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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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우주선장
작품등록일 :
2023.03.31 22:19
최근연재일 :
2023.04.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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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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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2

DUMMY

상훈이 김 노인을 본 것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자신의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길을 걷고 있을 때 길가에 낯익은 포장마차가 눈에 띄었다.


전에 주차장이 있었던 포장마차와 비슷한 모양이었기에 상훈이 혹시나 하는 맘으로 포장마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요. 정말 오랜만에 뵙게 되네요."


김 노인의 옆에서 요리를 하던 선영이 역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로 옮기신 거예요?"


상훈이 의자를 앞으로 끌어당긴 후 자리에 앉았다.


"며칠 안 되었어요.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도 못하고 나와서 미안했는데 여기서 뵙게 되네요."


김 노인이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출장 중이었어요. 출장 후 와보니 안 보이셔서 어디 좋은 자리를 구해 떠나신 줄 알았죠."


김 노인이 떠나게 된 이유를 잘 알았지만 상훈은 짐짓 모른채 하고는 김 노인을 바라보았다.


"여기 자리도 괜찮은 거 같아요. 저녁이면 그런대로 사람들이 많이 와요."


상훈이 김 노인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 때 포장마차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김 노인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을 때 상훈이 김 노인의 옆에서 일을 돕던 선영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선영과 상훈 사이에 잠시 어색함이 흘렀다.


"여기 소주하고 곱창 볶음 주세요."


어색함을 끊으려는 듯 상훈이 선영을 바라보며 주문을 했다.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 상훈의 앞에 소주와 안주로 시킨 곱창 볶음이 올려졌다. 상훈이 소주 뚜껑을 딴 후 잔에 술을 채워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몇 잔의 소주와 안주를 먹은 후 상훈이 다른 손님에게 술과 안주를 준비하는 김 노인과 선영을 바라보았다.


옮긴 장소가 도로 변이었기에 장사는 제법 잘 되는 것 같았다. 상훈이 소주 두 병을 비우고 난 후 그 곳 빠져나왔다. 주위로 점점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는데 사방의 간판 조명이 그 어둠을 상쇄하며 환하게 길가를 밝혀주고 있었다.


상훈이 가끔 김 노인의 포장마차에 들러 술을 마시곤 했다. 선영이 없는 날이 많았지만 김 노인이 내어 놓는 안주 맛이 상훈의 입에는 잘 맞았다. 김 노인이 젊을 적에 주방장이었다는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상훈은 생각했다.


어느 날인가 상훈이 포장 마차에 들렀을 때 선영이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저씨는 어디 가셨어요?"

"오늘은 조금 늦으실 거예요."


상훈이 자리에 앉아 소주와 평소에 잘 먹던 곱창 볶음을 시켰다. 선영이 막 곱창 볶음을 만들고 있을 때에 누군가가 포장마차의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두 명의 건장한 체구의 사내였다.


"오늘은 영감님이 없네 씨발."


안으로 들어선 두 명의 사내 중 한 사내가 선영을 노려보며 쌍욕을 내뱉었다. 사내들을 보자 선영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있었고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경찰을 부르겠어요. 당장 나가주세요."


선영의 말에 한 사내가 품에서 시퍼렇게 날이 선 짧은 칼을 꺼내어 탁자에 거칠게 꽂았다.


"그 영감 땜에 우리가 깜빵을 다녀왔는데 이번엔 그 영감탱이 손녀 년이 우릴 깜빵에 보내려고? 씨발 이젠 애 년까지 우릴 우습게 보네."


사내가 선영을 무서운 눈 빛으로 노려보고 있을 때 상훈이 헛기침을 했다. 자신이 있음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두 사내의 시선이 앉아있는 상훈에게 향했다.


"이 양반은 또 뭐야. 지금 이 상황이 궁금하다 이거지. 아저씨 우리는 그냥 영감님께 보호비 몇 푼 달랬는데 우리를 경찰에 신고하더라고."


사내가 말을 마친 후 상훈을 무섭게 노려봤다. 그리고는 고개 짓을 하였다. 알아서 빨리 밖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사내의 고개 짓에 상훈이 피식 웃었다.


"어 이것 봐라. 이 아저씨 내 말이 우습다는 거야?"


사내가 갑자기 상훈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이 분은 손님이세요.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요. 알았어요 제가 돈을 줄 테니 그 분은 그냥 놔주세요."


선영이 서랍을 열어 만원 짜리 몇 장을 꺼내어 사내에게 내밀었다. 멱살을 움켜쥐었던 사내가 움켜쥔 손을 풀고는 선영이 건네는 돈을 받으려는 순간 상훈이 갑자기 돈을 받으려는 사내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윽!"


상훈의 가격에 사내가 뒤로 나자빠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로 선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 칠성파 애들이지? 병익이가 삥 뜯어 오라고 시키든?"


상훈의 말에 두 사내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병익을 아무렇지 않게 부를 수 있는 자라면? 두 사내의 안색이 한 순간에 새파랗게 변해갔다. 안병익은 그 지역 깡패의 세계에선 알아주는 존재였다.


병익의 앞에서는 제대로 고개를 들지도 못할 정도로 병익은 무서운 존재였다. 그런 병익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를 수 있다니.


상훈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발신음이 시작되자마자 저쪽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안병익이었다.


"안사장 당신 애들이 지금 선량한 여자에게 삥을 뜯고 있던데 이 일 당신이 시켰나요? 정말 이래도 되는 거요?"


상훈의 말에 두 사내의 낯빛이 흑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병익에게 저렇듯 말을 놓을 수 있는 자라면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두 사내는 생각했다. 저 쪽 병익이 쪽에서 뭐라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상훈이 두 사내에게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


"안사장이 너희를 바꿔 달라고 하는데 어떡할까 바꿔줄까?"


상훈의 말에 두 사내가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두 사내가 용서를 빌고 있을 때에 갑자기 선영이 비틀거렸다.


"전화 그만 끊습니다. 앞으로 이 지역에 당신 애들이 와서 소란 피우면 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상훈이 전화를 끊은 후 비틀거리는 선영을 부축 한 후 의자에 앉혔다.


"야 빨리 안 꺼질래?"


상훈의 말에 두 사내가 포장마차 문을 열고는 재빨리 밖으로 도망치 듯 사라졌다. 상훈이 사내들이 사라진 후 의자에 앉아있는 선영을 살펴보았다. 선영의 얼굴이 경련으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으나 호흡이 가지런하게 안정되면서 차츰 안정되고 있었다.


"선영씨 괜찮아요? 119에 전화할까요?"


상훈이 선영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아녜요 이젠 괜찮아요. 죄송해요 아저씨,"


선영이 고개를 떨구며 가늘게 소리를 내며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상훈이 흐느끼고 있는 선영을 바라보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술은 다음에 와서 마시죠. 그리고 앞으로는 깡패들이 여기에 얼씬도 못하게 했으니 이제 안심해도 됩니다."


상훈이 탁자에 술과 안주 값을 놓은 후 포장마차를 벗어나 밖으로 나왔을 때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있었고, 하늘에선 하얀 눈송이가 조용히 세상에 뿌려지고 있었다.


한동안 상훈은 선영이 있는 포장마차에 발길을 끊었다.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나칠 때 포장마차 사이로 보이는 선영의 모습을 볼 때마다 상훈의 가슴은 이상하게 요동쳤다.


국회의원 선거가 몇 달 뒤로 다가왔다. 현 국회의원인 상훈의 아버지 정창원이 소속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하고 치열한 선거 판에 뛰어들었다. 상훈이 선거 사무소로 출근하며 선거에 관련된 중요한 일을 맡아서 처리해 나갔다.


선거 비용을 처리하는 것도 상훈에겐 중요한 일이었지만 때에 따라서는 선거에 도움을 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상훈의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창원이 끈 떨어진 연이라는 소문이 지역에 퍼져나갔다. 당 공천을 받지 못한 창원의 비꼬는 소문이었다. 그러던 중 상훈의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하던 양창문이 선거에 관련된 중요한 서류를 가지고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선거 비용에 대한 서류였는데 그것이 밖으로 유출되면 정창원의 입지가 무척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 교도소에 수감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상훈이 지역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병익을 찾아간 것은 어떡하든 이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장님."


상훈이 깍듯이 병익에게 인사를 하자 병익이 자리에서 일어나 상훈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선거 준비는 잘 되고 계시죠?"


상훈이 자리에 앉자마자 병익이 상훈에게 대뜸 이렇게 물어왔다.


"상황이 많이 어렵습니다. 공천만 받았어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겁니다."


상훈의 말에 병익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창원에게 일어난 여러가지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병익은 머지않아 창원의 아들 상훈이가 자신을 찾아올 것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를 찾아온 것이 커피를 마시러 온 것은 아닐 테고, 내가 의원님을 어떻게 도와드려야 하죠?"


병익이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상훈을 바라보았다. 상훈이 지금 짓고 있는 병익의 미소가 자연적인 미소가 아닌 작위 적 미소임을 느꼈지만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서 이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당선이 되어도 문제가 되기에 어쩔 수 없이 병익을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같이 선거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며칠 째 출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연락이 닫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이번 선거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병익이 알 수 없다는 듯 상훈을 바라보았다.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처리한 장부를 가지고 사라졌는데 아무래도 상대편에 이 장부를 넘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상훈이 절박한 표정을 지었다. 장부를 가지고 사라진 양창문이 그 장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이 뒤집어 질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넘겨주면 바로 애들을 풀어 그 자에 대한 행방을 확보하겠습니다. 선거에 치명타를 주기 전에 꼭 그 자를 잡아서 장부를 확보하겠습니다."


상훈이 자신의 가방에서 누런 봉투 하나를 꺼내어 병익에게 내주었다. 장부를 빼돌린 양창문의 신상명세가 적힌 서류였다.


"가서 의원님께 염려하지 마시라고 하세요. 그 자가 빼돌린 장부는 꼭 찾겠습니다."


병익은 이 일을 맡으면서 이 억 원의 계약금을 챙겼다. 후에 장부를 회수하면 삼 억 원의 거금을 더 받기로 했다.


그러나 병익이 장담했던 장부의 회수는 그 후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러다가 선거 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선거 사무소에 검찰이 들이닥치는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 검찰에 장부를 보냈고 이에 검찰이 발 빠르게 움직여 나간 것이었다. 창원이 빼도 박도 못하는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장부로 인하여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하루 아침에 풍비박산이 난 상훈의 집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김 노인이 하던 포장마차가 어느 날인가 자취를 감추었다. 정부의 길거리 정리 사업으로 길가의 많은 포장마차가 철거되어갔다. 상훈이 차를 몰고 김 노인이 하던 포장마차가 있었던 장소를 지나가면서 선영의 모습을 생각했다.


요즘처럼 우울한 날 포장마차에 들러 김 노인이 해주는 맛있는 안주를 먹으며 소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이제는 그 포장마차가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 뿐이었을까 상훈의 눈에는 선영의 그 우수에 찬 모습도 자꾸만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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