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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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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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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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세계 (2)

DUMMY


김윤이 즐겨 사용하는 스킬, 뇌격.

그것은 A랭크에 위치한 스킬로 원소 운용과 방출 그리고 마력 광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주먹에 휘감기는 전기 원소, 그리고 그것을 한 번에 방출하는 힘, 마지막으로 상대에게 큰 충격을 주기 위한 관통력의 마력 광선.

그것이 하나로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스킬인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그는 그것에 다른 것을 하나 더 뒤섞었다.


그것은 마력의 운용법이나 스킬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자신에게서 떨쳐냈던 것.

그리고 도망쳤던 것.

그러나 이제는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의 트라우마, 정신적 충격, 부정적 감정.

그것이 마력을 통해 실체화 되고, 뇌격에 휘감기며 카룬을 향해 쏟아졌다.


콰르르릉!


새카만 번개가 쏟아지며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족하다!”


카룬의 전신을 꿰뚫은 번개.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갈하며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키는 공격.

그것에도 그는 끄덕이 없는 것이었다.


“이정도의 감정, 이미 익숙해졌다. 수없이 반복되는 죽음과 절망 속에서.”


카룬의 주먹이 김윤의 턱을 올려쳤다.

김윤이 하늘 높게 날아올랐다.


“새기는 자의 힘을 제대로 사용해라!”


카룬이 김윤이 날아오른 높이까지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이어 발차기를 그의 복부에 내리꽂으며 그를 다시 지상으로 추락시켰다.


“네 세계를! 복수를 포기할 셈이냐!”


카룬이 허공을 강하게 박찼다.

그러자 그의 몸이 마치 하나의 포탄으로 변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거대한 바위성이 모조리 휩쓸리는 폭발.

바위성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흙먼지가 높게 피어났다.


“닥쳐.”


김윤이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역시 거대한 폭발 속에서 아무런 충격을 입지 않았다.


필연.

그것과 기억의 지대의 조합.

기억의 지대에서 추출한 카룬이 보여주었던 무적과 같은 모습.

그것을 필연을 통해 자신에게 적용한 것이었다.


‘압축된 질량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힘,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마력. 그것을 전신에 둘러 얻은 방어력.’


강하다.

그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강하다.

하지만 반드시 쓰러뜨려야만 하는 적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흙먼지 속에서 시간을 벌며 머리를 굴렸다.


‘필연으로 타격한다한들 저 마력 갑옷을 뚫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


아직 그가 다루는 필연은 완벽하지 못했다.

불러올 수 있는 운명이 한정적일뿐더러, 그것은 불러오는 것에만 적용이 가능했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는 길을 만드는 자임에도, 새기는 자임에도 말이다.


‘놈의 말대로인가······.’


자신은 기억에, 과거에 얽매인 것일까.

하지만 그것은 그의 전부다.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그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있기에 그는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었다.


후우웅!


카룬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주변을 가득 메우던 흙먼지가 모조리 사라졌다.


카룬이 발걸음을 딛었다.

그에게 기회를 주듯 그는 천천히 걸었다.


쿠드득!


그럴 때마다 깊게 패이는 바닥.

거리가 좁혀질수록, 구덩이가 생겨날수록 주어진 시간이 줄어든다.

여유가 줄어든다.


생각해라.

찾아내라.


김윤이 마력을 쏟아냈다.

그리고 자신의 해답을 내뱉었다.


“아니,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는 거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나아갈 수 있는 거야.”


그가 지닌 새기는 길이란 그러한 것이다.

이미 새겨진 것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

그것을 통해 더욱 정교한 길을 새기는 것.


쌓아온 과거를 사용한다.


김윤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자 주변에 가득한 카룬의 마력이 그의 숨을 타고 체내로 빨려 들어왔다.


그가 내뿜었고, 사용했기에 주변에 가득한 마력의 잔재.

그것을 갈무리해 그의 것으로 다룬다.

한계치까지 흡수하고, 그 이상은 체외로 두른다.

그것은 흐름.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김윤의 몸 주위에서 일어났다.


“나의 마력을 이용하는 건가. 그걸로 무얼 할 거지? 또다시 창의성 없는 무기 쏟아내기인가?”

“과거를 되돌아본다.”


그의 것이 된 방대한 마력이 기억의 지대에 스며들었다.

기억의 지대는 기다렸다는 듯 아가리를 벌린 채 그것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기억을 읽어내는 영역인 그것.

그것은 방대한 마력을 바탕으로 셀 수 없는 기억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 던전에 새겨졌고, 카룬에게 새겨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넘어, 그가 걸쳐온 수많은 세계의 기억을 담고 있었다.


수없이 펼쳐진 실패의 길.

그것이 모두 기억의 지대를 통해 읽히기 시작했다.


그 방대한 정보량에 김윤은 현기증을 느꼈다.

그러나 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갈무리하고 하나의 길을 만들어낸다.


실패를 발판삼아 더 먼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성공의 길을.

그것이 반드시 이루어질 길을.

필연의 길을.


“그런가.”


수없이 많은 기억을 읽던 김윤이 카룬을 바라보았다.

그가 어떠한 일을 겪어왔는지 보았다.

그리고 그가 왜 이러한 짓을 했는지 보았다.


“그랬던 건가.”


아니, 읽어냈다.


-끝이다.


카룬이 최현민을 빛으로 소멸시킬 때의 기억.

그러나 그것은 소멸이 아니었다.

그렇게 꾸민 것이었을 뿐.


최현민은 살아있었다.

그는 카룬의 힘에 의해 다른 이들과 함께 공간 이동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일으키는 마력의 빛을 그가 소멸한 것처럼 꾸민 것이었다.


김윤에게 목적을 심기 위해.

그를 단련시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은 최후를 맞이하기 위해.


김윤은 그 모든 것을 읽어냈다.

그렇기에 길을 만들었다.

그가 실패했고, 그가 바라던 길을 이곳에 새긴다.


황금빛 마력과 푸른 마력이 한곳에 엉켰다.

필연, 그것이 다시금 발동되었다.


반드시 일어나게 되는 일.

그것은 한 세계의 종말과 맞닿았다.


수없이 반복된 죽음과 되살아남.

그리고 몬스터로서의 삶과 다른 세계의 생명을 학살하는 일.

그러한 끔찍한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유지한 자가 바라는 결말.


“카룬.”


김윤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카룬은 그의 전신에서 타오르는 찬란한 마력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기존의 마력의 기초인 푸른빛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카룬의 황금빛도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색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때로는 무지개의 빛깔이었고 때로는 어둠이었다.


기억에 담긴 수많은 것이 하나로 뭉친 결과.

김윤이 카룬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카룬은 자신의 끝을 깨달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이 드디어 찾아왔다.


“네 세계는 실패하지 마라.”


김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룬이 미소지었다.

그리고 체내에 있는 마력을 모조리 김윤을 향해 쏟아부었다.


“고맙다.”


그의 전신이 발광하며 거대한 마력 광선을 쏘아냈다.

그의 몸을 압축하던 마력마저 없어졌기에 그의 몸이 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내게 끝이라는 것이 새겨진 길을 주어서.”


김윤을 휘감은 마력이 섬광을 내뿜었다.

마석 던전, 태양의 성지가 온통 새하얗게 물들었다.

마치 새하얀 백지처럼.

그리고 그 백지에 새카만 구가 길을 수놓았다.

김윤의 몸에서 피어난 마력으로 만들어진 구였다.


그것은 그의 몸을 휘감는 것을 넘어 빠르게 덩치를 부풀렸다.

새하얀 공간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그리고 그것에는 카룬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카룬이 새카만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동시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소멸을 맞이했다.


콰과과과과과!


태양의 성지를 모조리 집어삼키는 어둠.

그것은 순식간에 내부를 모조리 집어삼킨 후, 그것도 모자라 포탈로 향했다.


포탈을 뚫고 넘쳐나오는 어둠.

그것은 리자드맨들이 설치한 건축물을 모조리 휘감았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리자드맨 역시 모조리 휘감았다.


“이··· 건······.”


김윤이 처음 보았던 특이한 형태의 리자드맨.

리자드맨이나 인간을 닮은 그가 자신을 휘감는 어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에서 느껴지는 결말을 깨달았다.


“마··· 침내······. 왕··· 이시여······.”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별이 총총 박힌 하늘이 이내 새카맣게 물들었다.

어둠이 그를 완전히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리자드맨의 거주지를 휘감았던 어둠.

그것은 나타났던 것처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


끝이라는 길이었다.



***



“이건······?”


백민호가 푸르게 타오르는 눈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새하얀 공간이기에 그 무엇도 볼 수 없는 곳.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것이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래.

그의 고유 스킬을 통해 볼 수 있는 정해진 운명, 그러나 그가 바꿀 수 있는 그러한 운명이었다.

그는 길을 만드는 자, 그중에서 비트는 자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가 미래를 비틀지 않았음에도 미래가 바뀌었다.

그가 보던 미래가 아닌 다른 미래가 그의 눈동자에 담기고 있는 것이었다.


“뭐지······? 대체 누가?”


설마 길을 비트는 자가 더 있는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길을 비트는 자는 오직 자신 하나.

같은 종류의 길의 주인은 단 하나만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래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그만이 아니다.

길을 만드는 자라면 모두 미래를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애초에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이들.

정해진 운명을 비틀고 세계의 멸망을 비튼다.


다만 비트는 자인 그만은 그것을 인지하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보는 것이 가능했다.

좀 더 확실한 미래를 택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었다.


“길을 지우는 자인가?”


그가 접하지 못한 마지막 길을 만드는 자.

그가 한 짓일까.

아니, 그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짓을 할 사람은 단 하나였다.

또 다른 길을 만드는 자, 김윤.


“완전히 각성해낸 건가? 좋아. 이제 단 하나인가.”


백민호가 두 눈에 깃든 마력을 거두어냈다.


“길을 만드는 자는 최초로 힘을 각성한 자가 있는 그 지역에서 모조리 정해진다.”


백민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세계의 최초의 각성자.

그것이 바로 그였다.


“그것은 그가 지닌 길의 힘이 전파되어 다른 이들의 힘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자신의 힘을 깨워낸 길을 만드는 자.

그리고 그 자격이 있는 자들에게 그의 각성의 불이 옮겨 붙었다.

그것은 김윤에게 그리고 이지우에게.

그리고 마지막 길을 만드는 자에게도 그럴 것이다.


적합한 마력 패턴과 트라우마,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정신력을 가진 이에게 그의 불이 전해진다.

길의 힘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협력하여 세계의 멸망을 막이 위함이다.”


멸망을 피하는 길을 막기 위해.

길을 새긴다.

길을 비튼다.

길을 잇는다.

길을 지운다.


모든 이유는 세계의 생존을 위해.

세계의 성공을 위해.


“나의 평안한 미래를 위해.”


백민호가 낮게 읊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정적만이 존재하던 새하얀 공간에 그의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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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탐색대 (1) 24.01.17 81 2 11쪽
100 귀환 (2) 24.01.16 72 2 12쪽
99 귀환 (1) 24.01.12 71 2 11쪽
» 실패한 세계 (2) 24.01.11 79 1 12쪽
97 실패한 세계 (1) 24.01.10 63 2 12쪽
96 불완전 (7) 24.01.09 78 2 12쪽
95 불완전 (6) 24.01.05 69 1 12쪽
94 불완전 (5) 24.01.04 75 2 12쪽
93 불완전 (4) 24.01.03 78 2 12쪽
92 불완전 (3) 24.01.02 6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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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용살검 (2) 23.12.09 6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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