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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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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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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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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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27. 창고에서 (2)

DUMMY

김남운이 팔을 뻗자 박정후는 반사적으로 도망을 갔다.


“히익! 오지 마, 오지 마!”


김남운의 괴력을 직접 접하고 박정후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도망을 쳤다.


“어······?”


창고 문이 열려 있었다.


박정후에게는 창고 문이 김남운에게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박정후는 김남운에게 죽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서 달리기 선수처럼 빠르게 문을 향해 달려갔다.


박정후의 그 희망은 김남운의 한 마디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아, 내가 문을 안 닫았네.”


김남운이 그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멀쩡히 열려 있던 창고 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


“이제 닫았으니 쥐새끼가 빠져나갈 일은 없겠다.”


그러면서 실실 웃는 김남운이, 나는 정말 미칠 정도로 무서웠다.


당사자인 박정후는 오죽했을까.


“으, 으아······.”


박정후는 김남운이 자기에게 다가오자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사람을 억압하는 무언가가 김남운에게 있었다.


그건 김남운이 가진 힘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김남운이 가지고 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둘 다인 건지 당하는 입장의 우리들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그냥 눈앞에 김남운이 무서울 뿐이다.


“자, 잠깐만! 남운아, 우리 일단 대화를―.”

“―무슨 대화?”


그렇게 물으며 김남운은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박정후의 머리 옆에 벽이 부서졌다.


더 말할 수 있으면 말해 보라는 일종의 협박이었다.


“헉······.”


박정후는 자기 머리 대신 부서져 산산조각이 된 벽을 보았다.


“······.”


그 벽을 보고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만족했는지, 김남운은 싱긋 웃으면서 박정후의 머리를 잡았다.


“미, 미안해! 잘못했어!”


박정후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김남운은 별 감흥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면 맞아. 그거 말고 내가 너에게 원하는 건 없어.”


박정후의 마지막 희망마저 잘게 부순 김남운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박정후는 방어를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었고, 김남운은 박정후가 멍하니 있든 말든 상관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퍽!


“내가.”


김남운은 박정후를 때릴 때마다 한 단어씩 말했다.


“왜. 너한테. 맞아야. 했지?”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박정후도 그렇게 느꼈는지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김남운의 화가 자연스레 풀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김남운은 박정후에게 물었다.


“왜 말이 없어? 내가 지금 묻잖아.”


그제야 박정후가 아, 나한테 물어본 거구나 눈치채고 입을 열었는데, 김남운의 주먹이 박정후의 입을 뭉갰다.


“우엌······!”


김남운은 먼저 말을 걸어놓고 상대방이 무슨 대답을 하려고 하면 주먹으로 때려서 강제로 입을 닫게 만들었다.


“대답 안 해?”

“아, 아니, 난―.”


퍼억!


김남운의 주먹이 또 박정후의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고개가 옆으로 돌아갈 때마다 턱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다.


김남운은 박정후에 비해 키도 작고 손도 작은데, 어떻게 저런 위력을 낼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박정후는 자기가 김남운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고 김남운이 알아서 그만둘 때까지 기다릴 생각인 듯했다.


김남운은, 적당히라는 걸 몰랐다.



***



“후우······.”


박정후를 열 대 넘게 때린 김남운이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을 떼었다.


주먹을 쥔 손에도 힘을 풀었다.


박정후는 김남운이 때리기를 멈춘 줄 알고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들자 보인 건 쇠파이프를 든 김남운의 모습이었다.


“······어?”


박정후는 당황했다.


그때 박정후가 한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고스란히 들어와 머리를 복잡하고 시끄럽게 만들었다.


‘끝난 거 아니었어?’

“끝난 줄 알았지?”


김남운은 일부러 박정후가 오해하게끔 행동한 듯했다.


김남운이 씩 웃자 박정후는 정신이 나갔는지, 입을 벌린 채로 작게 아 소리만 냈다.


“아······.”

“괜찮아. 금방 끝내 줄게.”


김남운은 그 말을 하고 고민 없이 바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저번에 송시현을 폭행했던 바로 그 쇠파이프.


김남운은 쇠파이프를 애용하는 듯했다.


아니, 그걸로 사람 때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99대라고 했잖아~.”


즐거운지 웃고 있는 김남운.


말투도 지금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말투였다.


“지금까지 스무 대는 맞은 것 같네. 이제 앞으로 79대만 더 맞으면 되겠다.”


박정후가 고개를 젓자 김남운이 아니다, 말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냥 반올림해서 80대 어때?”

“······.”


김남운의 잔혹성에 박정후는 더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죽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들어서 모든 걸 포기한 듯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박정후······.’


그 순간처럼 박정후가 불쌍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김남운이 쇠파이프를 들자 박정후가 몸을 웅크렸고, 무자비한 폭행은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다.



***



나는 김남운이 박정후를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남운을 말리려고 입을 열었다.


“김·····!”


그러나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금세 입을 닫았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내가 김남운을 말려서 김남운이 나한테 오면 어떡해?’


박정후가 첫 번째고 이강현이 두 번째, 내가 세 번째였는데, 그 순서가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김남운을 말리는 게 두려워졌다.


세 번째도 싫은데 두 번째는 더더욱 싫었다.


‘두 번째가 될 바에는 그냥 말없이 있는 게 나아.’


나는 비겁한 행동을 했다.


나도 박정후처럼 될까 두려워 박정후를 폭행하는 김남운을 말리지 않았다.


내가 말려도 김남운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폭행을 이어갔을 테지만 그럼에도 말리는 것과 말리지 않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


“······김남운, 그만해.”


보다 못한 이강현이 한마디 했다.


나는 놀랐다.


내가 하지 못한 말을 어떻게 이강현이 했을까 하고.


‘이강현은 그때 그 일 때문에 지금도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말을 꺼냈지?’


이강현은 겁이 많은 나와는 달랐다.


아니, 별로 다르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달랐다.


나는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고 이강현은 무서워도 김남운에게 할 말을 했다.


용기 있는 자와 용기 없는 자.


그게 이강현과 나의 차이였다.


“뭐?”


김남운은 쇠파이프로 박정후를 때리는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까지 나와 이강현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몸에 움직이지 못하는 마법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김남운은 박정후와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는지, 나와 이강현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손을 썼다.


그래서 말은 할 수 있지만 움직일 수는 없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이강현이 김남운을 말렸다.


도발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뒷부분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김남운이 이강현을 죽일 것이다.


‘왜 그래, 그냥 가만히 있지. 어차피 죽게 될 테지만 그래도 조용히 있으면 죽는 시간을 조금은 늦출 수 있을 텐데······.’


이강현은 자기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할 말은 하고 사는 성격이었다.


원래 그런 성격인지, 아니면 과거의 일 때문에 좋은 쪽으로 변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강현이 김남운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했고, 그것 때문에 이강현이 죽고 내가 본래 예정보다 빨리 죽을 거라는 사실 하나는 분명했다.


“아까 내가 한 말 잊었어? 넌 이 새끼 다음이라고 했잖아.”


김남운이 쇠파이프로 박정후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온몸에 힘이 빠져 도망도 못 치는 불쌍한 박정후는 어깨를 움츠렸다.


김남운은 때려도 반응이 없는 박정후를 패는 것에 질렸는지, 쇠파이프를 자기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정후의 얼굴을 발로 세게 찼다.


“커헉······!”


발에 얼굴을 맞은 박정후는 양손으로 코를 감쌌다.


코를 막은 손 사이로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내가 그리웠어?”


박정후는 끝났다.


김남운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이강현 쪽으로 다가갔다.


“저 새끼를 때리는 걸 말릴 정도로?”


이강현은 제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강현의 의지가 아니었다.


김남운이 가까이 다가오자 이강현의 다리가 떨렸다.


사실 그전부터 떨리고 있었는데, 김남운이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다리의 떨림이 심해졌다.


‘어떡해. 많이 무서운가 봐.’


나는 이강현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나를 걱정했다.


이강현이 최대한 많이 버텨서 김남운이 나에게 오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춰 주었으면 했다.


“······그래.”


어째서인지 이강현은 계속 김남운을 도발했다.


“몸이 쑤실 때, 가끔 네 생각이 나더라고.”


김남운은 이강현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왜일까?”


순진한 얼굴로 웃으며 물었다.


이강현도 그에 지지 않고 웃으면서 대꾸했다.


“그야, 네가 저번에 나에게 해 준 마사지가 무척이나 시원했기 때문이지.”


저건 미친 짓이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구나.”


김남운은 이강현이 웃는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강현은 처음에는 웃다가 마지막에는 웃음을 잃었는데, 반대로 김남운은 처음에 무표정으로 있다가 나중에 활짝 웃었다.


“그럼 이번에는 더 시원하게 해 줄게!”


그리고 이강현이 뭐라고 대꾸할 틈도 없이 곧장 이강현의 오른쪽 팔을 뽑았다.


오른쪽 팔이라고는 해도 의수였기에 나는 이강현이 아픔을 느끼지 않을 줄 알았다.


김남운이 팔을 뽑자마자 이강현은 내 귀가 나갈 정도로 크게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그제야 알았다.


의수를 사용한다고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주변에 의수나 의족을 착용한 사람이 없어서 그들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강현이 통증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이강현의 팔은 깔끔하게 잘린 게 아니었다.


비록 팔의 위쪽 부분을 일부분만 남겨 놓고 잃었지만, 그 남은 팔과 의수를 연결했기 때문에 의수가 팔에서 떨어져 나가자 실제 팔을 잃은 것처럼 통증을 느끼는 것이었다.


“으아악······.”


이강현은 자기 앞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김남운을 피해 뒷걸음질을 쳤다.


아직은 멀쩡한 왼손으로 황급히 의수가 떨어져 나간 쪽 팔을 움켜잡았다.


“시원해?”


피가 뚝뚝 떨어졌다.


박정후는 넋을 놓고 멍하니 이강현의 오른팔에서 흐르는 피를 바라보았다.


나도 박정후와 별로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눈앞에서 사람의 팔이 찢겨 나가는 장면은, 눈을 감고 머리를 비워도 계속 생각이 날 정도로 충격적이면서 잔인했다.


“이제 시원하냐고?”


김남운이 물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이강현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걸 알면 이강현이 배신감을 느끼며 화를 낼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강현처럼 팔이 뜯겨 나가고 싶지 않았다.


웬만하면 최대한 안 아프게 죽고 싶었다.


물론 죽고 싶지 않지만 어차피 죽게 될 거라면 말이다.


‘우리는 모두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도저히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의 순간이 점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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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시즌3 2. 전설의 눈 24.09.12 18 0 12쪽
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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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7 0 11쪽
61 시즌2 31. 해산 24.09.09 21 0 15쪽
60 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24.09.08 18 0 11쪽
59 시즌2 29. 송시현의 정체 24.09.07 19 0 11쪽
58 시즌2 28. 창고에서 (3) 24.09.06 20 0 13쪽
»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20 0 11쪽
56 시즌2 26. 창고에서 (1) 24.09.04 22 0 12쪽
55 시즌2 25. 호텔에서 24.09.03 21 0 12쪽
54 시즌2 24. 사라지다 24.09.02 24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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