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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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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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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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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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_2_인정을 받는 (1)

DUMMY

...흠냐.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젯밤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날 격하게 환영해준 클랜원들과 나에게 자신의 콘솔을 넘겨 주었던 제이. 연에 대한 고마운 감정과 그냥 즐겁게 놀았던 기억까지. 많이 웃었다. 행복하기도 했고, 기뻤다.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것들인데 다시 기억하게 해줘서 고맙다.


캡슐에서 나왔다. 머리가 부스스하다. 화장실이 가고 싶다. 어제 화장실에서 구역질을 한 것 같기도 한데. 맞나? 잘 기억하지 못하겠다.


화장실에서 가벼운 샤워를 마치고, 옷을 세탁하고, 머리까지 손질한 다음 나왔다. 아무도 없어서 마음이 편했다. 머리를 손질할 때 잠시 연의 그 매력적인 붉은 머리카락이 떠올라 그것과 내 머리를 비교해 봤다.


약간의 은빛깔이 도는 칙칙한 검은 머리. 끝은 거친 가위질로 잘려 나가고 불규칙적으로 곱슬져 있다. 연의 머리를 본 뒤로 내 머리가 한 번씩 신경 쓰인다. 머리를 한 번도 길러 본 적이 없는데.... 길러볼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내 주제에 그것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난 거울을 두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부엌으로 갔다. 부엌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누가 그런 걸까? 분명 어제 생 난장판을 만들면서 놀았는데.


의자 몇 개만을 가지런히 테이블에 밀어 넣고 로비로 나갔다.


로비는 한산했다. 연이 있었고, 제이도 보인다. 멀도 있고 어제 파티에서 미친듯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밉도 있다. 밉은 어제 입고 있던 검은 가죽 재킷을 또 입고 있다. 여러 가지 가짜 보석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눈에 띈다.


"먼저 간다."


밉은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연이 부드럽게 잘가라 손짓한다. 그러자 밉은 두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가선 여자의 젖가슴을 만지는 시늉을 한다. 연이 곧바로 째려보자 웃음을 터뜨리며 멀어진다.


난 연과 제이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아, 왔어?"


내 손을 잡으려고 하는 연. 난 뒤로 살짝 빠지며 주저했다. 연은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고 기어코 내 손을 잡는다. 손목의 콘솔을 보며 제이에게 묻는다.


"이거 정말 주는 거야?"

"그래."

"와.... 하긴, 우리 하리가 대단한 일을 하긴 했지. 그렇지 하리야?"

"별로 대단하지는-"

"대단했지."


제이가 내 말을 끊었다. 난 그의 감정없는 얼굴을 바라봤다.


"대단했어. 덕분에 우리가 한시름 놓을 수 있었고. 아침에 연에게 자세한 내용을 모두 전달받았어. 듣기론 아무 사전 준비 없이 괴물들을 고정시켜 놓을 수 있다던데? 심지어 크라켄의 촉수까지. 맞나?"

"...응."

"원래 우리가 사용하는 전술에서는 그 짓을 하기 위해 수 명의 인원이 더 필요해. 랩도 수천 랩이 들어가지. 사수인 연을 데려오기 전까진 한창 고생을 했어. 연이 클랜에 합류한 뒤에 상황이 훨씬 수월해졌는데, 넌...."


그는 잠시 날 뜯어본다. 난 괜히 눈을 피했다.


...좀 제대로 된 옷을 입을 걸 그랬나.


"넌 그 이상인 듯하네."

"아, 아니야! 연이 훨씬 더 강하고, 사실 크라켄도 연이 그 큰 구멍을 뛰어넘어서-"


텁!


"그만."


슬며시 내 옆으로 다가온 연이 내 입을 틀어막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는 동안 제이는 무언가 생각하더니, 밉을 따라 클랜룸을 떠난다. 연은 그제야 날 놓아준다. 쿡쿡, 웃는다.


"겸손하게 굴지 마. 제이가 저렇게 구는 경우는 나도 처음 보거든. 어제 콘솔을 너한테 주고 갔을 때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그치만 난 아무것도 몰랐는데.... 다 니가 알려주고...."

"알려주는 건 당연한 거지. 니가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지만 넌 알려준 거에 비해 훨씬 뛰어난 성과를 올렸어. 난 특전까지 쓰는 걸 염두해 두고 있었거든. 근데 이 정도라면.... 우리가 우승하겠는데?"


우승. 그 말에 솔깃했다. 내가 진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 무려 7만 랩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정말? 정말 우리가 우승할 수 있겠어?"

"귀엽기는. 그래도 아직 니가 배워야 할 게 많아. 상대하는 애들은 하나같이 너보다 경험이 많은 놈들일 거고. 아마 널 이유 없이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그뿐만이 아니라 아직 니가 제이의 생각을 모르기도 하고. 일단 따라 와. 가면서 이야기하자."

"어디로 가는데?"


그녀는 제 허리춤에 달린 지시기를 가볍게 건드린다.


"얘가 고생을 많이 해서. 수리하러 가야 해."


난 그녀를 따라 정비창으로 향했다.



***



연은 내가 모르는 맥락들을 설명해 주었다. 우리 클랜이 무엇을 목표하고 있는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제이의 철학은 무엇인지. 클랜원들의 여론과 다른 클랜과의 사이는 어떤지. 우리가 무엇에 강점이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 연은 그 모든 것은 나에게 쉽게 설명했다.


클랜의 목표는 탑을 올라가는 것. 나의 목표와 일치했다. 그렇다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 또한 있을 것이다. 수단은 간단했다. 탑을 올라가려면 '시험장'이라는 던전을 클리어 해야 한다. 당장 클랜이 탑의 1층에 머물고 있음으로 클랜의 단기적인 목표는 1층 시험장을 클리어하는 것. 다만 무조건 클리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2층에선 저 강한 경쟁자들을 만날 것이 분명하므로 그들을 상대할 자원까지 모아놓아야 한다.


제이는 그 자원을 모으는데 클랜의 자원을 대량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의 전략은 크게 걸고 크게 따는 것. 이번에 나와 연의 조율자 토너먼트에 옥을 다섯 내가 투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쉽게 유추할 수 있을 테지만 그의 전략은 강점과 단점이 명확하다. 강점은 단기간에 커다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단점은, 실패할 경우엔 회생 불가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연은 제이가 자신의 클랜을 세울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패한 적이 없다. 없다. 단 한 번도.


JD는 우리가 이번에 치르는 토너먼트에서 1등을 하길 원하고 있다. 누군가가 학살자쪽을 방해 공작한 일은 자신이 직접 처리하겠다고 했고, 수호자쪽은 워낙 예측가능한 정도에 머물러 있어 그가 우려하고 있나 보다. 내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연도 같은 생각이다. 거기에 그 배신자 문제까지. 한편으로는 곳곳이 삐걱거리는 클랜을 그가 오로지 힘 하나로 끌고 간다는 인상이 들기도 했다.


만약.... 여기서 나와 연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옥 때문에 상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 연은 짐작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성과에 집중하는 제이디가 우리가 실패했을 경우의 대가를 공공연하게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연은 그 정도는 나도 눈치챌 거라 장담했다. 물론 클랜원 중 생각 없는 몇몇은 그마저도 몰라서 마음 편하게 돌아다닌다곤 하지만.


"됐네."


연은 받은 지시기를 살핀다. 지시기를 겉보기에도 변한 것이 있다. 새것처럼 깨끗해졌고 총구의 모양이 변했다. 길이가 짧아졌다. 인터페이스가 본래 하나였는데 이젠 양쪽으로 두 개다.


"하리야. 난 우리가 확률을 최대란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

"확률을 높이다니?"


화려한 손놀림으로 지시기를 허벅지에 꽂아넣은 연은 정비창의 입구를 나가면서 말한다. 난 그녀를 따랐다.


"두 번째 토너먼트부터는 우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얼굴을 맞대고 부딪허야 하거든. 그리고 나 저번에 그 일이 어떻게 됐는지도 들었어."

"그 일...?"

"니가 우리 클랜룸에 처음으로 왔을 때. 그때 널 쫓아오던 그 새끼들. 내가 알아본 바로는 니가 걔들한테 빚을 졌다는데?"

"......."

"맞나보네. 안 봐도 알아. 티켓이지? 그런 식으로 티켓을 인질 삼아 빚을 지우는 개새끼들이 어디 한둘인가. 하긴 이상하긴 했어. 너 같은 빈털털이가 탑으로 들어오다니."


그녀에게 내 속을 들킨 것만 같다. 처음부터 말을 해주었어야 했나? 하지만 이 문제는 그녀와 관련이 없지 않은가.


"걔들이 널 원하고 있더라고. 그건 알고 있었어?"

"...그날 이후로 딱히 만난 적이 없어서......."

"제이가 손을 쓴 거겠지. 마법사를 뺏기고 싶지는 않아서. 근데 널 가져가려고 그 새끼들이 일을 벌리고 있나 봐."

"일을 벌인다고?"

"이 토너먼트 말하는 거야. 토너먼트에 항상 내기가 걸린다는 거 알아?"

"몰라...."

"이젠 알아야 할 걸."


그녀의 발걸음이 이 1층 로비의 중앙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거기엔 커다란 홀로그램 표시판이 하나 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화면이 저 큰 화면에 뜬다는 건 들었다. 연이 그 표시판을 가리킨자. 봤다. 거기엔 충격적인 내용이 떠올라 있었다.


[[

제목: 마법사 랴하리 소유하기


내용: JDM이 가진 빚을 다시 계산해서 이번에 종합 점수 1위로 들어온 1층의 유일무이한 마법사 '랴하리'를 소유할 수 있게 됨. 부채공학자를 고용해 만든 계산식이 있으며 지방 정부의 승인을 받음. JDM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번 토너먼트에서 JDM가 떨어지거나 계산식의 결과보다 미달한 모습을 보이면 마법사를 빼올 수 있음. 마법사는 기존에 개인적인 빚을 이 글의 게시자에게 지고 있었음. 이 내기에 참여할 경우 마법사에 대한 지분을 나누고 JDM의 빚의 일부를 정산 받을 수 있음.


비용: 없음.


추신: 참여를 안 할 이유가 없다. 수학을 하나도 모르는 머저리라도 비용란에 '없음'이라 적혀 있는 건 읽을 수 있을 것 아니냐. 그냥 닥치고 찍어. 혹시라도 의심이 가는 새끼는 게시자에게 오면 부채공학자를 만나서 계산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으니깐 참고하고.

]]


표시판에는 내 얼굴로 나와 있다. 날 알아본 사람 몇이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연이 내 바로 옆에서 그들의 시선을 맞받아쳤기 때문에 대놓고 날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난 주위를 돌아봤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 홀로그램 스크린을 보고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을까? 모두 날 그 구렁텅이로 밀어넣으려는 셈이야? 날 가지려고? 날 '소유'하려고?


분명 저 글은 대머리가 쓴 것이 틀림없다. 부채공학자와 계산식이 무엇를 의미하는 것인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합법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들은 날 다시 원하고 있다. 기껏 빠져나왔더니만 또 날.... 이번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끌어 들이고 있다.


"다 봤으면 가자."


연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다. 난 그녀를 따라 클랜룸으로 돌아갔다. 날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걸렸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다. 그 대머리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왜? 우리의 관계는 이미 끝났잖아. 도대체 왜. 왜 날 놓아주질 않는 건데....


난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클랜룸에 돌아가서도. 연은 나와 함께 휴게실에 있어 주었다.


의자에 편하게 앉아 제 지시기를 살피는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여기가 그래. 니가 어떤 사람인지는 관심이 없어. 너도 돈을 벌 수 있다면. 너도 탑을 올라갈 수 있다면 이 정도 잔인함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거. 나라도 그랬을 거야. 공짜로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어? 없잖아. 양심에 걸려 공짜를 마다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이 탑엔 없거든."

"...아까 확률을 높인다고 했지."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어? 맞아. 이건 우리 클랜에게도, 너에게도 중요한 문제야. 널 저 사람들에게 빼앗기면 니가 무슨 꼴을 당할 지는.... 지금 니 표정만으로도 알 것만 같아. 이번엔 지면 끝이야. 아예 끝."

"난.... 어떻게 해야 해?"

"일단 이 내기를 이겨야지. 내가 제이한테 말해서 저 내기의 반대편에 걸 수 있냐 물어볼 거야. 이러면 스케일이 더 커질 건 분명해. 당장 니가 할 수 있는 건,"


그녀가 자신의 콘솔을 내민다. 내 콘솔에서 띠릿, 소리가 난다. 난 제이에게 받은 콘솔을 들여다 봤다.


[[

모의 전장

]]


모의 전장. 그 밑엔 지도가 하나 나와 있다. 난 이게 뭐냐는 듯 연과 눈을 맞췄다.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될 때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어. 대충 이틀 정도. 아직 넌 이런 던전에 대해 모르는 게 태반이야. 기본기가 전무하다는 말이지. 그래서 니가 연습할 수 있는 모의 전장을 하나 구했어."

"...내가 자고 있었던 동안 니가 다 준비한 거야?"

"내가 아니라, 제이가."


문뜩 어젯밤의 파티를 생각없이 즐기던 내가 철없게 느껴졌다.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난 무엇을 한 건가. 내가 남들과 똑같이 놀 자격이 있었나? 그 주황색 원 하나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있었던 내가, 살짝 인정을 받았다고 이렇게....


"알려줘. 어떻게 하는 건지."

"그 눈빛 마음에 드는데."


띠릿, 띠릿.


내 콘솔이 더 울린다. 연은 보낸 것으로 충분하다며 당장 내가 할 것은 최대한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따로 할 일이 있다면서 시간이 되면 조율자 훈련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연은 떠났다. 난 클랜룸에 홀로 남았다. 콘솔로 받은 파일과 그림을 확인했다.


다짐했다. 그리고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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