬 옷을 입은 곱슬머리 할머니 두 분과 정장을 입은 70대 할아버지 한 명은 나를 계속 쳐다봤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초록색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저 버스는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다. 초록색 버스 앞문과 뒷문이 열렸고 버스기사는 내가 타기를 기다리며 계속 쳐다보다가 결국 앞문과 뒷문을 닫고 매캐한 매연을 내품으며 출발했다. 나는 그 매캐한 독가스를 피하려 고개를 돌리고 코를 막았다.




버스가 살아지자 주변이 허전해보였다. 20대 남성 한 명은 내 옆에 앉아 고개를 숙여 휴대폰으로 누군가랑 문자를 보냈다. 무리한 공부와 알바로 목이 뻐근해서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로 까마귀 두 마리가 지나갔고 구조헬기 한대가 지나갔다. 수풀냄새와 자동차 매연 냄새, 식당에서 나는 음식냄새와 커피숍에서 진한 커피냄새, 하수구 냄새와 버려진 담배냄새, 마른 흙냄새가 도시의 특이함을 자아냈다. 공기를 들이마시며 지친 내 몸을 조금이라도 이완시켜줬다. 내 옆방에 사는 허준경 형이 나에게 아는 체 했다.



“어! 준성이 요 녀석 어디 있다 집에 가는 거야?”

“형, 저 알바 다녀요.”

“이야~ 좋겠다.”

“형은 경찰공부 잘 되어가요?”

“아니, 네 집에서 자꾸 썩은 냄새가 나서 집중이 안 돼.”

“형, 저희 집 절대 아니에요”

“그럼 네 집 아니면 무슨 냄새인데? 최근엔 딱정벌레도 발견했었어.”

“절대 아닌데요.”

“아니긴 인마 계속 그런 냄새가 나는데.”




파란색 버스 한대가 도착하고 앞문과 뒷문이 열리자 허준경 형은 뒤돌아보고는 서둘러 교통카드를 주머니에서 꺼내들고 버스에 올랐다. 그 형은 오늘 어디 약속이 있는지 집 근처로 안 가는 버스를 탔다. 그 형이 가버리자 다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차가운 바람이 쓸쓸하게 바닥을 휩쓸고 지나갔다.

엄동설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춥게 느껴지는 날씨 속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다. 이 정도 추운 날씨는 마치 그 당시 냉동 창고에 갇혀 있었던 것처럼 춥다. 2년 전에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헤어진 여자 친구 소경이랑 냉동 창고에 갇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소경이로부터 정말 확 세상을 폭파시키고 싶을 정도로 역겨운 말을 들었다. 난 그 여자만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분노가 있어도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는지 가슴이 계속 뛴다.





파란색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이 버스는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다. 나는 버스에 올랐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요금을 결제했다. 뒷좌석으로 뛰어갔다. 아무 자리에 앉아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휴대폰에 대성이로부터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문자를 읽어보았다.

‘네 집에 곧 쳐들어갈 건데. 친구들이랑.’

‘미쳤어? 그 시간에 막 들어가면 민원 들어와.’

‘괜찮아.’

‘우리 집은 좁아서 사람 발을 디딜 공간도 안 되.’

‘괜찮아.’

‘닭장이라니까, 차라리 동네 공원에 있는 정자에 앉아 모이자.“

‘그럼 좋지.’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서 내 옷 냄새를 맡아봤다. 고기 냄새만 배겼을 뿐 그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 라디오에서 여자음성이 들렸다.

‘이번 노래는 정말 유명한 노래죠. 세계적인 가수인 에디프 피아프가 부른 노래인 Edith Piaf - No Regrets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두컴컴해진 밤하늘 위에 어둠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새라는 조류 여럿마리가 지나갔다. 새카만 강아지랑 산책 나온 새카만 옷을 입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는 남성이 달밤에 강아지랑 데이트하며 조깅했다. 도둑고양이 두 마리는 오밤중에 시끄럽게 울어대며 원룸과 투룸 촌으로 기어갔고 고급 진 아파트에서 비싼 국산차 한 대가 골목 밖으로 튀어나오다가 잠시 멈췄다




터키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사장 앞에서 두 커플은 심하게 싸우고 있었고 사람들은 뭐가 궁금한지 구경났다. 곧 비가 내릴 것처럼 짙은 먹구름으로 쌓인 밤하늘은 마른침을 계속 삼키게 만들었다. 우리 동네가 조금씩 보여 하차 벨을 눌렀다. 뒷문으로 달려가서 손잡이를 세게 잡았다. 버스는 정거장에서 지나 4m 정도 되어보이는 거리에서 급정거 했다. 사람들은 앞으로 쏠렸고 내 몸은 옆으로 쏠렸다. 손잡이는 앞으로 쏠렸다. 잠을 자고 있던 여고생 한 명은 의자에 머리를 박고 눈을 떠버렸다.




뒷문이 열렸고 버스기사는 백미러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버스에서 내렸다. 인도에는 사람이 드물었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워지는 으스스한 골목이 보였다. 집으로 가려면 저 골목을 지나야 한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골목으로 걸었다. 벽에는 괴기스러운 낙서와 누군가 장난쳐놓은 듯한 야한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고 그나마 하나 뿐인 가로등의 불빛은 계속 번쩍이다가 꺼져버렸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손전등을 켰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내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



[빵! 빵]


나는 화들짝 놀라 뒤돌아봤다. 빨간색 슈퍼카 한 대가 내가 비켜주길 기다렸다. 창문이 내려가고는 선글라스를 낀 노란머리의 남성이 건방진 어조로 큰소리쳤다.

“아 진짜 짜증나네, 나 바쁘다고. 네가 무슨 스포츠카야? 뭘 이렇게 조심조심 걸어! 야! 빨리 꺼지라고! 어디서 돈도 없는 거지새끼가.”

나는 아무 말 없이 길을 비켜줬다. 슈퍼카 운전자는 내 옆을 지나가다가 말고 나를 비웃으면서 오 만원 두 장을 집어던졌다.

“어이, 이거 선심을 베푸는 거니까 이거 가지고 꺼져. 뚜벅이 하지 말고 나처럼 부모 잘 만나.”

나는 오 만 원 권 지폐 두 장을 주어서 그에게 ‘그 돈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되돌려주려는데 이미 그는 떠나버렸다. 나는 굳은 얼굴로 오 만 원 권 두 장을 주워서 주머니에 넣어뒀다. 다시 길을 걸었다. 겨우 불빛이 켜져 있는 동네 마트 앞에 공원이 보였다. 공원 옆 놀이기구로 가득했고 저 쪽에는 농구대와 축구골대도 있었고 운동기구가 새롭게 설치되어 있었다.




만취한 아래층 아저씨 한 명이 비틀거리면서 소주 두 병을 들고 마트에서 나왔다.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기분 나쁘게 시리 내 옷을 잡고 냄새를 맡아봤다.

“너 혹시 그 집에서 뭔 짓 하냐?”

“네?”

“아니 역겨운 냄새가 너한테도 나서.”

“......”

“냄새 때문에 바퀴벌레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하루 맨 종일 자꾸 뛰어다니고 TV소리가 들리고, 비명 소리가 들려서!”

“아저씨 많이 취하셨어요.”

“너 숨기면 안 되. 누구랑 싸우고 그런 거면 자수해.”



그 쉰내 팍팍 풍겨대는 아저씨는 중심을 못 잡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아줌마 두 명은 인상을 쓰면서 나를 보며 피했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진열되어 있는 식칼을 쳐다보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너희를 쳐다봤다. 내 옷에서 이상한 냄새처럼 나기 시작하자 서둘러 코를 막고 웃통을 벋어 던졌다. 고시원에 들어가서 2층으로 올라갔다. 열쇄로 방문을 열고는 바지를 벗고 화장실에 들어가 몸을 구석구석 닦고 물로 씻어내고는 옷으로 닦았다.




하준경 형은 문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야! 냄새 난다고 냄새! 겁나 역겹네.”

거센 노크소리가 들리며 주인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총각 문 좀 열어봐라, 내가 그렇게 청소하고 살라고 경고 해도 도저히 살 수가 없어! 바퀴벌레와 냄새 때문에!”

나는 귀를 틀어막고 소리쳤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냄새가 난다는 거야!”

화장실에서 핏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아이 두 명이 깔깔 웃어대며 뛰어다녔다. 어디선가 남자의 울음소리,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목을 매단 나의 모습이 환각으로 보였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싱크대를 열고 식칼을 꺼내들었다.



식칼을 들고 문을 열고 나왔고 경찰관 두 명이 나를 막아섰다. 나는 화난 표정으로 경찰관을 찌르고 집주인과 아래층 아저씨, 옆방 하준경 형과 맨 끝에 살고 있는 내 또래 남성을 찔러죽이고는 거울을 쳐다봤다. 거울에서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흉한 얼굴을 한 남성이 거울 속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야! 왜 소리 지르고 그래?”

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여긴 정자에 있는 벤치 의자다. 분명 아까전만 해도 고시원 안에 있었다.

주인아줌마는 나에게 다가와서 보약 하나를 줬다. 나는 보약을 받고 당황한 얼굴로 쳐다봤다.

“총각,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러는 거야?”

“네? 아줌마 괜찮으세요? 제가 아래층 아저씨랑 허준경 형을 죽였어요.”

“아이고 무섭게 시리 그런 꿈을 꿔!” 주인아줌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야! 네 친형 여기 있다.” 허준경 형은 내 어께를 치며 말하고는 껄껄 웃어댔다.

“뭐야 꿈이었어요?”

“적당히 좀 해. 만날 무리를 하니 그렇게 되지.”

“요 녀석 나보다 먼저 가겠네.” 아저씨는 혀를 차면서 나에게 홍삼 하나를 던져주고 고시원에 들어갔다.




주인아줌마는 보약을 손으로 찢어서 떨리는 손으로 나에게 줬다. 나는 보약을 조심스레 들이키고서 빈 팩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206호에 사는 열아홉 살 조성민은 나에게 콜라 하나를 주며 말했고 허준경 형과 하진수 형은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내 옆에 앉았다.

“고, 고맙습니다.”

“인마, 고마우면 한 턱 쏘던가.” 허준경 형은 농담 삼아 그렇게 말하고는 내 허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냈다. 나에게 담배 피우라고 권하자 나는 고개를 절래 흔들고는 “저 원래 담배 안 펴요.”라고 말했다. 그는 주머니에 담배를 넣고는 “그래, 그런 습관도 좋은 거야. 나처럼 담배피기 시작하면 평생 담배만 펴야 돼. 병원은 뭐 암 걸리면 영영 못 가지 돈 없어서.”라고 말하고는 담배를 물고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꿈이 마치 방금 일어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지만 모든 게 꿈이었다. 분명 아르바이트 끝나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아랫집 아저씨랑 만나서 무슨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살인을 저질러버렸는지 아님 집에서 기이한 여자울음소리 등과 주변사람들의 무시로 난무하여 살인을 했었는데 모두 멀쩡히 살아 있다. 머리를 긁적이며 장자 근처 벤치 의자로 옮겨 앉았다. 하늘은 어두컴컴했었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흐리멍덩해져 모든 사물이 흐릿하게 보였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시끄러운 소음 처럼 들렸다.



나에게 차가운 맥주 캔 하나가 날아들었다. 차가운 맥주 캔을 집어 들고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오대성은 굳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오대성 뒤에는 고등학교 단짝 친구 송도영과 나랑 친한 여자사람친구인 이소영도 있었다. 송도영 뒤에는 소심하기로 유명한 유태수가 있었다.



-5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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