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의 투잡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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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2.07.18 12:32
최근연재일 :
2022.1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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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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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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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DUMMY

“역시 기사의 나라.”

“...재밌네.”


디아나를 이긴, 어셔 가문의 둘째 도련님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가 끝이 났다.


‘잘 설명해줬건만 저건 왜 저래?’


앙드레는 흔치 않은 이야기에 흥미롭게 들은 것 같았지만.

티론은 내뱉은 말과는 달리 재미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제이드 너도 쾰른 기사 맞지? 설마 지망생이야?”

“이게 기사 지망생 수준이면, 이미 대륙이 쾰른의 독재를 받고 있겠다.”


아까는 넘겨짚어서 짐작했지만.

실제로 쾰른의 기사가 맞는지 앙드레는 확인차 질문을 던졌고.

티론이 말이 되느냐는 듯 앙드레를 꾸짖었다.


“맞아, 나 기사였어.”


제이드는 기사였음을 인정하고 적당히 넘긴다.


“그럴 줄 알았어. 콜린도 딱히 창피하지 않겠네.”

“그보다 너희 디아나에 대해 잘 알아?”


제이드는 자신의 소개를 마쳤으니 디아나에 대한 소식을 듣고 싶었다.

그들도 제이드의 설명에 답례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모를 수가 없지. 우리랑 동갑인데.”

“8살 때 같이 수도 어린이 마법 교실을 수강했어.”

“특히 티론은 디아나랑 같은 로디니움 태생이니까. 소꿉친구나 다름없을걸?”


앙드레가 티론에게 한번 눈짓했지만, 앙드레의 눈길에도 티론은 입을 열지 않았다.


“또 이러네. 아까는 먼저 말하길래 고쳐졌나 했더니.”

“그건 알려진 진실이고 내 개인적인 주관이 섞였다가 큰일 날 수 있으니까.”


티론은 디아나의 소꿉친구로서 유명한 편이다.

그의 말에는 신빙성이 있었기에 항상 조심해서 말해야만 했다.


‘쓰레기 같은 것들.’


디아나를 옹호하는 발언은 먹히지도 않으면서.

조금만 잘못 말해도 과장되어 이상한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걔는 신경도 쓰지 않던데. 아, 미안하니까 그렇게 보지 마.”

‘오호라. 그래서 집요하게 물어보았군.’


제이드는 티론이 왜 디아나의 상대에 대해 눈을 빛내며 물어봤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 말은 신용이 가는 건가?’


잠깐 의문이 들었으나, 제이드는 계속 이어지는 앙드레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어느 날부터 선생님께서 수업 때 졸아도 신경 안 쓰고, 혼자서 개인연구실도 소유면서, 특별 취급받게 되었어.”


대화가 길어지면서 앙드레가 근처에 있는 의자를 가지러 간다.

티론은 그때를 회상하는지 눈을 질끔 감으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귀족이고 평민이고 공평하게 대하는 교육 시설인데. 디아나는 예외였어.”

“덕분에 아무도 디아나를 건들지 못했고.”

“당시 디아나의 성격은 정말 안 좋았지.”


티론이 쓴웃음을 지으며, 마지막말은 제이드만 들을 수 있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그 오만함을 치료해 준 셈이군.’


디아나와 처음 만났던 순간.

그녀의 건방진 태도는 프리지아를 등에 업고 더 성장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왕실 어른들과 나갔다가 온 어느 날 풀이 죽어 있는 거야.”


앙드레는 끌고 온 의자에 앉으며 아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마저 풀어낸다.

그렇게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고 있었고.

그들은 콜린이 한참 전에 깨어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콜린은 깨어났음에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고양이 앞에 생쥐 같은 느낌.


‘제이드...!’


자신을 기절시킨 제이드로 보이는 실루엣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침착하자.’


게슴츠레 눈을 뜨고 제이드의 뒤통수를 확인한 후.

호흡을 차분하고 느슨하게 만들었다.


‘좋아. 괜찮아졌어.’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 반응은 이렇게 평온을 가장했지만.

콜린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여긴 어디야?’


콜린은 돌아가지 않는 정신을 붙잡고, 이곳이 어디인지를 최대한 알아보려 한다.


‘다행히 숙소는 아니다.’


목 뒤의 베게 감촉과 몸을 덮은 얇은 이불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적어도 저 괴물이 집으로 쳐들어 온건 아니야.’


침착하게 상황을 고려하고 이곳이 회복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새끼들.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자리에 둔다고? 다 어디 갔어..!’


당장 떠오르는 티론과 앙드레를 속으로 욕하면서 분을 풀고.

펄떡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누군가 더 있다?’


콜린의 귀에 말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오기 시작한다.


‘끙, 머리가.’


머리를 가격 당한 것인지, 아니면 머리에 피가 쏠린 탓인지.

주변 소리가 먹먹하게 들렸지만, 다행히 어렴풋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제이드 너도 쾰른 기사 맞지? 설마 지망생이야?”

“이게 기사 지망생 수준이면 이미 대륙이 쾰른의 독재를 받고 있겠다.”

“맞아, 나 기사였어.”

‘쾰른 기사? 제이드가?’


아직 대화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파악되지 않았지만, 제이드의 목소리는 확실했다.

콜린은 바로 제이드가 쾰른의 기사인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거 어떡하냐.’


아무래도 자신은 쾰른의 기사에게 시비를 걸고, 결투까지 했나 보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그런 마법은 대마법사도 못한다.

그래도 다행히 좋은 점이 하나는 있었다.


‘조라 님도 이해해주시겠지.’


이 소식을 전달하면 조라 마법사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 테니까.

그나마 안도할 점이 있다는 것이 그를 위안해주었다.


‘티론, 앙드레였구나.’


이어지는 주변의 친구들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제이드와 나쁘지 않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절호의 기회다!’


다행히 현재 상황이 나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오해를 풀고 앞으로 잘 지내자고 말할 수 있어 보였다.


‘...! 안 움직여...!’


마음만 앞설 뿐 콜린의 몸은 주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

손가락을 꼼지락되는 것이 전부, 그 움직임을 눈치채준 것일까.


‘어? 오지마...!’


제이드가 콜린을 향해 다가왔다.


‘큭! 숨이...!’


목이 조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왔길래.’


떡벌어진 어깨와 목에 난 흉터, 살벌한 눈동자.

군데군데 자세히 살펴보면 보이는 흉터들이 콜린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 되었다.


‘살려줘!’


끅, 지금 콜린은 방금 숨죽인 비명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고 착각했다.

머리를 울리는 경종 소리.


‘안돼...!’


방금까지 했던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마침내 어린아이 머리통은 가볍게 쥐어 터뜨릴 듯한 손아귀가 그를 덮쳐오자.

콜린은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였다.


*


모두가 식사를 하는 중요한 시간.

웬일인지 제이드가 앉은 식탁에 주변의 시선이 쏠렸다.

눈총이 따갑게 느껴지지만,같이 앉아있는 일행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도 거기서 유명하고 그랬냐?”

“그런 거 당연하겠지. 뻔한 거 말고 좀 생산적인 질문을 해라.”


아직도 궁금한 점이 많은 수습 마법사들.


“마법사 수준은 낮다던데, 궁정 마법사가 평균이 고작 중급 마법사라는 거 진짜야?”


들이닥치는 질문들에 대답해줄 수 있지만.

제이드는 무시한 채 계속 수프를 떠먹고 있었다.


“밥 좀 먹어라.”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난 콜린의 사과를 받았고.

괜히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제이드는 결투에서 있었던 일을 사과하며 화해를 끝냈다.


‘원만하게 해결되서 다행이야.’


위에서 내려온 처벌 또한 자숙하라는 명령이 다였으니.

아무런 문제 없이 사건은 해결된 셈이었다.


‘정말 다행이야.’


타인이 봤을 때 일행들이 모임이 단순히 친목 도모로 보이겠지만.

사실 티론의 제안으로 모인 것이었다.


-여기서 기사가 되고 싶다고? 한번 생각해볼까?


제이드가 이곳 수도 로디니움의 기사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듣고.

제이드를 도와줄 방법을 머리 맞대고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런 것치고는 딱히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


현재 잡담이나 나누고 있었지만, 크게 기대를 안 한 탓인지 제이드는 별 미련 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밥 먹고 나면 연구하랴, 수련하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자유롭게 시간 되는 건 이 시간뿐이라고.”

“고럼 고럼.”

‘말이나 못하면.’


제이드에게 식사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 녀석들도 투기장 생활을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텐데 말이야.’


괜히 옛날 생각을 하며 제이드는 식사를 마저 이어나갔고.

시간이 지나 말이 뜸해지고 식사 또한 끝나갈 때.

티론이 손가락을 튕기면서 일행의 시선을 끌었다.


“이제 제대로 이야기해보자고. 다들 의견 꺼내 봐.”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문제는 왕실 마법사 분들이지. 그분들이 파벌을 갈라서 싸우고 있으니까.”


뭐라 해도 프리지아는 마도 왕국이고 중심지 로디니움의 핵심은 마법사였다.


“난 마법사 되면 줄을 서라는 사람도 있었어.”

“네가 말하니까 진짜 같네. 생각보다 심한가 봐.”


콜린이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하더니, 한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럼 마법사들을 설득해볼까? 연구 며칠동안 도와준다고 말하면 뵙는 거 어렵지도 않고.”

“너무 비효율이야. 마법사 몇몇 설득시킨다고 여론이 극적으로 반전될 것 같지도 않아.”

“기사들은 어때?”


묵묵히 듣고 있던 제이드가 불쑥 말을 내뱉었다.

티론이 입가를 감쌌다가 이내 제이드의 말을 받았다.


“좋아. 기사들이 나선다면 훨씬 쉬워질 거야. 하지만 어중간한 기사들로는 씨알도 안 먹힐 텐데. 설득할 대상을 잘 골라보자고.”

“기사단장?”

“어디서 만날 수 있는데? 집무실로 쳐들어가게?”

“그럼 베테랑 기사?”

“그분들이 마법사들 앞에서 자기주장 했으면 이 지경이 안됐지.”

“아니, 그럼 누굴 설득해야 하는데?”


모든 말에 반박당하자 앙드레와 콜린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했고.

잠시 생각에 잠겨 고민하던 티론이 조심히 이름을 뱉었다.


“아놀드. 최고기사 아놀드 님을 설득해야 해.”


그 말에 제이드의 고개가 티론 쪽으로 돌아갔다.


‘아놀드...!’


아놀드라면 프리지아의 최고기사로 제이드가 가르침을 구할만한 대상.

한 번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다.


‘그를 만날 수 있는 건가? 어떻게?’


하지만 제이드는 그를 만날 방법이 없었다.

대뜸 왕녀의 호위를 하고 있을 아놀드를 찾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아놀드 님이 내성 공용 연무장에서 기사들의 실력 점검을 하시거든. 그때라면 가능해.”


그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니, 제이드는 이곳에 있었던 3개월간 모르고 있었다.


“가끔 쉬시는데. 지지난번 달에 이어 저번 달에도 연속으로 안 했으니까 이번 달에는 꼭 하실 거야.”

“그럼 이번 달에 언제 하는데?”


제이드는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해두고, 티론에게 점검 시간을 물어보았다.


“몰라. 아놀드님 마음대로라서. 실력 점검도 그때 그곳에 계신 분들만 하고.”

“......”


알아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게 어디야.’


앙드레가 탁자를 두 손으로 탁하고 내리치며 일어난다.


“좋았어. 제이드는 매일 공용 연무장에서 수련하는 걸로 하고. 우리도 놀기 뭐하니까. 남는 시간에 왕실 마법사들 만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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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범인과의 혈투 (1) 22.07.25 3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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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여왕의 손아귀 (1) 22.07.22 421 6 11쪽
8 7화 최고기사 아놀드 (4) 22.07.21 440 6 12쪽
7 6화 최고기사 아놀드 (3) 22.07.21 48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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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최고기사 아놀드 (1) 22.07.20 70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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