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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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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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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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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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페르 (2)

DUMMY

"훌륭하군."


널브러진 서류들을 일일이 확인하던 제파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 후계답다."


서류들에 파묻혀 분노할 힘도 남아나지 않은 가스페르가 서류 산에서 한 손을 들어 서류 산을 짚고 밖으로 탈출했다.


"왜 서류가 계속 늘어나는 겁니까?"

"네가 세 시간 안에 결재를 끝내지 못해 점점 늘어난 탓이다. 빨리 끝냈어야지."


가스페르는 어쩐지 자신의 아버지가 이전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는 비서를 대신해 나를 따라다니며 왕의 업무를 직관해라."

"그 말은··· ···."

"내 수발을 들라는 말이다."


지옥의 탄탄대로 앞에 놓인 가스페르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수고했다. 개인 시간을 가지도록."


피곤함에 찌들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엎어지려던 가스페르는 문득 자신을 기다릴 피오렐라를 보기 위해 그녀의 방으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똑똑똑.


"들어가도 돼?"


대답은 없었지만 저 멀리서 인기척을 이미 느끼고 왔기 때문에 피오렐라가 방에 있는 것은 확실시되었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간 가스페르의 앞에는 활짝 열려 바람이 숭숭 출입하는 창문이 있었고, 피오렐라는 눈 씻고 봐도 방에 있지 않았다.


'그럼 이 인기척은.'


가스페르는 반사적으로 열린 문을 뚫으며 문 뒤에 있는 복면인을 가격했다.


"너 누구야."


간발의 차로 가스페르의 주먹을 피한 복면인이 창문을 통해 밖으로 달아났다.


"침입자가 있다!"



가스페르는 다급히 소리를 질러 누군가가 알아 채 주기를 바란 후 피오렐라가 방에 없는 이유를 저 복면인과 연관지어 생각했다.


콰앙!


지각을 박차고 달려 나간 가스페르가 복면인의 목덜미를 콱 잡아 바닥으로 내던졌다.


쿠당탕!


"크윽!"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은 복면인이 이내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가스페르를 겨냥했다.


"피오렐라의 위치를 불어. 그럼 목숨은 붙여 줄게."

"필요 없다."


가스페르는 《관념》에서 수행한 격을 여과 없이 방출했다.

광휘의 발걸음이 복면인을 당황에 물들였다. 어느새 그의 손에 쥐어진 인시터애로우가 가속도를 받아 복면인의 좌견를 가격했다.


"이 새끼가 이렇게 강하다는 정보는 없었잖아!"


누군가에게 역정을 내는 듯한 복면인이 오른손에 쥔 단검을 던져 가스페르의 시선을 분산했다.

단검을 피하느라 복면인에게서 잠깐의 시야를 놓친 가스페르가 다시 복면인을 바라봤으나 복면인은 빠르게 자리를 떠 사라지고 말았다.


"제기랄!"


가스페르가 욕과 섞은 고함을 질렀고, 그 소리에 성채의 경비병들이 도착했으나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잘그랑


정신을 차린 가스페르가 복면인이 자신에게 던졌던 단검을 쥐어 들었다.

단검에는 은으로 된 액세서리 하나가 달려 있었고, 그것은 모름지기 보름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달··· ···."


의미심장한 독백을 내뱉은 그는 즉시 시스템을 켰다.

헤랴에는 지구와 달리 '허용 상상력'이 웬만한 《관념》의 행성에 버금갈 정도로 많았기에 시스템을 발현하는 데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원하는 정보를 입력하십시오]


시스템의 검색창이 그를 반겼고, 가스페르는 망설임 없이 검색창에 '달의 신'을 검색했다. 그러자 시스템이 전 《관념》의 달의 신이 가진 정보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우안의 달]

[동북쪽의 나바그라하]

[지고지순한 달의 여신]

[밤을 비추는 서광]

[보름달의 여인]

[··· ···]


역시나 직접적인 신명이 아닌 가명으로써 그 이름이 드러났다.

여러 달의 신의 이름이 나열되었지만 가스페르가 찾는 달의 신은 단 하나였다.

가스페르는 망설임 없이 가명 [밤을 비추는 서광]의 이름을 클릭했다.


[밤을 비추는 서광]

[올림포스 달의 신]

[최근 행방이 불분명함.]


출신지와 현재의 행방까지 나타내 주는 시스템에 의해 가스페르는 보다 빠르게 피오렐라를 납치한 범인을 알아챌 수 있었다.


"헉, 허억."


뒤늦게 달려온 제퍼가 물었다.


"허어억, 피오··· ··· 피오렐라는. 어디··· ···."

"납치당했습니다."


무덤덤한 가스페르의 목소리에 제퍼가 역정을 쏟았다.


"그럼 찾아야지 뭘 그리 굼떠 있나! 어서 흩어져서 피오렐라를 찾아라!"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단검을 고쳐잡은 가스페르가 제퍼에게 말했다.


"혼자 가겠습니다."

"뭐? 그 놈들이 누구인 줄 알고 혼자 가려하느냐! 위치를 아는 거라면 도와 주마. 전사들과 함께 가라."

"이건 저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입니다."

"안 된다. 내성까지 침입할 정도라면 보통 실력이 아닌 놈들이야. 네가 활을 잘 쏘는 것은 알지만··· ···."


말을 잇던 제퍼가 뒤를 흐렸다. 2왕자에 이어 두 자식을 잃을까 걱정한 탓이었다.


"저는 일 년 전의 저보다 월등히 강해졌습니다. 피오렐라를 구하고 살아 돌아오겠습니다."


아들의 집념에 이기지 못한 제퍼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가스페르에게 건넸다.


"버겁다면 이 버튼을 눌러라. 우리가 반드시 가겠다."


이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 가스페르가 그것을 받아 주머니에 꽁꽁 넣어 두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순식간의 모두에게서 멀어진 가스페르가 자신이 가진 모든 상상력을 발현해 달렸다.

그런 가스페르의 모습을 본 제퍼가 작게 뇌까렸다.


"많이··· ··· 강해졌구나."


동시에 옆에 있던 한 경비병이 상급자에게 질문했다.


"하늘 좀 보시겠습니까?"

"왜?"

"저 동그란 행성인지 위성인지, 우리 행성에 원래 있던 겁니까?"


둘이 올려다 본 것은 달이었다.

헤랴에는 존재할 수 없는, 달 말이다.


***


가스페르가 「광휘의 발걸음」을 최대로 발현해 날듯이 뛰어갔다.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걷을 때, 가스페르는 이찬과 나누었던 대화를 상기시켰다.


-고향으로 돌아가시더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됩니다. 신들이 《현실》로 넘어오는 걸 꺼려하고, 힘들어 하는 거지, 절대 넘어오지 못 하는 건 아닙니다.

-긴장이라면··· ···?

-특히 <올림포스>의 신들이 많은 원한을 품고 있을 겁니다. 저랑 함께 다녔으니 그들의 표적이 되는 것은 면치 못할 게 분명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사실 제 힘으로 오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긴 할 테지만, 별 신경은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세계에서 나를 노릴 달은··· ··· 하나뿐이야.'


올림포스 달의 신 아르테미스.

물론 신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주민을 여럿 보냈겠지. 힘이 아주 강한 주민을.

그 대표를 찾아 죽여야 한다. 애매하게 피오렐라를 구하기만 하면 놈들이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몰라. 확실히 처리해야··· ··· .


콰가가각!


마구잡이로 달리던 가스페르가 급정거했다.


"잠깐, 여기 뭔가··· ···."


여전히 장소는 출발과 같은 숲이었지만 너무도 광경이 달랐다.

지금은 밤이다. 지구의 시간으로 열한 시 정도 되는 깜깜하디 깜깜한 밤이었지만 지금 가스페르가 딛고 있는 땅은 낮처럼 밝았다.

이곳이 행성의 정 반대편이라도 되는 양 찬란한 달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가스페르는 그것이 표적인 것처럼 인시터애로우를 꺼내 달을 조준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조준했고, 조준한 것보다 더 망설임 없이 화살을 발포했다.


와장창!


화살이 달을 향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소리가 행성 전역에 울려 퍼졌다.

달이 존재하던 자리에는 한밤중보다 더 어두컴컴한 구멍이 났고, 정확히 그 안에서 괴이한 격이 느껴졌다.

가스페르는 시험삼아 다시 활시위를 끝까지 당겼다.

화살이 손을 떠나가기 직전, 누군가 가스페르의 화살을 활에서 뽑아 가져갔다.


투둑.


부러진 화살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그에 가스페르의 고개가 그 사람을 따라갔다.


"너, 누구냐."


아까 보았던 이와 똑같은 착장을 걸친 복면인이 나타났다.

손에도 무기를 들고 있었지만 같은 것은 아니었다.


스르르릉.


긴 도가 검집에서 뽑혀 나왔고, 검올(검의 테두리)에는 가스페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완벽히 같은 보름달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피오렐라를 데리고 와."

"싫다면?"

"저 뒤에는 수많은 '주민'이 있겠지. 일단 다 죽인다."


가스페르가 격을 발현해 황금빛 광휘를 몸에 둘렀다.

폭발적인 위력의 격이 가스페르의 화살을 통해 복면인에게 전해지려는 순간.


"고유격 발현. 「문 쉴드」."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가스페르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가스페르의 화살과 부딪던 보름달 모양의 방패가 으스러지듯 소멸했고, 동시에 가스페르의 화살도 추진력을 잃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고꾸라진 화살이 도화선이라도 된 양 달의 구멍에서 무수히 많은 복면인이 가스페르의 주위로 낙하했다.

그런 복면인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고고한 장발임과 동시에 백발인 머리카락이 나타났고, 이목구비는 신이 조각한 것처럼 아름다웠다. 피부는 분칠을 한 듯 허옇게 빛났고, 복장은 보석이 곳곳이 박힌 은색의 연미복이었다.


"가스페르 반 아이데. 당신을 <올림포스> '밤을 비추는 서광'의 명으로 처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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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가스페르 (10) 24.01.12 43 0 10쪽
84 가스페르 (9) 24.01.10 30 0 9쪽
83 가스페르 (8) 24.01.07 47 0 10쪽
82 가스페르 (7) 24.01.05 56 0 10쪽
81 가스페르 (6) 24.01.03 4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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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가스페르 (3) 23.12.27 8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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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가월의 밤 (4) 23.12.17 71 0 10쪽
73 가월의 밤 (3) 23.12.15 6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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