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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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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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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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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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출세연(出世宴) (3)

DUMMY

신비전에서 이어지고 있는 출세연의 결과를 나름의 기대를 갖고 지켜보던 각 전의 후계들은, 신비전이 열리고 각 전의 후계들 모두를 들어오라는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더구나 장경각에 머물며 좀처럼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대공자 시운학까지 부른 것을 알고는, 각 전의 노사들 곁에 자리하고서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연신 돌아보고들 있었다.


수천문주 시천문은 후계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 후계들의 모습을 천천히 살피고는 모두 긴장한 듯 보이자 빙긋이 미소 짓고 말했다.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 궁금한 듯 보이니 일죽선인께서 알려 주시지요."


"모두 출세연을 본 것이 처음일 것이니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다. 이번 출세연이 열린 사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첫째는 정마대전을 치르며 강호 무림의 정기가 많이 쇠약해진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노사들의 품에 안겨 수천문에 들었기에, 강호 무림의 사정을 알 수 없었던 후계들은 서로를 돌아봤지만, 세속과 접촉이 없는 곳이라 누구도 산문 밖을 알지 못했기에 입을 열어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일죽선인이 말을 이어 갔다.


"황조가 바뀌는 것이야 고래로 이어져 온 일이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나, 이족들의 지배를 몰아내고 새로이 한족의 황조를 여는 과정에 많은 무인들의 희생이 따랐다. 거기다 더해 새로이 황조를 세우는 데 공을 세운 명교를 새로 들어선 황조에서 배척하자 다툼이 일었고, 그로 인해 또다시 많은 무인들의 희생을 가져왔다.


검선과 도왕께서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고 강호 무림을 종횡하셨기에, 그나마 강호 무림의 정기가 남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강호에 무수한 고수들이 사라지자 구파일방을 비롯한 유수의 문파들이 잃어버린 힘을 정비하고 내실을 기하느라 강호 무림에서의 활동을 줄여 왔었다.


그 공백을 새로이 생겨난 무수한 문파들이 메우고 있었지만, 그들은 본디 갖고 있던 무공이 미천했기에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대부분이 사파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즈음에 그동안 내실을 다지던 문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들려 온 소식을 종합해 보니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약해졌다 한다.


이는 강호 무림의 균형을 잡고 있던 고수들이 전쟁과 정사 간 다툼으로 갖고 있던 절기를 남기지 못하고 명멸하자, 각 문파가 갖고 있던 절기들이 오랜 세월 사조들이 깨달은 심득이 이어지지 못하고 사라진 때문이었다. 이것이 이번 출세연을 열게 된 첫 번째 사유이다. 그리고 두 번째 사유인즉 이러하다.


검선과 도왕 두 분께서 돌아오시며 정사대결에서 밀려 멀리 물러난 무리들이, 다시 도발해 올 경우에 대비하시기 위해 두 분을 따르던 무인들에게 각기 한 곳씩 조직을 만들어 두셨다. 기존에도 본문에 소식을 전하는 조직이 있었지만, 물러난 놈들의 세가 그만큼 강했기에 보다 넓은 안목으로 살피시려 하셨던 것이다.


그 두 곳에 사실 문제라 할 것도 없는 일이기는 하나 변화가 생겼다는 보고가 있었다. 두 분께서는 당시 산재하던 무수한 문파 정도의 힘만 갖추고 존재를 드러내지 말라 명하셨는데, 근자에 그들이 세를 키워 강호 무림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삼십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대로 머물라는 것도 무리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들이 존재를 드러내는 것과 별개로 그들로 인해 본문의 존재마저 드러나서는 안 되겠기에 출세연을 열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니 이번 출세연의 사유는 강호 무림의 정기를 수복하는 것과 강호 무림에 남겨진 본문의 하부 조직을 감찰하는 것이다. 때에 맞춰 출세연을 열고 문인을 강호로 내보내는 것은, 본문을 세우신 사조님들의 뜻을 이으려 한 것이지만, 문제는 약해진 강호 무림의 정기를 수복하는 것인데, 문주님과 각 전주님들께서는 장경각에 비장된 각 문파의 심득을 내주기로 했다."


소란이 일 법도 했지만 대전은 고요하기만 했다. 노사들은 이미 정해진 일이니 그렇고, 후계들은 출세연의 결정이라 받아들인 때문이었지만, 적어도 장경각의 심득을 내준다는 말에는 놀랐는지 경악스런 눈빛은 숨기지 못했다.


장경각에 쌓여진 수만 권에 이르는 심득을 내준다는 말씀이었다. 장경각에 쌓여 있는 죽간의 양은 수레에 실어도 수십 수레는 족히 넘을 만한 양이었기에, 누가 나갈지는 몰라도 아니 누가 나간다 한들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고르고 골라 줄인다 한들 몇 수레는 넘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 몇몇 문파의 심득만 책상자에 넣어 간다 하면, 강호의 정기를 말하기에 맞지 않았던 것이었다. 후예들 스스로 각 전에 해당하는 심득을 이미 봤기에, 절기 하나에만도 수십 책에 달했던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일죽선인은 후계들을 돌아보며 다시 말을 이어 갔다.


"모두 잘 알고 있는 듯싶구나. 장경각에 모아진 역대 노사분들의 심득은 산을 이룰 만큼 많다. 모두 내주지도 않을 것이고 모든 문파에 내주지도 않을 것이다. 구파일방에 비급이 없어 강호의 정기가 쇠약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끌 스승들이 변을 당하고 그 스승들의 심득이 전해지지 못한 때문이니, 비급을 갖고 있음에도 깨달음을 얻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때문이다. 그러니 각 문파에 전해 줄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일죽선인은 염려하지 말라 했지만, 아무리 줄이고 줄인들 어느 한두 문파에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양이 결코 적지 않았다. 더구나 갖고 나간 심득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면 그건 그것대로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장경각에서 심득이 적힌 죽간을 받아 읽으려면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지 모두는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 심득이 적힌 죽간이 무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는 장경각이나 스스로 익힌 절기에 해당하는 죽간만으로 학을 뗄 만큼 질린 후계들이었으니, 구파일방만 해도 열 수레는 족히 넘을 것이고 범위를 더 넓히면 얼마나 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일죽선인 허서우의 후계인 대공자 시운학이 고심하다 말했다.


"어차피 진본을 내주실 것은 아니니 무엇을 내주실지 말씀해 주시면, 소생이 종이에 필사를 하여 전하겠습니다."


대공자 시운학이 나서며 종이에 필사를 한다 하자, 후계들은 그러면 되겠구나 싶은지, 그제서야 편해진 표정으로 대공자 시운학을 바라봤고, 노사들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천문주 시천문이 대공자 시운학을 보며 말했다.


"독고구검의 총결식의 진의가 어디 있는지 적어 보거라."


"예, 문주님."


대공자 시운학은 자리가 출세연이었으니 아버지라 하지 않고 문주라 부르며 대답하고는, 마련돼 있던 문방사우를 꺼내 앞에 두고 거침없이 적어 나갔다. 후계들은 당연히 장경각에서 독고구검에 따른 심득이 적힌 죽간을 찾아와 보고 적을 것이라 여겼는데, 먹을 갈고는 바로 적어 나가는 대공자 시운학을 보며 기함했다.


검법의 이름이야 워낙 알려져 있으니 듣기는 했지만, 검전의 만검 교운조차 익히지 않은 검법이었다. 워낙 사의한 검법이었고, 심득을 적은 죽간만 해도 한 수레는 족히 되었기에 시간도 없었고 감히 익히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아무리 독고구검의 총결식만이라 해도 어차피 풀어 가자면 파검식, 파도식, 파창식, 파편식, 파색식, 파장식, 파권식, 파기식을 모두 거론해야 하니, 독고구검 전반에 걸친 이해와 심득이 없고서야 한 글자도 적을 수 없는 것이었다.


대공자 시운학이 독고구검의 총결식을 적어가는 모습에 후계들이 놀란 것과는 달리 노사들의 놀라움도 컸다. 이미 들어 알고 있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었고, 그보다 미리 정해지지도 않은 독고구검을 말한 것인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적어 가는 대공자 시운학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였다.


반 시진쯤 지나 대공자 시운학이 붓을 내려놓고 아직 먹물이 마르지 않은 두루마리를 그대로 펼친 채 수천문주 시천문 앞으로 가져가 내려놓았다. 수천문주 시천문이 두루마리를 들어 진기로 말리고 읽어 나갔다.


수천문주 시천문도 이미 아는 내용이었는지 빠르게 읽고는 신기묘산 관교에게 내주자, 신기묘산 관교가 빠르게 읽고 장왕 손탁에게 넘겼고, 장왕 손탁은 독고구검의 심득을 읽는 것만으로도 얻은 것이 있었는지, 도왕 선우평에게 내주고는 눈을 감고 좌선에 들었다.


노사들 모두가 읽기까지는 한 시진이 넘게 걸렸지만 누구도 지루하게 여기지 못했다. 노사들이 읽고 누구는 좌선에 들고 누구는 사색에 잠기자, 후계들도 두루마리를 바닥에 펼쳐 놓고 읽고는 서로를 바라봤다.


독고구검의 총결식에는 검, 도, 창, 편, 색, 장, 권, 기가 모두 포함돼 있었으니, 칠 전의 후계들 모두는 독고구검의 총결식에서 노사들만큼은 아니라도, 그동안 막혔던 부분이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아 가는 데 도움을 받았고, 조금 더 빨리 살펴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수천문주 시천문은 노사들이 모두 좌선을 마치자 돌아보며 말했다.


"더 시험하지 않아도 될 듯싶소이다."


칠 전의 전주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문주 시천문의 말에 동의하자, 문주 시천문이 말을 이어 갔다.


"운학이 칠 전의 후계들과 함께 이번 일을 처리하거라. 그리고 문규에 따르면 대공자가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하지만, 이번 일에는 운학이 없으면 해결되지 않기에 대신 운룡이 남아 어린 제자들을 이끌도록 하거라.


조금은 서운할 수 있겠으나 이번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돌아오는 대로 다시 출세연을 열 것이니 그때 운룡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는 문규에 따른 조치이니 운룡이는 너무 서운해 말고 명을 따르도록 하거라."


이공자 시운룡은 자신만 남게 된 것을 알고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문주 시천문이 이번 출세가 길지 않다 말하고 머지않아 다시 출세연을 열어 나갈 수 있게 해 준다 말하니 순순히 받아들였다.


"예, 문주님.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이공자 시운룡의 대답을 끝으로 출세연이 마무리 지어졌다. 이번 출세연으로 강호에 나갈 사람은 대공자 시운학과 공녀 시운화 그리고 기전의 은창 유성, 장전의 묵운 사마의, 도전의 섬도 진걸, 검전의 만검 교운 등 여섯이었다.


출세연을 마치고 모두 신비전을 나가자 문주 시천문은 대공자 시운학에게 말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나가게 되어 노사들이 출세했을 때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또한 심득을 전하다 보면 말이 나오게 될 것이고, 소문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자들도 나올 것이다. 그러니 산을 내려가면 그동안 본문을 위해 애쓴 은세삼은을 올려 보내거라."


"예, 아버님."


"네가 형제들보다 어리나 잘 이끌 것이라 믿는다. 특히 운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니 잘 살펴 주거라."


"그리하겠습니다."


"검선과 도왕께서는 남기고 온 자들이 명을 어겼다 여기시고 벌하고자 하셨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라 지켜보라 한 것이다. 검선께서 남긴 자들은 표국을 운영하고 있었으니 표국의 규모를 키운 것일 테고, 도왕께서 남기신 무리는 전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 또한 전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호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봉황전의 전대 노사께서 남기신 무리는 제법 규모가 큰 기루이고, 타옹이 출세했을 때 인연을 맺은 사람은 장강 수로채의 채주가 되었다 들었으니, 어려움이 있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강호 무림을 지키려는 사조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대공자 시운학이 문주의 호법을 서고 있는 타옹을 보자, 타옹은 그저 빙그레 미소 지을 뿐이었다. 허리가 굽어 타옹이라 불리지만, 타옹은 팔 척에 가까운 거대한 몸집을 갖고 있었고, 손에 든 지팡이만으로 수백 수천의 무인들을 쓸어버린 괴력의 소유자였다.


대공자 시운학이 타옹과 눈을 맞추는 것을 보고 빙그레 미소 지은 문주 시천문이 말을 이어 갔다.


"지금까지는 본문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려 했으나, 네가 살피고 필요하다면 드러내도 좋다. 또한 본문의 뜻에 맞지 않게 세를 기른 것이라면 내치는 것도 네 뜻에 따라 행하거라."


"예, 아버님."


"수백 년을 모아들이기만 하고 내주지 않았으니 이는 결국 본문이 강호 무림에 빚을 진 것이다. 평생을 수련하고 깨우치신 심득을 이곳에 남기신 전대 노사분들의 깊은 뜻을 받들어, 심득을 전함에 있어 사견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 아버님.

명심하겠습니다."


"네가 현명하여 그릇되지 않을 것이라 믿지만, 사람의 생각과 판단은 상황에 따라 변할 뿐 아니라, 각자의 성품에 따라서도 천변만화하는 것이니,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문인들 개개인의 옳고 그름에 두지 말고 각 문파의 상황에 두라는 말이다."


"예, 아버님."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출세연을 열어 너희를 내보내야 할 만큼 강호 무림의 무위가 약해져 있으니, 그것만으로 자만하거나 교만해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는 너뿐 아니라 함께하는 형제들에게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 네가 이 점을 알고 잘 이끌도록 하거라."


"예, 아버님.

말씀 명심하고 매사에 신중히 임하겠습니다."


"그래 잘 알아서 할 줄 알면서도 노파심에 말이 길어졌구나.

다녀오도록 하거라."


"예,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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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3.07.09 17:44
    No. 1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6 꿈의세계
    작성일
    23.07.15 03:23
    No. 2

    오랜만에 재미있는 무협을 볼것 같은데요.. 기대 되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학교
    작성일
    23.08.11 16:43
    No. 3

    좋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악지유
    작성일
    24.08.04 17:04
    No. 4

    시운학이 대공자 라는 사실은 한 두 번 정도만
    설명해도 충분할텐데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대공자 시운학이라 하니 눈에 거슬림.

    부친이 아들을 지칭하는데 존칭인 대공자 운운...
    하는 것도 적절해 보이지 않음. 그냥 운학이 라
    얘기하는게 나을 듯.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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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자 출세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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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출세연(出世宴) (3) +4 23.05.13 6,621 50 14쪽
4 4화 출세연(出世宴) (2) +3 23.05.12 7,574 49 12쪽
3 3화 출세연(出世宴) (1) +6 23.05.11 10,973 56 14쪽
2 2화 수천문(守天門) +4 23.05.11 16,129 83 15쪽
1 1화 대공자 시운학 출세기 - 프롤로그 +5 23.05.11 19,078 9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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