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화 실패 확률 99.9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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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우팡
작품등록일 :
2023.04.11 08:20
최근연재일 :
2023.04.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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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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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화 실패 확률 99.99999%

DUMMY

철거가 끝난 피잣집.

나는 담배를 피웠다.

연달아 여섯 개비를 태우니 머리가 띵하다.


“하아···”


좆같다.

이번에도 실패했다.


“씨발···”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16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을 때?

아니면 3수 끝에 지방대에 진학했을 때?

모르겠다.

애초에 나란 존재 자체가 그냥 좆망이다.


‘그때 그냥 다닐걸···’


후회된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 대학교를 자퇴하고 무작정 보험 업계에 뛰어든 것이.


‘그놈의 보험팔이는 개뿔···’


뭐, 볼것도 없었다.

결과는 보란 듯이 실패.

아무 소득도 없이 3년이 날아갔다.

그다음부터 시작된 밑바닥 인생.

일용직, 오토바이 배달, 대리운전까지.

나는 닥치는 대로 투잡 쓰리잡을 뛰며 돈을 모아 피잣집을 차렸다.

그리고 망했다. 아주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2억···”


35년 인생의 결과물 빚 2억.

그야말로 씹좆망. 인생 종쳤다.


“제기랄···”


숨이 막힌다.

당장 이달 말에 상환할 원금과 이자만 400만 원.

카드 돌려막기도 한계다.

대출 역시 정부와 2금융권에서 영끌한 상태.

이제는 돈을 빌리려면 사채업자한테 가야 된다.


‘미치겠네.’


눈앞이 캄캄하다.

다시 일어설 힘도 안 난다.

삶의 의지도 바닥을 친지 오래.

그냥 온종일 술과 담배만 마렵다.


‘진짜 한강행인가···’


이해가 안 됐다.

왜 사람들이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는지.

하지만 이젠 잘 안다.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생을 마감하고자 했는지.

나는 오늘에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진짜 망했네···”


하늘도 무너지고 솟아날 구멍도 없다.

이제 내 인생은 완전히 끝장났다.

내가 좌절에 좌절을 거듭할 그때였다.

갑자기.


띠링.


게임 효과음 같은 소리와 함께.


[불운의 신이 당신의 천부적인 불운에 관심을 보입니다.]


이상한 내용이 담긴 글자가 눈앞에 펼쳐진다.


‘뭐야?’


방금 마신 깡소주 한 병에 완전 취해버린 걸까.


짜아아악!


정신차려. 이 씹새야.

나는 내 자신에게 셀프 싸대기를 갈겼다.

허나···


‘안 없어져?’


여전하다.

파리를 내쫓듯 팔을 휘저어도 소용없다.

게임 상태창 같이 생긴 헛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씨발.”


서럽다.

이제는 정신병에 걸렸나 보다.


“진짜 되는 게 없네.”


개빡친다.

나는 애꿎은 소주병에게 화풀이를 했다.


쨍그랑!


내가 던진 소주병이 벽에 맞고 산산조각 난다.

그 순간.


[불운의 신이 당신에게 권능을 내립니다.]

[SSS급 특성 강화 실패가 활성화됩니다.]


연달아 나타나는 새로운 상태창.


“뭐, 뭐야?”


SSS급 특성? 강화 실패?

아니 이게 뭔 개소리야.


‘안 되겠다···’


119에 신고하자.

여기서 더 미쳐버리다간 진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행여나 이성을 잃고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라도 하면 낭패.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활성화했다.


[김민준의 애플폰 38을 강화하시겠습니까?]


미치겠다.

지금 나보고 강화를 하란다.


“지랄 났네.”


진짜 각성하긴 했나 보다.

강화 뭐시기 들먹거리는 걸 보니.

실제로···

아까부터 뭔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이게 마나인가···’


아마 그럴 거다.

각성하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하니까.

마치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네 발로 일어나는 것처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터득한단다.


‘그건 그렇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나는 다시 상태창을 봤다.


‘근데 이거.’


강화하면 그냥 터지는거 아냐?

조금 전 분명 SSS급 특성 강화 실패라고 본 거 같은데···

술에 취해 잘못 본 건가.

일단 한다고 해볼까?

나는 반신반의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 강화하고 싶어.”


반응은 신속했다.


“어?”


뭐야.

입만 열었는데 작은 망치가 내 손에 쥐어져 있다.


“일종의 강화 도구인가.”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씨발. 꼬라지 보소.”


어째 볼품없다.

낡은 나무 손잡이에 뻘겋게 녹이 슨 망치 머리까지.

누가 봐도 그냥 고철장에 직행할 형편없는 비주얼.


“진짜 살다 살다 별 쌩쇼를 다 보네···”


기가 찬다.

허나 어쩌겠나.

나는 내 특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기에 일단 해봐야 한다.

그래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수 있으니까.

어차피 이미 망한 인생.


“가즈아!”


망설임 따윈 없다.

나는 바닥에 스마트폰을 놓고 투명망치로 내려쳤다.


까앙!


청명한 쇳소리와 함께.


[강화가 진행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남은 시간 : 1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문구가 나온다.


“쩝···”


뭐 이렇게 느려.

요즘 같은 9G 데이터망 시대에 1분이라니.

무슨 고전 486 컴퓨터급 전산 속도도 아니고.


‘영 시원찮네.’


마음에 안 든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이게 내 주어진 능력인데.

그저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치익.


나는 막간을 이용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윽고.


퍼엉.


맥빠지는 폭죽 소리가 들리더니.

불미스러운 검은 빛이 번쩍인다.


[99.99999%의 확률로 강화에 실패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실패란다.


“··· 확률 실화냐.”


잘못 본 게 아니다.

내 특성은 분명 SSS급 강화 실패다.

바꿔 말하면 그냥 역대급 똥손이라는 이야기.


“돌겠네···”


염병할.

실패할 확률이 99.99999%라니.

이건 그냥 대놓고 엿먹이는 거잖아.


“씨발···”


불운의 신 개새끼. 씹쌔끼. 치사한 새끼.

이건 명백한 조롱이다.

날 골탕먹이기 위해 이런 개떡 같은 특성을 던져준 게 분명하다.


“하아.”


세상이 날 억까하는구나.

나는 비참한 심정으로 스마트폰을 내려다봤다.


“응?”


뭐냐. 왜 작년 기종이지?

내가 의아해할 그 순간.


[강화에 실패하여 애플폰 37기종으로 다운그레이드됩니다.]


때마침 부연 설명을 해주는 상태창.


“참나.”


그럼 그렇지.

강화에 실패했는데 페널티가 없을 리가 없다.


‘아. 내 돈.’


아깝다.

3개월 전 구매한 신상폰이 졸지에 구형이 됐다.

허나 이미 엎질러진 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깡.


나는 다시 강화를 시도했다.

1분 뒤.


[강화에 실패하여 애플폰 36 기종으로 다운그레이드됩니다.]


결과는 보나 마나.

또 실패다.

마치 내 버러지 인생처럼.


“씨발!”


좆같다.

99.99999%의 강화 실패가 도화선이 된 걸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던 둑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동안 꾹 억눌러 참아왔던 분노와 서러움이 폭발한다.


“다 뒤져버려!”


나는 미친놈처럼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망치를 휘둘렀다.


까앙!


[강화에 실패하여 애플폰 35 기종으로···]


“그래. 어디 끝까지 가보자고!”


나는 빼액 소리쳤다.


“이 개새끼들아아아!”


후련하다.

고함을 지르니 속이 뻥 뚫린다.

나는 계속 강화했다.


깡.


그렇게 스무 번 넘게 강화를 시도한 끝에.


[강화에 실패하여 애플폰 12 기종으로···]


이제는 대격변 이전 시대에 이르렀다.


‘근데···’


이상하네.

분명 이십 몇 년 전 출시된 기종인데 겉만 봐선 거의 쌔삥이다.

마치 방금 전까지 내가 들고 있던 최신 애플폰마냥.


‘설마 내가 사용한 만큼 승계가 되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도통 모르겠다만.

아무튼···


카앙.


나는 망치질을 거듭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마트폰은 구형의 구형을 거듭해나갔다.


[강화이 실패하여 애니웨이 5 기종으로···]


미치겠다.

이제는 골동품상에서나 볼법한 폴더폰이 나를 반긴다.


“진짜 지랄을 하는구나.”


어이가 없다.

분노를 넘어 현타가 온다.


‘모르겠다···’


이제는 호기심만 남는다.

과연 이 빌어먹을 강화 실패의 종착점이 어디일지.


까앙.


무념무상.

나는 득도했다.

그냥 기계적으로 강화했다.


‘가보자.’


변수는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강화에 실패했다.

그리고 마침내.

역사책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무전기를 내리친 순간.


[강화에 실패하여 최초의 휴대전화 다이나스 7000D 기종이 소멸합니다.]


쨍그랑!


핸드폰이 사라졌다.

마치 유리가 깨지듯 산산조각 부서진다.

검붉은 빛의 파편이 스르륵 사라진다.


“하··· 하하하!”


병신 새끼.

뻔히 알면서도 왜 삽질한거냐.

나는 나 자신에게 욕 한 사발 퍼부었다.

내심 기대했던 내가 바보 똥개 호구다.


“좆같은 인생···”


그때였다.


띠링.


“응?”


뭐지.

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새로운 상태창.


[최종 강화 실패로 소멸 포인트 120만 DP를 획득합니다]


소멸 포인트? DP?

씨발. 이건 또 뭐야.

나는 유심히 글을 읽었다.


‘그러니까···’


강화 실패에는 한계가 있고, 더 이상의 다운그레이드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면 강화 대상이 파괴된다는 소린데···

소멸 포인트는 그에 따른 부산물인 셈이고.

근데 뭐 어쩌라는 거지.

소멸 포인트를 얻어서 어디에 쓰냐 이말이다.


“개새끼들!”


세상도 그렇고. 이 빌어먹을 능력도 그렇고.

무엇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다.


‘쩝.’


괜히 애꿎은 스마트폰만 날렸네.


‘중고폰이라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내가 뒤늦은 후회에 사로잡힌 그때였다.


[전용 특성 상점창이 활성화됩니다]


새롭게 갱신되는 상태창.


“응?”


상점창이라니.

이건 또 뭔 헛소리야.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씨발! 진짜 적당히 해야지.”


갑자기 왈칵 화가 치밀어오른다.


“지랄 말고 내 스마트폰이나 원상복구 시켜 이 씹쌔들아!”


바로 그 순간.


[상점창이 활성화 됩니다.]


휘리리릭.


꼭 게임 속 거래소 같이 생긴 홀로그램 스크린창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그중에서.


[특가 한정 패키지]


오색찬란한 배너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가?’


도대체 뭘까.

이번에도 낚시질일까.


‘근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뭔 설명이 없다.

혹시 그냥 터치하면 되나?

나는 패키지 상자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한정 특가! 리라이프 새출발 패키지 세트.]

[혹시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고 싶으시나요?]

[그렇다면 당장 이 패키지를 구매하세요!]

[구매 즉시 당신은 파릇파릇한 20살 때로 회귀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구매 시 SSS급 특성 북두칠성이 활성화됩니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인생 일대의 기회!]

[놓치지 말고 지금 반드시 구매하세요!]


내 눈을 어지럽히는 홍보글.

그중에서.

하나의 단어가 내 눈을 사로잡는다.


“회귀···”


나는 부르르 떨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그토록 갈구했던 인생역전의 기회가 내게 왔음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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