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끝내도 좋을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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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71
작품등록일 :
2023.10.01 03:31
최근연재일 :
2024.09.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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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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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

작성
24.09.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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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01.

DUMMY

‘2018년 10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가 시행되었습니다. 고객 응대 근로자에게 폭언·폭행 등을 하지 말아주세요.’


-


“아니 왜 말을 못 알아 쳐 드시는 거야? 내가 우스워 지금?”


오늘도 똑같다. 매일 다른 시간대 다른 사람.

항상 말을 못 알아듣는 쪽은 상대방 쪽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내가 못 알아듣는 쪽이라 주장한다.

참으로 기이하고 다채로운 억울함의 연속.


“제가 다시 한번 차근히 설명 드려도 될까요?”


예상한대로 오늘도 짠 듯이 흘러가는 상황 전개, 상대방이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청하는 통성명 요청.


“민영숙입니···”


이름 석자가 들리자마자 툭 하고 끊어버리는 것마저 어쩜 이렇게 루틴이 다들 똑같지 생각하며,

쓴 웃음이 얼굴로 번지기도 전에 또 다른 사람이 나의 일상에 들어선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일상적이지가 않다.

새로 고침을 반복하며 ‘이상하다···왜 아무것도 안보이지?’하던 찰나


“민영숙씨신가요?”


이상하다. 분명히 내가 먼저여야 하는데, 아무리 새로고침을 해도 이전 기록조차 없는데

이 사람이 내 이름을 내가 인사하고 먼저 내 입으로 내뱉기 전에 알고 있다.


“네, 안녕하세요, 어떤 업무가 필요하실까요?”

“언제 쉬세요?”


황당하다. 이 황당한 질문은 뭐지. 문제는 저 질문 뒤에 들려오는 웅성거림.


“아, 쉬시건 안 쉬시건 그건 상관없겠네요. 회사랑 얘기하면 되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실례지만 어디서 전화주신 걸까요?”

“여기 강로경찰서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믿기지 않는 단어에 머리가 혼란해졌다.

그 혼란한 머리 속을 정리할 새도 잠시.

방금 전 수화기 너머로 들리던 목소리가 내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차갑게 찰랑이는 쇳덩이 소리와 함께.


“민영숙씨, 당신을 장현구, 이찬용, 하지희씨 살해 용의지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들을 법한 문장들이 내 귀에 꽂히며,

내 두 손목에 차가운 쇳덩이가 철컥하고 얹혔다.

형사일법한 아니 형사인, 내 인생에 만날 일 없을 것만 같던 직업을 가진 남자에게 이끌려

오늘 서너 시간 만에 처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들어오는 광경이 사뭇 착잡했다.

내가 이 꼴을 당하고 있는 와중에도 내게 눈길을 보낼 여유조차 없는 동료들의 모습


“서로 같이 가시죠”


나의 신분을 살해 용의자라는 악랄한 단어로 뒤집어 씌운 주제에

형사는 참으로 친절하게 나를 밖으로 안내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법도 한데, 나는 그의 인도에 순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 순간에도 내 자리 모니터에는 콜이 울리고 있었다.

처음이다. 이렇게 날이 밝을 때, 콜 소리를 등지고 이 지옥 밖으로 나서는 일.

물론 그게 긍정적인 일과 함께였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


사무실 문에 다달아 뒤를 돌아 동료들이 빼곡히 들어찬 지옥을 눈에 담았다.

그제서야 몇몇 동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해방감 가득한 미소로 화답했다.


형사 두 사람과 밖으로 나와 경찰차로 향하는 사이 마신 한 낮의 공기.

굉장히도 포근했다. 경찰차를 타고 한 낮의 서울 시내를 다니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곁에 앉은 형사는 내가 그 여유를 누리는 것이 꼴사나운지 한마디를 던졌다.


“저기요, 지금 드라이브 나왔어요?”

“···죄송합니다, 이 시간에 밖에 나와서 이렇게 다니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야속했다. 하지만, 당연한 것도 알고 있었다. 난 지금 흉악범으로 이 차에 타고 있는 거니까.

세 명이나 죽인···근데 왜 세명이지? 암튼 그렇기에 내가 경찰차를 타고 창밖을 보며

한 낮의 풍경을 즐기는 모습이 제법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처럼 보였을라나?

문득 억울해졌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건지. 내가 왜 이 햇살 좋은 오후에

손에 수갑을 차고 경찰서나 가고 있어야 하는건지.


“저 억울해요!”

“자, 거의 다 왔으니까 그런 건 서에 가서 말씀하세요.”

“저 진짜 억울하다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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