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53
연재수 :
324 회
조회수 :
148,800
추천수 :
2,629
글자수 :
2,107,291

작성
23.12.15 12:00
조회
425
추천
8
글자
16쪽

31화. 괴물 (2)

DUMMY

“···춘수.”


아라부카는 춘수였던 편육을 내려다보며 당혹감을 곱씹고 있었다.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몰골의 춘수를 바랐던 것은 아니다.


“이걸 놈이···?”


춘수를 관통한 창이 춘수가 타고 있던 말까지 꿰뚫고도 회전과 비약을 멈추지 않았던 모양이다. 2장(약 6m)에서 3장(약 9m). 그 거리를 밀려나는 동안, 춘수는 아마 자신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즉사를 했을 것이다. 창이 힘을 잃고 땅에 꽂혔을 즈음에는 춘수의 팔과 다리는 한 몸에 붙어있지 못했으니까.


문제는 이게 투창의 결과물이란 것이다. 손에 쥐고 경력을 실어 휘두르는 창에 비하자면, 투창에 담기는 경력은 보잘것없다. 비거리가 길면 길수록 당연히 위력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활처럼 곡사(曲射)를 통해 위로 던져 올린 창의 무게를 이용해 떨어뜨린 거라면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적어도 사람 몸을 관통할 정도의 힘은 나올 테니까. 그런데 이건 그런 식이 아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아니, 무슨 수를 썼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무슨 수를 썼든 간에, 지금 미친개는 감당하기 힘든 괴물이란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분명, 닷새 전만 해도, 미친개에게 사람을 일격에 꿰뚫어버릴 정도의 힘은 없었다. 있었다면 그때 썼겠지. 한성채의 해독을 요구하며 나타났던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 *



“···음.”


득구의 침음성에, 성채가 뒤를 돌아보았다.


-왜?


“암것도 아녜요.”


성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삐를 득구에게 넘겨주고 그대로 몸을 기댔다.


-잠깐만 잘게. 너무 피곤하네.


“그러세요.”


득구는 양팔로 성채의 어깨를 모두어 받치고서 고삐를 쥐었다. 가만히 성채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던 득구는 곧 눈을 들어 앞을 향했다.


뭔가 이상하다.


날이 갈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강한 힘이 생긴다는 뜻은, 그만큼 아가씨를 지키고, 도련님을 보필하는 것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니까.


그렇지만, 뭔가 이상하다.


득구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성장 속도는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히, 남들에게는 없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 설총의 입을 통해 들었기에 인지는 하고 있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약간 특이한 눈, 혹은 무언가.


득구의 눈이 성채를 향했다. 잠깐 사이에 성채는 곤히 잠든 모양이다.


새액, 새액.


숨소리가 들려온다. 성채는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 그 이유는 모른다. 의원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으니까. 다만 되지도 않을 자기 소견 따위를 지껄였을 뿐이다.


이럴 겁니다. 저럴 겁니다. 이게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들.


말을 못 한다는, 아니 아예 목에서 아무런 소리를 만들 수 없다는 그 사실은 지독하게 위험한 일이다. 그 사실을 가르쳐준 사람은 홍위윤이다. 사람은 남들과 같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남들과 다르고 특이한 무언가가 드러나면, 위험해진다. 홍위윤은 친히 그 사실을 득구와 성채에게 알려주었다. 그때 득구는 여섯 살, 성채는 네 살이었다. 고작, 여섯, 네 살. 인생의 쓴맛을 알아버리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특이한 사람 둘이 한 말 위에서 흔들거린다. 다각다각, 말발굽 소리는 끊이지 않고 울리는데, 그 위에는 숨소리만 가득하다.


“···왕초가 말하지 말랬다만.”

“뭐?”

“말해야 할 것 같다.”

“뭘?”


득구는 성채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발가락은 득구 옆으로 말을 붙이고 다가왔다. 발가락이 먼저 말을 멈추자, 득구도 따라 말을 멈추었다.


“왕초께서 너를 약왕전으로 보낸 것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득구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게 뭔데?”

“네게 확인할 것이 있어.”

“뭐? 그 천검 어쩌구?”

“아니, 그걸 무슨 수로 확인하냐?!”


발가락이 황당한 표정으로 되묻자, 득구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검지를 입술 앞에 세웠다.


“윽, 제길. 미안하다.”


목소리를 낮춘 발가락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뭐, 나도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궁금한 사안이긴 하다만··· 그 문제는 딱 한 사람만 열쇠를 쥐고 있겠지.”

“···은설.”

“그래. 그 여자.”


발가락은 흠, 헛기침을 내고 말을 이었다.


“뭐, 각설하고···. 왕초께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야.”

“뭔데?”

“네게 탐랑(貪狼)인지 뭔지 하는 인령(因靈)이 있느냐, 하는 것.”

“···탐랑?”


들어본 일이 있다. 정확히는 들어본 것 같은 단어다. 바로 그 사독파파가, 무언가에 홀린 듯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그 순간에. 확실하진 않다. 당시에는 목숨을 걸고 쿤달리와 대면하는 중이었으므로, 그 작은 목소리를 떠올리기란 요원한 일이다.


득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게 뭔데?”

“글쎄. 나도 자세한 걸 전부 들은 건 아니라서···.”

“알고 있는 것까지만 전부 말해봐.”

“···.”

“뭘 또 모른 척하고 있어? 그럴 거면 애초에 말을 꺼내지나 말든가.”


발가락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그래, 어차피 엎지른 물이지.”


발가락이 말을 멈췄다.


“잠시 쉴까?”

“좋아.”


발가락은 말을 멈춰 세우고 먼저 내려 득구에게서 성채를 받아 평평한 곳으로 조심스럽게 눕혔다. 말에서 내리는 중임에도 깨지 않고 곤히 곯아떨어진 것을 보니, 어지간히 피곤했었던 모양이었다.


발가락이 성채를 잘 눕히자, 득구가 쪼르르 달려와 웃옷을 벗어 성채 위에 덮어주었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데, 산과 숲, 호수가 이어지는 길목이다 보니, 기온이 순식간에 떨어진다. 이제 겨우 9월 초인데, 벌써 가을의 초입을 넘어섰다는 느낌이었다. 발가락은 상의를 벗어 맨살을 드러낸 득구를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안 춥냐?”

“추워 보이면, 옷 내놔.”

“내가 왜?”

“울 아가씨 더 덮어주게.”

“···제기랄.”


발가락은 하는 수 없이 겉옷을 벗어 득구에게 넘겨주었다. 득구는 그것을 위에 덮었다.


“조금 떨어질까?”

“그래.”


발가락은 깨지 않는 성채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어디부터 이야기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아는 부분만 이야기할 테니, 알아서 잘 걸러 들어.”

“좋아.”

“검귀가 벌인 일들, 알아?”


득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괴물이 한 짓거리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냐?”

“···거야 그렇겠지.”


득구는 어깨를 으쓱, 들었다.


“딴 건 몰라도··· 왕가장(王家莊) 도륙사건은 공의현에서는 모르는 놈이 없는 일이라구.”

“아, 그건 그렇겠네.”


그거야 모를 리가 없었다. 왕가장은 계묘혈사 이후 급성장한 한현보가 자리한 ‘장원(莊園)’의 본래 주인이었으니까.


“이후에 검귀가 일으킨 혈겁에 비하면야···. 사소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삼백하고도 네 명이 하룻밤 새에 몰살당했다구. 하룻밤 새에. 왕가장 전체인원이 476명인가? 공의현 같이 쪼따시만 한 동네선 엄청 큰 숫자니까. 뭐, 여튼 그날 왕가장에선 못해도 6할이 넘는 사람이 한순간에, 뭐야? 그 눈깔은?”


득구가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째려보자, 발가락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이건···.”

“뭐가 불만인데?”

“음···.”


침음성을 내뱉은 발가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좀 놀라서.”

“뭐에 놀라?”

“그··· 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숫자를 정확하게··· 아니, 아니. 진짜루. 미안하다니까!”


득구는 주먹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아가씨만 아녔음 뒤졌다, 진짜.”

“어쨌든 놀랄만하잖냐.”

“···.”


득구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쭈삣대다가 말했다.


“뭐, 울 도련님이 그런 거를 좀 일일이 세어서 파악하는 사람이라서. 나도 그때 도와달라는 거 이것저것 돕다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그래.”

“아항. 그러면 그렇··· 아냐. 너 참 대단하다. 그걸 기억하다니.”

“됐수다!”

“아니, 진짜루.”


슬그머니 올라가는 득구의 입꼬리를 확인하고서야 발가락은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상세하게 잘 알고 있으니, 별도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네. 왕가장 멸문지화 건이 시작이었지. 검귀의 폭주 말이야.”

“음.”


득구가 경청의 뜻으로 몸을 틀고 얼굴을 바라보자, 발가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검귀 말야,”

“엉.”

“그 검귀가 탐랑의 인령(因靈)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고.”

“···뭐.”


득구의 목소리가 얼어붙었다. 발가락은 검지를 세워들고서 조용히 말했다.


“우리 왕초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전부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나도 전부는 몰라. 하지만···. 백련교가 계묘혈사를 일으킨 배경에는 두 가지 계기가 존재했다고 하더라고. 첫째는 삼제진경, 두 번째는···.”

“···그 탐랑 뭐시기?”

“···그래.”


발가락은 어깨를 으쓱, 들었다.


“내가 들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


득구는 말을 잃은 채로 한동안 발가락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발가락의 얼굴이 아니었다. 득구가 시선을 잃은 채, 그저 눈만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발가락도 알 수 있었다.


“괜찮냐?”

“안 괜찮을 이유는 뭔데?”


퉁명스레, 되쏘는 득구에게 발가락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게 말이다. 왕초가 그 이야기를 했던 이유가···.”

“알아.”

“···뭐?”

“대충, 위험 요소가 될 것 같으면 뒤에서 몰래 슥삭, 해두란 얘기겠지. 아냐?”

“···.”


발가락은 입을 열지 못했다. 득구가 정답을 말했기 때문이다.


“뒤에서 꼼지락거리는 양반들 하는 짓거리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뭘 또 새삼스럽게?”

“···괜찮은 거냐?”

“그럼, 뭐 어쩔 건데? 이제 와 공의로 되돌아가기라도 할까 봐?”


득구는 서늘함이 올라오는지, 코밑을 슥슥 훔치고 말했다.


“어차피 나는 그 음흉한 할배의 계획인지 뭔지를 따르려고 온 게 아냐. 빌어먹을 독 문제를 어떻게 해보려고 온 거지.”


척, 득구가 검지를 세워 삿대질하며 말했다.


“다시 말해서, 난 내 의지로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러니까 그 거지 같은 왕초 할배가 무슨 생각을 했든 접어둬.”

“그래, 알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 탐랑인지 무시깽이가 지랄을 떨면···. 각오하라구. 난 쉽게 죽을 놈은 아니니까 말야.”


득구의 말에 이번엔 발가락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이 말은···.


“너 설마···?”

“뭔 또 괴악한 얼굴을 하고 있어? 내 말은 나한테 그 백련교 귀신이 들러붙어도 쉽게 몸을 내줄 생각이 없단 얘기야. 등신도 아니고, 왕태하 그 머저리처럼 멍청하게 죽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발가락은 속이 편해졌다는 얼굴로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에효, 역시 한결 마음이 편하구만. 너 같은 녀석 뒤통수를 노려보면서 다닌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너는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 거다.”

“···.”


득구는 사납게 웃어 보이는 것으로 대꾸를 대신했다. 어쨌거나 여차하면 그는 득구의 뒤에서 그를 찔러야 했을지도 모른단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이다. 염천호나 그 공덕자라는 할망구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발가락의 이야기는 절대로 과장이 아닐 테다.


득구는 입을 꾹 다물고 한 곳을 노려보았다.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노을 대신, 동편 하늘에는 신월(新月)이 떠올라 있었다. 공의현을 나선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나버린 게다. 그 돼지 꼬랑지 놈 때문에 쓸데없는 데서 이틀을 낭비해버렸다. 본래대로라면 지금 이즈음에는 남경에 도착해 화검양반과 합류했어야 했는데.


‘어차피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거다.’


득구는 설총이 일러준 말을 중얼거렸다. 득구야, 너는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성질머리를 다스려야 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머리에 열이 오르면, 이렇게 한번 생각해봐라. 어차피,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고.


그래, 어쩌면, 어차피 일어나야만 했던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화검 도종인이라는 조력자를 얻은 것도, 아가씨를 무사히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약간의 뒤틀림, 작은 악연 같은 불순물들이 모여 만들어진 좋은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할 일은 오직 하나뿐이다.


“좋아,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있는 힘껏, 발버둥 쳐주겠어.”


까득, 이를 드러낸 득구는 허공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제 어리벙벙하게 맘 편히 입 닥치고 있어도 되는, 좋은 시절은 끝난 거지. 이제 알겠어. 알겠다고. 은설이든, 탐랑이든··· 도련님께만 맡겨두면 되는 시기는, 지나버린 거야.”


득구는 내심, 한설총이라는 이름이 주는 안도감에 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되었다. 골 아프게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꼴리는 대로 대로변을 휘젓고 있다 보면, 반드시 설총이 와서 뒤통수를 후려쳐 주었으니까. 몸은 아파도, 마음은 그게 편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설총은 자신 앞에 닥쳐든 운명에 벅차하고 있다.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우고 있다. 한현보라는 이름을 지탱하기 위해 하나뿐인 목숨까지 내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총은 득구에게 말했었다.


‘나는 너를 내버려 두지 않겠다!’


설총의 그 말 때문에, 득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설총에게는 그 은혜가 있다. 다른 은혜가 아니고, 여기까지 이끌어준 은혜가 있다. 노비 득구, 양아치, 저잣거리의 미친개를 한현보의 한 소협, 득구로 이끌어준 은혜다.


“짐승 새끼가 아니라면··· 그 정도 은혜는 잊지 말아야지.”


이번에는 득구가 설총을 지탱해줄 차례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그래야 한다. 최소한의 도리란 말이 있지 않은가?


“똑바로 마주쳐 주겠어. 그까짓 거···! 썅, 죽기 아님, 뭐 까무러치기 아니겠어?”

“···그래, 그래. 알았다.”

“···혼잣말하는데 끼어들지 마.”

“그럼 안 들리게 말을 하든가.”

“거참, 분위기를 모르네. 이럴 땐 가만히 닥치고 듣고 있는 거야.”

“큼! 나도 그러고 싶었다만··· 왠지 자꾸 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나서···.”

“뭐야?!”


득구가 쌍심지를 켜고 노려보자, 발가락은 휘파람을 불며 눈깔을 돌렸다.


“아니, 누가 뭐래? 그냥 손발이 좀 그랬다는 거지···.” 그리고 득구가 뭐라고 대꾸하기 전에 얼른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뭐, 꼭 그럴 거란 보장은 없잖아? 검귀가 미친 살인귀가 된 건 어디까지나 사독파파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고.”

“···그렇겠지?”


발가락은 피식, 웃는 것으로 대꾸를 대신했다. 말로는 강한 척했지만, 은근히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제 놈 나이에 맞게 귀여운 부분이 있는데.


“···음. 오늘은 그냥 여기서 쉬고 갈까?”

“그래도 되겠어?”


발가락은 성채를 가리켰다.


“못 일어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러네.”


득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을 피우면 위험하겠지?”

“글쎄다. 쉴 때는 푹, 쉬는 게 좋지.”


발가락은 어깨를 으쓱였다.


“···불침번을 서는 수밖에.”


두 사람은 분주하게 야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탓에, 두 사람 중 누구도 보지 못했다. 고개를 모로 돌린 채로 가만히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생각에 잠겨있는 성채의 얼굴을.


작가의말

이번 주 들어서 정체 되어 있던 선작이 갑자기 많이 늘었네요!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한 편 더 가겠습니다!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극랑전(極狼傳)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8 33화. 번데기를 찢고, 나비는 날아오른다. (1) +1 23.12.20 447 9 18쪽
117 32화. 개회(開會) (6) +1 23.12.19 424 11 15쪽
116 32화. 개회(開會) (5) +1 23.12.18 433 8 16쪽
115 32화. 개회(開會) (4) +1 23.12.18 417 8 15쪽
114 32화. 개회(開會) (3) +1 23.12.17 437 10 14쪽
113 32화. 개회(開會) (2) +1 23.12.16 426 10 14쪽
112 32화. 개회(開會) (1) +1 23.12.15 433 8 16쪽
» 31화. 괴물 (2) +1 23.12.15 426 8 16쪽
110 31화. 괴물 (1) +1 23.12.14 431 7 15쪽
109 30화. 성동격서(聲東擊西) (4) +1 23.12.13 420 8 16쪽
108 30화. 성동격서(聲東擊西) (3) +1 23.12.12 423 7 13쪽
107 30화. 성동격서(聲東擊西) (2) +1 23.12.12 428 7 13쪽
106 30화. 성동격서(聲東擊西) (1) +1 23.12.11 441 10 17쪽
105 29화. 염병, 천하 (3) +1 23.12.10 472 9 16쪽
104 29화. 염병, 천하 (2) +1 23.12.09 455 10 14쪽
103 29화. 염병, 천하 (1) +1 23.12.08 484 7 15쪽
102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5) +1 23.12.07 461 10 16쪽
101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4) +1 23.12.06 439 11 14쪽
100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3) +1 23.12.05 451 9 16쪽
99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2) +1 23.12.05 432 9 14쪽
98 28화. 부족함을 알고도 머무르는 자는 부끄러운 법이거니와 (1) +1 23.12.04 476 9 15쪽
97 27화. 간극(間隙) (3) +1 23.12.04 464 8 16쪽
96 27화. 간극(間隙) (2) +1 23.12.03 450 9 13쪽
95 27화. 간극(間隙) (1) +1 23.12.02 472 12 16쪽
94 26화. 쿤달리 (3) 23.12.01 442 8 15쪽
93 26화. 쿤달리 (2) 23.11.30 444 5 16쪽
92 26화. 쿤달리 (1) 23.11.30 481 9 14쪽
91 25화. 역려과객(逆旅過客) (6) +1 23.11.29 473 8 15쪽
90 25화. 역려과객(逆旅過客) (5) +1 23.11.28 463 8 15쪽
89 25화. 역려과객(逆旅過客) (4) +1 23.11.27 474 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