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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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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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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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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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침공 (2)

DUMMY

골렘이 완성된 것을 끝까지 지켜본 제이드는 라이언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마주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왕성으로 달렸다.


‘지나가다 한명 보이면 좋을 텐데.’


팔라딘들이 여러 명이 몰려다닌다면.

북쪽으로 발길을 돌려 곧 도착할 디아나랑 합류할 생각이었지만.

성문 근처에서 마주친 자들은 제이드가 결단을 내리기 참 어려운 이들이었다.


“이거 집 나간 우리 후배님 아니야?”

“무슨 후배 타령이야, 누나. 쟨 이미 사형수라고.”


웬만한 남성들은 기가 죽을 큰 키와 탄탄한 근육을 가진 여성과.

키는 작은 편이지만, 비상식적으로 두꺼운 근육을 가진 남성.

그들은 그나마 제이드한테 제일 익숙한 이들이었다.


‘그냥 다른 두 명이 있었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텐데.’


왕성 영토를 지키는 두 명의 팔라딘. 동부 용병 출신, 핀리와 린다 남매였다.

이 조합이 애매한 이유는, 동생 옆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는 린다 때문이다.


“도망쳤으면 그대로 잘 살 것이지. 이 지랄 맞은 곳엔 왜 돌아온 거야?”


적을 앞에 두고도 린다는 질문을 던지고, 핀리와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야, 내기할래? 쟤 백퍼 여왕님이 거둬들인다니까.”

“난 그게 더 끔찍한데.”


물론 제이드는 대화를 가만히 보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기에, 인사하듯이 검기를 날렸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린다의 앞에 선 핀리가 방패로 검기를 빗겨냈다.

콰아아아앙!!!

성벽에 비스듬하게 새겨지는 상흔.


“누나, 정신 차려. 저 얘 예전과 달라.”

“그러게. 저 매정한 것 봐.”


핀리가 무심히 내뱉은 경고를 듣고, 그녀는 의연한 척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한편 제이드는 이번 기습이 실패한 것이 정말 아쉬웠다.

핀리의 실력이 예상을 벗어난 탓에 실패하고 말았다.


‘음, 이거 큰일이군.’


린다는 팔라딘 최약체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매우 뛰어난 활잡이기도 하다.

핀리와 함께 있는 지금은 상당히 위협적인 상대였다.


“과녁이 커서 화살이 많이 박히겠어.”


핀리를 앞세운 린다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첫 전투부터 좀 힘든 상대인데.’


처음부터 들키지 않고 지나갔다면 모를까.

이제 와서 도망치기는 까다롭다.

불과 몇 걸음이면 닿을 거리에서 핀리가 제이드에게 말을 건넸다.


“그럴 리 없겠지만 한번 물어나 볼게. 투항할 생각은 없나?”


두꺼운 방패와 장검을 다루는 이 전사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핀리는 제이드가 죽을 뻔했던 톨레드의 검투사 출신으로.

그것도 투기장 챔피언까지 했었던 검투사였다.


‘팔라딘의 서열로 따지면 세 번째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보여준 수준으로 봐선 제이드가 알고 있는 평가와 많이 달라 보였다.

초장부터 강적을 만나버린, 소위 재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핀리의 말대로 제이드는 순순히 항복할 생각은 없었다.


“언제까지 이야기나 할 셈이냐.”


핀리는 검을 꺼내 들고 방패를 앞세워서, 견고하게 제이드를 압박해 들어간다.

둘이 맞붙기도 전에 린다가 활을 들어 올리고.

쏘아진 화살은 핀리의 머리 위, 옆에서 곡선으로 휘어지며 제이드를 향한다.


“불쌍한 녀석.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여기서 죽여주마.”


동점심 어린 핀리의 눈빛과 함께 제법 날카로운 각도로 화살이 다가왔지만.

제이드는 대놓고 보이는 공격에 당하지 않았다.

화살이 튕겨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핀리가 달려든다.


“흐흐. 어때, 어때. 짜증나지?”


린다가 웃음을 터뜨리며 쏘아낸 화살은 정말 거슬렸다.

무지성으로 쏘는 것처럼 보여도, 제이드가 반격하려는 타이밍에 맞춰서.

정말 적재적소로 화살이 날아왔지만.


“...제국에서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럼에도 핀리는 좀처럼 제이드를 압도하지 못했다.

예상을 벗어난 제이드의 힘에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예전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해졌군.”


아카데미 졸업 후의 전성기는 옛적에 넘어섰다.

당시의 실력이었다면, 이미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느라 바빴을 터.

하지만 제이드도 이 상태로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기운을 아낄 생각을 하다니. 너무 여유롭게 봤어.’


마력과 함께 최소한의 기력만을 운용해 봤는데, 아직 이 정도로는 힘든 모양이다.

이렇게 대등한 상황에서도 적들도 상당한 여력이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제이드는 자신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래도 저쪽은 내가 힘을 숨긴 것을 몰라. 방심하고 있어. 단번에 승기를 가져온다.’


핀리의 돌격에 맞춰서 린다가 다시금 화살을 날린다.

원래라면 제이드는 허겁지겁 방어에 전념했겠지만.

갑자기 나타난 회색의 방패가 화살을 막았고.


“제길...!”


정면으로 부딪친 격돌에서, 핀리는 땅을 그시며 쭉 밀려난다.

그 잠깐의 시간이 제이드가 공격할 기회를 만들었다.

제이드는 아끼고 있던 기력을 단숨에 왼손으로 끌어올렸다.


“이걸로 하나 잡았다...!”


허공에서 헛돈 왼손에서 회색의 창이 쏜살같이 빠져나간다.

나아가는 길을 따라 구름을 만드는 창의 파공음이 울리고.

창과 방패를 이용한 회심의 반격은 의도치 않게 대박을 터뜨렸다.


“...이걸 막아 주네?”


격돌에서 밀린 핀리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헐레벌떡 일어서며 린다에게 몸을 날렸던 것이다.

당연히 방패 따위 들 시간이 없었기에, 그의 왼팔은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이게 웬 횡재냐!’


핀리는 본 실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신체가 훼손되었고, 이로써 제이드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기뻐할 만한 상황이지만 제이드는 알 수 없는 짜증을 느꼈다.


‘진짜 가족도 아니면서.’


남매는 둘이 자주 붙어 다니고 서로를 가족처럼 여겼기에 붙여진 별칭일 뿐.

핀리와 린다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었다.


‘저게 팔라딘의 처지인가.’


더 이상 목숨을 위협당하지 않고 남부럽지 않은 위치까지 올라갔지만.

주위에 남은 가족 하나 없는 사람들.

만약 망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제이드도 저들과 똑같은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


‘정말 궁금하단 말이야.’


이렇게 스스로 국민들을 괴롭히고 슬프게 만든 여왕은 어떻게 끝이 날까.

제이드는 점점 다가오는 그녀의 최후가 어떨지 궁금했다.


‘나도 너희처럼 딱히 악감정은 없어.’


그저 결과를 보기 위해 제거해야 할 방해물로 여길 뿐이다.

제이드는 친절함을 발휘하여 둘의 목을 사이좋게 한꺼번에 베어주려 했는데.

기력으로 확장된 감각에 잡히는 익숙한 마력.


‘...디아나?’


곧바로 저 멀리서 집을 무너뜨리며 누군가가 제이드의 근처까지 날아왔다.

눈을 찡그리고 부들거리며 일어서는 인영은 디아나였다.


“...괜찮아?”


다행히 사지 멀쩡하게 붙어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여기 하나가 더 있군. 그것도 내가 제일 보고 싶었던 사람이라니. 운이 좋았어.”


중후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제이드가 고개를 돌리자.

디아나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티모시.”


쾰른의 최고 전력. 티모시 장군이 등장했다.


*


쾅! 쾅! 쾅!

거대한 골렘이 연신 단단한 주먹을 내려치며 기사들을 곤죽으로 만들고 있었다.

몇몇 기사들이 오러를 내뿜으며 피해를 주고는 있었지만.

금새 주변을 집어삼키며 흠집과 상처를 복구했다.


“라이언, 가디언의 돌격대장인가. 이거 아주 작정했는데?”


펜타그렘이 새겨진 로브를 입은 수상한 자들.

로먼과 파몬드는 로브 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넣고 그 광경을 관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냐. 이미 틀려먹은 거 같은데.”

“갈 땐 가더라도 저걸 죽일 수 있다면 위험을 감수해볼 만하지 않겠나.”


로먼의 답변에 파몬드는 머릿속에서 저울질하고.

가만히 머리를 굴리던 그가 돌연히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맞아, 마침 재료도 있겠다. 살짝 도와주자.”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인물이 두손을 합장하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자.

허공에 균열이 생기고 주저 없이 손을 뻗었다.


“자, 이게 좋겠다?”

“이 상황에 그것만큼 어울리는 게 없지.”


허공에 열린 틈에 가져온 것은 깨끗하게 만들어진 수정 해골이었다.

수정 해골을 꺼낸 파몬드가 머리통을 붙잡자.


“끼야아아아아아!!!!”


해골의 입이 열리며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질렀고.

곧이어 진짜 비명이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저기! 이 잔해 좀 치워 주겠어...?”


바위에 깔린 한 병사가 휘청거리는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동료는 간절한 부탁을 무시하고 그의 심장에 검을 꽂았다.


“커억! 대체, 왜...?”


의문을 가진 채 죽어가던 병사가 갑자기 몸을 뒤틀더니.

바위에 깔린 다리를 무시한 채 몸을 억지로 일으킨다.

우지직-.


“크아아아아!”


다리가 뜯어지고 괴성을 지르다, 자신을 죽인 동료에게 뛰어들고.

텁-.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 부분이 상대의 등 부분에 봉합된다.

기괴한 생물이 다른 희생자를 찾아 나선다.


“크흐흐, 언제 이런 재료들로 시체 더미를 만들어보겠어.”


연신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바위 골렘이 움직임을 멈추고.

곧이어 라이언도 이곳에서 벌어지는 의식을 눈치챘다.


‘시체 더미인가...’


라이언은 이전에 시체 더미 제작과정 본 적이 있었기에, 바로 술사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디언의 설립된 원인.

보이는 즉시 처단해야 할 쓰레기들을 발견했다.


“여기에도 숨어 있었구나, 벌레 같은 놈들!!!”


라이언이 분노가 섞인 고함을 내지르자 로먼과 파몬드는 바로 몸을 숨겼다.


“이크, 바로 알아채네.”

“빨리 튀어. 걸리면 죽는다.”


지붕 위로 고개를 빼꼼 내민 파몬드는 시체 더미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잠깐, 만들어지는 것만 보고 가자.”


라이언은 시체가 다 섞이는 것을 내버려두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어차피 다 만들어지기 전까지 멈추지 않아. 저번에 그걸 몰라서 헤맸지.’


아쉽게도 라이언은 범인들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모든 시체가 덩어리로 뭉쳤다.

보는 것만으로 식겁할 외견의 괴물은.

우우우우-.

겉보기와 다른 높은 음역대의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좋아, 이거지 이거야.”


하나가 아닌 두 객체가 서 있어서 파몬드는 몹시 즐거워했으며.

로먼 또한 조금 기대를 품었다.


“장관이군. 정예기사들의 육신은 달라.”


이층 건물 높이의 거대 골렘과 시체 더미의 웅장한 대결이 펼쳐진다.

자그마치 무려 삼백 명가량의 기사.

정확한 수조차 파악이 안 되는 병사들을 이용한 의식이지만.

라이언이 내지르는 주먹에 살덩이들이 사정없이 뭉개졌다.


“...더 볼 것도 없네, 가자.”

“하여튼 괴물딱지 같으니. 퉤.”


바닥에 침을 탁 내뱉고 그들은 자리에서 사라진다.

한편 다른 곳에서 이 광경을 직관하는 인물들이 더 있었으니.


“저것들은 뭐야?”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단단한 건틀렛을 착용한 격투가 짙은 눈썹의 격투가.


“둘이 적인 것 같은데. 일단 지켜보자...”


침을 꿀꺽 삼키며 겁을 먹은 것 같은, 아주 긴 장검을 든 검사.


“저길 끼어들 자신이 없는 거겠지. 킥킥.”


그 사이에 앉아 검사를 비웃는 여성 마법사까지.

쾰른의 최정예 전사 팔라딘들이 멀리서 구경하고 있었다.


“저걸 상대해야 한다고? 우리 잘못 찾아온 거 아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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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그들의 최후 (1) 22.09.26 1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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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침공 (4) 22.09.22 126 0 12쪽
61 60화 침공 (3) 22.09.21 1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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