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의 제국 : 이세계 권좌생활은 욕망이 이끄는 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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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망령
작품등록일 :
2024.01.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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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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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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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인간의 설전

DUMMY

잠깐의 정적.

자신이 무엇을 들은 것인지 생각하던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룸 블록(Room Block)!"

레실리스의 마법이 발동했다.

이 아이는 방금 루온이 자신의 생각을 한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용족황제라는 말인가.

겉모습으로 보아선 피부와 눈동자의 색깔이 예사롭지 않은 인간 꼬맹이에 지나지 않는데...

하지만, 지난번에 파견한 조사단이 하필이면 용의 자손들과 마주했다.

조사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유목민들이 이름과 그들이 타는 짐승 외에 특별히 용과 관련이 있는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시선으로 파악되지 않은 모종의 관계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는게 사실.

그렇다면 용의 자손들이 용족황제를 만나 조사단 이야기를 전했고, 그 말을 들은 용족황제가 변신을 하여 이곳으로 찾아왔다면, 루온이 지금 자신의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챈것도 말이 된다.

게다가...그는 그 작은 체구에서 무언가 강한 기척을 뿜어내는 것이었다. 오랜세월을 살아온 루온과 많은 괴물을 상대해온 레실리스이기에 알아챌 수 있는것이지만.

"절 죽이러 온겁니까?"

"응? 짐이 왜 그대를 죽여야 하지?"

"그야...조사단을 보냈으니까...?"

슬금슬금 손을 비상벨로 가져다 대는 루온.

"그게 왜 죽여야 할 일인가. 그보다도, 그 종잇장 같이 얇은 마법을 어서 거둬주지 않겠나. 짐은 좀더 편안한 대화를 하고 싶거늘."

"..."

유명한 범죄자로부터 칼을 내려놓으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 두사람.

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지금 발동한 룸블록 마법은 패쇄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방어마법.

사후 보고를 위해 온 터라 아이기스 소드(Aegis Sword)를 포함한 그 어떠한 무장도 하지 않은채 가벼운 복장으로 온 그녀가 발동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지만,

화산용왕보다 강하다는 용족황제를 상대로 통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애초에 모든 무장을 갖췄어도 용을 상대할만할것 같지는 않지만.

"귀찮으니까."

손가락 하나를 들어 방어마법을 파괴해버린뒤 소파에 재멋대로 앉는 소년.

'저렇게 쉽게...틀림없이 진짜 용족황제군. '

"손님이, 일국의 군주가 왔는데도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건가?"

초대한적 없습니다만...이라는 말을 삼키는 그였다.


"그래서, 저를 죽이실게 아니라면 왜 오셨는지..."

간신히 차를 내어온 루온. 그리고 여전히 앉지 못하는 레실리스.

"자네가 추측했듯, 짐은 용족황제 아우구스투스다."

"진작에 그 대명을 들었사옵니다."

"거짓말 말게. 자네가 들은 이름은 아우구스투스가 아니라 '용족황제'라는 이름이지 않은가."

황제는 차를 한모금 했다.

독이 들어있을리 없다는 태도로, 아니, 자신을 죽일수 있는 독따윈 없다고 생각하겠지.

"어쨌든, 짐은 드래곤즈네스트의 군주로서, 그 땅에 문명을 이룩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네."

"...용족이...문명을?"

묘한 표정을 띄우는 루온.

"마치 원숭이가 검을 제작한다는 소리를 들은듯한 표정이군."

"...실례했습니다. 하온데..."

"그대도 알다시피, 드래곤즈네스트에 수십년째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인간 기술자, 연구원들이 있네."

알고 있다. 미지의 땅 드래곤즈네스트는 언제나 각종 학자들과 모험가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때문에, 정부의 만류에도 꿋꿋이 다양한 수단으로 들어가 돌아오지 못한자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

"...그래서...지금...인질극을 하시는겁니까?"

루온의 눈에, 그리고 레실리스의 주먹에 조용히 분노가 깃들고 있었다.

"천만해. 제 발로 우리땅으로 온 자들을 보내줄 이유가 없을뿐, 그들은 황제의 이름 아래 보호받고 있지.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

"보호라는 이름의 억압은 그 이전부터도 종종 있어왔지요."

"...증명하지 못하는것이 슬프군. 아무튼, 이 이야기를 꺼낸건 자네들의 분노를 자극하기 위함이 아니야. 짐은 그들에게 마법연구를 명하고 싶었다."

"인류를 파괴할 연구를 할 그들의 입장이 슬프겠군요."

"그들이 슬픈건 자신의 지식을 제대로 꺼낼 수 없어서네. 화산용왕이라는 녀석이 그들을 잡아둔 채 그 어떠한 연구도 시키지 않아 머리가 굳어졌다더군."

...필시 그들은 인류를 해할 연구를 하고 싶지 않아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꿋꿋히 버틴것이리라.

"그래서 자네의 학교에서 학생들을 좀 선발해 데려가고 싶다만..."

"그건 안됩니다! 어린 학생들이 그곳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게 될게 아닙니까! 제가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어도 총장으로써 그들을 지키겠습니다."

비록 자신이 서툰 생각으로 학생들을 고원으로 보내 용족황제와 마주할뻔하게 만들긴 했으나, 학생들이 위험에 빠질 것을 알면서도 보낼 수는 없었다.

"딱히 고초를 겪을일은 없을거다. 인간들끼리 살 수 있도록 땅 한곳을 때어줬다."

"...수용소를 만들기 위해?"

"실례로군. 아무것도 감시하지 않고 그 어떤 울타리도 치지 않았다. 짐이 인간을 감시할 이유가 있겠는가? 다만 그 옆에는 용의 자손들 유목민들이 살고 있으니 이웃간에 잘지내길 바랄뿐이네."

"그들도 데려갔단 말입니까?"

레실리스가 물었다.

"짐을 최초로 만난자가 그들이니 그대로 두면 전날 자네들이 그랬듯 각국에서 조사단을 파견해 그들을 귀찮게 하거나 안위를 위협할 수도 있는 노릇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을 전투력으로 쓰고자 하는 노림수도 있고 말이야."

...차츰, 이 자가 생각보단 이지적인 존재인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 자는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신들의 태도가 명백히 눈에 보일텐데도, 화 한번 내지 않는 그의 화법은 그야말로 루온이 생각한 용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이쯤되면 국가의 안위라던가, 가족의 신변으로 인질극이 들어왔어도, 최소한 루온이나 레실리스의 목숨으로 협박이 들어왔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례했습니다. 하오나...폐하의 말씀을 어찌 신뢰할 수 있는지..."

인류의 모든 학자들이 궁금해하던 드래곤즈네스트. 그땅을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는 안전한 환경에서 탐구할 수 있다면 분명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 과정에서 용족의 문명이 인류를 위협할 정도로 강대해지면 자신이 인류를 배신한 꼴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에 앞서 학자 루온은 새로운 학문의 탐구라는 당근에 유혹당하고 말았다. 때문에 학생들의 안위를 보장할 수 만 있다면...

"용족황제의 칙령서...같은걸로는 인간들의 신뢰를 사기 어렵겠지. 용인들에게는 절대적인 것이지만. 게다가 짐이 무언가 보증한것을 너희 나라 정부에 들키면 곤란하겠지. 그러니..."

"그럼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레실리스가 말했다.

"레실리스, 자네가? 그곳엔 다수의 용이 있다. 그들로부터 학생들을 자네가 지킬 수 있겠는가?"

"목숨과 바꿔..."

"자네의 어투에 짐의 가슴이 뜨거워지는군. 딱히 그런 각오는 필요 없겠지만, 그럼, 한달에 한번, 통신을 허용해주지. 어떤가?"

"저는 저의 일로 루온님이나 왕국을 끌어들일 생각은 없습니다만..."

"아니, 폐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보호자 입니다. 저에겐 학생들의 안위를 파악할 의무가 있지요."

"그 약속, 반드시 이루게 해주지."

아우구스투스가 씩 웃으며 품에서 구슬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뭡니까?"

"용이 가지고 있는 구슬, 알고 있지 않나. 여의주다. 여의주를 두고한 맹세는 반드시 이루어지게 되어있지. 가지고 있게."


그때, 또다시 총장실 문이 열렸다.

이제 막 성년이 되었을법한 여자가 1명, 남자가 2명.

"레실리스 언니! 언제 끝나요?"

뒷풀이가 예약되어 있나보군.

"아, 여러분, 지금은..."

"그 꼬맹이는 누구에요?"

"총장님 조카분인가요?"

레실리스가 다급하게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런걸로 하지. 그럼, 따로 천천히 오도록 해요, 레실리스 누나."

"에...엣?"

그녀답지 않은 당황한 표정이 재밌었다.

"일주일 안에 뵙고 싶네요."

"...네..."

즐거운 뒷풀이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용인 상단에 알려 가까운 시일에 이들과 접촉하도록 명할 생각이었다.

아우구스투스가 보기에,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고지식한 인간이다.

이 정도 다짐으로도 괜찮으리라 판단했다.

그러고는 "꼬마야, 잘가!" 하는 인사를 뒤로 한채 대학을 빠져나와 조용한 곳으로 이동한 뒤 날개를 펼쳤다. 그 순간 인식저해가 발동해 아무 소동없이 드래곤즈네스트로 향했다.

"레실리스 아르테밀...가지고 싶은걸..."

그 올곧은 의지와 바이저에 가려진 얼굴이 계속해서 아른거렸다.

.

.

.

블러디 티아라 해적단은 지금 '엄청나게 큰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히 많은 배를 끌고왔다.

그들의 배에는 각각 정면을 가려주는 불가시화 마법 '메시브 인비저블 쉴드(Massive Invisible Shield)'가 발동되어있다.

정면에서 보면 부자연스럽게 공간이 일그러진것처럼 보일것이다.

하지만, 이정도면 멍청한 상선들의 눈 따윈 속이고도 남는다.

정찰대가 발견한 것은 '검정색 쇠 파이프를 옮기고 있는 거대한 화물선'이었다.

쇠파이프를 배 안에는 물론이고 옆구리에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모습이 우스웠다고.

마력투사 장치가 없는것으로 보아 군함일 가능성은 없었다.

"어딘가의 건설을 위한 자재 운송선으로 보인다"고 정찰대는 보고했다.

보물선이 아닌게 아쉬웠다. 쇳덩이 파이프따윈 훔쳐도 쓸 곳이 없다. 게다가 덩치가 크다면 선원이 많을 것이므로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수의 포로들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게다가 정찰대의 보고에 의하면 그 화물선의 선장이 멍청한 사람인지, 욕심이 많은 사람인지 유사시 전투를 위해 비워둬야할 '2층 단에도 쇠파이프가 올라가 있어' 그들 스스로 전투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그런 멍청한 선장이 이끄는 배라면 생각보다 쉬울수도 있다.

본디 강한 전투원이 무서운게 아니라 멍청한 지휘관이 무서운것이다.

이윽고...멀리서부터 검은 물체가 보이기 시작한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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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3화의 내용 보충 및 3화에 있던 일부 내용을 4화로 옮겼습니다. 24.01.26 11 0 -
공지 4화까지 몇가지 오타 및 표현 수정 했습니다. 24.01.23 14 0 -
16 하나의 나라, 두개의 체제 24.02.02 10 0 13쪽
15 제국의 탄생 24.02.01 18 0 15쪽
14 세상에서 가장 슬픈 죽음 24.02.01 18 0 12쪽
13 탐욕과 생존의 투쟁 24.01.31 22 0 11쪽
12 해적 24.01.30 20 0 12쪽
» 용과 인간의 설전 24.01.29 21 0 10쪽
10 재회 24.01.28 32 0 15쪽
9 용족황제, 그리고 어떤 장난꾸러기 24.01.27 34 0 14쪽
8 HELL MARCH II 24.01.26 40 0 28쪽
7 HELL MARCH 24.01.25 49 0 27쪽
6 있어야 할 곳 24.01.24 53 0 20쪽
5 전쟁과 관찰자 24.01.23 56 0 22쪽
4 인간 제국들 24.01.21 66 1 25쪽
3 황제 24.01.20 60 1 23쪽
2 위험한 아이 24.01.20 67 1 26쪽
1 다시 한번, 해피버스데이 24.01.20 111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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