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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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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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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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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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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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으로 저물어 가는 계절의 출입구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외이겐테르델핀은 조심스럽고 은밀했다.

그의 성격상 또 업무상 둘 다 그러했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렇게

그는 될 수밖에 없었다.

외이겐테르델핀은 이제는

자신의 몸인 것처럼 자신의 운명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그런 그도 잘 모르고 있는 것들이 있었다.

왕궁은 그렇게 비밀한 집단이었고

강력하고 거대한 베일에 둘러싸여 있는 집단이었다.

그 베일이 그러했는지

아니면 그 베일 속의 왕궁이 그러했는지.

그가 함부로 접근할 수 없고 더 이상은

정보의 공유나 열람이 필요 불가인

정보들은 많았다.

그런 법칙을 어기면 가끔 때로는

그의 생명도 불편해질 수도 있었다.

왕궁이 공평하고 평등했다면

그런 정보의 접근이

불법인 불경스러운 문제가 될 리는 없었다.

그러나 왕궁이 만악의 근원이 아니듯

왕궁은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집단도

역시 아니었다.

다른 것이라고는 성격이 약간

다소 여러 분야에서 달랐다.

굳이 그 다른 요소들은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가장 가깝게 말하자면

욕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성들은 넘보지도 못 하는

또 향유할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

욕망의 종류들이

왕궁에게는 많았다.

많은 것들을 가진 자들은

원래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왕궁의 잘못도 아니었고

백성들의 잘못도 아니었다.

욕망 그리고 구조의 문제였고

영역의 문제였다.

왕궁은 왕궁대로의 원칙이 달랐고

백성들은 백성들대로의 원칙이 달랐다.

외이겐테르델핀은 쉽사리 만족을 할

작은 야심의 남자가 아니었다.

그러기엔 인생은 그에겐 너무 짧았다.

그러나 왕궁 측은

외이겐테르델핀의 인생이 짧든 길든

전혀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일개 도구이거나 하인이면 되었다.

우아하고 교양을 갖추고

또 충성스러운 만족스런 인성을 가진

믿음직스럽고 됨됨이가 잘 갖추어진

유능한 노예이면 되었다.

그런데 충분하고 다량의 액수인 보수를

매번 다 받아가면서도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몰래 접근이 금지된 정보들에게

자꾸만 외이겐테르델핀은 가까이 다가갔다.

자칫하면 그의 기반이 아니라

그의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도.

금지된 것일수록 그것들이

거대한 유혹을 뻗친다는 게

무엇인지 실감을 피부로 하는 날들이

외이겐테르델핀에게 자꾸만 쌓여갔다.

외이겐테르델핀에게는

외이겐테르델핀만의 생각이 있었고

왕궁 측은 왕궁만의 생각이 있었다.

두 양자간에 일치를 보는 생각의 영역이

따로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럴 가능성이 없었다.

그것은 욕망의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아슬아슬하고 두려운 자신의 길을

그토록 지엄하고 두려운 왕궁을 상대로

끊임없이 확장해갔다.

미래는 미래의 몫이라며

어디까지나 외이겐테르델핀은

그렇게만 여겼다.







귀족은 귀족끼리만 교간했다.

그것이 전통이이었기에

모두들 그 전통을 따랐다.

어리고 귀여운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족 소년들을

나이가 있는 성인 남자 귀족들이 즐긴다.

평민 소년이 아무리 사랑스럽고 귀여워도

성인 남성 귀족들은 그 평민 소년을 건드리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아무도 그 제대로 된 관습의 이유를

조금도 몰랐다.

그러나 이유와 무관한, 별개쯤인

전통이었으므로 다들 잘 따랐다.

그렇게 다 큰 어린이 된 성인 남성 귀족들은

다시 어리고 순수하고 예쁜 소년 귀족들을

쭉 돌려가며 공유했다.

마치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을 성인이 되어서

돌려받듯이.

그러나 더켈웰커스경은 그러기를 거부해서

주변 귀족 사회에서 이상한 놈으로 통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놈이라며.

더켈웰커스경은 그런 주변 귀족들에게

그냥 한 번 웃고 그저 지나갔다.

물론 이런 성향이 심한 귀족 집단과

덜한 귀족 집단이 있다.

개인 차는 어쩔 수 없이 있게 되는 것이었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이토록 불완전한 세상에서

균열이 간 삶들에게 완전을 요구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무리일 수 있었다.

그러나 무리보다 더 하열한 관념이 불행일지도 몰랐다.

균열이 갔든 온전하든

그런 조건들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결과만이 중요했다.

심지어 불행이라는 결과마저도 도외시되었다.

불행은 같은 결과지만

어디까지나 고려의 대상과 고려의 여부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계절이 바뀌었으므로

조용한 흥분 같은 기대 속에서

행복이라는 적극적인 관념 설정에 다시 또

예년처럼 몰두했다.

개념대로 현실이 이루어져서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하여.

실상은 어렴풋하게 잘 알지도 못 하는

그 개념을 바뀐 차가운 계절처럼 감각하는

의식 속에서.


메릴테이레트로에 대한 조사가

부드럽고 침착하게 또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그가 노인이라는 육체적 나이와는 무관하게

의문점을 남긴 죽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남기고 떠난 죽음이.

그의 음악과 명성대로 그는 사후에도

여전히 중대한 사람이어서

그 거대한 족적 때문에라도

그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으면

수사를 해야만 했다.

의문의 글자 한 자가 단서일 수도 있었다.

그가 미처 사라지지 않은 마지막 가냘픈 힘으로

바닥에 엎어져서도

무엇인가 긁어서 남긴 단 한 글자였다.






말뿐인 관념은 이상하게 실행력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의 진실이었고

세간에서는 그저 그러한 아름다운 겉표면만이

필요로 했다.

겉만 중요했기에 겉의 너머인 그 이면이나 그 내부는

세간에서는 관심이 없었다.

세상이 텅 비어있고 공허한 무의미로 대신에

가득 차 있더라도 정상적으로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가

그러한 보편적인 행태에서

기인했다.

모두가 다 그랬고

모두가 다 그러하기를 동의했으니까.

체제의 끄트머리를 겨우 붙잡고 있는

더웬델러스케펠경이

아무리 썩은 악취가 진동을 하는 체제의

실제 체취를 맡았다고 해도

그에게는 체제를 거부해서 저 멀리 밀어낼 힘이

없었다.

싫든 좋든 그도 체제의 일부였으므로 심한 체취든

어딘가에서 생기 가득한 싱그러운 장미향이 나든

그것은 그의 능력에서 바깥에 위치해 있었다.

달리 말하면 그 점이 그의 무기력이었고

그 점이 그의 안전을 도모하는 무책임이었다.

이따금 그의 심야를 하얗고 초록색으로 파란 빛으로

물들이는 생각들이 있었다.

그러나 섬보다도 파랗고 그의 지나온 날들보다

더 선명하게 명멸하는 그의 감정적 소회들에

이른바 사회와 체제는 없었다.

그의 사고하는 뇌리의 공간에는

밤바다에서 어둠 속의 섬들보다

더 광대하게 떨어진

막막한 감정들이

체제에 대한 그의 소견들이었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뭘까.

속으로는 거부하다시피

이 체제를 염오(厭惡)의 감정으로

무척 멀리하며 외면하는데,

이렇든 저렇든 이 체제의 많은 것들을

잘도 누리고 있으니

도대체 어찌된 노릇일까.

피아니에지스테의 소유자가

되어도 좋다고 하는,

누가 봐도 그럴 자격이 있는 위치까지

내가 올라간 음악인이 된다고

내가 과연 온전한 내 자신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가면을 쓰고 선량한 척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흔하다는

그런 충고가 오히려 더 흔해 빠진

식상한 지혜이다.

아무리 열려고 애를 써봐도 열리지 않는

집과 같이 이 문제가 나를 괴롭힌다.

차라리 그냥 전폭적으로

수용을 다 할 수만 있다면.

진실과 내가 서로 가깝지 않다면

나는 진실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더웬델러스케펠경에게도

겨울은 간단히 찾아오지 않았다.




크레뮐켑테이톤은 검고 단출한 복장이었다.

앙상하게 싸늘해져 가는 냉각의 계절이

다시 왔으므로 눈발처럼 그도 추위를

가끔 느낄 법도 하건만

그는 가벼운 복장이었다.

누렇고 보잘것없이 탈색된

겨울의 풀들이 차분히 숨죽이고 있는

들판의 초입에서

그는 조용히 서 있었다.

가벼운 공허처럼 감정이 비워져 있는

그는 무표정하다기보다는

방관처럼 편해보였다.

잠시 겨울의 맑은 햇빛들을

차가운 대기 속에서

받으며 서 있던 크레뮐켑테이톤은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약간은 구부리고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곧게 펴서는

가볍고 세심하게 앞으로 내밀어

섬세한 촉각을 그 허공에게 하려는 듯

서서히 뻗어나갔다.

대기는 차갑고도 부드러워서

크레뮐켑테이톤의 손가락이

무엇을 찾아가려는지

서서히 주의 깊게 나아갔지만

균열이나 파동이 없었다.

그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은 끊임 없이

섬세하게 무엇을 찾으려는 듯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나오기 시작한

밝은 금빛의 광선이

차차 무엇을 자르듯

그어나갔다.

온갖 색깔들의 광선들이

여러 직선의 금과 도형으로 새겨지듯

반짝거리고 있는 투명한 광선으로 만든

직사각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좌우의 오른쪽으로 멀리 긋고

세로로도 길게 내려긋자

큰 정사각형의 광선막이 생겼다.

투명하지만 모서리와 꼭지는 모두

광선들의 선으로 이루어진.

크레뮐켑테이톤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정사각형의 마법 실내는

밖에서는 안이 안 보였으나

안에서는 근본 마법력 등

마법의 힘이 어디로 누구에게서 누구로

다 흘러가는지 잘 볼 수 있었다.

그걸 이제 안에서 이동을 시키며

바깥을 유심히 크레뮐켑테이톤은

관찰하기 시작했다.



크레뮐켑테이톤은 이것저것 조사를 하고 다녔지만

외이겐테르텔핀과는 달랐다.

왕궁에 고용이 되어 있지 않아서

충성을 바쳐야 할 필요는 있지도 않았고

그래서 눈치를 볼 필요도 전혀 없었다.

또 접근의 용이성이 더 나빴다.

그래도 그런 장애 요소들에

크레뮐켑테이톤은 구애될 사람이 아니었다.

크레뮐켑테이톤이 그런 왕궁의 욕망을

넘보는지 알 수는 없었다.

워낙 조용한 곳이 왕궁이었으니까.

왕궁과 그의 욕망이 일치할 이유가 없었다.

누가 차지하느냐는 소유의 문제로

왕궁과 그의 욕망이 일치하지 않았다면

지극히 정상이었다.

오래 심혈을 기울여온 왕궁이

어디서 느닷없이 나타난 낯선 자에게

순순히 양도를 할 리가 없었다.

욕망의 소유권이 중요한 쟁점이었다.

그러나 레이피엘피에셔스에게는

복잡한 욕망의 방정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려운 문제였다.

욕망을 누가 소유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차지하느냐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욕망의 공유라고 볼 때

레이피엘페이셔스의 욕망과

또 왕세자의 욕망이 일치하느냐가

문제였다.

욕망의 공유부터

그 욕망이 귀속되게 되는 본질도

또 기다리고 있었다.



세이덴미트레퍼스 공작도

욕망에서 그 대열에서는

이탈을 할 마음이 없는 자였다.

당당한 신분으로

누구의 명대로 고분고분하게 따를

남자가 아니었다.

각자가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 결과는 그때 가서 확인한다.

이것이 세상에서 말하는 법칙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이덴미트레퍼스가 알고 있는 법칙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각자가 다 함께 최선을 다 한다.

이 문제처럼 세이덴미트레퍼스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도

몇 가지 되지 않았다.

내 삶에 와서 최선을 다 하지 말란 말이다.

순종과 복종을 온전히 다 하란 말이다.

우월한 자에게 용납할 수 없는 점은

반발이지 무능이 아니었다.

겨울비가 1주일을 걸쳐서 이틀에 한번인 날도

3일 연속을 다 온 날도 있으면서

조용하고 우울하게 내렸다.

더켈웰커스경은 겨울비를 특별한 기분으로

창밖 너머로 내다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가 오면 저절로 기분이 가라앉고

조용하고 차분해지므로

그의 기분도 따라서 그렇게 변해갔다.

귀족가끼리의 사교계 생활은 잘 흘러갔고

그리고 화기애애하고 인간적이었다.

술을 마신 날은 큰 침대에서 홀로 자면서

창밖의 소리들을 더켈웰커스경은

괜시리 귀담아 들었다.

겨울비가 다소 오래 왔다.

판타지 문피아 죄악으로 저물어가는 계절의 출입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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