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의 제국 : 이세계 권좌생활은 욕망이 이끄는 데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꽃의망령
작품등록일 :
2024.01.20 03:09
최근연재일 :
2024.02.02 15:4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675
추천수 :
4
글자수 :
134,037

작성
24.02.02 15:45
조회
9
추천
0
글자
13쪽

하나의 나라, 두개의 체제

DUMMY

카르텐 왕국, 아니 미드가르드오름령 카르텐의 왕궁은 그날, 욕설에 가까운 거친 언변이 오갔다.

입헌군주정의 실권없는 왕이라고는 해도, 신하에게는 왕에게 갖추어야 할 예의가 있다.

하지만, 그날의 왕궁에서는 그러한 예의따윈 집어치운채 가끔은 욕설과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이 예의라는 이름의 비닐봉지에 그 전보다 얇게 싸진듯한 표현들이 오가며 왕의 독단적인 매국행위를 비난했다.

반면, 리테즈 3세는 이제 자신은 입헌군주정이 아닌, 전제군주정의 당당한 군주임을 주장하며 국무의장을 기습적으로 해임하고 모든 국정을 국무회의소가 아닌 왕궁의 국정회의당에서 다루게 하는등, 소위 '선넘는' 행위를 해대었다. 이에 맞서 국무위원들은 전원 출석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국정 운영을 하겠다며 국무회의소에서 리테즈 3세의 어린 조카 베레스를 자신들의 왕으로 추대하는등, 사실상 입헌군주정 카르텐 왕국과 전제군주정 미드가르드오름령 카르텐으로 분열하였다.

리테즈 3세는 이에 대응해 용족황제가 빌려준 드래곤나이트 5명을 필두로 한 친위대를 창설해 이들에 대한 진압을 계획했다.

하지만 국무위원중 한사람, 육군성 장관 시필룬이 이끄는 카르텐의 국군과 해군성 장관 제툴루스의 희생을 왕이 배신했다고 생각해 극렬히 분노한 상태의 해군이 베레스의 지지를 선언함으로, 불리해진 리테즈 3세는 용족황제에게 개입을 요청하게 하는데...

.

.

.

"저 여자는 누구지? 인간인가?"

짧은 치마에 동양풍 드레스를 입은, 밤하늘을 닮은 묘한 검정색을 띄는 여자가 지나가자 사람들이 웅성댔다.

같은 '뇌'를 모시는 손발끼리는, 서로 같은 신체에 속함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외부 존재들에 대한 위화감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미드가르드오름 제국의 수도 요르문드에는 어느덧 제법 많은 수의 외부인들이 살게 되어 그들에 대한 위화감이 옅어졌다.

지금 나타난 그녀가 주목받는것은 또다른 종류의 위화감, 기묘할 정도로 아름다운, 마치 누군가 자신들을 위한 인형을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만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당연한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나타난 여인은 그들 용인들의 의식에 깔린 기본 의식의 주인, 아우구스투스의 '가장 이상적인 여성'이니까.


리테즈 3세의 뒷배 용족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그 묘령의 여인을 떠올리고 있었다.

카르텐 왕국의 내정을 살핀다는 명목으로 아마테린느를 외정으로 돌린후 고요한 옥좌의 방에 앉아 그녀를 떠올리고 있으니...

용인들의 감각을 통해 무언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나 불렀어요?"

라며 멋대로 들어오는 그녀, 니알라토텝이었다.

수많은 호위병과 시녀들의 시선을 피해 옥좌의 방에 멋대로 들어올 수 있다니,

정말로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그 니알라토텝이라면 '신'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는자이니 이런건 당연한건가... 생각이 들때 쯤...

그날 그랬듯 그녀는 아우구스투스의 모든 의식을 뚫고 어느새 숨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와 멋대로 무릎에 앉는것이다.

나폴거리는 드래스의 촉감과 부드럽고 따뜻한 피부가 느껴졌다.

심장이 뛰지도, 숨을 쉬지도 않는데 어떻게 이런 따뜻한 피부를 지닐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저, 보고 싶었나요? 화산용왕님도 일부러 내보내시고."

"너..."

그때, 시녀가 식사를 가지고 들어왔다.

니알라토텝이 있는데도, 아무 위화감이 들지 않는듯, 자연스럽게

"폐하, 식사를 가져왔사옵니다."

라며 음식을 내놓고 돌아가는 시녀.

"처음 보는 이가 황제 무릎에 앉아있는데도 아무 말도 안하네요, 황제폐하?"

니알라토텝이 뻔뻔한 말투로 말했다.

"...내 권능을 네가 무언가 조작한거군."

"역시 주인님, 알고 계시나요?"

그녀는 포크를 집어 고깃덩이 하나를 집더니 아우구스투스의 입으로 가져갔다.

"아앙~"

그가 그것을 받아먹자,

"후훗, 맛있어요?"

라고 묻는 뻔뻔한 여자.

"슬프지만...조금은 어딘가에 다녀올 필요가 있겠어요. 바다에 사는 용왕님이 그러듯...저도 주인님께 무언가 바치고 싶은게 있으니까요. '용족황제'가 아닌, '당신'을 위해서요."

라며 멋대로 앉듯, 멋대로 일어서서 출구로 나가는 그녀.

"후훗. 감촉이 사라져서 아쉽네~라고 생각하시나요?"

그의 생각을 멋대로 추측한뒤, 아니, 대강 맞지만. 어쩼든...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조만간 다시 봐요, 주 . 인 . 님~"

라며, 무섭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뒤로 한채 사라졌다.

.

.

.

도움을 요청하는 리테즈 3세의 필체가 카르텐의 정세를 반영하듯 매우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의 옥쇄가 찍힌 도움 요청을 받았으니 '보호자'로서의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미드가르드오름령 카르텐의 정세에 개입하겠디."

황제는 원정함대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새로 건조한 거대한 황제의 기함, '차르'가 화산마력엔진 '카르노'의 가동음을 내며 떠올랐다.

이 화산마력엔진이 해적과 제툴루스가 궁금해한 거대한 전투함의 비결이지만, 그들이 본 배에 탑재된 것보다 훨씬 진보한 버전이었다.

함체의 함수와 함미에 탑재된 새로운 4연장 주포 '아킬레우스'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주포 뿐 아니라 부무장에도 충실해, 대구경 후미장전식 박격포와 개틀링건이 다수 장착되어있으며, 지상폭격용 소이탄 연장 투하기를 좌 우에 3연창 전함포가 탑재된 무기 저치대의 아래에 장착했다.

또한 전함보다 작고 빠르며, 건조비용이 저렴한 구축함을 새로이 다수 건조해 전함의 호위를 담당하게 했다.

드래곤즈네스트부터 카르텐의 해변에 다다르는 동안 함선에 탑재한 기능, 인식저해를 사용했다.

이것은 이슬리온 왕립 마법대학 학생들을 비롯한 마도학자들이 개발한 것으로, 이것을 사용한것은 제툴루스를 처형한 이유와 같은 이유. 이 무기체계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이다.


미드가르드오름령 카르텐의 수도 '카르텐그라드'.

결국, 분열과 내전이 시작되었고 수적으로 열세였던 리테즈 3세 왕은 원래 카르텐 왕국의 수도였던 카멜을 탈출해 서쪽에 새로운 수도를 선포했다.

이를 인정하지 않은 카르텐 왕국군이 자신들의 옛 왕을 '반역자'로 규정한뒤 공격을 감행해왔다.

드래곤나이트들은 강했다.

처음보는 붉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검이 카르텐 왕국군을 수 없이 갈랐다.

본디 마력이 담긴 방어는 마력이 담기지 않은 공격으로 뚫을 수 없지만, 그들은 검에 마력을 싣는것을 보지 못했는데도 마력으로 보호받는 카르텐 왕국의 군사들을 갈랐다.

아마, 그 금속 자체에 마력이 담긴것이라고 추측이 되지만, 그런 평화로운 감상을 남길 여력은 없었다.

드래곤나이트 이외의 친위대가 카르텐 왕국 정규군을 상대하지 못하고 사지가 찢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르텐 왕국의 함대가 이곳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드래곤나이트들이 강한것은 알겠지만, 함대의 마력투사 무기에도 이길 수 있는지는 리테즈 3세로서는 알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용족황제폐하의 가호를 받는 저희가 그깟 목조선에 질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황제폐하께서 지금쯤 이곳으로 오고 계실겁니다."

라는 말에 든든함 반, 불안함 반을 느끼는 리테즈 3세였다.

만일 자신이 카르텐 왕국군의 포로가 된다면 소와 말이 끄는 밧줄에 사지가 찢겨 죽을것이다.


리테즈 3세에게는 다행히도, 카르텐 왕국의 함대는 이미 나무조각이 되었다.

괴물같은 함선이 쇠파이프에서 용의 브래스를 닮은 공격을 내뿜으며 카르텐 왕국의 해군들을 분쇄했다.

하늘을 덮는 괴물들의 공포에 질린 카르텐의 시민들이 이곳 저곳으로 도망쳤다.


"저들은 짐의 신민이 될 자들이다. 적의 군대를 만나지 않는 이상, 공격을 불허한다."

제툴루스를 죽인 이유는 제국의 무기체계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일반적인 시민들이 이 무기를 보고 파훼할 방법을 찾을리도 없고, 그저 공포감만이 지배하고 있을것이다.

그렇기에 차라리 햇볕을 내려주기로 한 것이다.

몇몇 군인들을 내려 혼란을 수습하게 했다.

대신 적의 함대나 군인들에게는 가차없이 포격을 가했다.


"폐하! 어서 항복하시지요! 카르텐의 왕으로서 마지막 긍지를 지키소서!"

육군성 장관 시필룬이 자신의 옛 주군에게 검을 겨눈채 말했다.

왕이 이끄는 친위대는 그자들에게 신변보호를 맡긴 왕이 안쓰러워질 정도로 약했다.

드래곤나이트들만은 손을 댈수 없을정도로 강했지만, 5명 만으로는 왕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다.

개개인이 아무리 강해도 누군가를 지키는 입장에서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는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필론.

그때...

"장관님, 뒷쪽에서 폭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굉음과 함께, 시필론의 군대가 고깃덩이가 되어 나뒹구는 모습이 보였다.

"뭐...뭔가?"


드래곤나이트들이 왕을 둘러싼채 보호하고 있었다.

주변에 적이 많은것으로 보아, 나머지 친위대는 이미 전멸한 상태.

다수의 군대를 투입하여 왕을 구출하고 시필론의 군대와 전투를 벌였다.


"제툴루스, 그대를 따라가겠네."

오랫동안 육군과 해군으로서 대립하던 시필론과 제툴루스.

이권을 가져오기 위해 서로를 헐뜯곤 했지만, 카르텐 왕국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은 같았던 두사람.

"나는...나의 조국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게 되겠군...군인으로서 이보다 영광스러운 죽음이 있던가!"

곧 사라질 '자신의 조국 카르텐 왕국'의 수명을 1분이라도 늘리기 위해 그는 검을 휘둘렀다.

베어도 베이지 않는 미지의 금속으로 만든 갑옷을 입은 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검이 닿게하기 위해, 그들에게 카르텐 왕국의 긍지를 전하기 위하고자 했으나...

유난히 좋은 무장을 한, 아마도 간부일법한 사내의 도끼공격을 검으로 막으려 했으나...검과 함께 그의 머리가 두쪽으로 갈렸다.


카멜 중앙 광장.

수많은 시민들과 잡혀온 국무위원들이 모여있다.

"용족황제..."

국무의장 펠름이 아우구스투스를 보며 분하다는듯 말했다.

리페즈 3세에 의해 해임되었지만, 이에 반발한 국무위원들에 의해 추대된 새로운 왕 베레스에 의해 재차 임명되었다.

"할말이 있는가?"

"할말이 무엇이 있겠소. 그 조그만 머리속에 담긴 교활한 지능을 상대해야할 남은 인류의 운명이 한탄스러울 뿐이오."

"짐이 세운 왕에게 반역한 자들을 살려두면 식민지의 지배에 방해가 되니 너희가 멋대로 세운 왕과 함께 모두 처형시켜주겠다."

"..."

"이후에도 리페즈 3세에게 거역하는 자는 짐의 명을 거역하는 자임을 명심할지어다."

곧 죽을자들에게서 고개를 돌려, 살아갈자들에게 말하는 그였다.

.

.

.

깊은 바다.

지상에 사는자로서는 상상도 못할 규모의 거대궁전이 반투명 돔에 의해 보호받고 있었다.

그 중심부.

거대한 소금물 세상의 지배자 포세이돈이 그 옥좌에 앉아 그의 벗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의 벗이란, 동시에 그의 숙적이기도 했다.

대양용왕 아틀리온.

두명의 해양제국의 지배자들은 서로의 주도권을 지키고 뺏기 위해, 까마득한 세월을 싸우고, 대립하고, 친해졌다.

싸움과 우정을 반복한 그들은 이제는 서로가 없으면 허전한 지경에 이르러 각자의 영역에 자주 출입하는 서로의 VIP손님이 되었다.

"벗이여."

"아틀리온, 지상으로부터 매우 훌륭한 와인을 입수했으니 한잔 하겠는가?"

"사양하겠네. 오늘은 자네에게 할말이 있어 찾아온것이니."

"...예감이 좋지 않은데, 무엇인가?"

"그대도 짐작하듯, 나에게 주인이 생겼다."

그래, 포세이돈도 알고 있었다.

"그 용족황제를 말하는 것이군."

"그래. 내가 종으로서 그분께 무언가를 바치고 싶어서 말이야."

"그대가 모아둔 보물을 줄 생각이군."

"아니, 내 보물은 처음부터 모두 그분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틀리온의 눈빛에 다소의 감정이 섞이고...

"자네의 목숨과 이 바다를 그분께 바칠 생각이네."

공기가 흔들렸다.

"자네...나를 이길 수 있겠는가?"

포세이돈은 이 행성의 토착신들중 하나였다.

'오래된 어떤 존재'의 위에 그의 영역이 자리잡은 탓에, 그의 자식들은 유난히 괴물이 많았다.

때문에 '개체의 힘'으로는 아틀리온이 상위이나, '군단의 힘'을 평하자면 포세이돈이 우세라고 그동안 포세이돈은 생각해왔다.

"무조건 이긴다고 자신할 수는 없네만...용족황제의 종으로서 주인께 빛나는것을 바치기 위해서라면...그정도는 감수해야지."

"그 용족황제라는 존재는 정도인가? 자네는 여전히 나의 벗이지 않은가. 벗을 배신해야할 정도의 존재인가?"

"후후후...자네는 이해하지 못할걸세."

아틀리온은 잠시 쓴웃음을 지은뒤...

"벗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세. 5달간, 전쟁을 준비해주게."

그 말을 끝으로, 해신궁을 나가는 푸른 용.

"...그러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폭식의 제국 : 이세계 권좌생활은 욕망이 이끄는 데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3화의 내용 보충 및 3화에 있던 일부 내용을 4화로 옮겼습니다. 24.01.26 11 0 -
공지 4화까지 몇가지 오타 및 표현 수정 했습니다. 24.01.23 14 0 -
» 하나의 나라, 두개의 체제 24.02.02 10 0 13쪽
15 제국의 탄생 24.02.01 18 0 15쪽
14 세상에서 가장 슬픈 죽음 24.02.01 18 0 12쪽
13 탐욕과 생존의 투쟁 24.01.31 22 0 11쪽
12 해적 24.01.30 20 0 12쪽
11 용과 인간의 설전 24.01.29 20 0 10쪽
10 재회 24.01.28 32 0 15쪽
9 용족황제, 그리고 어떤 장난꾸러기 24.01.27 34 0 14쪽
8 HELL MARCH II 24.01.26 40 0 28쪽
7 HELL MARCH 24.01.25 49 0 27쪽
6 있어야 할 곳 24.01.24 53 0 20쪽
5 전쟁과 관찰자 24.01.23 56 0 22쪽
4 인간 제국들 24.01.21 66 1 25쪽
3 황제 24.01.20 60 1 23쪽
2 위험한 아이 24.01.20 67 1 26쪽
1 다시 한번, 해피버스데이 24.01.20 110 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