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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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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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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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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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7화

 

 

 

 

“헌데...”

 

주변을 둘러보는 팽 의원. 아까부터 어째 이상하다 했더만...

 

“주모, 여기 사람이 왜이리 없소?”

 

이제야 눈치 챈 듯 말을 붙인다. 강림은 여기가 초행이라 뭐가 이상한지도 몰랐다. 팽 의원의 말에 주모가 반찬거리를 내려놓으며 답했다.

 

“호랑이가 나온답니다.”

 

“엥? 저 쪼매난 산에 무슨 호랑이?”

 

이 동네에는 호랑이가 살만한 산이 없다. 그나마 있는 산은 바리가 약초 캐러 가는 뒷산 정도. 그것 참 기이하다. 팽 의원은 이상하다는 듯 제 수염을 쓸어넘겼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근데 며칠 전에도, 호랑이에 물린 시체가 굴러다녔답니다.”


그에 동의하듯 주모의 대답이 이어졌다.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던 강림은 호랑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호랑이라... 강림은 수저를 뜨다말고 생각에 잠긴다.

 

“것 참 기이하네... 창귀(호랑이에 잡아먹힌 사람이 된다는 악귀)라도 나온 건가...”

 

“모르지요. 게다가 김 진사댁 있잖습니까...?”

 

“김 진사가 왜?”

 

“그 집 아들이 아주 완전히 미쳤답니다.”

 

“그 미친놈이야 원래 미쳤잖나.”

 

“아니, ‘그’ 미친게 아니라. 정말로 정신줄을 놓았다~ 이 말입니다.”

 

“허어... 그 소문이 사실이란 말이오?”

 

호랑이 이야기를 더 듣고싶은데... 강림은 화제가 돌아간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주모와 팽 의원은 저희들 이야기에 심취해있다.

 

“예, 하도 걸신들린 것 마냥 이것 저것 입에 집어넣는다고. 아예 방에 묶어버렸답니다.”

 

“쯔쯧... 거 김 진사 성정을 그리 쓰니 자식에게도 해가 가지...”

 

“그래도 그 집 마님은 좋은 분이셨는데. 참으로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그러게...”

 

그 마님께서 그 아들이 제 친 자식 아니라며 선을 그은 것은 아나 몰라. 팽 의원은 저만 아는 사실을 속으로 삼켰다.

 

*

 

주막에서 다리를 풀기 무섭게 자리를 나서는 팽 의원. 거 서둘러야지... 질행이 들겠어. 그 소리를 놓치지 않은 강림. 질행이라는 말을 쓰는 일반인은 처음 보았다.

 

“...질행이요?”

 

“...아, 아닐세...”

 

“......”

 

그렇습니까. 별다른 표정을 짓진 않았으나 찜찜함이 가시질 않는다. 무슨 젊은 놈이 저리 기세가 남달라... 아...?!

 

“자네 화랑도라 하였지?”

 

“...예”

 

“그럼 뭐 말이 통하겠네. 사실 말일세... 아까 김 진사댁 말이야.”

 

“....”

 

거 뭐 반응 좀... 아니다 되었다.

 

“커흐음... 내가 그 김 진사댁을 가는 중인데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거야.”

 

“무엇이 말입니까?”

 

“아까 호랑이 이야기도 그렇고...”

 

호랑이... 뭔가 있는 것인가?

 

“그 김 진사네는 이 근방 유지인데. 참으로 성정이 좋지 못해. 환자에게 들어갈 것들도 싹 다 저네 뱃속으로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자라오.”

 

“...그게 호랑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아니 이상하지 않나? 호랑이라면 사람을 잡아서 ‘먹겠지’... 물어서 ‘죽이기’만 하진 않을거 아닌가.”

 

아?! 강림은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챈다. 그렇지. 호랑이가 사람을 죽여 뭐에 쓰나. 먹는 거면 몰라도.

 

“아무래도 저 집에 질행 아귀(환자에게 줘야 할 음식을 빼앗아 먹은 자가 되는 악귀)가 씌인 듯 하여 말이야.”

 

“질행...아귀요.”

 

그렇지, 보통 아귀라는 단어를 쓸텐데. 강림의 눈에 의심이 스쳤다. 하지만 팽 의원은 그를 눈치채지 못하고 이어서 대답한다.

 

“그래, 내 친우 중에 화랑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친우가 말하길, 질행 아귀는 시체를 파먹고 산다하네.

 

내 보기엔 일단 사람을 죽여놓고, 나중에 그 시체 파 먹으려 한 것이 아닌가 싶어.”

 

그래서 내가 그 집에 성정을 그리 쓰면 안된다 수도 없이 일렀거늘. 팽 의원은 혀를 차며 안타까운 소리를 낸다.

 

강림은 팽 의원의 말에, 생각에 잠긴다. 아귀라, 그래서 이 근처에 악의가 넘쳐났던 것인가. 그를 가만히 보던 팽 의원이 묻는다.

 

“자네도 여기저기 악의가 느껴지지 않던가?”

 

“......”

 

화랑이건 낭도건 악의는 느낄테니 말이야. 강림은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문득 팽 의원 짐으로 시선이 간다. 그 시선을 느낀 팽의원은 제 짐을 보여준다.

 

“아... 이거? 자네는 모르겠군. 이건 방매귀(放枚鬼) 재료일세.”

 

“...그것이 무엇입니까?”

 

“아마 자네 세대는 모를 수 있어. 악귀를 쫒는 벽사의식이지.”

 

“그런 것이 있습니까?”

 

“그래. 지금이야 화랑도들이 금방 와서 악귀를 잡아주지만, 예전에는 그렇지도 않았어. 그래서 집집마다 이렇게 악귀를 쫒는 재료들을 모아두곤 했다네.”

 

“...그게 효과가 있습니까?”

 

“임시야, 임시. 단순히 쫒아내는 걸로는 안돼. 결국은 악귀를 죽여야 하거든. 이건 화랑도들이 오기 전까지 버티는 용이라 보면 되네.”

 

그 당시 누가 싹쓸이를 해버리는 바람에 큰 일이 난적도 있었지. 그땐 이 재료들 구하는게 하늘에 별 따기였다오. 팽 의원은 멋적은듯 싸리비를 쓰다듬는다.

 

“그래서 급한대로 집에 있는 싸리비를 꺾어 쓰곤 했지. 어쨌든 이것도 잘라쓰면 싸릿대 아닌가.”

 

팽 의원은 싸리비 찾고 있을 누구 얼굴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

 

 

 

바리네 집,

 

어우 죽겠다. 이놈의 빗자루는 어디간거야. 마당 좀 쓸려다 사람 잡게 생겼다.

 

일이 있어 간다는 신우를 보내고, 적적하여 집안일이나 하려 했던 바리. 빗자루를 찾느라 온 집안을 다 뒤졌다. 결국은 못 찾고, 지쳤다는 듯 발라당 눕는다.

 

“도깨비가 들어갔나... 어째 찾으니 없어...?”

 

아버지가 빗자루는 꼭 싸리를 써야한댔는데... 이참에 나무나 하러 산에 갔다올까? 지게를 바라보는 바리의 미간이 깊어졌다.

 

고민은 짧았다. 평소 신우가 구해다 주는 나무를 썼지만... 오늘따라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바리는 손을 한 번 털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휴... 가자. 또 내가 어디다 쳐박아두고 못찾나보다.”

 

*

 

산속,

 

나무를 제 키만큼 한 바리가 비틀거리며 내려온다. 그렇게 몇 걸음을 걷다가 큰 소리를 내며 지게를 내려둔다.

 

터-억-

 

“아이고...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

 

적당히 가져올 걸. 얼마나 해올지 몰라 신우가 들고왔던 만큼 해 왔더니 무거워 죽겠다. 신우는 이걸 어찌 드는거야. 

 

그나저나... 좀 쉬었다 가야지 안그러면 자빠질테다. 바리는 지게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때였다.

 

“바리야”

 

“...으잉?”

 

누군데 산속에서 나를 찾나. 후딱 뒤 돌아보는 바리. 다소 지쳐보이는 사내가 서 있었다. 바리는 이분이 왜 여기있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김 진사님 댁 도련님 아니십니까? 이 멀리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찾는 것이 있어서...”

 

“도련님네 없는 것도 있습니까?”

 

있지. 김 도령은 은인을 만난 듯 바리를 바라보았다.

 

*

 

허-억, 허-억.

 

바리는 몇 시진째 온 산을 다 뒤지고 있다. 그렇다고 어머니 선물 드린다는데 거절할수도 없고.

 

그 집 모자관계 나쁜 건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이참에 앙금을 풀게 도움을 주고싶었다.

 

“도련님, 그게 정말 이 산에 있는 게 맞습니까?”

 

“응. 내 보부상들에게 들었어.”

 

김 도령은 순둥하게 대답한다. 바리는 그 말에 기함한다. 저도 한 순둥하는데 이분은 더하다.

 

“거, 보부상들 하는 말은 거진 다 허풍입니다!”

 

“아니야. 그건 진짜라더라고.”

 

내게 거짓을 말할리 없어. 김 도령은 확신에 찬 눈으로 대답한다. 그에 바리는 긴가민가한 모양. 계속 찾아야하나 말아야하나 느리적거린다.

 

“..그게 참말입니까?”

 

“그럼. 내 최 가(家)에서 확인까지 하고 온 참이야.”

 

“어엇? 최 대감님 댁이랑 이제 교류를 하시는 겁니까?”

 

“...응..”

 

김도령은 주저하며 대답한다. 그것 참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네. 김 진사님 댁과 최 대감님은 이 근방 알아주는 앙숙이거늘.

 

예전만 해도 두 집안은 가까운 사이이였다. 김 진사님 부인이 최 대감님 따님이었으니. 헌데 무슨 일인지 몰라도, 도련님이 태어난 난 뒤론 서로 일절 왕래도 안한단다.

 

김 진사님 댁이야 성정이 워낙 좋지 않던지라 그럴 수 있다만. 최 대감님은 의외라며 말이 많았다더라.

 

“뭐, 도련님께서도 이제 마음이 좀 놓이시겠네요!”

 

“..그렇지 뭐.”

 

이제라도 도련님이 중재를 하려는 모양이야. 친가와 외가가 사이가 안좋으니 맘이 불편하신게지. 바리는 제 식대로 결론을 내렸다.

 

기왕 돕기로 한 것. 최선을 다해 찾아드리자. 마님께 드릴 익모초를 찾으신다고. 어머니께 이로운 풀이라니 뜻도 좋다. 바리는 씩씩하게 걸음을 옮긴다.

 

“헌데 참 희한하긴 하네요.”

 

“무엇이?”

 

“익모초 말입니다. 그리 희귀한 풀은 아닌데...?“

 

“......”

 

“이리 찾기 힘들리가 없는데. 이 정도면 도련님 댁에 없다는게 이해가 갈 지경입니다.”

 

“...그러니?”

 

“예, 이 동네에서 약초 볼 줄 아는 사람은 저랑 아버지 뿐이라. 저희가 쓸어가지 않는 이상 있을 법 하거든요.”

 

“...어려울까?”

 

“... 한 번 더 찾아볼게요. 좀 더 위로 올라가면 사람들 손이 잘 타지 않는 장소가 있습니다.”

 

“......”

 

그나저나 최 대감님도 용하다. 김 진사님도 못 구한 익모초를 어떻게 구하신건가.

 

 

 

***

 

 

다시, 팽의원.

 

“그 방매귀라는 것 말입니다...”

 

잘 하면 수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강림은 혹시나 싶어 정보를 얻기로 한다.

 

“응? 방매귀가 왜?”

 

”...그 어떻게 하는겁니까?“

 

“아, 자네들도 해보려는게군. 헌데 자네들한텐 큰 도움이 안될걸세.”

 

“어째서 입니까?”

 

“네 가지 재료를 모아서 빗자루로 만들고 문짝을 쓸어야 하거든. 재료를 모으는 것도 일이지만, 자네들은 문짝이 있을 거처가 없지 않나.”

 

악귀를 쫓아 이동을 하는 화랑도이다. 야영을 주로 하여 큰 도움이 되진 않겠다 싶었다.

 

“주둔지... 같은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지요...?”

 

“그렇지!”

 

“...주둔지가 있다면요...?”

 

“요즘 화랑은 주둔지가 있나?”

 

“...있을 예정입니다.”

 

있으면 있는거고. 없으면 없는거지. 그건 또 뭔가. 생각보다 싱거운 사내일세.

 

“뭐... 주둔지가 있다면 네 가지 재료만 있으면 되지”

 

“무엇입니까?”

 

“푸른 댓가지, 싸릿대, 익모초 줄기, 복숭아나무 가지가 필요하다네.”

 

“그걸로 빗자루를 만들면 되는 겁니까?”

 

“그렇지. 본래는 빗자루로 문짝마다 쓸면서 다니는 거라네. 집 청소한다 치고 쓸고다니면 될 걸세.”

 

주둔지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건가... 군의원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최소한 방어진은 마련해야 할 터... 생각이 깊어지는 강림이다.

 

거 화랑도라 했으니, 김 진사네 일에 도움은 되겠네. 혹시 몰라 팽 의원은 강림을 방매귀에 데려가보고 싶었다.

 

“한 번 볼텐가?”

 

“...그래도 됩니까?”

 

“그럼, 나야 좋지.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도 할겸. 화랑도랑 동행한다는데, 외려 환영이지~!”

 

“그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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