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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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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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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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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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6화

 

 

 

 

인적도 없는 깊은 밤,

 

어느 양반 집 곳간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바스락-

 

“거기 누구요?”

 

멈칫.

 

곳간에 몰래 들어갔다 걸리면, 김 진사 성정 상 보통 피 보는게 아닐텐데. 사용인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곳간으로 들어선다.

 

“뉘신지는 모르겠네만, 여기는 함부로 들어올 곳이 아니오. 밤손님들도 이 집은 부정탄다며 피해 간다오.”

 

“......”

 

“그렇게 있다간 정말 큰일 나오. 어서 일어나시게.”

 

미동도 없는 그림자. 사용인은 괜히 오싹하여 몸을 턴다. 것 참... 일어나보시라니까.

 

....!!!!!!!!?

 

“아...아니....?!”

 

캬악-!

 

“사람 살려!!!”

 

*

 

어느 놈이 또 유난을 떨었구나. 중년 여인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차를 마신다. 다도를 하는 움직임에 상당한 기품이 엿보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 학습이라는걸 할 때가 되었건만... 쯧. 여인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혀를 한 번 찬다. 그 소리에 시비는 몸을 굳힌다.

 

너도 와서 같이 하자꾸나. 오늘 차 맛이 좋단다. 여인은 친절한 얼굴로 시비를 부른다. 시비는 기다렸다는 듯 냉큼 자리를 잡는다.

 

“감... 감사합니다, 마님.”

 

녀석... 속이 훤해서 좋아. 한 집안에서 소란이 일어난 것과 상관없이, 안채에서는 이후로도 한참 차 시간을 가졌다.

 

 

 

***

 

 

 

이른 새벽,

 

“바리야. 아비 간다.”

 

“...”

 

동도 트기 전에 가야하는지라 그냥 자라고 나뒀더니 기어코 나왔다.하지만 여전히 뚱한 바리. 입은 댓발 나와서... 부리가 따로없다. 오리가 친구하자 하겠네.

 

팽 의원은 쓰게 웃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겁다.

 

토토독-

 

“아부지! 몸 성히 다녀오셔!!”

 

이윽고 바리가 후다닥 뛰쳐나온다. 것 봐라. 그리 야멸차지도 못할거면서 괜히 고집은...  팽 의원은 개운한 표정으로 바리에게 답한다.

 

“오냐, 사고치지 말어.”

 

“아부지!”

 

“껄껄...”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는가... 괜스레 뚱해진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아버지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닌지라. 바리는 마음이 무겁다.

 

그나저나 당분간 별 일 없어야 할 텐데... 바리는 이것저것 걱정이 되어 잠도 안 오고 밥도 안 넘어간다. 아버지 부디 빨리오시오...

 

 

*

 

 

이른 아침,

 

“바리야.”

 

적막하네. 신우는 바리가 걱정되어 어머니 조반만 챙겨 드리고 바로 바리네 집으로 온 참이다. 헌데...

 

크와앙-

 

참 속도 좋다. 평상에서 아주 꿀잠을 자고 있다. 새벽부터 아버지 배웅하고 피곤했나보네.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처자가 아침부터 이게 뭐냐.

 

찰싹-!

 

“일어나!”

 

“크앙!”

 

이마를 문지르며 일어나는 바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멍 하니 허공을 응시하는데 보이는 신우 얼굴.

 

“어엉, 신우야? 언제 왔어?”

 

“지금. 근데 너는 뭐 조심성이 없냐... 그냥 머리만 대면 자는 거냐?”

 

“으응... 아닌데. 얼마나 잠을 설쳤다구...”

 

퍽이나.

 

“뭐 먹을거 없나...?”

 

“어이구...? 밥도 안먹은거야?”

 

“아니, 점심 먹게.”

 

“아직 아침이다.”

 

“두번째 먹는 끼니는 점심이야.”

 

“...자라.”

 

밥 먹자. 잠이 덜 가신 얼굴을 하며 부엌으로 들어가는 바리. 신우의 얼굴에 걱정이 서린다. 생각보다 상태가 더 안좋네.

 

바리는 그랬다. 안 좋은 일들 대부분은 쉽게 털어버리지만... 털어지지 않을 정도의 일이 생기면. 하냥 잠만 잤다.

 

그래도 아버지 있으면 아버지 끼니 챙긴다고 일어나서 밥은 먹었는데... 이번처럼 아버지가 없는 날이면 신우가 와서 주기적으로 깨워먹였다.

 

저도 아는거지... 김 진사 그놈...

 

아침부터 동네 돌아다니며 소문을 모아 온 참이다. 하나 있는 아들이 영 시원치 않아 새로 아들을 보려 한다고.

 

본처는 이미 나이가 들어 아들 보기 힘드니 후처를 들여 본단다. 있는 놈이나 잘 키울 것이지. 핑계는...

 

“신우야”

 

아 깜짝이야. 잠이 덜 깨보이는 듯한 바리가 퉁퉁부은 얼굴로 신우를 부른다.

 

“...응?”

 

“너 혹시 여기있던 싸리비 못봤니?”

 

“....?”

 

어제 아버지가 내 다리 몽둥이 부러뜨리려던 거.

 

 

***

 

 

귀가 간지러운 듯 귀를 후비는 팽 의원. 등에 여러 약재와 살림살이들을 이고 지고 있다.

 

일단 급한대로 집에 있는거라도 싹싹 긁어 털어왔는데... 팽 의원은 무언가 불안한 듯 짐을 살핀다.

 

“거...참. 새로 살걸 그랬나...”

 

아니다. 뭐 좋다고 새 걸 사다주나. 없으면 그 집 꺼 쓰면 되는 것을...

 

어제 저녁 갑자기 생각난 김 진사 성정.  왠지 곧 죽어도 저네 껀 못 쓴다고 할 것 같았다. 성정을 그리 쓰니 집안에 풍이 생기지.

 

그래도 그 집 마님은 좀 다른가 싶었는데...

 

[그것이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저를 보는데 보지 않는것 같던 눈. 내 어디가서 사람 보는 눈은 틀린 적 없었는데. 상당히 의외렸다...

 

한참을 남의 집안 생각하며 걷던 무렵.

 

“저건 또 뭐야...”

 

시꺼먼 옷을 입은 사내와 고양이가 대치 중이다. 서슬퍼런 사내가 고양이를 위협하고 있는...? 위협 당하고 있는 건가?

 

“거 어깨가 무겁겠소.”

 

“....?”

 

한참을 고양이와 눈 싸움하고 있던 강림. 어느 중년 사내의 말에 뒤돌아 본다.

 

“...예?”

 

“고양이나 강아지는 귀신을 본다잖소. 어깨에 귀신이라도 있는 건지, 아주 뚫어지게 쳐다보기에.”

 

“아... 저를 보는줄 알았는데요.”

 

강림은 고양이나 강아지를 좋아했다. 하지만 짐승들은 제 기에 눌려 잘 오지 않았던 터. 간만에 반겨주는 건가 했는데...

 

시무룩한 표정에 쳐진 듯 한 어깨. 팽 의원은 저가 괜한 말을 했나 싶어 강림의 어깨를 툭 친다.

 

“어깨 피게. 덩치에 맞지않게 꽁 해있지 말고.”

 

[어깨 펴라. 덩치에 맞지않게 꽁 해가지곤...]

 

요 며칠 새 자주 생각나는 스승님. 강림은 또 애수에 젖는다.

 

거 젊은 사람이 찌르면 사연이야... 뭔 말도 못하겠네. 팽 의원은 멋적다는 듯, 뒷머리를 긁는다.

 

냐-앙-

 

고양이는 이내 관심 없다는 듯 자리를 뜬다. 나비야... 한 번 쓰다듬어나 볼것을... 아쉬운 강림이다.

 

 

*

 

 

누구 키우면서 다진 육아능력으로 강림을 달랜 후, 동행하기도 잠시. 팽 의원은 사내가 궁금하다.

 

“헌데..., 자네는 어디까지 가는 건가?”

 

“......고부까지 갑니다.”

 

대답까지 한 세월이네.

 

“거 잘되었구만. 나도 고부까지가니 함께 가세나.”

 

“...예.”

 

속 터져. 제 속을 뒤집는 사람은 바리 이래로 처음이다. 참자... 참을 인 세번이면 살인은 면한다지...

 

다시 보니 그래도 사람이 착해 보인다. 저랑 일면식도 없을 진데 가방이 무거워 보인다며 들어준다. 저가 그리 늙어보이나... 괜히 제 얼굴을 쓸어보는 팽 의원.

 

“허허... 그나저나 나랑 가는 길이 달랐으면 어쩔뻔했소? 나야 짐 들어주는건 고맙다만 말이지...”

 

“...아...”

 

계획이 없었구만. 허허... 팽 의원은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그 때 팽의원 눈에 담기는 강림의 검.

 

“헌데...”

 

“......”

 

“화랑도요?”

 

“......”

 

“아, 내 오랜 친우 중에 화랑이 있었거든. 자네 검신에 있는 무늬 말일세. 화랑의 궤를 받은 자들만 새길 수 있는 무늬아닌가.”

 

“...예.”

 

“품계가 어떻게 되오?”

 

“그리 높지 않습니다.”

 

망국 출신들이 품계가 어디있겠는가. 품계를 줄 왕도 없다.

 

한편 이를 단단히 오해한 팽 의원. 낭도인가보네.

 

화랑과 낭도를 합쳐 화랑도라 부른다. 주로 악귀를 처리하는게 업인지라 사람들은 화랑도에 대해서 자세히는 몰랐다. 그나마 팽 의원이 많이 안 편이다.

 

신(神)검술로 악귀를 죽일 수 있는 화랑. 악귀는 맞서지 못하지만 그 사념체들을 죽일 수 있는 낭도.

 

정말 아주 예외적으로 실력좋은 낭도는 신력 없이도 악귀를 죽이기는 한다. 이 경우라도 귀족 출신이 아니면 낭도로 남는다. 낭도는 신력여부와 상관없이 귀족, 평민, 천민 모두 가능하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귀족들이 대대로 화랑. 자신의 수하 낭도에게 신력을 빌려준다고 알려져있다.

 

헌데 이는 일화랑도만 해당. 월화랑도는 귀족이랄게 없다. 일상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화랑도는 주로 일화랑도 출신인지라 오해할 만했다.

 

강림은 팽 의원의 오해를 굳이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럴 성정도 아니거니와... 꺼림칙하달까?

 

사실 강림은 아까부터 제 어깨에 있는 전령이 신경쓰였다.

 

[야, 야, 야, 야 강림!]

 

이 근방에 악귀가 있다는 서신을 받고 찾아왔으나, 여기저기 느껴지는 악의에 시작 방향을 알 길이 없던 터였다.

 

그래서 신께 서신을 보내고 도움을 기다리던 중. 제 기색을 읽고 홍사가 쓸데없이 전령을 보냈다. 성가신 자. 보나마나 욕이 잔뜩일테다.

 

그런데 우연인건지 이 중년 사내가 어깨를 치자 전령이 사라졌다. 전령이 보이는건가... 전령술은 아무나 쓸 수 있는게 아니니만큼 볼 수 있는 자도 적다.

 

자신의 감은 잘 들어 맞는 편이다. 특히 안 좋은 쪽으로... 강림은 찜찜한 기분에 팽 의원을 따라가보기로 한다.

 

자신을 의원이라 소개하는 사내. 고부에서 온 서신... 고부까지 가는건가? 가방을 건네받는 짧은 순간 강림은 파악이 끝났다.

 

가방에는 여러 약재들이 가득했다. 대나무잎, 약초, 나뭇가지 ...근데 싸리비는 왜 잘라온건지...?

 

의원이 맞긴 한가. 강림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팽 의원을 바라본다.

 

한편, 팽 의원은 괜스레 춥다. 고놈 참 쎄하네. 그러니 어깨에 저런 걸 달고다녔지.

 

*

 

잠시 뒤,

 

“거 여기서 좀 쉬다 가세. 이 다음 주막은 나오는데 한참걸린다네.”

 

“...예.”

 

주막은 평소와 달리 오가는 사람이 적다. 보통은 김 진사네가 시장에서 물건을 싹쓸이 해가는지라. 생필품을 사려면 보부상들이 필수. 원래라면 그들로 넘쳐나야 할 곳이다.

 

“주모-!”

 

“예, 무얼 드시겠습니까?”

 

“국밥 두 그릇 주시게.”

 

내 짐 들어준 것이 고마워서 사는 것일세. 팽 의원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평소라면 사례같은 건 받지 않는 강림. 뭐에 홀린건지... 방심한 틈을 타 국밥을 얻어먹게 생겼다.

 

“...탁주라도 제가 사겠습니다.”

 

“탁주 마시고싶나?”

 

“...예? 아니요. 저 말고 선생님이라도...”

 

“떼잉, 난 되었네. 먹어, 먹어. 어른이 주는건 먹는걸세.”

 

 

[거 어른이 주는데 받아라.]

 

참으로 닮았네.

 

“...닮았소?”

 

“...예?!”

 

강림은 제 속내를 들킨건가 깜짝 놀란다. 강림의 반응에 고개를 돌리는 팽의원. 왜 자네가 놀라.

 

“저 주모한테 한 말일세. 자꾸 우리를 흘끔거리기에...허허...”

 

곧이어 주모가 국밥을 가지고 온다. 여기 드십시오.

 

“두 분 부자가 아니라는건 반푼이라도 알겠수다.”

 

“아니 그럼 왜 본거요?”

 

“여기 나으리께서 참으로 잘생겨서 봤습니다. 의원님네 자제가 이리 생길리가 있소?!”

 

거 내가 어떻다고... 잘생긴 강림 얼굴을 보더니, 산적같은 제 얼굴을 훑는 팽 의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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