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의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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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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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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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6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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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DUMMY

“클로람....이라고?!”


물론 동명이인의 가능성도 남아 있겠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람카디스의 존재를 결부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예토 클로람, 람카디스 클로람, 그리고 루도 클로람.

람카디스가 예토의 후손이었던 걸까? 그래서 그가 선조의 업을 이어받아 신의 아이를 찾고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다소 충격은 받았을지언정 예토의 성이 에스터페른의 아이에 대한 근원적인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진 않았다. 루도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

신의 아이가 모두 죽고 난 후의 이야기다. 베스티언을 방문했던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카잘산맥의 관문을 지나고 있었다. 실로 우연일 테지만, 그곳에서 나는 예토를 다시금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재회한 그는 어떤 풍파를 겪은 것인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무언가 연륜이 엿보인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인생의 전환점을 거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예전 우유부단하다며 괄시받던 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결연한 얼굴이었다.

그는 미소 띤 얼굴로 악수를 청하며 말하길 내가 이 길을 지나는 마지막 사람이라고 했다. 물론 그때의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는 잠시 길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내가 말하는 쪽이었고, 그는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며 내 여행담을 경청했다. 대화가 끝나자 그는 내가 존경스럽다며, 나처럼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경의를 표했다. 나 역시 그가 이전과는 달라 보인다며, 훨씬 듬직해 보인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러자 예토는 더할 나위 없이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아마 내 칭찬이 마음에 든 것이겠지. 비록 에리안델과 리카르고는 죽었지만, 그는 그 비극으로부터 무언가를 깨달은 것이 아닐까. 인생의 지향점이라든지 뭐 여러 가지.

짧은 만남을 끝내고서 나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예토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너럭바위 옆에 선 채 나를 배웅해주었다. 목적지가 어디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몇 달이 지난 후 그의 행적을 조사해 보았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카잘산맥 깊숙이 들어가버린 것일까...그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


단순히 클로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만으로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예토와 재회했을 때 마자랑은 그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케리아돌이 보여준 과거와 비교해보면, 두 번째로 만난 예토는 이미 에스터페른의 아이로 각성한 이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카잘산맥의 협곡에 거대한 결계를 펼쳤으며, 이후 어떠한 행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것일까? 그렇다면, 폭풍협곡에 그의 마지막 단서가 남아 있을 게 틀림없었다.

삐거억...완전히 몰입하여 책을 읽던 루도는, 그러나 뒤통수를 찌르는 날카로운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미처 무기를 뽑을 틈도 없이 연녹색의 구체가 시야를 가득 뒤덮었다.


“우와아악?!”


그게 매직미사일임을 파악한 순간 그는 탁자를 짚고 무작정 뒤로 몸을 날렸다. 곧 그가 있던 땅바닥에 여덟 개의 구체가 내리꽂혔다. 재빨리 자세를 잡은 그는 마법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곳에는 누더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너덜너덜한 로브를 걸친 사내가 팔을 뻗고 있었다.

썩은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팔.


“히익...!”


직접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그가 누구인지는 뼈가 시리게 알 수 있었다. 그가 아는 한 이 대륙에서 언데드인 채로 돌아다니는 마법사는 단 둘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상변화를 하지 않고 맨 모습(이 경우에는 썩은 해골이 된다)으로 돌아다니는 리치는 오직 하나였다.


“그, 그, 그람?!”


루도가 놀란 것은 단지 그의 소름 끼치는 외관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음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그는 재차 캐스팅에 들어갔다. 그의 손등 위로 번쩍이는 담회색의 빛이 무엇을 야기할지 모르면서도 루도는 그게 진짜로 위험하다는 것만은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잠깐, 잠깐 기다려요. 난 당신과 싸울 이유가 없다고요!”


“다이아몬드 더스트(Diamond Dust)."


"오메!!“


부채꼴 모양으로 확산하는 얼음알갱이를 루도는 급한 대로 책장을 방패 삼아 막았다. 순간 이깟 나무판자가 막아봤자 뭘 막겠냐고 자책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람의 마법은 책장에 흠집도 내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정확히는 책장이 박살 나기 전 그가 마법을 취소했다고 보는 게 옳았다.


“서적으로 몸을 보호하다니, 야만의 극치로군.”


“지금 누가 누구한테 야만을 논하는 거야!”


“호리드 윌...”


“잠깐잠깐! 항복! 클라리스...아니, 케리아돌? 아니, 나타니엘!”


루도는 대충 그람의 지인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을 무작정 읊어댔다. 그러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그의 팔이 허공에 우뚝 멈춰 섰다. 그사이 루도는 필사적으로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진정 좀 해봐요. 나 아직 안 미쳤다고요. 펠아람의 저주도 아니고, 아니 아직 각성도 안 했다니까!!”


그의 간절한 외침이 먹힌 것일까, 그람의 팔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루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한겨울인데도 옷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일단 급한 고비를 넘기자 루도는 불안하게 그람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공격을 말린 것까진 좋은데, 이제 안전하게 도서관을 빠져나가는 게 문제였다. 그람은 뻥 뚫린 눈으로 루도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 살기 하며 노골적인 적대감이 쉬이 그를 보내줄 것 같진 않았다.

적당히 뒷걸음질치고 있자니 그람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펠아람의 아이를 미끼로 쓰다니 당돌하군. 나를 기다리게 한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에...뭐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 루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뭘 어쨌다는 건지. 그로서는 빨리 이 재수 없는 하루를 끝내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그러나 그와 그람의 만남이 단지 우연으로 야기된 결과는 아니었다.


“제리온이라는 자는 어디 있나.”


“...네?”


“너를 이곳으로 보낸 남자 말이다.”


그람은 펠아람의 아이와 말을 섞는다는 사실 자체가 짜증 난다는 듯 쪽지 하나를 루도에게 날렸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람 번더크. 당신이라면 반드시 금서관리고로 침입할 테지. 만약 이 메모를 발견한다면 싸돌아다니지 말고 나를 기다리쇼. 당신에게 케리아돌과 타이달루크의 전언을 전해주지. 더불어 물어볼 것도 있고 말이야.

-로샤단의 제리온-


‘야 이 망할...!’


이 남자는 정말이지, 죽어서까지 속을 썩인다. 자신의 지적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실로 대담하게도 그람까지 불러들인 것이다. 다만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문제인데, 애꿎은 루도가 그의 뒤처리를 해야 할 판이었다.

그는 최대한 예의 바른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리온은 오지 않아요...”


“...그럼 지금까지 내 귀중한 시간을 잡아먹었다는 것이냐?”


“아, 아뇨. 그...죽었거든요. 얼마 전에.”


“흠.”


사실대로 말했으니 캥키는 부분은 없지만, 왠지 그를 거슬리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일단 공격을 중지하고 나자 그람은 예상 외로 대화지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그럼 적어도 동료인 네놈이 알고 있겠지. 말해라. 케리아돌이 뭐라고 했지?”


“예? 케리아돌이요?”


물론 케리아돌은 그람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전부 제리온이 그를 꿰어내기 위해 지어낸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루도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글쎄요...자긴 몸 건강하게 잘 지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던가?”


“.....”


“우왁, 잠깐만요! 몰라요, 모른다고요! 애초에 케리아돌이 딱히 누구에게 관심 두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난 그냥 제리온의 유품을 가지러 온 거뿐이라고요.”


그람은 탁자 위에 놓인 고서를 흘깃 바라보고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펠아람의 아이가 거슬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겐 좀 더 중요한 관심사가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 낭비한 시간을 만회하려는 것인지 그는 일반인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멀어져갔다.

루도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막 그가 출입문의 손잡이를 움켜쥐자 이대로 그를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계기는 제리온의 메모장이었다. 만약 그가 죽지 않았다면, 그래서 자기 대신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람에게 뭘 물어보려 했을까? 그가 알고자 했던 것은...


“잠깐 기다려요! 물어볼 게 있어요!”


펄럭이던 로브가 일순 정지했다. 설마 자신을 불러 세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그람은 잡아당기려던 문의 손잡이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무서워서 오줌을 지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물러가는 자신을 붙잡을 줄이야,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레미나 리크나이츠라고 했던가...클라리스를 꼭 빼닮은 소녀였다.


“그러고 보니...그 여왕은 만났느냐? 아직 검은 버리지 않았군.”


“예? 아...아아...레미나라면 잘 있어요. 지금은 따로 행동하고 있지만.”


“그렇군.”


레미나와 서먹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좀 더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그람은 루도의 어조에 딱히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녀가 무사히 풀려났다는 사실에 그의 경계심도 한층 누그러졌다.


“질문해라, 펠아람의 아이.”


“저기 이건...제 동료가 세운 가정인데요. 신의 아이 말고도 아루의 수정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나요? 예를 들면 악마라든지...”


그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로브자락을 뒤로 젖혔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전에 안다바리엘이 불러낸 악마와 싸운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놈들은 명령에 따르는 대가로 에센스를 받았다고 했어요. 뭐 에센스라는 게 물건처럼 매매할 수 있는 건지도 확실치 않지만...”


“불가능하다.”


“네?”


제리온의 고민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깔끔한 대답이었다. 재고할 필요조차 없다 - 이런 어투였기 때문에 루도는 추가 질문을 던지기도 모호한 입장이 되어버렸다. 그람이 말했다.


“안다바리엘이 무엇을 꾸미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하지만 네 질문에 답하자면, 신의 아이가 아닌 자가 에센스를 사용할 방법은 없다. 그것은 신의 섭리다. 편법 같은 게 끼어들 여지는 없다.”


“그...그런가요.”


그의 태도가 워낙에 단호했기 때문에 루도는 ‘그럼 왜 악마들은 에센스를 모으고 있을까요?’ 따위의 질문을 던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가 우물쭈물 거리자 그람은 용무가 끝났다고 여기고는 재차 등을 돌리려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루도가 다른 주제를 던졌다.


“저기요! 당신 펠아람의 저주를 막는다고 했죠?”


“....”


“우리도 같아요. 물론 우선은 내 정체성이 우선이지만, 그것만 원만하게 해결되면 당신과 협력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요. 어떻게 생각해요?”


“쿡쿡쿡...저주를 막는다고? 복수가 아니라?”


루도는 뜨끔하여 말을 얼버무렸다. 물론 람카디스의 복수도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진정 그의 유지를 잇고자 한다면 펠아람의 저주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의 하나였다.

그러나 그람은 그런 그의 고민 자체가 같잖다는 듯 웃었다.


“너의 말은 신용할 수 없다. 루도 레인폴.”


“...왜죠?”


“너라는 인격은 그저 신의 아이를 위한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지.”


순간 루도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았다. 사람을, 그것도 면전에 대고 모닥불에 던질 장작 취급하다니. 지금까지의 인생이 오직 신의 아이라는 토양을 위한 비료가 된 것만 같아 불쾌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하지만 그람은 그의 노골적인 분노를 접하고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숙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지. 껍데기가 알맹이를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야. 그것이 진실이다. 네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든, 그것이 신의 아이에게 그대로 반영되리라는 법은 없다. 설령 펠아람의 저주가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신의 아이란 본디 파괴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니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루도는 버럭 소리 질렀다.


“멋대로 단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는 거예요. 난 누구처럼 살인을 즐기는 미치광이가 아니라고요!”


“잘 알지. 잊었나? 난 이미 한 번 신들의 장난을 구경했다. 인성이란 측면에서 보면...그래. 펠아람의 아이가 가장 최악이지. 하지만 다른 신의 아이라고 모두 깨끗한 채로 있었던 것도 아니야. 에리안델도, 란소른도 모두 살인자다.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똑같은 살인자로 취급하지 마. 전쟁터에서 적을 죽이는 행위가 비난받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들에겐 펠아람의 아이와는 다른 사명감이 있었어.”


“사명감? 허울 좋은 명분이지. 하지만 꼬마야, 난 보았다. 그 에리안델조차도 에센스의 향연에 도취해가는 것을. 권력은 청렴한 현인조차도 진창의 돼지로 만들어버리지. 하물며 수정의 힘은 한낱 권력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너에게 어느 날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힘이 생긴다면, 과연 네가 초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신의 아이에 대해 많은 견해를 들어보았지만 그람의 것은 그중에서도 단연 최악이었다. 전쟁병기니 살육자니 하는 단계가 아니다. 그는 신의 아이라는 존재 자체가 타락의 본산이며, 마치 잘라내어야 할 종양처럼 여기고 있었다. 이런 수준이니 처음 만났을 때 다짜고짜 루도를 죽이려 한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케리아돌의 과거에서 본 그는 이렇게 비뚤어진 인물은 아니었다. 500년이라는 고통의 세월이 그를 변하게 만든 것인지도 몰랐다. 혹시 펠아람의 저주에 집착하다 보니, 종래에는 신의 아이 자체를 혐오하게 된 것은 아닐까?

루도는 삐걱대는 그의 두개골을 걷어차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가 말했다.


“매도하지 마. 적어도 에리안델은 존경할만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었어. 그녀가 당신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진 않아!”


“에리안델...그래. 그녀는 나쁘지 않아....클라리스처럼 말이야. 정정하지. 베릴의 아이와 루프리모의 아이...이 둘은 분명 이타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란소른과 펠아람의 아이는 어떻지? 그 둘이 죽인 인명만 합쳐도 웬만한 국가 하나가 나와. 애꿎게도 전부 남자로군. 자고로 남자는 욕망에 물들기 쉬운 법이지.”


“그거야말로 근시안적인 편견이잖아! 난 그 사람들이랑 달라.”


“말했듯이 너의 언행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숙주 이야기만 나오면 논점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만다. 루도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그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자그마치 500년간 쌓아온 가치관이다. 그건 이미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변질되어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루도는 분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가 주먹을 부르쥐고 있자 그람이 말했다.


“그럼 이번에는 내가 묻겠다. 네가 저주가 아니라고 가정해보지. 펠아람의 저주를 막겠다고? 그건 너 스스로 다른 신의 아이를 살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된다. 그렇지 않느냐?”


“아, 아니야! 자각과 충격이 없는 이상 신의 아이는 각성하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가 나서서 외부요인만 통제해준다면...”


“클클클...이미 안개송곳니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비밀결사가 신의 아이를 쫓고 있다. 그들 모두로부터 지켜내겠다고? 이미 두 조건을 충족시킨 너라면 알 텐데. 자각과 충격은 실로 간단한 문제지. 세 치 혀로도 가능한 일이야.”


“그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문제가 가장 중요했으므로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여겨온 것도 사실이다. 펠아람의 저주를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대책은...무엇일까?


“아반케즈의 아이는 「저주」가 아니었다.”


“....”


“네가 저주라면 거기서 문제는 끝난다. 하지만 네 도박이 성공한다면, 다른 셋 중에 저주가 있다는 소리가 된다. 확률은 1/5에서 1/3으로 줄어든다. 이 정도 경우의 수라면 가타부타할 것 없이 셋 모두를 봉인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지.”


“무...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순간 카이안의 천진한 얼굴이 떠올라 루도는 극도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또한 마음 한편에서 그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확률이란 잔인하다. 자신과 카이안, 둘 중 하나가 펠아람의 저주일 확률이 50%나 된다. 케리아돌은 20%이니 도박을 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50%라면 어떨까. 합리적인 그녀라면...과연 루도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루도는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순간이나마 비관론에 빠진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건 그거대로 헤쳐나가면 될 문제다. 특히 예토의 존재는 그의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펠아람이 저주를 내렸다면, 예토 역시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남겨놓았을 테니 말이다.

그가 말했다.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 펠아람의 저주가 꼭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야. 당신도 알잖아? 에스터페른의 아이 예토를.”


그 순간 그람의 이빨이 기괴한 모양으로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루도는 그 아찔한 살기에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내 앞에서 그 이름을 꺼내지 마라!”


분노를 머금은 것인지 그의 로브가 기괴하게 물결 쳤다. 루도는 어째서 그가 이토록 화를 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예토와 그람은 함께 싸우던 전우가 아니었던가? 그가 말했다.


“그자는 펠아람의 아이만도 못한 버러지다. 힘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변화가 두려워 망설였지. 심지어 에리안델과 리카르고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자는 나약하기 그지없었다! 뭐가 신의 아이란 말이더냐. 신념이 없는 자에겐 무소불위의 힘도 한낱 먼지에 불과하다.”


“어...하지만 예토도 펠아람의 저주를 막겠다고 했잖아?”


“그랬지. 그래서 그가 뭘 했지? 500년을 지내오는 동안 난 그자가 일구어놓은 어떠한 열매도 발견하지 못했다. 저주를 막아? 우스운 소리지. 평생 남의 지시만을 따르며 살아온 남자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이더냐. 나의 기억 속에 에스터페른의 아이는 없다. 그자가 남긴 유일한 업적이라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준 것뿐이다.”


그람은 힘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 예토에 대해 맹렬한 적의를 드러냈다. 그가 조금만 더 일찍 능력을 발휘했더라면 에리안델과 리카르고가 죽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마자랑이 예토를 두둔하는 쪽이라면, 그람이야말로 그를 우유부단하다며 혐오하는 쪽이었다.

루도가 말했다.


“아니야. 난 그 남자가 울부짖던 모습을 보았어. 그런 인간이 그리 쉽사리 포기할 리가...?”


아쉽게도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다. 한껏 예민해진 루도의 청각은 잘그락, 하는 자그마한 쇳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창문으로 넘어온 것인지 정체불명의 남자가 암기를 겨누는 게 보였다.


“큭...?!”


다섯 개의 슈리켄이 일시에 루도를 노리고 날아왔다. 루도는 순간적으로 급소를 가리며 몸을 숙였다. 슈리켄은 궤도를 놓친 두 개를 제외하곤 모두 표적에 적중했다. 둘은 하복부에, 하나는 목을 가린 상박에.

다행인 건 가죽갑옷을 입고 있어 복부의 상처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팔에 박힌 것은 꽤나 깊숙이 들어갔는지 아찔한 통증이 전해져왔다.


“찾았다. 10대 후반의 흑발남성.”


남자는 그대로 숨통을 끊을 요량으로 루도에게 달려들었다. 창문 난간을 밟고 도약하여 기울어진 책장을 디딤돌 삼아 다시 한 번. 마치 유미르네를 연상케 하는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반면 루도는 팔뚝의 상처에 신경 쓰느라 적의 쇄도에 재빨리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급한 대로 검을 대각선으로 세워 몸을 가렸다.


‘윽, 죽었다!’


화악! 일순 바람이 찢기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이는 루도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고개를 들자 분명 자신을 향해 도약하던 남자가 어느새 그람의 손에 붙잡혀 있는 게 보였다. 바람 소리의 정체가 마법임을 알 리 없는 그는 갑자기 반전된 상황에 놀라 어리둥절해했다. 경악하기는 그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이게...무슨...”


남자는 그람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몸을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붙잡힌 얼굴을 제외한 그의 몸뚱어리가 서서히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아예 손목을 잘라버리려고 했으나 그람의 시동어가 좀 더 빨랐다.


“토네이도 스핀(Tornado Spin)"


우두두둑. 남자의 목 아랫부분이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목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음향이 곁에 있던 루도에게도 여과 없이 전해졌다. 아무리 잔인한 꼴을 많이 본 그라도 이번에는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 한 바퀴 돌아갈 때마다 목의 가죽이 늘어나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처음 회전 때 이미 숨이 끊어졌는데도 마법은 쉬이 끝이 나지 않았다. 결국 팽팽해질 대로 조여진 목 가죽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진 다음에야 참상은 끝이 났다.

그람이 고개를 돌린 루도를 향해 말했다. 그의 손에는 아직도 남자의 목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아는 인간인가.”


“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지. 그리고 그런 건 죽이기 전에 물어보라고!”


그러나 불청객은 그 남자 하나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도서관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곧 건물 안쪽으로 연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뭐지...설마 불을 지른 거야?”


불안한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암살자들은 공연히 접근해 피해를 늘리느니, 가장 확실하게 죽일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루도는 재빨리 탈출경로를 모색했다. 그러나 문은 아예 대못질을 해놓은 것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길이 있다면 1층의 창문인데, 바보가 아닌 이상 암살자들이 활을 겨누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제기랄, 갑자기 뭐야! 훼창기사단도 아닌 거 같은데.”


혼란에 빠진 사이 연기는 어느새 호흡을 방해할 정도로 불어난 상태였다. 루도는 일단 제리온의 유품을 챙겨 가방에 집어넣고는, 손수건을 꺼내 두건처럼 입에 둘렀다. 이렇게 된 이상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잠자코 있던 그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도서관은 인류의 자산이다. 신의 아이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지.”


그가 수인을 맺자 허공에 담청색의 구체가 떠올랐다. 구체는 총 다섯 개로, 제각기 퍼지더니 오망성의 형태를 이루었다. 곧 오망성 안쪽으로 반투명한 막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루도는 그것이 예전 케리아돌이 보여준 포탈(portal)과 매우 흡사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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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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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세계관 - 데루루피아의 편지 +7 15.03.22 3,328 0 -
345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4) +107 15.09.01 2,342 49 24쪽
344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3) +15 15.08.20 1,068 26 20쪽
343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2) +11 15.08.09 1,070 35 23쪽
342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1) +11 15.07.26 1,186 39 22쪽
34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4) +23 15.07.20 1,228 40 11쪽
34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3) +26 15.07.13 1,137 53 16쪽
33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2) +35 15.06.12 1,409 51 11쪽
33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1) +11 15.06.10 1,025 42 11쪽
337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0) +12 15.06.03 1,024 36 19쪽
336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9) +6 15.06.02 1,101 32 17쪽
335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8) +6 15.06.02 960 31 15쪽
334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2 15.06.02 977 27 16쪽
333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6) +3 15.06.02 983 28 20쪽
332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5) +2 15.06.02 933 25 15쪽
33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4) +3 15.06.02 998 25 19쪽
33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3) +7 15.06.01 925 33 18쪽
32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2) +2 15.06.01 940 27 22쪽
32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 +3 15.06.01 886 26 23쪽
327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5) +6 15.05.31 941 29 13쪽
326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4) +1 15.05.31 860 23 19쪽
325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2 15.05.31 928 25 22쪽
324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2) +2 15.05.31 956 24 19쪽
323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1) +1 15.05.31 788 21 20쪽
322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5) +10 15.05.30 986 34 21쪽
321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4) +5 15.05.30 884 26 19쪽
320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3) +6 15.05.27 1,028 30 18쪽
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56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7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7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907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8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77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55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902 25 18쪽
311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100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80 25 28쪽
309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1) +2 15.05.25 981 22 18쪽
30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1) +2 15.05.25 729 26 23쪽
307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0) +1 15.05.25 760 20 22쪽
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76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17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44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77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55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50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94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45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5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16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52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60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43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85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55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9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21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8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48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9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24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42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1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56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59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1,003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7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9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43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20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50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40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36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83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32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22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77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78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51 24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23 26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1,001 27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97 23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8 30 26쪽
»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14 25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71 24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37 24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74 32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75 30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22 23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43 22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904 23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9 25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14 25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57 23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1,010 22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907 19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96 27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1,005 26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18 26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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