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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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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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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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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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귀환 (16)

DUMMY

상파울로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쪽 헌터협회를찾아가는 거였다.

원래는 박정석의 소개로 가려고 했던 건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괜히 민폐 끼치는 느낌인데?”

유미진에게 말하자, 그녀가 옅게 웃는다.

“뭘 알아보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아.”

오는 동안 간단히 얘기는 해둔 상태.

물론 다운헬이나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얘기는 쏙 빼고.

“아마존이라고 했지?”

“아마 그럴걸?”

말이 아마존이지, 범위만 놓고 보자면 어지간한 나라 하나의 크기.

그러다 보니 인터넷 서핑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넓은 땅에서 어느 지점에 벼락이 떨어진 건지 알 수가 있나.

그래서 찾은 협회였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건물 로비로 들어서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미녀가 우릴 맞는다.

딱 봐도 동양인인 남녀가 찾아왔으니 이렇게 묻는 건 당연한 일.

다행인 건 김경철 중령을 비롯해 한국에서부터 쫓아온 이들이 여기까지 들어오진 않았다는 것.

대신 지금 그들은 건물 안팎에서 이젠 아주 드러내놓고 날 지켜보는 중이다.

그렇긴 한데···.

과연 그게 끝일까?

어쩌면 내 몸 어딘가에 도청 장치가 붙어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뭐, 상관없지.

들어도 모를 테고.

안다고 해도 믿지도 못할 테니까.

“로드리고 씨 좀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약속하셨나요?”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위쪽으로 통하는지 수화기를 들고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여자가 다시 말했다.

“지금 내려오신다고 하네요. 저쪽···. 대기실에 앉아 계시면 됩니다.”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곤 돌아섰다.

그러면서 유미진에게 물었다.

“근데, 왜 찾아온 건데?”

우리가 여길 찾은 걸 묻는 게 아니다.

유미진이 우리 집에 왔던 걸 묻는 거지.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건 아닐 터.

뭔가 볼일이 있다는 건데.

짐작하기론 내가 가진 능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마는.

“그건, 네 볼일부터 다 보고 나서 하면 안 될까?”

“그래, 그럼.”

그렇게 우리는 대기실로 쓰이는 공간에 나란히 앉아서 로드리고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오이! 미스 유, 이게 얼마 만이야!”

반갑게 인사하며 나타난 중년의 남성이 유미진을 살짝 끌어안았다.

흠···.

보통 브라질에선 인사를 올라! 라고 하는 걸로 아는데.

오이! 라고 하는 걸 보면, 두 사람···. 로드리고와 유미진의 사이가 보통은 넘는다는 얘기인가.

그럼 잘됐지.

“여기 이분인가? 미진이 얘기했던 그분이?”

대체 무슨 얘기를 해둔 건지는 몰라도, 로드리고의 얼굴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



로드리고는 생긴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매우 활달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톤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어쩐지 탱고 음악을 듣는듯한 느낌도 들고.

아무튼 대화 상대론 피곤하지 않달까.

“아마존으로 가는 건 그닥 추천하지 않지만. 그래도 꼭 가야 한다면 군부대와 함께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군요.”

군부대라···.

치안 문제는 아닐 거고.

“몬스터 때문이죠?”

“맞아. 요즘 거기 몬스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거든.”

“음···. 혹시 그거···. 아까 제가 얘기한 거랑 관련이 있는 건가요?”

잠시 생각에 잠기던 로드리고가 살짝 인상을 구겼다.

“그럴지도. 안 그래도 브라질 정부에서 그 문제 때문에 조사관들을 파견했는데···.”

잠시 말을 마친 그가 사방을 조심스럽게 살피고는.

“실종되어 버렸거든. 그것도 두 번씩이나.”

“실종이요?”

“그래. 밀림에 들어갈 때만 해도 계속해서 연락이 이어졌는데, 갑자기 사라져버린 거지. 그 때문에 사실 협회 쪽에도 의뢰가 들어온 상황이야.”

“의뢰라면?”

“정확한 건 나도 몰라. 우리 팀 일이 아니라서. 아무튼 협회장이 직접 지시해서 움직인 거로 아는데, 지금쯤이면 목적지에 도착했을 거야.”

아쉽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함께 갈 수 있었을 텐데.

그나저나···.

실종이라.

왠지 모르게 그 단어가 불길하게만 느껴진다.

단순히 낙오됐다고 하기엔 두 차례나 파견이 이어졌다니 그건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범죄 조직에 당했다고 보기에도 뭔가 억지스럽다.

“어쨌든 내 얘기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몰라.”

“로드리고, 괜찮으면 관련 자료 좀 부탁드려도 돼요?”

“얼마든지. 내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미진의 부탁인데 뭔들.”

은인?

그것도 목숨을 구해줬다?

난 생각지도 못한 표현에 유미진을 한차례 바라보았다.

헌터도 아닌 그녀가 헌터치고도 꽤 강해 보이는 로드리고를 구해줬다?

대체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캐묻진 않았다.

그러다가 시선을 바로 했을 때 볼 수 있었다.

로드리고가 날 빤히 쳐다보며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을.



***



“정말 갈 겁니까?”

협회 빌딩을 나오자, 김경철 중령이 다가와 물었다.

그쪽으로 슬쩍 시선을 던졌다가 주위를 한차례 바라보자 다들 날 바라보고 있다.

헛참.

진짜 가보네.

아무래도 호텔에 가면 옷부터 좀 뒤져봐야겠다.

도청 장치를 붙여놓은 건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썼는지 몰라도 내가 건물 안에서 로드리고와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다들 아는 눈치였다.

“내일 아침에 떠나려고요.”

“흠, 그렇군요.”

끝?

뭔가 반대를 한다거나 말리는 게 아니고?

예상 밖의 반응에 이번엔 내가 물었다.

“못 가게 하는 거 아닌가요?”

“뭐하러 그러겠습니까.”

“그야···.”

이미 실종 사건에 대해서 들어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말을 이었다.

“한국인이 여행 중에 실종되기라도 하면···.”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가 픽하고 웃는다.

“일반인일 경우의 얘기죠.”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툭 내뱉었다.

“저도 일반인인데요?”

“···그렇긴 하죠.”

어째 이렇게 들린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그래서 나 역시 어깨를 한차례 으쓱하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죠. 내일 일찍 출발하려면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도 있고. 뭣보다···. 비행을 오래 해서 그런가 피곤하네요. 아무래도 한숨 자고 일어나서 술이라도 한잔해야겠어요.”

대충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며 김경철 중령이 빌려온 렌터카를 향해 걸어가며 살펴보니.

난리도 아니다.

다들 여기저기로 흩어지며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부 날 따라올 모양이다.

아마존 밀림 한가운데까지.



***



흑표범. 아니 흑표범의 탈을 쓴 괴물이 피 묻은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순간, 가비가 몸을 날렸다.

“마크!”

그녀가 팀의 막내인 마크리스의 가슴을 밀어내고 대신 놈의 아가리에 팔을 쑤셔 넣었다.

“끄아아아악!”

비명이 울리고.

이미 팀의 절반이 쓰러진 상황에서 남겨진 다섯 명은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가운데엔 브라질 헌터계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불리는 탄다라도 있었는데, 그 아이는 반쯤은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각성한 지 겨우 여섯 달밖에 안 되었지만, 지닌바 능력치는 무려 S급.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잠재적 수치까지 포함한 거였고.

실제로는 경험이 부족한데다가 아직까지 수련을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아이를 이곳까지 데려온 건···.

“큭! 이젠 더 못 버텨! 뒤도 막힌 거 같아!”

누군가 소리쳤지만, 현재 팀의 리더격이라 할 수 있는 가비는 자신의 팔뚝을 물고 늘어지는 흑표범에게 죽을힘을 다해 마창을 쑤셔 넣는 중이었기에 대꾸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이번에 파견된 팀의 버팀목이자, 협회에서 몇 안 되는 S급 헌터였던 엔조. 같은 급이라고 해도 이제 겨우 각성한 탄다라와는 질적으로 다른 실력자였다고나 할까.

그런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거였다.

하지만,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그는 반나절 전, 숲을 통과해 달리던 차량을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친 몬스터들이 들이박은 뒤···. 계속해서 이어진 파상공세에 목숨을 잃고 말았으니까.

그 덕분에 팀이 몰살당하지 않고 이만큼이라도 살아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아쉬운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주, 죽엇!”

가비가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하던 몬스터의 심장 부위에 창을 찔러넣고.

마침내 흑표범, 아니 몬스터는 그 커다란 덩치를 부르르 떨더니 그녀의 몸을 뒤덮으며 쓰러졌다.

“끄으···.”

싸움은 이겼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란 걸 알기에 그녀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아직까지도 전투 중인 팀원들을 돕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탄다라가 서둘러 다가왔다.

“힐!”

손을 내밀어 가비가 흑표범을 닮은 몬스터에게 물리다 못해 씹혀버린 팔뚝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

놀랍게도 빠르게 아물어가는 상처.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였음에도 눈에 보일 정도로 세포가 새로 구성되며 치유되고 있었다.

“고맙다!”

가비가 탄다라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리고 팀원들을 도와 또다시 전투에 뛰어들었다.



***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하룻밤을 잔 여진우와 유미진이 마흔 명이 넘는 헌터들을 꼬리처럼 매달고 상파울로를 떠났다.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밀림.

아마존이라고 통칭하는 숲이었지만, 그 모두를 훑을 필요는 없었기에 로드리고가 보내온 자료를 바탕으로 목표를 특정했다.

마른하늘에 벼락이라는 이상 현상이 일어난 곳이기도 했고, 그 이상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서 보낸 조사관들이 두 차례나 실종되었던 곳.

또한 지금은 헌터협회에서 정부의 의뢰를 받아 정예팀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얼른 그곳으로 가서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여진우가 유미진은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시각.

“헉헉헉!”

가비와 탄다라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마을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외쳤다.

“발동시켜!”

그 소리와 동시에 마크리스가 시동어를 읊조리고.

후아아아아!

마을을 감싸고 있던, 언제부턴가 망가져 있던 것을 간신히 복구한 결계. 마법진에서 푸른빛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화악!


어느 순간, 무서운 기세로 터져나가듯 빛무리가 번지고.

마침내 마을이 결계라는 안전한 방어진을 두르게 되었을 때였다.


크오오오오오오!


어디선가 들려오는 포효.

겨우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던 일행들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려졌다.

마치 드래곤피어라도 되는 양, 가비를 비롯한 모두의 마음속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솟구쳤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잠시 뒤 형체를 갖춘 채 모습을 드러냈다.


콰드드득!


희끗희끗 보이는 몸체가 나무들을 뿌리째 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개라고 할지, 늑대라고 할지.

어느 쪽이 되었든 말도 안 되는 크기였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무려 이십 미터가 넘는 크기.

뿐만 아니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털과 어울리는 회색 눈동자가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마치, 이제야 너희를 가두었다는 듯이.

늑대개···. 군주급이 분명한 몬스터가 조소라도 흘리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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