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천재 마법명가 버린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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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B
작품등록일 :
2023.07.1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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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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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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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_1_영특한 신입 (2)

DUMMY

사냥꾼 시험. 희망하는 전문 특기에 따라 세 명으로 팀을 구성해 준다. 괴물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이 하나. 괴물의 반격을 받아낼 수 있는 이 하나. 마지막으로 둘 다 가능한 이 하나. 탑 밖에서 공부한 것에 따르면 이게 탑에서 괴물 사냥을 나갈 때의 대표적인 조합이라고 한다. 전문적인 용어로 하자면 학살자, 수호자, 조율자라고 부른다.


마법사는 조율자에 포함된다.


그런데 이 두 명은 안 믿는 것 같다.


“니가 마법사라고?”

“응.”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사내. 시퍼런 머리도 특이하긴 하다. 그치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것은 그가 가슴팍에 달고 있는 하나의 휘장. 작은 배지다. 그 배지의 정체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탑으로 통하는 포탈을 처음으로 구동시킨 기업이자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군수기업 ‘할로’에 인수된 기업, ‘릭착’의 상징이 바로 저 휘장이다.


처음으로 탑을 개방한 것은 릭착이었으나 당시 릭착은 포탈 계발에 온 힘을 쏟아 넣었기 때문에 정작 탑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진 못했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만약 릭착이 대기업이었다면 이 나라를 릭착이 굴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마 아닐 겁니다.”


검은 단발을 한, 상당히 재수 없어 보이는 여자가 입을 연다. 그녀도 같은 휘장을 차고 있다. 남자와 이 여자는 서로 아는 사이인 듯하다. 그리고 둘은 내가 마법사인 걸 안 믿어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깐, 알아서 예기해.”

“알겠습니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작은 방. 대기를 위해 마련된 방으로 안에 있는 것은 안내용 패널이 고작. 릭착 소속의 이 남녀는 꽤 세련된 옷을 입고 있다. 남자는 구석에 가서 주머니에 들어 있던 작은 수첩을 꺼내 읽는다. 반면 여자 쪽은 나에게 할 말이 있나 보다. 무표정한, 살짝 귀찮다는 얼굴로 말한다.


“니가 딱히 활약하는 걸 기대하진 않아.”


정정. 재수 없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재수가 없는 것으로 하겠다. 이런 말을 듣는 것에 익숙한 난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대신, 방해만 되지 마. 어차피 우리 둘만 있어도 시험은 통과할 수 있어. 넌 가만히만 있으면 돼.”

“...마법사가 맞다니깐.”


하.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헛웃음을 내뱉는다.


“마법사? 그게 뭔지는 알고 이야기하는 거야? 마법사는 혈통을 타고나야 해. 근데-”


내 복장을 훑는다.


“니가 그런 혈통일 리가 없잖아. 니가 무슨 꼴을 하고 있는지는 아는 거지? 구름 너머로 가본 적도 없으면서 그런 거짓말은 하지 마. 꼴사나워 보여, 너.”


내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그녀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남자에게로 돌아간다. 한 눈치 자랑하는 내가 볼 땐 이 여자는 저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 게 분명하다. 반면 남자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티가 팍팍 나는데 말이야.


“.......”


근데 그게 나랑 뭔 상관이겠어.


난 구석에 기댔다.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곧 이 문이 열리고 시나리오가 주어질 거다. 시나리오에 내가 들은 바는 없다. 그래도 시험을 통과할 자신은 있다. 그만큼 연습했어. 노력했고. 내 핏줄을 믿고 가만히 있진 않았다. 그 대머리가 날 가만 둘 때면.... 항상 상상했다.


젠장. 대머리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려야 하는데.


마법에 대해 집중했다. 그러고 있으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핑!


패널에서 알림음이 나온다. 시험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드르륵-


문이 열린다. 난 일부러 두 남녀가 나가길 기다리고 뒤따라 나갔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어디 두 명이서 해보라고 한 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으나 참았다. 굳이 더 분쟁을 일으키고 싶진 않다. 힘을 합치긴 해야 한다. 시험을 통과하는 건 기본이거니와, 시험에서 좋은 기록을 남기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를 증명해야 이후 활동해서 유리하다. 당연한 거잖아. 능력이 좋아야 대우를 받는다는 건.


이게 나의 첫 시험이고, 난 시험 하나를 허투루 치를 생각은 없다.


“쉽겠는데.”


남자가 읊조렸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난 길다란 터널의 끝을 보는 둘을 무시하고 옆에 있는 상자를 열었다. 버튼을 누르자 쉬익- 하고 이음새에서 공기가 나오더니 뚜껑이 열린다. 상자 뚜껑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에게 지급된 아이템이라는 거다.


음....


팔찌처럼 생겼다. 두 개다. 어떻게 쓰는지는 이미 안다. 예전에 착용해 본 적이 있다. 난 양 손목에 하나씩 찼다. 차가운 철이 살에 감겨들어 온다.


우웅-


팔찌가 살짝 진동한다. 정말...오랜만에 느껴보는 진동이다. 고개를 돌려 다른 둘이 뭘 하나 봤다. 둘도 각자 제 상자에서 아이템을 꺼낸다. 남자는 검을. 여자는 권총형 지시기를. 아니, 그렇게 잘난 척을 하더니 권총형 지시기? 멀리서 장벽이나 세우는 거잖아.


내가 마법을 쓰는 걸 보여주면 무슨 표정일지.


“저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날 보지도 않고 답한다.


“왜?”


기분 나쁜 반말. 어쨌거나 역할은 분담해야 한다. 난 우리가 있는 터널의 벽면에 따라 여기서부터 터널의 끝까지 설치되어 있는, 바닥에서 약 2미터 정도 떨어진 철판을 가리켰다.


“내가 저기 위에서 지원할게.”

“...끝까지 연기하기는.”


찰칵.


지시기의 슬라이더를 당긴다. 나도 기분이 상해 더 말을 꺼내진 않았다. 묵묵히 철판 위로 향하는 사다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녹이 잔뜩 슬어 삐걱거리는 사다리를 맨손으로 잡고 올라가니 녹이 손바닥에 묻었다. 상관없다. 이보다 더한 걸 만진 게 몇 번인데.


올라가서 발에 힘을 줬다. 벽에 붙어 있는 이 철판 ‘길’이 내 몸무게를 버틴다. 확실하게 알아보기 위해 점프까지 해봤다. 쿵. 안전하다. 이대로 이 철판 위로 터널 끝까지 가면 된다.


철판을 확인한 나는 아래쪽을 확인했다. 남녀는 이미 먼저 이동하고 있다.


“진짜 조금도 안 믿어주네.”


나 혼자 웅얼거리면서 두 사람에게 내 보조를 맞췄다.


터널은 엉망이었다. 흔한 터널이었으나 사고라고 난 것처럼 자동차 몇 대가 널브러져 있다. 여기서 터널 끝까지의 거리는 대강 100미터. 괴물은 아직 보이지 않으나.... 위에서 보는 내 입장에서도 사각지대가 많다. 콘크리트 바리케이트나 자동차, 기타 철근 장애물 때문에 시야가 제한된다.


아래에 있는 놈들은 오죽할까. 그들은 부지런히 고개를 돌리면서 천천히 전진한다. 기습당하긴 싫다는 거지.


신고 있는 운동화를 고쳐 신고, 앞으로 갔다. 그들보다 더. 먼저 앞으로 가니, 아. 옆으로 전복된 승용차 뒤에 웅크려 있는 좀비가 한 마리 보인다. 일단 두고, 더 나아갔다. 아예 터널 끝까지 살필 작정이었다.


덜컹-


철판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조심해서 걸어가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다. 철판과 철판의 이음새가 가끔씩 소리를 내서 그렇다. 그럼에도 난 터널의 끝까지 살핀 다음 도로 두 남녀쪽으로 돌아왔다.


“야.”


부르니 남자가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여자는 보지도 않는다.


“붉은 트럭 뒤에 하나, 파란 승용차 뒤에 둘, 마지막으로 노란색 오토바이 앞에 하나. 총 네 마리.”


남자는 답을 안 해준다. 내 말을 듣더니 하던 걸 계속한다. 내가 미리 보고 오는 수고를 했음에도 날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행동거지.


...굳이 저 둘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을까.


난 발을 들었다. 철판을 내리찍었다. 크게. 좀비가 다 깰 수 있도록.


쾅!


애초에 밀폐된 지하 공간이다. 내가 발을 내리찍자 그 소리가 증폭되며 터널 안을 울린다. 아래에서 미쳤다는 투로 날 쳐다보는 둘이 보인다. 난 그들에게 말했다.


“쫄기는.”

“뭐?!”

“봐.”


쿠당탕!


붉은 트럭 뒤에 있던 좀비가 트럭을 넘다가, 균형을 잃고 아래로 꼬구라져 버렸다. 여기서 약 10미터 떨어진 거리. 난 두 손을 좀비에게 뻗었다.


짜릿했다.


붕-


좀비가 위로 떠오른다. 누군가 놈을 집어서 들어 올리는 것처럼. 놈은 그대로 터널의 천장까지 올라가서,


쾅!


부딪혔다.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먼지. 좀비를 들어 올렸던 힘은 곧바로 사라졌다. 좀비는 4미터 높이를 자유낙하했다.


으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터널 안을 선명하게 울린다. 아래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


“너, 너...!”

“말했잖아. 마법사라고.”

“크르륵!”


세 마리가 더 온다. 들리는 건 세 마리. 보이는 건...아, 저기 한 마리. 놈을 보면서 상상했다.


붕!


더 세게. 좀비가 터널의 천장으로 솟구쳐 올라가,


쾅!


천장에 머리를 받는다. 이어 회색 먼지와 함께 아래로. 쿵. 이번엔 즉사했다.


“크르아악!”


소리에 자극을 받는 게 좀비의 특징이다. 두 마리도 곧 푸른 승용차 옆으로 달려 나온다. 놓치지 않았다. 두 마리 동시에 들어 올렸다. 천장으로, 쾅. 내려올 때도 마법을 사용해 한 마리는 수직으로 세워진 철심에 몸통이 꿰뚫리게 했다. 퍽, 하고 살이 뚫리고 마지막 놈은 바닥에 팔부터 떨어졌다.


“크르....”


그래서 살았다.


타다닥!


남자가 부상당한 좀비를 보고 달린다. 아니, 쟤 내가 다 죽여 놓은 걸 쉽게 마무리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막타치는 거잖아!


용납할 수 없다. 내가 마법사라고 할 땐 믿어주지도 않았으면서.


붕!


난 좀비를 벽으로 내던졌다. 남자는 벽에 부딪힌 다음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좀비를 자리에 우뚝 서서 지켜봤다.


“끝났네?”


둘한테 말했다. 여자는 화가 난 표정이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소리를 지른다.


“너! 니가 어떻게, 아니, 왜! 니가 마법사일 리가 없잖아! 그렇게 걸레 같은 옷이나 입고 있으면서 어떻게 구름 위의-”

“조용히 해, 클레라.”


여자는 입을 닫았다. 남자는 검을 허리춤의 검집에 넣곤 나에게 묻는다. 그 방에서만 해도 아무 관심이 없어 보이던 두 무감각한 눈동자가 이젠 살아있다. 그런 식이라 이거지?


“너. 이름이 뭐였더라?”

“안 알려줄 건데.”

“...클레라, 상자로 가서 마법사의 이름을 봐줘.”

“내가 왜!”


내가 마법사인 것이 그렇게 분한 일인가. 도무지 알 수 없다.


“부탁할게.”

“...환장하겠어, 아주.”


기분 나쁘게 궁시렁거리면서 처음에 있었던 상자까지 기어코 걸어가는 여자. 반면 남자는 아직도 나에게 할 말이 있어 보인다.


“거기, 잠깐 시간이-”

“아니. 난 갈 건데.”


똑같이 해주기로 했다.


타닥!


날 부르는 그를 두고 난 철판 위를 달렸다. 터널의 끝엔 ‘탈출구’라는 표지판이 달려 있고 그 밑엔 척 보기에도 푹신한 메트리스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대놓고 뛰어내리라는 것이 아닌가. 2미터쯤이야.


탁!


뛰었다.


철컹!


매트리스의 스프링이 기분 좋게 흔들렸다. 난 탈출구 표지판 밑의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 열었다. 남자가 오기도 전에 문을 닫고, 문 뒤에 있는 또 다른 문을 열었다.


“...읏.”


갑자기 밟아져서 눈을 감아야 했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눈을 떴을 땐 탑의 로비가 내 앞에 있었다. 내가 탑의 로비에 있었다. 거대한 돔 형태의 공간. 돔의 가장 위, 허공에 홀로그램이 하나 전시되어 있다.


[[

1층 로비

]]


저것을 보니 내가 탑에 들어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잠시 그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왔다.


“니가 랴하리?”

“네?”


그의 얼굴보다 먼저 본 것은 그나 내 눈 앞에 들이민 휴대용 패널. 난 얼떨결에 거기 있는 것을 읽었다.


[[

평가 대상: 랴하리


측정 결과를 보고 합니다.


종합 점수: 4.7(1위)

(평균 종합 점수: 1.2)


[배점 내역 확인하기]

[진단 결과 확인하기]

[시험 영상 확인하기]

]]


있는 것은 내가 4.7점이라는 것 하나와 평균은 1.2점이라는 것. 낯선 사내는 패널에 있는 나의 초상화와 내 얼굴을 번갈아 확인하더니, 패널을 치우고 흥분된 목소리로 외친다.


“당장! 당장 따라 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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