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생은 매 순간 나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도 오롯이 나였다. 공장 말고 멋들어진 대학 가겠다며 공부를 시작했을 땐 보육원 아이들로부터 펜잡이라 놀림 받아야 했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회비를 횡령한 학생회장을 신고했을 땐 불필요한 정의감이란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야만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PD의 순위 조작을 폭로했을 땐 꿈을 빼앗겨야만 했고.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만일 그때의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그저 난, 세상이 정당해지기를 바랐을 뿐인데 말이다.
공부를 시작한 것도 내 삶이 정당해지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노력에 맞는 성과를 얻고 재능에 맞는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었다. 노력과 재능을 인정받고, 빛날 수 있는······
아, 생각났다. 내가 PD가 되고 싶었던 이유.
- 하이
- 오게뭐? 오늘 게스트 누구란 뜻
- 왜 방제도 안 적어놈?
- 대기 화면 언제 끝나냐
- ?
- 소리도 꺼놨네
스트리밍이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들어온다. 세찬 불길처럼 빠른 속도로 솟아오르는 채팅창도 선명하게 보인다.
중요한 날이라 그런가. 괜히 옛 생각이 나고 그런다.
업계에서 쫓겨난 음악 방송사 PD.
비참한 꼬리표를 달고 있던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
“그럼, 시작한다?”
뒤를 돌아보니 긴장보단 설렘에 가까운 표정을 품은 4명의 아이돌이 보였다. 얘네들 오늘 데뷔한다. 내 방송에서.
“그, 그런데···, 진짜 이래도 되는 거예요?”
“뭐, 안 될 거 있어?”
나이도 제일 많고 걱정도 제일 많은 맏언니 리더를 향한 대답을 끝으로 마우스를 눌러 음악을 재생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늘 그렇듯, 선택을 하는 건 항상 나였으니.
200만 원짜리 DSLR 캠 카메라의 불빛이 들어오고, 두근거리는 긴장감이 스튜디오에 울리기 시작한다.
- 와 뭐냐?
- 스튜디오인데?
- ???
- 우리 유화가 왜 저기 있지?
아마 그때 즈음이었을 테다. 우리의 꿈이 빛을 되찾기 시작한 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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