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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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핥기
작품등록일 :
2023.05.02 09:38
최근연재일 :
2023.07.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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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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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귀환 (23)

DUMMY

콰-앙!


마치 폭발하듯 튀어 오르고.

뒤이어 물기둥이 솟구쳤다.


푸----학!


차가운 물방울들이 마치 비처럼 사방으로 뿌려졌다.

하지만 거기에 쓸 신경 따윈 없었다.

뿐만 아니다.


푸드드드드드득.


내 쪽으로 몰아쳐 오는 나방 몬스터들 쪽에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서걱 서걱 서걱.

그런 와중에도 내 검은 마치 자동기계처럼 알아서 움직이는 중.

그러면서도 한마디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와, 씨! 좇나 크네.”

저쪽 세상에서 보았던 놈들과 비교해도 역대급.

적어도 열 손가락 안에는 든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렇게 호수를 박차고 나온 놈을 바라보았다.

푸른 비늘에 둘러싸여 있는 몸통.

길쭉한 호리병처럼 생긴 그 몸 위아래로 익숙한 것들이 보인다.

두 개의 대롱과 육각의 망점들을 가진 눈.

그리고 벌레의 그것을 꼭 닮은 꼬리.

거기에 은은하게 빛나는 몸은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답다.

무엇보다 공간을 꽉 채울 정도로 거대의 여섯 장의 반투명한 날개가······.

“···이렇게 큰 나방은 또 처음이네!”

정말이지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서.

“아무래도 싸움이······.”


쑤애애애액!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놈의 대롱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

“더러울 것 같았······. 이크!”

체액?

침?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절대로 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비틀어 날렸다.


철--퍽!


다른 놈들과의 싸움과 달리 폭발 같은 위력은 없었지만, 놈이 쏘아낸 체액은 말 그대로 바닥을 때리는 순간.


치이이이이이익!


엄청난 속도로 동굴 안 푸르게 변해있는 결정 바닥을 녹여버렸다.

산성인가?

아니면 독성인가?

어느 쪽이 되었든 빠른 판단 덕에 살았다.

“후우!”

역시 본능은 무시하면 안 된다니까.

그건 그렇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귀찮네, 이것들 진짜!”

날 향해 방향을 틀어 다시금 덤벼드는 나방 몬스터들······. 이놈들은 아마도 저 거대한 놈의 새끼들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아무튼 이것들부터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린 결정은······.

“아, 몰라!”

이 이후에 또 어떤 놈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먹자!

품에서 캡슐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

유도제.

그게 입안에서 목구멍으로.

식도를 거쳐 위장으로 들어가는 동안, 이미 녹아서 혈관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끄윽!”

위장을 달구는 듯한 뜨거움이 육신을 자극한다.

그와 동시에 혈관 속의 피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다.

심장 역시 무서운 속도와 강도로 뛰기 시작하고.

그러자 온몸에 마나가 차오른다.

이곳이 바깥보다 대기 중의 마나 함유량이 많아서 그런 듯싶은데.

“후우!”

그 때문에 놈들도 강한 거겠지만, 이쪽은 이쪽대로 마냥 손해만은 아니라는 거지.

입가에 미소를 슬쩍 떠올리며 검을 치켜들었다.


챠-랑!


검을 따라 마나가 따라붙으며 한층 더 청명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탓!

그 순간 도약했다.

뒤를 돌면서.

슈아아아아아악!

일대를 가로로 크게 가르는 참격.

그 검격에 따라 검날이 푸른 빛을 뿌리는 찰나였다.

서------걱!

마나의 기운을 담은 검기가 나방 형태의 몬스터들을 일거에 베어간다.

투둑···툭···후두두두두둑!

반으로 갈리며 사체가 되어버린 몬스터들.

그 많던 몬스터들이 반 이상 죽어버렸다.

슈악!

다시 한번 검으로 대기에 푸른 선 하나를 긋고서.

서---걱!

후두두두두두두두둑!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따윈 무시한 채로 등을 돌렸다.


꾸우우우우우우우!


거대한 나방이 분노했는지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지만, 겁을 먹을 까닭은 없었다.

“자, 이제 너랑 나랑만 남았지?”

휙! 휘익!

연달아 검을 휘둘러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몬스터들의 체액과 피를 털어내곤.

사박사박.

유리처럼 반들거리는 바닥을 조용히 밟아 앞으로 나아갔다.

“아까, 그 공격 말인데······.”


꾸우우우우우우우!


여전히 괴성을 내지르며 날개를 활짝 펴며 다시금 날아오르는 놈을 보며.

“그게 끝이면 실망할 거야.”

진심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 정도라?

군주급인데?

그럼 진짜 짜증 나지.

다운헬이 시작되려 한다는 건 알겠고.

그 전조도 확실히 확인.

덕분에 난 이제 또 한 번 그 좇 같은 싸움을 해야만 할 처지에 처했는데.

그 화를 대체 누구한테 풀겠냐고?


펄—럭! 펄럭 펄럭 펄럭······.


내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는지, 놈이 날개를 활짝 펴고 상공으로 솟구쳤다.

공간이 얼마나 큰지, 놈이 날아다니는데도 전혀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문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저만한 크기의 몬스터가 여기서 어떻게 나가는 걸까?

피식.

짐작은 간다.

늘 그랬으니까.

다운헬의 전조가 되는 벼락.

그로 인해 탄생하는 구멍.

그 구멍은 때가 되면, 마치 익은 석류가 벌어지듯 커지며 땅이 갈라지거든.

그리고 그 구멍에서 놈들이 튀어나오는 거다.

군주급 이상의 몬스터를 필두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단이.

그걸 우리는 이렇게 불렀더랬다.

아웃콜.

다행스러운 건······.

지금은 아직 그 정도까지 진행되진 않았다는 건데.

타다닷!

몇 번의 발돋움 끝에 몸을 띄웠다.

그리고 그 순간, 놈이······.


츄-액!


대롱으로 침인지 뭔지 모를 액체를 쏘아냈고.

그걸 또 나는 예상했기에 허공에서 몸을 틀어 피해내곤 그대로 검 끝에서 검기를 발출했다.

서-걱!


꾸우우우우우!


대롱이 잘려나가는 순간, 놈이 구슬픈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전혀 안쓰럽지 않았다.

그저 내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명제만 떠오를 뿐이었다.

적을 말살한다.

그리고 가족을 지킨다.

그뿐이었다.

그땐······. 지켜야할 이들이 동료였었고.

이겼지만, 실패한 목표.

그걸 이번엔 반드시 이뤄낸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쉬—익!

검을 머리 위로 올려 빠르게 내려치자, 온몸에 차올랐던 마나가 그대로 손끝을 통해 검날로 맺히는가 싶더니.

후우우우우웅!

시퍼런 빛을 뿜으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걸로 끝.

그렇게 생각했다.

“어!”

한데······.


푸스스스스스스.


눈앞에서 뿌려지는 푸른 가루들을 보며.

난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

“하!”

많이 보던 건데.

와락 얼굴이 무너지듯 찡그려졌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씨발 놈이! 이제 와서 이러는 건 진짜 반칙이잖아!”



***



투투투투투투투.

일대에 헬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하나둘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꽤 많은 병력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지원 온 헌터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방어에 성공한 뒤 시민들을 지키던 브라질군의 일부도 함께 온 모양이었다.

그렇게 이백도 넘는 전력이 구멍을 둘러싸고 진을 쳤다.

다행히도 산불로 이미 이곳은 전소된 상황이라서 몇 대나 되는 헬기와 차량 그리고 병력을 수용하고도 남았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후우! 우리부터 내려가겠소.”

“무슨 그런!”

“우린 준비가 다 끝났소만.”

서로 먼저 내려가겠다고 싸우는 중.

여기저기서 모인 이들인 탓에 지휘 체계가 하나로 모이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그걸 잠시 바라보던 김경철 중령이 앞으로 나섰다.

“한국에서 온 김경철이라 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는 정중했다.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 후,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이대로 내려간들 싸움을 하기도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

그 뒤로 이어진 얘기는 임시로라도 지휘 체계를 만들자는 얘기였다.

합리적이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경험이 많은 이들이었다.

헌터들을 비롯해 군병력까지 금세 수긍했고 또 합의까지 마쳤다.

그로부터 20분 만에 나름의 체계를 완성하고.

가장 먼저 구멍 안으로 뛰어든 것은 미국 측 헌터들이었다.

그들이 첨병 역을 자청하고 대신 정보며 자원의 일부를 선점하기 했던 것이다.

그 뒤를 이탈리아, 러시아, 영국······. 그 밖의 유럽 쪽과 동아시아 쪽 헌터들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한국.

브라질 병력을 제외하면 마지막이었다.

제비뽑기에서 진 그들이었기에 불만을 가질 수도 없었다.

그렇게 이백이 넘는 병력이 주둔지를 지키는 병력만 빼곤 모조리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



카강!

눈앞, 대기에 가득 찬 푸른 가루들.

그 가루들에 부딪힌 칼날이 튕기며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다.

“환장···하겠네!!!”

크윽.

진짜다.

가장 골치 아픈 형태의 배리어.

이런 식으로 가루를 뿌려 방어막을 형성하는 몬스터들은 정말이지 상대하기 여간 까다롭지 않다는 걸 저쪽 세상에 있을 때 몇 번이나 경험했기에 난 이를 북북 갈 수밖에 없었다.

깡!

“망할!”

몇 번이나 휘둘러도 칼날이 나가질 않는다.

휙!

뒤로 크게 물러나 전방을 노려보았다.

그러곤 숨을 내쉬며······.

“하아! 이렇게 나오시겠다?”


꾸우우우우우우우우!


득의에 찬 건지, 아니면 이제야말로 분노의 일격을 가할 생각인지 놈이 전장 20미터도 넘는 날개를 활짝 펴곤 이쪽으로 우아하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러곤, 이미 재생을 끝낸 대롱을 쭈욱 펴고는······.


츄애애애액!


또다시 저 더러운······. 아니, 푸른 빛을 띠기에 오히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럼에도 위력은 무지막지한 체액을 뿜어댄다.


치이이이이이익!


물론 그걸 넋 놓고 맞아줄 생각이 없기에 빠르게 물러나며 바닥을 녹이고 있는 체액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고개를 내젓고는.

스릉!

등 뒤에 매달고 있던 검집에 칼날을 꽃아버렸다.

탁! 탁!

그러곤 먼지를 털 듯 손뼉을 치며······.

“그래. 인생 쉬운 게 있겠냐고!”

언제는 생각대로 풀린 적은 있고?

늘 그렇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었고.

항상 벽이 가로막았으며.

순순히 풀려나가는 중에도 긴장을 놓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 때문에.

그래서 성공을 100% 확신하지 못했고.

그저 미친 듯이 내달렸을 뿐이다.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이겨서 지켜내겠다고.

그렇게 살아남아 여기까지 온 나다.

그런데, 네 까짓게 날 막겠다고?

피식.

웃으며 주먹을 가만히 말아 쥐었다.

그러곤 몸을 낮췄다.

파앗!

동시에 바닥을 차올리며.

그대로 도약해 몸을 띄웠다.

파파파파파파팟!

놈이 뿌려둔 가루 형태의 방어막이 날 막아섰지만······.

“끄···윽!”

옷을 뚫고.

살갗을 할퀴며.

안 그래도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푸른 가루들은 내가 짓쳐가는 속도가 더해져 날 짓누르고 있었다.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라면 놈에게 닿기도 전에 내가 먼저 부서지거나 찢겨나갈 판이었지만.

나 역시도 믿는 바는 있었다.

화악!

온몸의 혈관에 흐르던 마나를 일으켜 심장에 가두었다.

그러곤 친우······. 저쪽 세상에서 함께 싸웠던 동료에게서 배운 한가지 비기를 일으켰다.

후우우우우웅!

내 몸에서 빛이 일어나며 대기를 은은하게 밝히는 순간이었다.

번쩍!

몸에서 빛이 터졌다.

사방을 새하얀 빛으로 물들여 잠시간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리는 찰나.

쐐----액!

그 와중에도 대기를 찢는듯한 파공음이 들리고.

마치 안개가 걷히듯.

빛이 사그라들어 다시금 시야가 확보되었을 때.

턱!

난 이미 놈의 대롱을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늘어져서 놈을 향해 웃어 보였다.

“크크크, 넌 이제······.”

놀랐는지 놈이 움찔했다가 이내 크게 몸을 뒤틀어 날 떨어뜨리려는 순간,

팡!

대롱을 잡은 손을 떨치며 몸을 튕겨 올렸다.

그대로 상공으로 치솟아, 놈의 머리 위까지 뛰어오르며 외쳤다.

“뒤졌어!”

어느새 치켜든 내 오른 주먹에는 머금은 기운이 푸르다 못해 시퍼런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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