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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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최근연재일 :
2023.07.31 11: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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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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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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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_1_영특한 신입 (1)

DUMMY

천성적으로 괴롭히길 좋아했다. 그래서 날 이렇게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 것이다. 이런 유치한 괴롭힘은 항상 나에게 덕지덕지 달라붙어 왔는데 항상 기분 나쁜 건 똑같다. 난 칼로 내 심장을 찌르는 상상을 했다.


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내 앞에서 티켓을 들고 거만하게 서 있는 그가 아닌, 이 칼로 형상화되는 무언가라고.... 그렇게 상상하면 고통이 더 견딜만 한 것으로 변한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다. 게다가, 내가 많이 한 상상이라 익숙하기도 했다. 마법사가 태생적으로 ‘상상’하는 존재라곤 하나 나처럼 이용하는 마법사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왜 그렇게 멍한 표정으로 있어? 마지막이잖아. 이것만 있으면 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야?”


초점을 맞춰 그를 바라보았다.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얄팍한 빛에 비치는 저 음흉한 얼굴. 능글맞은 표정으로 그는 내 티켓을 쥐고 놓질 않는다.


내 티켓. 탑에 들어가려고 내가 번, 내 티켓. 그것이 그의 손에 있음에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처음부터 주도권은 그에게 있었다. 그는 그것으로 날 괴롭히길 좋아한다. 당하는 입장이었던 난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나름 훌륭하게 버텨왔다고 짤막한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다. 조심스러웠지만 이런 감정으로 버텨왔다.


두 입술을 열었다. 이 방에 가득한, 폴폴 날리는 먼지가 입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에 껄끄러웠으나 말했듯이, 그에겐 주도권이 있다.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권력이 있다.


“...주세요.”

“뭐라고?”


작게 웅얼거리자 그는 과장스레 귀를 기울이는 시늉을 한다. 나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그의 패거리가 웃음을 터뜨린다.


“들었냐? 주세요래!”

“그 대단한 빅책 가문의 딸이 주세요라니!”


크하핫!


그도 크게 웃는다. 정말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난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았다. 내 최대한의 공손함을 이끌어 내어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냈다.


“주세요...!”

“아, 주세요라고? 랴하리 빅책께서 일개 깡패 두목에게 주세요라니! 존귀하신 귀족님, 안타깝지만 그냥은 못 드리겠습니다. 아시죠? 저와 귀족님이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알아서 잘하시라 이 미천한 대머리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는 제 정수리를 긁적인다. 물론 모두 날 놀리려는 그의 의도된 행동이다. 그의 패거리는 그가 그럴 때마다 숨이 넘어가라 웃는다. 사방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난 고개를 숙였다. 얌전히 마주잡은 두 손에 살짝 힘을 주고, 한 번 더 말했다.


“주세요.... 주인님....”

“예?”


당황한 표정을 짓는 대머리.


“주인님이라뇨? 존귀하신 랴하리님! 빅책 가문의 자제에게 주인이 어디 있습니까! 빅책 가문은 저희 같은 쓰레기들은 상관도 않는 하늘 궁전에 있지 않습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주인님, 저는 티켓이 받고 싶어요.”

“이런이런.... 아무래도 하늘에서 떨어지셔서 머리를 단단히 다치신 듯한데. 의사! 누가 의사를 불러 봐!”


이 연극에서 의사 연극을 맡는 쓰레기가 하나 걸어 나온다. 환호하는 패거리. 대머리는 쓰레기에게 열정적으로 연기한다.


“의사 선생님! 여기 있는 이 여성이 무려 빅책 가문의 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궁창 냄새에 중독되기라도 했는지 절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까!”

“흐음.... 희귀한 질병이지만 치료법은 분명합니다. 보아하니 아직 저 하늘의 맑은 공기가 몸속에 남아 있는 듯한데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빅책 가문의 따님인데, 물론입죠!”


의사는 내 뒤로 슬며시 움직였다. 난 고개를 바닥으로 향한채 얌전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곧 대머리가 거들었다. 항상 하던 대로 그들은 약물을 사용했다. 난 정신의 마지막 조각이 바스라질 때까지 입술을 깨물고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아냈다.


칼이 유난히 날카로웠다.


***



“빚을 졌다는 걸 명심해.”

“...네.”

“이미 탑의 전산망에 등록해놨어. 빠져나갈 생각은 마.”


그는 나에게 티켓을 내밀었다. 난 급히 티켓을 가져갔다. 내가 모든 것을 바쳐 얻어낸 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 주머니에 넣고 단추를 굳건히 잠갔다.


“한 달 뒤에 보자고.”


사라진다. 난 안녕히 가라 중얼거렸다. 몸에 힘이 없다. 그가 완전히 골목을 꺾어 사라지고 나서 난 뒤를 돌아 탑을 마주했다.


탑. 모든 자원을 소모한 인류가 아직도 연명할 수 있는 이유는 무한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이 탑에 있었다. 여기서 나오는 광물, 괴물을 죽여서 나오는 자원, 탐사를 하면 나오는 신비한 가스. 인류의 경제는 탑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각국의 국력은 그 국가가 탑의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달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난 내 싸구려 가죽 재킷의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었다. 괜히 자꾸만 티켓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해냈다라는 생각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해냈어. 드디어.


어차피 탑에 들어가면 또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여기까지 오는 게 얼마나 힘들었던가. 아빠가 엄마를 죽였을 때부터. 그가 날 버렸을 때부터. 사창가를 굴러다니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탑에만 오르는 것을 상상했다. 탑 때문에 내가 버려졌고, 내 엄마가 죽었으니깐.


꽈악-


주머니 속 손에 힘이 들어갔다. 플라스틱을 세게 잡으니 당연히 아팠지만.... 지금은 이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게 우선이었다.


난 탑을 정복할 거다.


터벅-


발걸음을 놀렸다. 앞엔 탑의 내부로 순간이동하는 포탈이 있다. 전자가속소총으로 포탈을 지키는 군인들은 높이 3미터를 자랑하는 살상로봇과 함께 포탈을 지키고 있다. 내가 간이 검문소에 가까워지자 살상로봇이 먼저 묵직한 음성을 내뱉는다.


“이 포탈은 군사통제구역으로, 티켓을 소지하지 않은 자는 탑을 출입할 수 없습니다.”


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냈다. 붉은 외눈을 가진 2족 보행 살상로봇에게 검은 플라스틱 티켓을 보여줬다. 외눈이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티켓을 스캔한다.


“티켓 확인 완료. 주인, 랴하리. 계급, 엘도라도. 통행해도 좋다.”


쿵, 쿵-


로봇이 자리를 비킨다. 난 바닥에 조사되는 홀로그램 길을 따라 경비병에게 접근했다. 폐쇄형 전투헬멧을 쓴 경비병은 정면만을 보고 소총을 메고 있을 뿐이다. 일말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난 눈치껏 그의 옆을 지나갔다. 저 소총에 허벅지를 관통당한 적이 있었다. 그땐 심장의 칼이고 뭐고 없었다. 대머리에게 살려달라고 빌어야 했다.


터벅-


경비병을 지나치니 남은 것은 정말 포탈뿐이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고도의 마법 공학을 이용해 만든 이 포탈. 사람 하나가 지나갈 만하게 만든 이 포탈의 테두리를 구성하는 것은 복잡한 원형 기계 장치. 장치 위로 어지럽게 연결된 회로들이 사뭇 딱딱한 느낌을 준다.


난 포탈을 노려봤다.


공간을 잘라놓은 듯한 모습. 잘라내고 그 자리에 검은 배경을 덧씌웠다고 해도 믿을 것만 같은 포탈. 포탈 안으로 오른발을 밀어 넣었다. 발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참고, 몸 전체를 던져 넣었다.


텅!


고무판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다. 눈을 뜨고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불안하다. 설마 포탈이 잘못된 건-


텅!


“윽!”


고무판을 때리는 소리가 또 들리더니 내 몸이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본능적으로 바닥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그 탓에 손바닥이 쓰리다. 난 표정을 찡그리며 두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아.”


무심코 내뱉은 소리. 탑 안이었다.


탑은 검다고 들었다. 지금 보니 정말 검다. 무슨 지하 동굴에 있는 것처럼 온통 검고 단단한 돌로 된 내부. 중간중간 랜턴이 설치되어 있다. 덕분에 이 공간이 밝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가장 띄는 것은 뜬금없는 네온 표지판이었다. 표지판을 읽었다.


[[

튜토리얼을 위해

앞에 있는 굴로 이동.

]]


표지판 밑에 굴이 있다. 기어들어 가야 할 정도로 작은 굴. 몸을 숙여 그 안을 들여다봤다. 반대편에 빛이 보인다.


여기가 맞나 보다.


더워서 난 재킷을 벗었다. 해지고 더러워진 흰 반팔티와 밑단이 모두 뜯어진 청바지를 입고 기었다. 재킷을 허리에 매고 기었는데 굴의 바닥이 매끄러워서 괜찮았다.


...턱.


한 손을 먼저 빼내고 다른 손을 뻗었다. 끙- 하며 몸을 반대편으로 당겼다. 굴을 수월하게 빠져나왔다.


“...여기구나.”


북적거리는 사람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일 것이다. 이 로비 같은 공간은 일정의 그 방보다 더 인공적인 느낌을 주었다. 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이 매끈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건물도 있다. 유일한 건물이었는데 안쪽에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건물엔 친절하게도 간판에 그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직업 안내소

]]


탑에서 여러 형태의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만큼 바깥 세계와 같이 탑 내부에도 여러 직업이 있다. 광물을 채취하는 광부, 그것을 운송하는 배달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파는 식당 등. 하지만 그중에서 역시 탑의 상징이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직업은 탑의 괴물들을 죽여 돈을 버는 ‘사냥꾼’이다.


사냥꾼이 가장 유리하나 모두 사냥꾼의 자질을 가진 것은 아니다. 사냥꾼을 할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하며 줄을 서니 내가 비켜 지나간 사내가 기분 나쁘다는 듯 날 노려본다. 그는 비싼 옷들을 걸치고 있는데.... 나 같은 거렁뱅이가 곁을 지나가서 싫다는 건가. 어쨌든 난 그를 무시하고 줄을 섰다.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다. 자연스레 줄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안에 마련된 칸막이 중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낡은 의자였으나 제법 푹신했다. 칸막이 안에는 패널이 하나 마련되어 있었다. 탑 안에서 사용할 내 프로필을 설정하는 패널. 손가락을 놀려 그것을 조작했다.


칸막이 안으로 들어 온 순간 패널은 내 티켓을 감지해서 자동으로 대부분의 항목의 설정해 주었다. 내 이름. 계급. 성별. 나이. 키. 몸무게. 내가 선택해야 할 것은 희망 직업이었다.


사냥꾼을 선택했다. 사냥꾼을 선택하니 나오는 안내문.


[[

주의, 사냥꾼을 선택하였으나 후에 진행될 시험에서 탈락하는 경우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합니다. 시험을 통과할 경우에만 전문 특기를 받아 활동할 수 있습니다.

]]


아마 이 안내문이 나오게 설정한 이유는, 워낙 무분별하게 일단 사냥꾼을 지원해보고 나서 생각하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난 아니야. 난 이걸 위해 태어났어.


안내문을 넘겼다. 사냥꾼을 정하고 희망하는 전문 특기까지 정했다.


마법사.


“.......”


많은 생각이 드는 단어였다.


남은 항목은 별거 없었다. 난 패널에서 작성을 마치고 칸막이를 나갔다.


이제, 사냥꾼 시험을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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