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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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01
작품등록일 :
2023.11.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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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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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2화

 

 

 

 

“흐으음~”

 

혼자 흥얼거리면서 약초를 캐는 바리. 다소 꼬질한것이 한 시진은 넘게 산을 헤집은듯 보인다.

 

‘이정도면 되겠나? 어중간하게 캐다 들어가면 아부지한테 혼날텐데···’

 

“···헤헤”

 

암만 집중하려 해도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승천중이다. 오늘치 집중력은 다 썼나보다.

 

“으윽···”

 

“···음?”

 

갑자기 들리는 이질적인 소리. 궁금한 건 또 못참지. 바리는 호기심이 일어 약초 캐던 것도 잊고 소리를 찾아 산을 또 헤집는다.

 

!!!!!!!!

 

식은 땀을 흘리며 널브러져 있는 사내. 상당히 값이 나가보이는 무복을 입고있다.

 

“저어... 나으리?”

 

바리는 사내를 흔들어 깨우려 한다. 당최 누구신지, 궁금하기도 잠시. 바리의 손이 축축하다. 바리는 제 손에 묻은 걸 바라본다.

 

..피?

 

 예삿일이 아니구나. 그때 바리의 눈에 잡히는 사내의 움직임. 바리는 사내가 정신이 드신건가 싶었다. 냉큼 사내에게 말을 건다.

 

“나으리!! 정신이 좀 드십니까?”

 

“으윽···.”

 

“정신이 드셨구나, 조금만 가면 마을이 있습니다. 제가 잡아드릴테니 일어나보십시오.”

 

한편 강림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한 명 남은 군의원을 지키려 무리하게 몸을 내던졌던 기억이 마지막이다. 그리곤 누군가 자신을 흔들어깨우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어느 산속이었다.

 

“....”

 

강림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멍한니 허공을 바라본다. 바리는 그 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인다.

 

“나으리이??”

 

‘아··· 그래, 군의관을 살피고 있었지··· 그러다 악귀가···.’

 

생각도 잠시, 눈앞에서 파닥거리는 어느 작은 손. 강림은 신경질적으로 손을 내리친다. 실낱같은 이성으로 그리 힘주어 치지도 않았다.

 

타앗-!

 

“···?!”

 

“필요없소!”

 

바리는 힘껏 내쳐진 손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건 무슨 경우란말인가. 바리의 입이 튀어나온다. 이름모를 이 사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제 성질껏 따져 묻기도 전, 바리의 눈에는 허옇게 질리기 시작하는 그의 얼굴이 보인다. 이거 야단났네.

 

“...속고만 사셨습니까? 저희 아버지께서 이 근방 제일가는 의원입니다. 시가지까지 가기는 어려우니, 가서 우선 상처를... ”

 

“필요치않다 하잖소!”

 

거 말하는 것좀 보소. 바리는 슬슬 성격이 올라왔다. 후, 이분은 환자다. 참을 인 세번이면 살인은 면한 댔어...

 

“나으리! 상태가 좋지 않으십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참으로 큰일나셔요!”

 

“그게 어떻단 말인가!”

 

어떻긴요.

 

“그대로 가시게. 자네는 오늘 나를 못 본걸세.”

 

이미 봤는데 뭘 못봤단 말입니까.

 

바리는 이 사내를 봤을 때부터 숫제 이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환자는 약을 줘야지, 제가 너무 물렀다. 이런 사람한테 딱 맞는 약이 하나 있다.

 

따아악-!

 

“으윽···! 너 이놈···”

 

바리의 필살기, 딱밤이다.

 

“아프십니까? 세상천지 목숨귀한 줄 모르시기에 정신차리시라고 하나 드렸습니다.”

 

‘뭐 이런놈이 다 있나···’

 

강림은 어이가 없다.

 

“이래봬도 어릴때부터 정신차리라고 자주 받았지요. 저도 이 분야에선 장인으로 통합니다?!”

 

바리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강림은 이마를 문지르며 그 모습을 바라본다.

 

“여기 계십시오. 나으리가 못가시겠다면, 제가 모셔오면 그만입니다.”

 

“...하아”

 

강림은 생각에 잠긴다.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이내 포기한 듯 드러눕는다.

 

헌데 그 모습이 마치 마지막 같달까? 팽 하니 돌아서려던 바리. 발걸음을 쉬이 떼지 못한다. 저가 떠나면 이 사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것 같았다.

 

“어휴우..”

 

이놈의 오지랖. 바리는 그대로 주저 앉는다. 지레 찔렸던 강림은 슬쩍 몸을 뒤로 뺀다.

 

“...뭐지?”

 

“아무래도 제가 가면 나으리께선 이대로 세상 하직하실 것 같단 말이죠···”

 

눈치는.

 

“그럴리 없으니, 의원을 불러오게.”

 

강림은 우선 시치미를 떼본다. 그 어색한 모양새에 바리는 눈을 번뜩인다. 방금까진 필요없다면서?

 

“떼잉, 제 눈은 못속입니다! 나으리, 살고 싶긴 하신겁니까?!”

 

“죽고싶은 사람도 있나?”

 

“나으리 같은 사람이요.”

 

제 눈은 못 속인다. 생의 의지가 없는 눈. 저는 그런 건 못 보는 사람이다. 강림의 반응은 뒤로하고, 바리는 제 가방을 뒤적인다. 손에 걸리는 의료도구함. 바리는 손을 멈춘다.

 

[아직은 혼자서 환자를 치료해선 안되네.]

 

서슬퍼런 목소리. 저는 아직 1차시만 통과한 의원이라 혼자 환자를 치료해서는 안 되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며 아주 철저히 금했다.

 

[관원들 동행없이 혼자 의술을 행했다간, 그대로 자격을 박탈할걸세.]

 

2차시를 통과해야 정식 의원이 된다. 어쩐다... 의원은 제 오랜 꿈이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다간 이 사내는 곧 죽을 것 같았다.

 

그때 바리의 귓가에 들리는 소리. 아픈 기억을 담은 소리였다.

 

[어서 나가!]

 

[그건 너네도 외지인이니까 그런거 아니겠니?!]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사람들···

 

[그래도 생명일세···]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소리에도, 환자를 우선 생각 하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어떤 순간에도 생명이 가장 중하다 말씀하셨다. ...생명.

 

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야속하게도, 강림이 일어나려 애쓴다.

 

“난 필요없네. 선의를 베풀려거든 좋은 곳에 쓰시게.”

 

···에라 모르겠다! 안 걸리면 그만이지!

 

꾸욱-, 텁!

 

바리는 강림을 도로 눕히고 입에 약초를 물린다. 진통에 효과가 있을 터였다.

 

“자아~ 가만히 계십시오! 이제 치료들어갑니다!”

 

그...런데 뭘 먼저 해야하는거지? 바리는 서툴게 의료도구함을 뒤적인다.

 

제 입에 느닷없이 들어온 약초를 씹던 강림. 허둥대는 바리를 보자 사라졌던 생의 의지가 되살아났다.  

 

이놈 사짜야. 강림은 일어나려 더욱 격렬하게 애쓴다. 예민해진 바리는 그런 강림이 거슬리는지 그대로 그를 눕힌다.

 

꾸욱-

 

“아오, 좀! 정신사납습니다! 한번만 더 움직이면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나는!!!”

 

쓰읍.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은 모양새로 바리가 위협한다.

 

에휴, 강림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그저 가만히 있는다. 여기서 이 자의 신경을 더 건드려서는 안된다.

 

한편, 바리는 혼자 낑낑거리고 있었다. 저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 옆에서 보조한 세월이 얼만데. 헌데 이 상처는 어느 의서에서도 본 적 없다. 이래서 저희를 선무당 취급하는거였나.

 

바리가 고전하는 사이, 강림은 몸에 피가 말라감을 느꼈다. 영웅이라는 것도 별거 없다. 억한 심정으로 하늘만 보던 강림. 낑낑거리는 소리에 바리에게 시선을 돌린다.

 

영, 사짜는 아닌가보군.

 

강림은 바리가 지게 될 죄책감을 덜어주기로 한다.

 

“이 상처는 보통의원들은 치료할 수 없네. 자네의 뜻은 기특하나 그만두게.”

 

빠직-!

 

아니 이분이. 나를 뭘로보고!! 이래봬도 내가 응? 걸음마 떼고부터 우리 아버지 보조로 일 해온사람이야! 거진 의원이라고!! 바리의 호승심이 불타오른다.

 

“자아~ 그럼 진통에 좋은 약초를 드릴테니 물고 계십시오오~”

 

“아까 물렸···으부붑···”

 

파핫. 강림은 웃음이 터진다. 고얀놈. 덕분에 웃고가는구나. 강림은 이내 잠이오는 듯 서서히 눈을 감는다.

 

아··· 스승님, 영웅놀음은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나으리···? 어엇?”

 

강림의 눈에는 가방을 뒤적이다 당황한 바리의 모습이 보인다.

 

‘고놈 참···’

 

어디 있는거야. 약초라도 갈아야 하는데··· 바리는 지혈에 좋은 약초를 찾으려 가방을 거꾸로 뒤집어 흔든다.

 

화아악-

 

바리가 약초를 뒤지는 사이 지혈 중이던 다른 손에서 나오는 하얀 빛.

 

 

 

***

 

 

 

드물게도, 전장에는 적막만이 흐른다. 아니, 적막하게 되었다가 맞는 표현일 터였다. 그 누구도 차마 소리를 뱉을 수 없다.

 

“비형랑!”

 

기다리던 소식이었으면.

 

회의 중인것도 잊고, 비형랑은 막사 밖으로 뛰어나간다. 같이 회의를 하던 다른 화랑또한 절박한 심정으로 그를 따라나간다.

 

“어찌 되었는가?”

 

“...”

 

비형은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난들 어쩌란 말인가. 사방엔 월화랑도가 와해되기만을 물 떠놓고 기다리는 놈들이 천지다. 그놈들에게 틈을 준 꼴. 제 주군께서 더욱 힘든 길을 가실 터다. 

 

모두들 같은 생각에 눈치만 보고있다. 그래, 이게 그대들 탓은 아니지. 부대 분위기를 느낀 비형랑은 침착하게 일어나 막사 안으로 들어간다. 회의장 한 가운데에는 이번 피해를 정리한 문서가 놓여있다.

 

실종자 1명. 사망자 1명. 전투에 비하면 적은 숫자였으나, 그 대상이 문제였다. 하나는 이 부대를 이끄는 대장이요, 나머지 하나는 이 부대 유일한 군의원이다.

 

“...어쩌면 좋습니까?”

 

어렵게 끄집어진 질문. 그러게나 말일세. 비형은 머리를 짚었다. 낭도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있다.

 

“주군께서는... 아마 무탈하실 것이다.”

 

희망사항과도 같은 판단. 허나 높은 확률로 그럴 것이다. 그분은 그런 분이시니. 그래도,

 

“악귀도 사념체들을 잃어 당분간 전투도 소강상태일것이다. 우선 주변부부터 탐색을 시작하라.”

 

비형의 명령에 낭도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주군, 무사히 돌아오십시오. 이내 비형은 무거운 걸음을 옮긴다.

 

“헌데··· 이제 우린 어찌 되는 겁니까?”

 

어린 낭도의 물음. 선배 낭도들은 한숨만 벅벅 쉰다. 연초가 생각나네.

 

그도 그럴것이 국선이 다음 군의원을 보내주기까지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는 바. 그 전에, 보내주기나 할까?

 

안 그래도 그 화상은 어떻게든 우리를 못잡아 먹어 안달인데. 그 놈은 필시 주군께 자격지심이 있을 게다.

 

“우선 주군부터 생각하자고.”

 

신탁의 영웅. 강림은 악귀를 다스릴 영웅이다.

 

그런데 참··· 신도 무심하지. 이승인이 어찌 혼을 다룬다고 영웅을 시키나. 시킬거면 악귀를 소멸시킬 힘도 같이 줄 것이지.

 

저희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능력. 그나마 검술이 뛰어나니 저희들 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악귀를 봉인시키시긴 했지만, 소멸이 되지 않는 악귀는 언제고 다시 활개를 칠 것이다.

 

그 얄궂은 운명 탓에 주군은 일가친척에 나라까지 잃어야 했다. 제가 원해서 영웅이 된 것도 아닐진데, 그 속이 말이 아닐 터다.

 

“화백(화랑 위원회: 지금은 은퇴한 화랑들이 모여있다.) 놈들은, 지금도 부대가 허술하다며 어떻게든 와해시키려는 놈들인데... 이젠 허술이 아니라 아예 유지가 불가능할 지경이니, 아무리 주군이 오더라도 저희는 끝난것 아닙니까?”

 

“...”

 

신참 낭도의 묵직한 한방. 선배 낭도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라잃은 화랑과 낭도를 모아둔 월화랑도. 나라도 없어, 타국에 이리저리 갈려나가던 자들을 지키려 강림이 직접 창설하였다.

 

화백들도 나름 이해는 갔다. 악귀가 언제까지고 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제 나라 화랑과 낭도는 아껴야 하지않겠나. 악귀를 봉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그리 흔한 것도 아니고.

 

하여 화백들은 어떻게든 월화랑도를 와해시켜, 저희들 유리할대로 쓰려 혈안이었다.

 

나라가 있는 화랑들은 국선을 중심으로 일화랑도에 모였다. 초국적인 단체라는것은 월화랑도와 같지만, 화백들은 전부 일화랑도 출신이라.

 

“악귀 잡는데 정치질이나 하고...”

 

신참 낭도의 불만에 선배 낭도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욕 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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