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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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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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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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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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DUMMY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은데, 사실 난 할 말이 별로 없어.”


백일하는 여전히 내키지 않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내 세계에서 탐정이었고, 살인 사건을 조사했고, 어떤 미친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 범죄자는 사람을 수천 명 넘게 죽인 최악의 살인마였어.”


수백 명도 아니고 수천 명!


나는 백일하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들었다.


“탐정이 하는 일은 그런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일이지. 나는 녀석에 대해 조사했는데, 조사하면 할수록 보통 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 수천 명을 죽였는데 잡히지 않았다는 건 분명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금방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어. 아, 내 세계가 이 세계와 다른 점은 황제가 있다는 거야.”

“황제?”


김남운은 잘못 들었나 싶어 물었다.


백일하가 답했다.


“그래. 황제. 평민과 황족으로 신분이 나뉘거든, 내 세계는. 나는 내가 조사하는 사건의 범인이 황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 당시 나라를 통치하던 황제. 겉보기에는 조신하고 정의로워 보이지만, 뒤에서는 음흉하게 사람을 죽이고 다녔던 거야. 하지만 그 말을 누가 믿겠어? 설령 믿는다고 해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지. 황족을 건드리면 죽는다는 건 길을 지나가는 다섯 살짜리 꼬마도 알거든.”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신분 제도가 있냐? 참, 어이가 없네. 네 세계는 발전을 한 게 아니라 퇴보를 했어.”

“그 점은 나도 부정하지 않아.”


백일하는 인상을 찡그리며 웃었다.


웃고 싶은데 자기도 어느 정도는 김남운과 같은 생각인지라 차마 환하게 웃지 못하는 듯 보였다.


“어쨌든 말이야. 난 황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자라는 걸 밝히려고 애를 썼어.”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보군.”


김남운이 중얼거렸다.


“실제로 죽었어.”


백일하는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나와 뜻을 같이 하던 탐정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나도 마지막에 살해당했어. 그 후에 살아났지.”


백일하는 김남운을 힐끔 보았다.


“너도 알 거야. 너나 나나, 우리는 모두 한번 죽고 나서 신으로 다시 태어났어. 죽었다가 살아난 후에야 나는 신의 힘을 가지게 되었어. 그제야 놈에게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거지. 그 황제라는 놈도 신이었거든. 놈은 신의 힘을 사용해서 완전범죄를 저질렀던 거야. 그래서 아무도 잡지 못한 거고.”

“한 세계에 신이 여러 명 있는 거냐?”

“최소 두 명에서부터 최대 일곱 명까지 있어. 하지만 그건 인간을 신으로 만들 수 있는 신의 숫자일 뿐이야. 너와 나 같은 인간 신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겠지. 이 우주에 존재하는 세계는 총 일곱 개니까.”

“넌 그걸 어떻게 알아?”


김남운은 백일하를 약간 의심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백일하는 그 시선을 묵묵히 견디며 대답했다.


“날 신으로 만든 신이 알려줬어. 내 행운의 여신은 많은 걸 알고 있어서 평소에도 나에게 많은 걸 알려 주거든. 그래서 너나 다른 인간 신들에 비해 내가 더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기는 할 거야. 궁금한 게 있으면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자세하게 설명해 줄게. 그런데 조금 이상하기는 하네. 왜 너는 아무것도 모르지? 너에게도 너만의 신이 있을 텐데.”

“난 처음 듣는 이야기야. 그리고 신 같은 거 만난 적 없어. 애초에 있기는 해, 그거?”


그 부분에 대해서 백일하는 단호하게 말했다.


“당연히 있지! 이 세계의 신 중 한 명이 널 마음에 들어해서 신으로 만든 건데. 뭐,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가면 만나게 될 거야. 너무 그렇게 조급해할 필요 없어. 신과 가까운 내 경우가 조금 특이한 거니까.”


신과 인간 신.


신이 인간을 신으로 만들면 그 존재가 평범한 인간에서 비범한 인간 신으로 바뀌는 듯했다.


‘그런데 왜 신은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 걸까? 신은 신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사는 게 낫지 않나?’


김남운이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 백일하에게 물었다.


“신은 왜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 거지?”

“그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서지.”

“후계자?”


신의 후계자라니.


처음 듣는 이상한 단어 조합이었다.


“신은 죽지 않아. 죽지 않기 때문에 신이지. 하지만 가끔씩 그들도 쉬고 싶어져. 죽고 싶어진다는 말이야. 얄궂게도, 신은 스스로 죽을 수 없게 되어 있어. 태초의 신이 그렇게 설정을 해 놨어. 그들은 인간처럼 자살하는 게 불가능해. 그래서 죽고 싶어도 마음대로 죽을 수가 없어. 대신 인간 신을 만들어 후계자를 정하고, 그 후계자에게 자기 힘을 전부 넘겨 주면 비로소 자유의 몸이 돼. 어. 죽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야.”


나는 이 이야기의 끝이, 부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죽음을 갈망하는 신들만 있는 건 아니야. 그냥 자기가 마음에 든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 신들도 있어. 오히려 전자보다 후자가 더 많지. 나는 날 선택한 여신의 후계자야. 그 여신이 나를 선택했고 나는 그걸 받아들였어. 그래서 여신이 세상을 떠나고자 하는 날이, 내가 그 여신의 뒤를 이어 진정한 신이 되는 날이야.”


백일하는 김남운을 보았다.


“네 경우는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조금 지켜보는 단계인 것 같아. 신은 후계자를 신중하게 결정하기 때문에, 널 신으로 만든 신은 네가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아마 하늘 위에서 다 지켜보고 있을 거야. 그러다 너에게 후계자 자리를 넘겨 줘야겠다는 확신이 들면 널 찾아오겠지. 한 신이 만들 수 있는 후계자 후보는 총 두 명이거든. 너와 다른 신을 동시에 지켜보면서 누가 자기 뒤를 이으면 좋을까, 후계자 자리를 누구에게 넘겨줄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신이 된 지 벌써 1년이나 지났어. 난 한 번도 날 신으로 만든 신을 본 적이 없고. 그러면 가망 없는 거 아니냐?”


김난운은 진짜 신이 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나는 그렇게 느꼈는데 백일하도 그렇게 느꼈는지, 김남운이 묻는 말에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글쎄. 조금 기간이 길기는 한 것 같은데, 신마다 저마다의 생각이 있고 결정을 내리는 속도도 다르니까. 내가 뭐라고 딱 장담해서 말할 수는 없겠는걸.”


백일하는 끝까지 신중했다.


자기 말 한마디에 나와 이강현, 박정후의 목숨이 달려 있다고 생각해서 더욱 조심하는 것 같기도 했다.


“넌 후계자가 되는 데 얼마나 걸렸는데?”

“한 달?”


백일하는 대답을 한 후에 김남운의 눈치를 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내 경우가 특이한 거야. 너무 빨랐지. 오히려 네가 적당하게 시간이 걸리는 걸 수도 있어.”

“위로하냐?”


김남운은 뚱한 반응을 보이며 꼬고 있던 다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반대쪽 다리를 꼬았다.


“그래서? 아직 네 이야기가 다 안 끝났잖아. 설마 이렇게 은근슬쩍 묻어가려고 한 건 아니겠지?”


김남운의 날카로운 질문에 백일하가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이런······.”


과거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백일하였다.



***



백일하의 이야기는 대충 이랬다.


황제에게 죽었다가 살아난 후에 신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황제의 측근들을 조용히 처리했다.


어찌저찌 황제도 죽였지만, 그 황제는 다시 살아났다.


황제를 신으로 만들었던 신이 또 한번 황제를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려낸 것이었다.


황제와는 그 후에도 계속해서 부딪쳤다.


황제를 잡으려고 하다가 같은 탐정사의 동료들이 죽고, 가장 친한 친구마저 잃었다고 했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더는 아무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결국 복수를 포기하고 이곳, 첫 번째 세계로 왔다.


“원래 같은 사람을 두 번 이상 살리는 건 신의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한 인간만 계속 살리면 다른 사람들이 선택을 받지 못하고, 선택을 받지 못하면 결국에는 피해를 받게 되잖아. 그 점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보통 한 번만 살리고 말지. 그 신은 그 일로 벌을 받았어. 내 여신이 그 신의 담당자였거든. 아, 상사라는 뜻이야. 신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어. 그런데 그 일로 그 신은 나를 미워하게 됐어. 그래서 황제였던 놈을 이용해 나를 전보다 더 못살게 굴었지. 나는 놈의 계략에 당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었어. 쫒기다가 어느 날은 너무 억울해서 신의 능력을 드러냈어. 그러면 겁을 먹고 더는 안 쫓아올 줄 알았거든? 그런데 그랬더니 사람들은 나보고 괴물이라고, 당장 죽여야 된다고 말하면서 전보다 더 죽일 듯이 쫓아왔지. 당시에 이미 내가 아는 사람은 전부 죽어서 그 세계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듯한 기분이었어. 그들은 나를 괴물이라고 했지만, 내 눈에 괴물은 그들이었어. 뭐가 옳은지도 모른 채로 그저 윗사람을 말을 따르기만 하는 괴물 기계. 나는 천천히 인간이 싫어졌고, 내가 만든 세계에 숨어서 밖으로 나가지 않았어. 나가기만 하면 죽일 기세로 쫓아오는데 숨어 있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잖아. 더는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았고. 뭐, 어쨌든 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허상 세계에만 있으니까, 폐인이 될까 걱정이 되었는지 여신이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어. 다른 세계에 가지 않겠냐고. 나는 그때까지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어.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그곳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 내 세계는 나를 살인자 취급하며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았거든. 그 세계에 머물면서 천천히 미쳐 가느니, 차라리 새로운 세계에서 새 출발을 하자. 생각하면서 여기로 온 거야.”


이야기가 끝났다.


김남운이 물었다.


“그러면 그 황제라는 놈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내가 있던 그 세계에서 지금은 나 없이 아주 잘 지내고 있지! 여기 와서 좋은 건 그 얄미운 녀석 얼굴을 안 봐도 된다는 거야. 물론 그놈도 내가 없어져서 아주 좋겠지.”


이야기를 끝낸 백일하는 조금, 많이 슬퍼 보였다.


나는 그동안 왜 자꾸 백일하에게 시선이 갔었는지를 깨달았다.


백일하는 무언가 말을 할 때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었다.


그래서 저 아이는 왜 울고 있지, 항상 궁금했다.


그때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 지금 확실하게 알았다.


연민.


나는 백일하가 안쓰러웠다.


진실을 밝히려고 하다가 도리어 거짓에 당해, 자기가 있던 세계에서 쫓겨난 신이 불쌍했다.


‘내가 널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나는 내가 백일하를 도울 방법이 있을 거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 방법이 무엇인지를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민해 볼 생각이었다.


“······응. 대충 알아야 한 건 다 알았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진 김남운의 말이 나의 희망을 뭉갰다.


그 아이는 백일하에게 최소한의 정도 느끼지 않는지, 서늘한 목소리로 창고 안의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그럼 이제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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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시즌3 2. 전설의 눈 24.09.12 18 0 12쪽
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19 0 13쪽
63 시즌3 0. 협박 편지 24.09.11 1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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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24.09.08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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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시즌2 28. 창고에서 (3) 24.09.06 20 0 13쪽
57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20 0 11쪽
56 시즌2 26. 창고에서 (1) 24.09.04 22 0 12쪽
55 시즌2 25. 호텔에서 24.09.03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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