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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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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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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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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3)

DUMMY

Episode 2 - 세계는 지금 3



"위기, 라고요.....?"

정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확실히 다르다.


전쟁이나 자연재해같은 현상이 아닌 정말 외계행성이라도 침략했던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하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광경이긴 했어, 제대로 들어보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 좀 해주세요."


올곧은 눈매로 남성을 쳐다보는 정혁.

군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혁의 어깨를 잡았다.

"너, 외계인을 믿냐?"

역시.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보아도 답은 그것밖에 없었다.

정혁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네, 믿죠. 믿고 말고요."


"지금쯤 눈치 챘을 거라 생각하고 말 해주는데 이건 평범한 외계인 침공같은 게 아니야."

"어떻게 다르죠?"

사태를 알아야만이 그 다음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군인 남성은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턱으로 여성을 가리킨다.

다음은 네가 설명하라는 행동이었다.

"링크라는 워프용 포탈이 있어."

"링크요?"


정혁이 되묻자 여성은 눈알을 위로 굴렸다.

"음, 솔직히 말해서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건지는 잘 몰라. 우리 행성과는 다른 형태의 에너지겠지. 아무튼 그 링크라는 게이트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었어."


여성이 손가락을 접었다.

"한국, 캄보디아, 서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등등. 정부의 공문으로 내려온 최소 수치로도 스무 개 이상이 관찰되었다는 거야."

"잠깐만요. 그 게이트라는 게 정확히, 외계의 생명체들을 옮기기 위한 목적으로 생성된 거에요?"


군인 남성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직 모르지. 그 게이트가 생겨난지 겨우 하루도 채 되지 않았어. 목적이나 경위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고."


하긴.

너무 성급한 질문이었다.

게이트가 생겨난 시점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오늘 오후 4시경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을 게 분명했다.


그 전까지 정혁은 번화가를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어."

"뭔데요?"

"절대로 좋은 방향성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라는거야. 게이트 내에서 나온 녀석들만 봐도 알 수 있잖아."


'그걸 누가 모르나?'

미치광이에 빙의해서 전 세계를 공격하고 있는 종족들에게 우호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대학살.

정혁이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들은 그저 학살을 즐기기 위해서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저 쪽(*침략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일단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는 이 곳에서 몸을 숨겨야지. 사람은 목숨이 최우선이잖아."

맞는 말이었다.

천 억의 돈이 있어도 생명을 살리는 일은 있을 수 없듯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생명이었다.

정혁은 이성적인 판단을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


"아, 맞다."

남성은 무언가가 떠오른 듯 눈알을 크게 뜨며 말했다.

"일어날 수 있겠어? 나를 따라와봐."

정혁은 다리를 병상 아래로 내렸다.


바닥에 닿은 다리를 곧게 펴 몸체를 일으켰다.

우드득- 우득-

"으윽, 아아.....!"

일명, 곡소리가 휴게실 내부에 울렸다.

남성은 손짓으로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 어디로 가는 거에요?"

정혁의 물음에 남자는 걸음을 옮기며 대답했다.

"너 말고 여기에 구출된 다른 사람이 있거든, 우리가 작전을 나가는 동안에는 너희 둘이 있어야 하잖아. 그럼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게 낫지 않겠어?"


다른 사람.

정혁은 괜한 곳에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누구일까.

하루만에 지옥같은 대지로 변해버린 이 도시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이.


복도는 꽤나 넓직했다.

대략 사람 대 여섯 쯤이 일렬로 걸어가도 남을 정도.

시멘트로 도배된 벽에 움푹 파인 여러 개의 호실.

생활관, 화장실, 휴게실, 등등.


남성은 '3 휴게실'이라 앞에서 걸음을 멈춰 문을 두드렸다.

똑- 똑-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어갑니다."


찰칵- 끼이이익-

남성은 문고리를 잡아 돌려 내부로 들어갔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작은 공간.

남성은 벽을 툭툭 건드리다가 스위치를 눌렀다.

딸깍-!


곧이어 천장 다운 라이트의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읏!"

병상 위에 누워있는 붉은 머리의 여성.

그녀는 두 눈을 비비며 희미한 눈동자를 열었다.


"응?"

곧이어 눈을 완전히 뜬 그녀는 정혁과 군인 남성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누, 누구....?"

"아, 너와 같이 구출된 사람이야. 우린 곧 작전지에 나가야해서 너희 둘이 이 곳에서 몸을 좀 숨기고 있어."


그리고 정혁을 빤히 쳐다본다.

"이름이....., 뭐지?"

정혁은 조심스레 입을 뗀다.

"......, 최정혁 입니다."

"윤 설이에요......"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잠시 동안 정적이 일었다.

"자, 일단 휴식 장소를 옮기자고. 여기는 앉을 공간도 넉넉치 않으니까."

남성은 둘을 데리고 2 생활관으로 들어갔다.


침대는 8개가 놓여져 있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원래 쓰지 않는 공간인건가?'

정혁의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떠다닌다.


그러자 남성이 정혁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던 듯 말한다.

"원래는 8명이 이 생활관을 꽉 채웠었는데 지금은 따로 작전지로 이동해서 사용하지 않아, 더 좋은 곳을 주고 싶지만 이런 허름한 군막사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정혁의 시선은 각 침대 옆에 설치된 관물대로 향했다.

'많이 낡았군, 군대는 이런 곳이란 말이야? 하지만 뭐.....'

"열악한 환경이지만 일단 임시방편으로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휴식을 취하도록 해."


정혁은 창가에서 제일 떨어진 자리를 택했다.

적에게 들킬 수 있는 요인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윤 설은 정혁의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는 듯했다.

남성 군인은 경례를 한 차례 했다.


"그럼 난 다녀올 테니까 소등하고 있어, 들키지 않게 조심하라고."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찰칵- 탁-

조심하라는 말을 전해주기도 전에 남성은 급하게 자리를 벗어났다.


'저 사람, 이름도 듣지 못했네.....'

정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등 스위치 쪽으로 발을 옮겼다.

"불......, 끌게요......."


상황을 제외하고 대화로만 봤을 때는 누군가가 괜히 오해를 할 만한 요소가 있어 보인다.

"......"

윤 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뭐야, 왜 아무 말도 없어?'


정혁은 스위치를 껐다.

어둠이 덮쳐왔다.

칠흑 같은 암흑. 그것과 더불어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몇 초 동안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윤 설이라는 여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놓여져 있던 관물대의 위치는 어디였는지.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었다.

마치 안대를 눈에 씌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눈이 적응했다.

이런 게 암순응이라는 것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네.'

어둠에 적응한 눈을 두리번 거리며 둘러보았다.


'딱히 특별한 현상은 없는 것 같네.'

윤 설이라는 여자의 형상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정혁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 보았다.

"저, 저기.......,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무음.

윤 설의 손톱 소리만이 생활관 내에 리듬감있게 들려왔다.

하지만.


'아무리 어색해도 그렇지 초면에 사람이 물어보는데 대답은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정혁은 다시 한 번 물음을 던졌다.

"저, 혹시 제 말씀 안들리는 건가요?"

"......"


정혁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하, 그래 시발. 말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그는 자신이 잡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때 반대편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 20살."

가녀린 소녀의 목소리.

이제 막 20대를 넘긴 여성에게서 흘러나오는 성대의 파동이기에는 적절했다.

"네?"


정혁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다시 한 번 들리는 목소리.

"......., 20살이라구요."

'흐음.'


실어증은 아닌건가.

정혁은 상체를 들어 자세를 바로잡았다.

"어디에 사세요?"

"......."

젠장.


'이러면 뭔가 작업거는 것 같잖아.'

정혁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꿈인가 생시인가?

현실인가, 아니면 도시 전체를 영화 세트장으로 쓰는 것뿐인가?

가족들은 무사할까?

모든 의문들은 답을 내지 못한 채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미지로 사라졌다.


정혁은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

"너무 깊게 한숨 쉬지마."

윤 설이 말했다.


정혁은 누운 상태로 대답했다.

"왜요?"

'뭐야,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그리고 왜 내 질문에는 대답도 안하다가 이제서야 말하는 거야.'

하지만 정혁은 굳이 입 밖으로 그 생각을 끄집어내지 않았다.


"그거 버릇되면 복 나가."

미신마저 믿는 여자였나.

가까이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정타로 박혔다.

정혁은 일침했다.


"그거 전부 다 미신이에요."

"......, 난 미신 안믿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여자.'

도대체 대화 주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여러 단어들을 조잡하게 엮어서 뱉어내는 것 같았다.

"일단은 조금 쉬어두죠, 언제 또 개같은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

"넌 어디서 살다 왔어?"

"네?"


점점 어이가 사라진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다.

"저 서울이요."

대충 대답한다.

어차피 관심도 없을 뿐더러 이런 상황에서는 있는 관심마저 날아가는 지경이다.


윤 설은 뜸을 들이다가 다음 말을 잇는다.

"나도야."

"근데......"

정혁은 참지 못해 말한다.

"저를 언제 봤다고 초면에 반말을 하시는 거죠?"


"......미안."

짧고 굵은 대답.

정혁은 더 이상 반박의 여지를 찾지 못했다.

"괘, 괜찮아요."


만약에 이 여자와 말싸움 배틀을 해야한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너 교복을 입고 있어서....., 나보다 당연히 어리다고 생각했으니까."

'아, 그렇지. 나 교복이었구나.'

깜빡 잊고 있었다.


하긴 옷을 일상복으로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으니 당연했다.

윤 설은 뒤이어 말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이 짧아졌어, 미안."


"아니, 계속 사과 안하셔도 돼요. 괜찮으니까."

"......응."

'상당히 내성적인 여자네.'

정혁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매화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를 표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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