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리, 이종족 휴게소 개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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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22 15:25
최근연재일 :
2024.01.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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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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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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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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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전직장의 햇살

DUMMY

최이사님을 만나뵈러 나가려던 그때 송시원이 찾아와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주먹질을 피할 겨를도 없이 눈을 질끈 감았다.


“으아아악!”


하지만 비명을 지른건 오히려 송시원 쪽이다.


왜.. 아프질 않지?


그리고 저 자식은 지가 쳐놓고 주먹을 부여잡고 쓰러져 있는거야?


[ 이엘리스의 기운이 당신을 보호합니다. ]


오랜만에 머릿 속에 익숙한 그 목소리가 들렸다.


[ 이엘리스의 주인이 이엘리스를 직접 섭취할 경우 행성 내 어디서든 보호 받습니다. ]


웃음이 나왔다.


이엘리스의 보호라는 것이 어느정도까지 나를 보호 해 줄런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물리적인 폭행은 당하지 않는 모양.


“그러니까 왜 대뜸 와서 주먹질이야, 미친놈아.”

“ㅇ윽.. 너 이 씨발새끼. 너 때문에 회사에서도 잘리고 결혼도 무산됐어!”

“허.. 그거 뭐 좀 안타깝게 됐네.”

“뭐 이 새끼야?”


바닥에 나자빠진 송시원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남의 집 앞에서 재수없게 울지말고 꺼져, 나도 너 때문에 퇴사한건 마찬가지야. 애초에 상사답기만 했어도 이럴 일 없었어.”

“씨발.. 너만 안 만났어도..”

“지랄 마. 내가 너만 안 만났어도 퇴사하는 일조차 없었을거니까.”


내 탓을 하려는 송시원의 말을 단박에 잘랐다.


결혼까지 무산됐다는건 안됐지만, 자업자득이다.


“너나 나나 함께하면 좋은 꼴 못보는건 마찬가지니까, 더 이상 마주치지 말자 송시원.”

“으허헣..!!”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송시원이 대성통곡했다.


하지만 내 알바는 아니지.


울고있는 송시원을 두고 최이사님을 찾기 위해 떠났다.


***


“오랜만에 서울이네.”


멀지 않지만, 굳이 서울에 올 일은 없었다.


역시 EL의 이사 출신이어서인지 도착한 곳은 압구정의 유명 아파트다.


“그래 최이사님 같은 분은 이런데 살아야지.”


최이사님이 정년 퇴직을 하신 이후.


사내에 기댈 곳이 사라졌다.


나의 퇴사 시기가 당겨진 것엔 그 이유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찾은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다.


지구인 중 웨싱에 방문해 본 인간은 손에 꼽는다.


정재계 유명인사들조차 가지 못한 그곳에 갔던 사람이 최이사님.


지구의 이엘리스 전문가로서 웨싱에 갈 정도로 최고 전문가다.


내가 하려는 휴게소와 ‘주엘소’에 대한 내용도 그에게 들었던 것.


그런 정신적 지주를 찾아뵈려니 꽤나 긴장됐다.


“댁에 계시려나..”


주소와 함께 연락처도 받았지만, 번호가 바뀐 모양이다.


연락이라도 드리고 오려 했건만..


할 수 없이 몸에 좋다는 영양제와 과일바구니도 가장 비싼 것으로 챙겨왔다.


띵동-


“누구세요?”


집 안쪽에서 비교적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따님이신가..


“아 예, 최이사님 찾아뵈러 왔습니다.”

“네? 누구요?”

“최성훈 이사님이요.”

“잘못 찾아오신 것 같아요.”

“1302호 아닌가요?”

“맞는데 그런 사람 안 살아요, 제가 얼마 전에 이사왔거든요.”


하···


이사님이 이사라니..

찾을 방법이 없는건가.


“혹시 어디로 이사갔는지 알 순 없을까요?”

“저희는 몰라요.”


뚝-


이사님을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


퇴직했지만, 그는 이엘리스 설비 쪽에서 최고의 실력과 경험을 겸비했다.


심지어 회사에서 큰 돈을 들여 웨싱으로 출장을 보내 그 곳의 기술력까지 가진 사람.


그런 기술자는 꼭 데려와야 한다.


“퇴직하셨는데 함께 일해주실까.”


걱정이 많아졌다.


내일부터 당장 작업이 시작될텐데..


“예, 기억흥신소죠? 사람 좀 찾으려는데요.”


다른 방법이 없다.


흥신소에 찾아가니 직원은 단 두명 뿐이다.


“저희가 일이 너무 바빠서 바로는 시작 못합니다. 보시다시피 저희 둘 빼곤 전 직원이 나가있어요.”

“바로 찾으려면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아휴~ 뭐 한두푼 더 주신다고해서···”

“여기요.”


툭.


테이블에 오만원권 다발을 내려놓자 흥신소 사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돈은 중요치 않다.

믿을만한..


“누굴 찾으면 되는겁니까?”


직원들에게 갑질 따윈 없는 최이사가 필요하다.


역시 돈이 좋긴 좋았다.


“다음에 또 이용해 주십시오!”


이전 직장과 번호,이름,나이, 생김새 등 꽤나 정보가 많은 편이었기에..


이틀만에 최이사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이런데 사신다고···?”


압구정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고시촌이다.


얼마 전까지 서울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부자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이런 곳에 살리가 없..


“누구십니까..”

“이..이사님!”

“자네가 여긴 어떻게.”


항상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의 꽃중년이었다.


그런 최이사님이 이런 고시텔에서..


없던 아랫배가 두툼해진데다 목 늘어난 잿빛 티셔츠에 카고반바지.. 초록 슬리퍼라니.


대체 면도는 언제 한거야.


나의 우상이 이렇게 변했을리 없다.


“이사님 뵙고싶었습니다.”


하지만 내색할 수 없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왔어? 혹시 자네도 EL에서 보낸거야?”

“그런거 아닙니다.”

“그럼 나가서 커피라도 한잔하지.”

“예, 가시죠.”


퇴사 후 그의 행보가 궁금했지만, 이사님의 모습을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머쓱하구만, 왜 이 꼴이 됐는지 궁금한거지?”

“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이사님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속이 답답해졌다.


EL은 퇴사 하는 그에게 마지막 빅엿을 날렸다.


“3년전 이천 계약건 기억하지?”

“예, 최근 10년간 가장 큰 계약건이었잖습니까.”

“그때 재정난이 있었던 것도 기억하고?”

“그럼요. 저도 그때 어찌나 고생했는지.. 잊히질 않네요. 김이사 그 양반이 매일 히스테리를 부렸거든요.”

“어떻게 계약이 성사됐는지도 알고?”


그땐 내가 막 대리를 달았을 때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일 때문에 타 부서의 이야기까지 자세히 알진 못했다.


“아뇨, 이사님께서 성사시키셨단 정도밖에는..”

“그래 내가 했지.”


그 과정이 문제였다.


애초에 계약은 최이사님 몫이 아니다.

하지만 이천 땅 주인이 모든 설비를 최고로 설치하길 원했다.


EL은 계약을 위해서는 요구조건을 들어줘야했다.


“하필 재정난에 시달리던 때라..”

“시설 및 설비 비용이 어마무시 했군요.”

“그래.. 방법을 모색해야했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계약해내란 대표는 결국 비자금을 사용했다.


“계약성공 후에 그 비자금은 다시 메꾸어 뒀는데도··· 퇴사 할 때 그걸 내게 문제 삼더군.”

“사내에 비자금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았어요?”

“아니, 나도 우연히 알았던거지 아는 사람은 3명 정도 뿐일거야.”


아마 김창옥대표와 부사장 그리고···


“한명은 누구일까요.”

“글쎄.. 대표 말로는 셋 밖에 몰랐다고 하는데··· 나머지 한 놈은 모르겠네.”


마치 모든 것을 책임져 줄 것 같다던 김창옥 대표는 퇴직하는 최이사님에게 비자금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대표는 모든 법적 조치를 통해 최이사님을 공금 횡령죄로 고발했다.


덕분에 퇴직금은 커녕 지금도 큰 빚을 진 상태.


“사모님이랑 따님은요?”

“와이프는 장모님 혼자 계신 처가댁으로 들어갔고, 우리 딸은 지가 벌어서 자취하고 있지.”

“흠..이사님도 언제까지 이렇게 혼자 사실 순 없죠.”

“하지만..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얼마죠?”

“8억이네.. 이 나이에 내가 어떻게 8억을 모으겠나.. 방법은 로또 밖에..”


참 안타까운 상황이다.


회사생활 내내 나를 챙겨주셨던 어른이 이렇게 살고 있단 사실조차 몰랐다.


“저한테 방법이 있어요.”


최이사님도 퇴직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퇴직을 했지만 아직 회사일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노하우가 있다.


“어떤.. 방법이지?”

“저랑 함께 일하시죠.”


대뜸 함께 일하잔 말에 최이사는 눈빛이 흔들렸다.


“무슨 일을 함께 하자는거지? 들어 볼 수 있을까?”

“휴게소에서 일하시죠.”

“뭐?”


황당할거다.


빚이 8억이나 있다는 사람한테 휴게소 일을 하자했으니.


“일자리 알선 해주는건 좋지만··· 그 일론 내가 죽기까지 빚조차 갚지 못할거야.”

“휴게소 관리 및 이엘리스 시설,설비 전반에 대한 감독관리를 부탁드리려는거예요.”

“뭐?”

“물론 휴게소도 일반적인 휴게소는 아닐겁니다. 숙식은 그곳에서 해결할 수 있을거예요.”

“정말인가?”


이엘리스 시설,설비 감독관리란 말에 최이사님의 표정이 달라졌다.


사뭇 진지하면서도 희망에 눈 뜬 모습이다.


내가 알던 최이사님의 얼굴로 돌아왔다.


“근데 왜 나한테 이런 정보를 주는거지..? 무튼 고맙네, 지원이라도 해볼게 오대리.”

“이사님 저도 이제 대리 아닙니다.”

“어? 승진한거야? 축하해!”

“아뇨.. 퇴사했습니다.”

“아.. 잘했어 잘했어, 자넨 젊으니까 EL에서의 그 경력이면 어디든 갈 수 있을거야.”


퇴사 후 회사 소식은 전혀 모르는 눈치셨다.


“저 취업 안할거예요 이사님..”

“젊은 사람이 벌써 포기하면 안돼! 나같이 늙고 배 나온 아저씨야 안되지만 자네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아뇨.. 그게 아니구요. 이럴게 아니라 휴게소 자리로 가보시죠. 참 서울은 아니고 시골인데 괜찮으세요?”

“어차피 가족들이랑 못사는건 매한가지야. 빚만 갚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가야지.”


다행히도 이사님은 일하려는 의지가 있다.


아니.. 빚 갚으려는 의지려나..


“참, 혹시 그 이엘리스 휴게소라는 곳.. EL과 관련이 있는건 아니겠지?”

“EL과는 관련 없습니다.”

“다행이군.”


가는 내내 EL에서 당한 갑질부터 최이사님께 그간 감사했던 일들을 신나게 떠들었다.


“이렇게 생각해 준 부하직원이 있다는게 참 고맙네..”

“이사님께서 그만한 분이셨으니까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만.”

“아닙니다.”


훈훈한 이야기가 짧게 끝났고..

최이사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헌데 그 휴게소는 어디 소속인건가? 그런 설비를 들일만한 곳이라면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에서는 안 될텐데?”

“개인이 하는 거예요.”

“개인이? 그 정도 부자라면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지 않나?”


소속을 말해주지 않으니 아무래도 불안하시겠지.


EL에게 당한 이후.

겁이 많아진 모양이다.


“걱정마세요.”

“하지만.. 누구인지도 모를 개인이 하는 곳에 취업이라니···”

“웨일과 한빛에서 공동 투자하기로 했어요.”

“뭐?! 그게 사실인가?”


꽤나 놀란 모양이다.


“규모가 큰 곳인가?”

“흠··· 아직 회사 규모가 크지는 않습니다.”

“그렇구만.. 근데.. 어디까지 들어가는거지? 이런 산골에 그런 시설이 있다고? 인적도 없는데 휴게소라니..”


확실히 휴게소라는 곳은 고속도로 처럼 차량이 많은 구간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짓는 것이 맞다.


“타겟층이 지구인이 아니거든요.”

“뭐..? 그럼 이종족들을 위한 휴게소라는 얘기인가?”

“지구최초 이종족 휴게소죠.”

“오대리 자네도 그곳에서 일하는건가?”

“저는 휴게소 전체 관리,감독을 할 겁니다.”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하는 사이.

내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런 동네에 이렇게 크고 깔끔한 주차장까지 있다고?”

“최근에 신설한 주차장이예요.”

“근데 주차요금이 장난 아닌걸..?”


주차요금 얘기에 머쓱하게 웃기만 했다.


“으~아. 공기는 좋구만.”

“이쪽입니다.”


차에서 내린 최이사는 주차장을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죄다 EL 차량인데?”

“아, 저희 휴게소하고는 관련 없습니다. 가시죠.”

“내가 자넬 믿어도 되는거겠지? EL에게 무슨 지시라도 받은 건..”


이런게 PTSD(외상 후 중증장애)라는 걸까.

EL이란 전 직장이 끔찍하셨던 모양이다.


이사라는 자리까지 올라도 별반 다를 게 없구나..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휴게소 옆쪽으로 EL의 땅이 일부 있어서요. 이 쪽으로 오시죠.”


집을 지나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땅에 도착했다.


“저쪽에는 이사님이 잘 알고 계신 ‘주엘소’를 지을 겁니다.”

“역시 주엘소였나. 지구에 그걸 만든다니..”

“네.”

“그만한 이엘리스가 있다고?”

“예 이 땅 아래 충분한 이엘리스가 있습니다.”

“허어.. 말도 안되는군.. 자네 얘기를 듣고 예상은 했지만.. 살아생전 주엘소를 다시 볼 줄이야..”

“그래서 이사님을 모셔온 거예요.”


퇴직했지만 그는 일에 열의가 넘치던 사람이다.


“허허. 이거··· 가슴이 두근대는구만.”


지구최초 ‘주엘소’라는 것을 짓고 관리 감독까지 할 생각에 설레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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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굿바이 이장님 23.12.13 2,270 51 13쪽
19 합의는 없습니다만. 23.12.12 2,424 60 12쪽
18 이장은 나를 열 받게 해. 23.12.12 2,322 49 12쪽
17 전설의 경비원 +1 23.12.11 2,766 56 13쪽
16 국내 3대 명의 +2 23.12.10 2,803 58 14쪽
15 국내 3대 명의 23.12.09 3,113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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