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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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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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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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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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귀환 (15)

DUMMY

다시 한번 눈이 휘둥그레지는 김경철 중령과 그의 부하 병사들.

그들을 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뭘 놀래고 그래요? 여행 좀 가겠다는데.”

이렇게 말해봐야, 그들은 좀처럼 표정을 풀지 않았다.

지금 이 난리를 쳐놓고 속 편하게 여행을 가겠다고?

그렇게 묻는듯한 얼굴들이었다.

어깨를 한차례 으쓱거렸다.

“열심히 따라다니셨으니 잘 알 거 아닙니까? 저 딱히 뭐 한 거 없어요. 깡패인지 각성자인지 모를 놈들이 날 해코지하려고 하기에 몇 대 줘 박아준 거랑 던전 들어갔다가 뭔가 이상한 징후가 보이기에 얼른 빠져나온 거? 이게 죄가 되면 잡아가시던가요.”

던전 안에서 있었던 일은 박정석과 파티원들 말고는 누구도 모르니까 별 탈이 없을지 몰라도 서유성과 그 패거리들을 작살낸 건 확실히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믿는다.

저들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 혹시 나라의 감시자들이 내 꽁지만 열심히 따라다니는 이유.

일반인이 어지간한 각성자보다 잘 싸운다는 것.

속내는 둘 중 하나겠지.

영입하거나 분석하거나.

어느 쪽이든 함부로 건드리진 않으리란 계산이었다.

적어도 지금 단계에서는 말이지.

아니나 다를까, 김경철 중령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저희입니까?”

“그럼 안되나요?”

“여길 왔다는 건, 다른 곳에서도 여진우 씨를 감시 중이란 걸 아신다는 건데. 그중에는 미국이나 일본 쪽 정부도 있다는 건 아십니까?”

“음, 그거까지 제가 알아야 하나요?”

그러니까 왜 자신들이냐고 묻는 표정.

피식 웃고 말았다.

“인연인가 보죠.”

제노믹스 한국지사에서부터 시작된 관계.

그때 보니까, 사람 괜찮아 보이던데···.

어차피 한군데 정도는 발을 걸쳐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제길···!

다운헬의 징조도 확실히 파악 못 했는데, 던전팽창이라니.

물론 다운헬과는 달리 던전팽창만으로는 인류멸망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터다.

하지만, 아주 관련이 없다고 하기에도 힘들지.

던전들이 커지고 그 안에 있는 몬스터들의 힘이 강해진다는 것 자체가 지금으로선 묘한 위화감을 주는 일이니까.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해야 할 일은 한가지 뿐이다.

얼른 가서 확인한다.

그래야 대비를 하든, 발 뻗고 자든 할 거 아닌가.

“후, 알겠습니다. 출발해!”

한참 동안 말없이 날 바라보던 김경철 중령의 지시에 운전석에 앉아 있던 이가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



결론부터 말하면···.

김경철 중령에게 말했듯이 공항으로 바로 가진 못했다.

“마음만 급해서는···.”

브라질이 무비자라지만, 그래도 여권은 있어야 했고.

금방 다녀올 거라서 짐을 쌀 필요는 없어도 가족들에겐 며칠 여행을 갔다 오겠다는 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몸도 아픈 애가 어딜 가겠다는 거야?”

어머니가 길길이 뛰신다.

벌써부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자리보전하고 누우실 판이었다.

마음이 안 좋지만, 가야 한다.

그것도 한시라도 빨리.

“그냥 여행인데 뭘.”

“여행?”

옆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누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어왔다.

“응. 여행.”

“미친놈인가? 지금 시국에 무슨 여행이야?”

지금 시국이 어때서?

이번엔 내가 어이가 없어져서 누나를 쳐다보니까, 누나가 너 정말 그런 것도 몰라? 하는 눈빛으로 날 본다.

“석촌 쪽에서 난리 난 거 못 들었어?”

듣다 뿐인가?

방금까지 거기 있다가 왔는데.

“그게 뭐?”

“얘 봐라? 던전 막 커지고 조만간 던전 브레이크 벌어진다는데, 겁 안나?”

“던전이 왜 깨져?”

어떤 새낀지 몰라도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모양인데.

던전이 팽창한다고 해서 그게 곧 던전 브레이크로 이어진다는 건 아니다.

그냥 커지고, 그 안에 있는 몬스터가 강해지는 것뿐이지.

물론 던전들이 한계치에 이르면 깨지는 건 맞다.

아무튼, 던전팽창이랑 던전 브레이크는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다는 얘기다.

“생각해봐. 던전이 거기만 있니? 한국 땅에도 수천 개는 있고···. 미국 땅에는 더 많을 거잖아?”

아이고.

우리 누나, 진짜···.

무슨 한국 땅에 던전이 수천 개씩이나 있다고.

지난번에 알아보니까 크고 작은 걸 다 합쳐봐야 백 개가 조금 넘는 수준이더구먼.

“그래서 뭐?”

“뭐긴 뭐야. 너 여행 갔다가 몬스터들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머니께서 버럭 소리치셨다.

“안된다. 못가!”

딱 못 박아버리시는 어머니를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곤 누나를 한차례 노려보곤 말했다.

“안전한 곳이에요. 그러니까···.”

“그래서 여행 간다는 데가 어딘데?”

“그야···.”

“어쨌든 우리나라는 아닌 거지?”

두 사람이 번갈아 물어오는 질문 공세에 난 기가 질려버렸다.

와씨, 이 집안 뭐야?

사실은 여자들이 지배하는 구조였던 거야?

삐삐비비비빅.

그때, 도어락 여는 소리가 열리는가 싶더니.

“어?”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그 뒤로 형들이 뒤따라 들어왔고.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마를 짚고 말았다.



***



김경철 중령이 타고 있는 승용차 안.

“어? 저거···.”

오늘만큼은 감시가 아니라 여진우의 부탁을 받고 공항까지 데려다주기로 한 만큼 당당하게 골목 한쪽에 차를 대놓고 지켜보는 중이었는데···.

“저 여자···?”

헐! 하는 눈빛들.

“방금, 여진우 아버지랑 형들이 들어갔잖아요.”

“그러니까!”

“이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데요?”

“그러게. 근데, 왜 저 여자는 여길 온 거지?”

“그건 나도 모르···. 아, 혹시?”

부하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며 김경철 중령 역시 묘한 눈빛이 되고 말았다.

우연에 불과할까?

저 여자가 여진우의 집을 찾아온 것은?

아니면 뭔가 목적이 있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여진우가 설계한 그림인가?

의문이 가득한 눈빛이 되어 바라보던 그가 불쑥 물었다.

“다른 곳은 어쩌고 있지?”

“아! 국정원 애들이야 저쪽 건물에 자리 잡고서 지켜보는 중이고요. 다른 쪽도 다들 상황 파악하느라 정신없을 겁니다.”

“아직 행선지는 모르는 거지?”

“글쎄요. 도청 심은 놈들도 많은지라.”

“우리 쪽은?”

“감청 중입니다.”

“2팀?”

“네.”

“연락해봐.”

잠시 후, 도청 중이던 2팀과 연락이 되자 김경철 중령이 말했다.

“이쪽으로 연결할 수 있지?”

- 지금 바로 연결할까요?

이내 주파수가 잡히며 여진우의 집안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헐!”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



“몸도 아픈 애가! 대체 어딜 간다고!”

“그래, 정히 여행을 가고 싶으면 함께 가자꾸나!”

언제 또 연락을 했는지 서둘러 달려온 아버지와 작은형까지 가세하자, 이건 뭐···.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다 날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니까.

사실 따져보면 저들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확실히 내가 지금 이상하긴 하지.

이틀이 넘게 의식이 없었고, 그 후에도 며칠 동안이나 병실 침대에서 누워서 지내야 했다.

그중 며칠은 산소호흡기도 꼈고 말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퇴원한 지 얼마나 됐다고 여행을 가겠다고 말하는 게 제정신은 아닌 거지.

하지만, 어쩌겠냐고.

반드시 가야 하는 것을.

“하아, 아버지.”

한숨을 내쉬곤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그냥 조용히, 며칠만 다녀올 거에요.”

조용히는 모르겠고.

며칠이면 될 일이니까, 거의 진실에 가까운 말.

하지만, 아버진 단호하셨다.

“난 이미 말했다. 너 혼자는 절대 안 보낸다고.”

“후우, 그럼 어쩌라고요?”

“뭘 어떻게 해?”

어머니가 끼어들어서 눈을 반짝이신다.

가족들이 다 어머니 편이니 힘이 나신 모양인데···.

“너 다 나으면 같이 가자니까.”

“그러자꾸나. 아빠도 이번 일만 마치고 나면 좀 시간이 생기니까 그때···.”

“그때가 언제인데요?”

“한 달? 아니···. 두 달 정도.”

말문이 턱 막힌다.

두 달이면 다운헬이 일어나도 열두 번은 일어날 시간이다.

난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 그러려는 순간이었다.

딩-동!

초인종이 울리고.

잠시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미진이 왔니?”

“어머, 너 마침 잘 왔다. 얘가 글쎄···.”

“잘 있었니?”

“지난번엔 고마웠다.”

유미진이었던 것이다.

황당한 표정이 되어 인사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보다가 불현듯 조금 전 상황이 떠올라 다시 가족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더욱 강력하게 내 의견을 피력했다.

“오늘 갔다가 글피···. 아니, 모레면 올 거예요.”

내일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건 진짜 양심상 너무한 거란 생각이 들어 한 말이었다.

“혼자서는 안된대도 그러네.”

“아니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뭘 어떡해?”

“제가 진우랑 같이···.”

형이 날 위한답시고 이렇게 얘기하고 있을 때, 누나가 유미진에게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얘기해주는 모습이었다.

뭘 그런 거까지 그녀에게 말하나 싶긴 했지만, 신경 끄고 형의 얘기에 집중했다.

누구랑 가든 상관없으니까, 제발 좀 빨리 정리되고 떠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으니까.

“회사 일은 어쩌고?”

“며칠은 괜찮···.”

“형, 내일 계약 미팅 있잖아?”

“쯧, 그럼 안 되겠네.”

“며칠 후에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뭔가 자꾸만 복잡해져 가는 기분에 두통이 살짝 생기려는 순간이었다.

“어머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목소리.

나는 물론이고 가족들 모두 그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그러거나 말거나 유미진이 안 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반짝거렸다.

그런 채로···.

“제가 같이 갈 거든요.”

순간 정적.

그 안에는 나 역시 포함되어 있다.

지금 얘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황당해져서 유미진을 바라보자, 그녀가 내게 옅은 미소를 보낸다.

그러더니, 그녀는 마치 원래부터 그런 계획이었다는 것처럼 얘기했다.

“아, 그렇다고 염려하진 마시고요. 방은 따로 쓸 거니까···.”

살짝 얼굴까지 붉히며 말하는 그녀.

어쩐 일인지 그 부분에서 가족들이 납득해버리는 얼굴들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거면 말을 하지···부터 시작해 뭔가 흐뭇한 표정을 해 보이며 내 등을 떠밀기까지 했다.

그렇게 일행이 늘어났다.



***



“가방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유미진이 밀고 오는 캐리어를 흘긋 내려다보며 말하자, 그녀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도 사흘은 있을 거 아냐?”

“그렇긴 하지.”

하기야, 저쪽 세상에 있을 때도 느낀 바였다.

여자들은 한번 움직이면 가져가야 할 게 뭐 그리 많은지.

전투 중에야 그러지 않았지만, 평상시에는 늘 보던 모습이랄까.

그래서 그런가 이내 납득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물었다.

“근데, 왜 따라오는 건데?”

“···사실은,”

머뭇거리던 그녀가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지만, 좀처럼 이어가질 못하고 있었다.

답답해져서 되물었다.

“사실은?”

“······.”

뭔가 숨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쉽게 얘기하기 어려운 걸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말해주겠지.

아니면 말고.

어찌 되었든 간에 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 K항공에서 알려드립니다. 저녁 6시 25분에 브라질로 출발하는 KH13775편 항공기가 잠시 후 수속을 시작하려고 하오니, 탑승하실 승객께서는 서둘러서···.


그때,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단 가자.”

“···응.”

그녀가 따라붙고.

그 뒤에···.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먼저 가서 잡아놓고 있을 테니, 두 분은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김경철 중령의 부하들 중 하나가 외치더니 우릴 앞질러 뛰어간다.

뿐만 아니라 김경철 중령도 사방을 훑어보며 혹여라도 있을지 모르는 습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아···.”

그니까, 저 아저씨는 왜 따라오는 거냐고?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타는 비행편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 며칠간 날 따라다니던 이들···. 국정원 요원들과 각국의 정보원들. 그리고 길드에서 보내온 이들까지.

대충 헤아려봐도 마흔이 넘는 수.

“···많이도 간다.”

그렇게 수십 명의 꼬리를 매단 채로.

브라질의 수도, 상파울루에 도착한 것은 25시간이란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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