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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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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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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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출세연(出世宴) (2)

DUMMY

수천문주가 거처하는 신비전에 모인 칠 전의 노사들은 담론을 이어 갔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검선 이자기와 도왕 선우평을 따라와 죽림촌에 머물게 된 은세삼은의 임무는 강호 무림에서 전해지는 정보를 수천문에 전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검선 이자기와 도왕 선우평의 의도에 맞게 움직이던 조직이, 두 사람이 의도한 바와 달리 세를 키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선 이자기와 도왕 선우평은 다시 강호로 나가 정리하고자 했지만, 다른 노사들의 의견은 두 사람과 달라 출세연이 길어지고 있었다.


기전의 전주인 신기묘산 관교는 이미 은거에 든 지 삼십 년이 지난 검선 이자기와 도왕 선우평이 다시 강호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 두 사람이 강호에 남겨 둔 조직이 세를 불리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여겼다.


검선 이자기와 도왕 선우평이 강호에 나가 남겨 둔 조직을 정리하는 것이야 어려울 것 없었지만, 그 조직이 현 강호에서 갖고 있는 위치가 남달랐기에 조직을 키운 것만으로 죄를 묻기도 어렵다 여겼고, 수천문이 강호에 남긴 조직이 세를 키운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이미 전설은 도왕 선우평을 주시한 지 오래였고, 강호 무인들의 입에 전설로 회자된 지도 오래였기에, 언제고 수천문이 드러나는 일은 정해진 숙명처럼 여겨졌다. 이제 그야말로 우화등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검선 이자기와 도왕 선우평이 강호에 다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검전과 도전의 젊은 무인을 내보내 살피게 하는 것이 맞을 듯싶었다.


"검전과 도전의 두 아이를 보내시지요?"


학사전주 일죽선인 허서우가 즉시 반대하고 나서며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까닭은 강호의 정기가 약해진 탓이올시다. 더구나 그놈들이 세를 키우긴 했어도 본문을 배신한 것은 아니지 않소이까? 삼십 년이올시다. 강호를 종횡하는 무인이 삼십 년 세월 동안 그대로 머문다는 것이 오히려 잘못된 것 아니오?


애초에 기한을 두고 다스려 왔으면 모를까? 그놈들 나름의 노력으로 세가 불어난 것을 죄라 하고 벌하는 것은 아닌 듯싶소이다. 차라리 그놈들이 자리를 잡게 두고 강호 무림의 정기를 높이는 것은 어떻겠소이까?"


수천문주 시천문이 두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며 검선 이자기와 도왕 선우평을 바라보니, 두 사람도 반대하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잠시 생각하고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죽선인의 말씀에 모두 공감하신 듯하외다. 검선과 도왕께서 강호 무림을 살피려는 본문의 의도에 맞게 명하신 지시를 깨고, 스스로 세를 불린 것은 분명하게 살펴야 할 것이고, 강호 무림이 나름의 사정들로 쇠약해졌다지만, 무림의 정기를 높이는 일 또한 쉬운 일은 아니지 않소이까?


명을 어긴 자들의 머리를 쳐 벌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으나, 그렇게 되면 지금도 약해졌다는 강호 무림이 더욱 쇠약해지지 않겠소이까? 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여겨지니, 그들을 살피는 일과 강호 무림의 정기를 높일 방도를 찾아 주시기 바라오."


기전주 신기묘산 관교가 문주 시천문의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문주님,

장경각을 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경각을 열어요?"


"예, 문주님.

장경각에 쌓여진 심득을 각 문파에 전해 주게 되면, 오래지 않아 강호 무림의 정기가 되살아날 것이라 생각됩니다."


"흠~!

좋은 말씀이신 듯한데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시오?"


봉황전주 비봉선자 진원원이 바로 대답했다.


"장경각에 있는 심득 가운데 하나라도 알려지면 강호 무림에 피바람이 일지 않겠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선대 노사들의 심득들이니, 강호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탐을 낼 것입니다. 또한 강호 무림의 정기를 다시 세운다 하셨지만, 강호 무림에 구파일방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만일 본문에서 구파일방에 심득을 전한 것이 알려지면, 그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듯싶습니다."


"그도 그렇소이다. 하면 다른 분의 의견도 들어보지요."


장전주 장왕 손탁이 비봉선자 진원원의 말에 동의하는지 큰 소리로 말했다.


"소생도 선자께서 하신 말씀에 동의하외다. 노사들의 심득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비급을 탐하는 무리가 생겨나 강호는 그나마 남은 정기마저 사라질 것이외다."


신기묘산 관교가 얼른 나서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방도를 찾고자 하는 것 아니오? 노사들의 심득이 중하다는 것을 몰라 드린 말씀이 아니외다. 구파일방뿐 아니라 강호 무림의 문파들이 전쟁과 정사 대결로 고수들을 잃어, 그들이 오랫동안 수련해 익히고 깨달은 심득이 사라져 전하지 못한 까닭에 정기가 약해졌으니, 본문에 보관 중인 심득을 전하자는 것 아니오.


각 문파의 심득은 각 문파의 것이거늘 누가 탐한다는 것이며, 각 문파에 자파의 심득을 내준다 하면 알아서 찾으려 들 것이 아니오. 각 문파가 그 정도의 노력도 없이 본문이 내주는 것을 얻으려 들진 않을 것이니, 소식을 전하면 알아서들 다가올 것이외다."


비봉선자 진원원이 가볍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각 문파에 알리면 찾아올 것이라고 하셨습니까? 어디로 말씀이신지요? 구파일방의 몇 곳이야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문파가 전해진 심득을 익히기도 전에 분란에 휩싸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심득이 나온 곳을 찾으려 드는 자들은 또 얼마나 되겠습니까? 강호 무림의 정기를 살리려 심득을 전해 주려다, 오히려 강호 무림의 말살을 갖고 오진 않을지 염려됩니다."


봉황전주 비봉선자 진원원의 말은 틀리지 않았으나, 강호 무림의 정기를 살리려면 잃어버린 심득을 전해 주지 않고 다른 방도를 찾긴 어려웠다. 아닌 말로 각 문파를 찾아다니며 노사들이 전할 수도 없었고, 노사들이라 해도 모두 아는 것도 아니었다.


검선 이자기는 강호에 남겨 둔 조직들의 문제도 있고, 가장 최근에 강호를 주유한 사람으로서 강호 무림에 애착도 있었다. 그리고 때맞춰 지금 수천문의 각 전들은 어느 때보다 비범한 제자들을 두고 있었다.


"칠 전의 후계들에게 이번 일을 맡겨보시는 것은 어떻겠소이까?"


신기묘산 관교는 검선 이자기의 제안에 크게 반기며 말했다.


"어느 때보다 뛰어난 아이들이니 충분할 것 같소이다."


수천문 문주 시천문의 부인이자 학사전 시운학, 재전 시운룡, 봉황전 시운화의 어머니인 재전주 유화선자 양유유는 신기묘산 관교의 말에 즉시 반대했다.


"다른 전은 몰라도 재전과 봉황전의 두 아이는 너무 어립니다."


신기묘산 관교가 허허로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모친 되시니 그리 여기시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 아이들이 강호로 나가면 상대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히 허락하시기 어려우시면 대공자만이라도 함께하도록 허락하셨으면 합니다.


무위도 무위지만 지금까지 말씀하셨듯이 장경각에 있는 심득을 아이들이 갖고 나가면,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나 대공자가 나가면 장경각의 심득을 필사하여 들고 나가지 않아도 되니 이보다 좋을 수 있겠는지요?"


"운학이 나가면 장경각의 심득을 갖고 나가지 않아도 된다 하심은 무슨 말씀이신지요?"


"자식을 모른 것이 부모라 하더니 오늘 보니 딱 맞는 말인 듯싶습니다. 소생보다는 장경각을 관리하는 일죽선인께서 말씀해 주시지요."


일죽선인 허서우는 신기묘산 관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릎을 쳤다. 장경각에 비록 수천수만의 심득이 남겨져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머리에 담고 있는 사람이 대공자 시운학이었다.


매번 놀라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대공자 시운학을 떠올리지 못한 이유는, 대공자 시운학이 수천문주 자리를 이어야 하기에, 나갈 수 없다는 선입관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신기묘산 관교의 말을 들으니 그보다 좋은 방도가 있을 수 없었다. 대공자가 출세하게 되면 지금까지 어렵게만 여겨졌던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리라 여겨졌다.


"신기묘산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으면 잊고 넘어갈 뻔했소이다. 말씀이 계셨지만 대공자께서 장경각에 있는 모든 서책을 머리에 넣고 계신다는 것을 소생은 분명히 알고 있소이다.


그러니 대공자께서 이번에 출세하시면 굳이 장경각에 비치된 심득들을 갖고 나가 분란을 일으키지 않아도 되고, 대공자께서 판단하시어 각 문파의 잃어버린 심득을 전하시면 되니, 너무 과하게 전해지는 일도 없을 것이고 또한 모자라게 전해지는 일도 없을 것이니 이보다 좋을 수 없을 듯싶습니다.


더구나 머릿속에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보다 무위도 높아, 강호로 나간다 해도 감히 해를 끼칠 사람은 없을 것이니 너무 염려하시지 마시고 허락해 주시지요."


수천문주 시천문을 비롯해 신비전에 모여 출세연을 벌이고 있는 모두는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를 잘 알고 있었다. 모두가 강호 무림에서 신이라 불리고 제라 불리고 왕이라 불리던 사람들이었지만, 대공자 시운학의 무위가 모두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는 대공자 시운학이 장경각에서 나오지 않고 오로지 서책만 파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미 수년 전 드러내 보인 무위에 놀라 봉인하도록 명한 것이 바로 수천문주인 시천문이었기에, 장경각을 나오지 않는 대공자 시운학을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운학이를 보내면 되는 것이오?"


신기묘산 관교는 대공자 시운학만 내보내면 되느냐 묻는 문주 시천문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고 대답했다.


"대공자의 지혜가 뛰어나고 무위가 높다 하나 천하는 넓고 전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하니 이번 출세에는 각 전의 후계들을 모두 포함시켰으면 합니다. 다만 유화선자께서 어려우시다 하시면 재전과 봉황전은 빼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비봉선자 진원원이 즉시 반대하고 나서며 말했다.


"재전의 운룡 공자는 두 후계가 모두 나갈 수 없으니 빠진다 해도, 봉황전의 운화는 빠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 어리나 재주를 모두 이었고 그동안 강호의 정보를 정리한 곳이 봉황전이니 누구보다 강호 사정에 밝은 아이입니다.


물론 직접 살핀 것이 아니라 미진하긴 하지만, 그동안 곁에서 지켜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영민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여식이고 어리지만 충분히 칠 전의 한 곳을 대표할 인재이니 허락해 주시지요."


"그리되면 운룡이만 남게 되는데 그 아이의 실망이 크지 않겠소이까?"


"비록 이공자가 강호 무인들에 비해서는 뛰어나다 하지만, 강호 무림에도 그만한 무위를 갖춘 자는 많습니다. 또한 스스로도 무위를 높이려는 욕심이 없으니 잘 말씀하시면 이해할 것입니다."


유화선자 양유유는 비연 시운화도 남기고 싶었지만, 시운화는 시운룡과 달리 호승심도 강했고 강호 무림에 대한 동경도 컸기에, 칠 전의 후계가 모두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가려 들 것이었다.


유화선자 양유유는 남편 시천문을 바라보며 도와줄 것을 바랐지만, 시천문도 막내딸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으니, 알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말했다.


"아이들의 뜻도 살펴야 하지 않겠소이까? 모두 들라 해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 보시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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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출세연(出世宴) (1) +6 23.05.11 10,973 56 14쪽
2 2화 수천문(守天門) +4 23.05.11 16,129 83 15쪽
1 1화 대공자 시운학 출세기 - 프롤로그 +5 23.05.11 19,078 9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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