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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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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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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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31화 길은 양쪽으로 통한다

DUMMY

631화 길은 양쪽으로 통한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군.”


멀리서 하남 수군이 싸우는 모습을 살핀 병부시랑 오삼계는 곧이어서 제가 부리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이길 수 있다.’


산해관 출신 병사들을 중점으로 재건한 북방군, 그 가운데서도 훈련도가 높은 이들을 모아서 데리고 왔다.


숫자로 우위에 있지는 않지만 저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정예병들이 지금 그가 이끄는 군사들이었다.


하남 수군은 본디 그의 소관이 아니라 불안하였으나 저렇듯 버티는 일 정도만 해준다면 오삼계는 능히 세운 계책에 따라서 승리할 수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진.”

“전군, 전진하라!”

“전진하라! 대열을 맞추어 전진하라!”

“옆과 보조를 맞추어 전진하라!”


오삼계의 명령에 곁에 있던 부관 우승조를 비롯한 여러 장수가 그 명령을 사방에 전했다.


둥-둥-둥-

둥-둥-둥-


이어서 전진을 알리는 북소리가 사방을 채우니 병사들은 훈련받은 대로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수만에 이르는 군세가 대열을 맞추어 강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위엄이 있었으니 만약 정면에서 보았다면 어지간한 사람은 그것을 보고 겁을 먹었을 것이다.


허나 강 건너편에 있는 청나라 군사들은 자신들이 그 어지간한 사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듯 꿈쩍도 하지 않고 그들을 기다릴 따름이었다.


‘하.’


태세를 보니 저들은 자신들이 강을 건널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물론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강을 건널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으니, 오삼계는 비릿하게 웃으며 새로이 명령을 내렸다.


“전군, 정지! 자리를 지키며 화포를 준비하라!”

“전군, 정지!”

“보병은 자리를 지키며 경계하라!”

“화포대는 사전에 이른대로 전진하라!”


명령에 따라 명나라 군사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니 오래지 않아 홍이포를 주축으로 강 건너편을 타격할 진형이 준비되었다.


그것을 확인한 오삼계는 주저하지 않고 명했다.


“화포대, 강 건너에 있는 놈들을 쏴라!”



***



“빌어먹을, 이거 참 거지 같군그래.”


콰앙!


“으아악!”

“포탄이 날아든다!”

“우리는 왜 반격을 안 해!?”

“또 온다! 숙여!”


강 건너편에서 포탄이 날아와서 아군을 일방적으로 두드리는 모습에 성친왕 아이신기오로 요토는 이를 갈았다.


여기에 있는 이들은 다수가 녹영이니 팔기에 비하면 쳐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단순히 녹영과 팔기의 구분으로 인해 결정지어진 것이 아니니 이는 가진 바 전력 구성의 차이와 요토를 비롯한


그들이라고 하여 화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저쪽에 비하면 부족했다.


그리고 처음에 예상하기를 명나라가 도하하리라 여겼기에 그는 지금 화포 조준을 모두 해변에 맞추어둔 상태였다.


이는 사실 저들이 전에 보여준 모습을 기억하였기 때문에 취한 조치이기도 하니 그걸 금세 깨달은 요토는 이중으로 당한 거 같은 기분에 입맛이 매우 썼다.


“병사들을 물립니까?”


근처에 있던 팔기 지휘관의 물음에 요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포 조준은 그대로 하고 병사들을 조금 물려라.”

“기세가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다른 지휘관이 걱정스럽게 이르자 요토는 피식 웃었다.


“서로 칼을 맞대로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은 강을 사이에 두고 화살만 날리는 것과 다르지 않아. 저들이 건너려고 하는 순간 되갚아주면 될 일이다.”

“알겠습니다.”

“병사들을 뒤로 살짝 물린다! 녹영은 뒤로 물러나라!”


허둥거리던 청나라 녹영들은 호령에 따라 점차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적들의 화포 공격이 조금은 잠잠해진다 싶었는데, 이어진 광경에 요토는 당황했다.


“전진한다고!?”


명나라 군사들이 화포 쏘기를 그치는가 싶더니 그대로 화포를 더욱 앞으로 미니 요토는 상식적이지 않은 전술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물론 때에 따라서 화포가 앞장서는 대형이 있을 수는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공성하는 것을 들 수 있으니, 이 경우 보통은 화포가 먼저 성을 노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회전에서 그러한 일은 아주 드물다 못해 없다시피 하니 화포는 그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과 기동력이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하여 그들은 후방에서 보호받고 지원하는 병종이지 전방에 나서는 병종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명나라 군사들은 그런 것은 전혀 모른다고 하듯 화포들을 다시 강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잠깐만, 강 쪽으로?’


돌연 생각한 것을 다시금 돌아본 요토는 제가 착각한 것을 깨달았다.


이 전투는 그의 생각과 달리 회전이나 야전이 아니었다.


“이런 젠장!”


이 전투는 사실상 강이라는 성벽을 공유하는 공성전의 일종에 가까웠다.


만약 수군이 있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들을 통하여 강을 제압하고 길과 방패 그리고 무기로 삼아 무모하게 다가오는 화포병들을 손쉽게 사냥했을 것이다.


허나 지금 수군은 그렇게 도움을 줄 수 없었으니, 상대 수군에게 강 상류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영악하구나, 영악해!”


자신이 착각한 것을 깨달은 순간 요토는 적장에 감탄함과 동시에 그며 그가 이끄는 이들이 취할 방도가 오로지 둘 뿐임을 깨달았다.


저들이 오는 만큼 물러나거나, 아니면 반대로 나아가던가 말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의정대신 타타라 잉굴다이가 힘을 쓴다면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그러했다.


그리고 전자는 홍의포의 사거리를 생각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좋다. 네놈이 바라는 대로 어울려주마. 아주 잠시 동안 말이다.”


으르렁거리듯 이른 요토는 곧장 주변에 있는 지휘관들에게 명했다.


“화포를 앞으로 보내라! 놈들과 치고받을 것이다!”

“예에!?”

“무모합니다!”

“화포 전력은 이쪽이 부족합니다!”


요토의 말에 지휘관들은 그 일이 위험하고 터무니없음을 들어서 요토를 막고자 했다.


허나 요토는 이미 마음을 크게 굳힌 상태였다.


“이대로 물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물러나고 물러나면 결국은 강변을 저들에게 내주어야 한다!”

“이쪽에서 화포로 상륙하는 걸 노리면 됩니다.”

“홍의포면 강 건너에서도 닿아!”

“그, 그건 그렇지만······.”


요토가 외친 말에 그는 이렇다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직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하듯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시선을 보냈다.


이에 다른 이들 역시 돕고자 하여 입을 열었다.


“의정대신께서 흐름 바꾸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굳이 아군의 희생을 무릅쓰고 나갈 이유는 없습니다.”


잉굴다이를 기대하자는 말은 이해하나 그것만 기대하여야 제대로 성과가 나긴 어려운 것은 명백하니 요토는 굳건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의정대신이 바꿀 걸 기대하는 건 잘못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차할 때에 합공할 수 있음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 자칫하면 그들이 고립되어서 죽을 것이다.”

“호응하겠다고 버티다가 본대가 크게 손상되어서야 의미가 없습니다.”


한 가지를 물리니 다른 한 가지가 나왔다.


이에 요토는 말한 이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물러나겠다고 하다가 전장에서 멀어지면 곧 후퇴이자 퇴각이며 패배다.”


요토의 이 말에 무어라 더 말하려던 이들은 저마다 입을 다물었다.


화포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그저 쏘아서 닿게 하는 것만 고려하면 훨씬 멀리까지 닿는다.


그 거리를 모두 물러난다면 당연히 전장에서 멀어질 것이니 그건 요토가 말하는 것처럼 퇴각이자 패배를 시인하는 셈이었다.


“일단 포대와 나무 방패를 조달하여 화포의 부족을 보한다. 그리고 버틴다. 그저 버티면 된다.”


눈을 빛내며 말한 요토는 멀리 잉굴다이가 있을 장소를 살피며 말을 덧붙였다.


“잠시만, 잠시 동안만 치고 박으며 버티면 돼.”



***



“적들이 마주 사격하기 시작합니다!”


물러나기를 그치고 화포를 마주 앞서세워 교전을 시작하니 그 일은 곧 오삼계에게 전해졌다.


“적들의 기세며 숫자는?”

“예상대로 이쪽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저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승조가 대답하는 말을 들은 오삼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화포를 앞세워서 일방적으로 타격하면 저들이 무서워하며 항복하거나 철퇴할 거라는 건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하려는 것은 오로지 하나, 저들을 강변에 묶어 두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삼계는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일은 있을 수도 있으나 오래가진 않을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제 상황은 그가 예상한 대로 흘러갔으니 오삼계는 굳은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준비한 것들을 세워서 막는다!”

“예!”


이러한 상황을 예상하였다면 응당 대비함이 마땅하니 오삼계의 명령에 따라 전방에 포대며 간이 나무벽 같은 게 옮겨지기 시작했다.


이는 모두 적이 쏘는 화포 위력을 경감하기 위함이며 더욱 적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여기만 보거라. 그렇게만 하면 곧 네놈들의 뒤를 찔러 그 목을 아프지 않게 깔끔하게 베어줄 터이니.”



***



“이제 곧 건널목입니다!”


곁에서 달리는 팔기의 외침에 잉굴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저들의 뒤는 치는데 썼던 얕은 물길이 이제 곧이니 이를 통하여 그들은 전과 같이 적들을 흔들 터였다.


또한 그 흔드는 것은 전에 밤에 잠 좀 못 자게 한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니 잉굴다이는 아예 뒤를 치고 적 전체를 흔들 생각이었다.


그저 시간이 걸릴 뿐, 어렵다고 여기진 않았다.


이를 위해서 전에도 굳이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고 도우러 나가는 일도 자제하며 기다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멀리 물길이 보인 순간, 잉굴다이는 자신이 생각한 것이 얕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며, 명나라 놈들입니다!”

“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팔기 지휘관의 외침에 비해 저쪽은 그들이 올 줄 알았다고 하듯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벌써 대부분 건넜어.’


빠르게 타격하면 일순 승기를 가져올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들을 상대하며 시간을 낭비하게 되니 적들 뒤를 친다는 본래 구상은 저 멀리 날아간다.


‘영악한 놈들 같으니라고. 그간 파악했음에도 모른 척했던 건가? 아니면 바로 직전에 알았을 수도 있겠지만······.’


저들이 언제 이 물길 건너는 법이며 장소에 대해 알았는지 의문이 들었던 잉굴다이는 이내에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어느 쪽이든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군.’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곳에서 마주했다는 현실이었다.


이제 잉굴다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이대로 싸우거나, 아니면 본래 구상을 위해 저들을 크게 돌아서 더 멀리에 있는 물길목을 건너는 것이다.


허나 잉굴다이는 금세 후자의 선택지를 버렸다.


‘이미 늦었다.’


저들이 쫓아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며 저들이 아군의 뒤를 치는 것보다 자신들이 먼저 적 본대의 뒤를 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후자를 고르다니, 잉굴다이는 그것이 미련이라고 여기며 단칼에 잘라냈다.


“팔기들은 전투를 준비하라! 놈들을 여기서 치고 그대로 밀어내겠다!”


이에서 그치지 않고 잉굴다이는 한 가지 명령을 덧붙였다.


“또한 빠른 이를 골라 성친왕 전하께 전하라! 이 잉굴다이, 송구하나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거 같다고 말이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ageha19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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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 633화 파도는 변덕스럽다 +1 24.07.10 86 16 12쪽
633 632화 파도와 같은 흐름 +3 24.07.09 96 14 14쪽
» 631화 길은 양쪽으로 통한다 24.07.08 92 16 12쪽
631 630화 각자의 책임 +2 24.07.07 93 14 13쪽
630 629화 공과 사 +1 24.07.06 99 14 11쪽
629 628화 승리를 확신할 때 싸운다 +1 24.07.05 107 16 12쪽
628 627화 등롱 +1 24.07.03 96 13 12쪽
627 626화 들으면 궁금해진다 +2 24.07.02 95 15 13쪽
626 625화 자질구레한 일 +1 24.07.01 98 14 12쪽
625 624화 알지만 모르는 사람 +2 24.06.30 124 15 13쪽
624 623화 숫자를 살리는 방법 +2 24.06.29 108 16 12쪽
623 622화 단단한 쐐기 +1 24.06.28 106 15 12쪽
622 621화 의복과 말 +1 24.06.27 98 17 13쪽
621 620화 정면돌파 +2 24.06.26 102 18 16쪽
620 619화 치부 +1 24.06.25 108 14 13쪽
619 618화 가장 안전한 방패 +3 24.06.24 103 14 15쪽
618 617화 증오 +1 24.06.23 115 14 13쪽
617 616화 뒤틀린 계획 +1 24.06.21 98 16 12쪽
616 615화 현실은 상상을 넘는다 +2 24.06.20 98 14 12쪽
615 614화 숨긴다고 하여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1 24.06.19 109 15 13쪽
614 613화 고변 +2 24.06.18 98 14 11쪽
613 612화 순수하지 않은 의도 +1 24.06.17 95 14 13쪽
612 611화 반쪽짜리 영광 +4 24.06.16 105 14 14쪽
611 610화 희생과 목소리는 비례한다 +2 24.06.15 96 13 14쪽
610 609화 누구나 살고 싶다 +3 24.06.14 98 15 12쪽
609 608화 적을 믿어라 +4 24.06.13 92 15 14쪽
608 607화 솎아내기 +1 24.06.12 110 12 14쪽
607 606화 쇠와 나무 +2 24.06.11 111 13 11쪽
606 605화 돌아서 가는 게 빠르다 +1 24.06.10 100 13 12쪽
605 604화 오늘과 내일 +1 24.06.08 12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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