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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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우스
그림/삽화
고라니우스
작품등록일 :
2024.02.02 14:35
최근연재일 :
2024.08.22 10:58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71
추천수 :
1
글자수 :
85,280

작성
24.02.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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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 엄마 나 취직했어

DUMMY

안녕하세요. 뿌슝빠슝물산에 지원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귀하는 이번 최종전형에서는 저희 회사와 함께 할 수 없을···.



왓?!!!!


이게 뭐여!!!!! 시방!!!!


칠구는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또 떨어진겨?!!! 오미!!!


칠구의 어머니는 칠구의 방으로 들고 들어오던 과일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자슥아~!!!! 도대체 몇 번째여~~ 우어아아아!!



칠구 어머니는 과일을 냅다 칠구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크어엉!! 크르렁 와앙!!



칠구의 외마디 비명소리.


날아오는 과일들은 족족 칠구의 머리를 정타로 맞히고 튕겨나갔다.




어이구야··· 어이구야..


접시위의 모든 과일이 다 동이났을 때야 비로소 어머니의 과일 투척이 종료되었다.



후우..후우···.


칠구는 거친 숨을 몰아쉬다 핸드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칠구는 마치 그 옛날 영화 아저씨의 원빈에라도 빙의 된 양 갖은.멋진척을 다 해보였다.

힘들 때 웃는 자, 일류라고 누가 그랬던가?


칠구가 일류임에 틀림없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어머니의 오른손에 숨겨져있던 마지막 사과 한 조각이 칠구에게 날아왔다.



뭐가 한 발 더 남았냐 이 자슥아아아!!!!



과거 교내 투포환 대표급 선수였던 어머니의 어깨는 여전히 강력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사과 조각은 칠구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키으억!!


오..오마니···


칠구는 침대위로 털썩 주저앉으면서도 핸드폰을 결코 놓지 않았다.



어이구야··· 이번에는 진짜로 자신있담서~!!!

무조건 합격할거 같다고 해서 엄마가 아빠랑 같이 돈모아서

새차도 하나 해줬잖여~~!!! 출근헐때 타고 댕기라고오오오!!


인자 그 차 먼지만 사뿐히 내려 앉게 생겼고마!


이럴게 아니라 얼렁 중고차 시장에다가 내놓던가 해야···



어머니의 말을 가로막으며 칠구가 소리쳤다.


엄마!! 오늘 발표나는거 하나 더 있잖여!!!


잉? 그게 뭐여? 너 면접 하나 더 보고 왔었냐?!



어머니는 놀란 눈을 하며 칠구를 빤히 바라보았다.



예에···


칠구는 기어들어가는 모기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우! 어디 기업이여? 들으면 따악 알만한 그런 곳인가?!


오늘 처음으로 칠구를 웃으며 바라보는 어머니였다.



아아 예··· 실은.. 그 .. 울 동네에 있는 저··· 저···



어이구야!! 후딱 말 못허냐!! 울 동네에 있는게 뭐..뭐인디?!

그건 그렇고 우리 동네에 칠구 니가 들어갈만한 회사가 있기는 있었던감?



당황한 어머니, 그리고 더욱 당황한 칠구의 긴장감 넘치는 핑퐁이 이어졌다.



아아.. 왜 그 있잖어요.. 빵빵테크···


칠구는 이제 그냥 한 마리의 모기에 빙의한 듯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잉?


그 명실상부 최고의 기업···. 빵빵테크?!!!


어머니는 이제 실소도 안나온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예에···빵빵테크 최종면접 갔다왔어라···




오미··· 장한 우리 아덜··· 그려그려 잘했구머이···

결과 오늘 나온다고···?!


어머니는 감격에 겨운 표정이었고

어딘가 모르게 칠구의 표정은 어두웠다.



예에..


칠구는 힘없이 대답했다.



철썩스!!!


끼여엉!!!



칠구는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방바닥에 다이렉트로 쓰러졌다.

칠구를 쓰러뜨린 것은 다름아님 어머니의 따귀였다.


요노오옴!!


칠구의 어머니는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히이익!!!


엄모니 왜그러세여!!!! 끼어어악!



요놈!! 요놈!!


애직 한 발 남았다는 넘이 왜 죽상이여!~!! 앙?!!



울 동네서 빵빵테크만큼 좋은 기업이 오디있당가!! 그런데 최종면접까지 갔다는 것 만으로도 엉!?!!



우리 집안에서는 아주그냥 경사제~!!! 히힣!!


밖에서 가만히 듣고있던 누군가가 득달같이 방 안으로 달려들어와 칠구를 와락 껴안았다.


그것은 마치 육중한 몸체의 거대한 흑곰이 맹렬히 달려드는 모습과 같아서 칠구는 그만 정신을 잃을 뻔 하였다.


흑곰과 칠구는 한 몸으로 뒤엉켜 침대위를 격하게 뒹굴기 시작했다.


키이익!!! 아... 아부지!!!!


그려그려~ 히힣~!


칠구의 아버지. 그의 이름은 춘삼이었다.



장하다. 장혀~ 우리 아덜!! 언제 또 빵빵테크같은 좋은 기업에 최종까지 갔댜아아??!!


춘삼은 눈에 눈물까지 가득 고인채로 자신의 육중한 몸에 깔려 의식을 잃어가는 칠구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아.. 아부지... 아직 햅격자..

발표.. 최종.. 발표.. 남았자너유..



칠구는 힘겹게 겨우 대답을 마쳤다.



아악! 그.. 글제~!! 아직 최종 발표가 물론 남았제~!! 허허허. 이 아부지가 너무 그.. 뭐다냐.. 썀페인을 너무 일찍 따부렀는가벼~~ 허허하



춘삼은 칠구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고 일어났다. 칠구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머쓱한 듯 창밖만 바라보았다.


허허 그려그려 칠구야.. 일단 진정 좀 허고!


그래서.. 발표는 몇 시랴??



아.. 예에.. 그것이.. 쬐에끔 이따가... 오후에 난다고 하더라구요


칠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그랴그랴~~ 아직 뭐 오후 한 시니께!


춘삼은 흥에 겨운 듯 흥얼거리며 호쾌하게 대답했다.


엄마랑 아부지는 일단 거실로 나가있으라니께~!!


칠구 니는 일단 요기 저 방바닥에 떨어진 사과라도 쬐까 먹으믄서 찬찬히 결과나 기둘려~!!!



아버지와 어머니는 복식호흡으로 유쾌하게 웃으며 칠구의 방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홀로 남겨진 칠구.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창밖에서는 이름모를 새가 지저귀고 노면을 가볍게 쓸고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소리가 들려왔다.


무엇하나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이른 오후였다.



칠구는 조금 전 난리통에 방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화면에 나타난 문구를 다시 한 번 확인하자마자 모든 힘을 다 잃어버리고 그만 다시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빵빵테크에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쉽지만 이번 전형에서는....」



이미 오늘 오전에 발표가 난 결과였다.


미처 아직 전하지 못한 내용들이었을 뿐.



흐흑.... 또 탈락이여.... 흐이...


칠구는 숨죽여 눈물을 삼켰다.


방안은 진공상태의 무언가처럼 잠시나마 아무런 소리도 허용하지 않는 듯 했다.



문 밖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좁은 문틈을 비집고 칠구의 방으로 희미하게 들어왔다.



엄마 나 취직했어!!!


옴마!!! 우리 칠구~!! 드디어 해냈구마!!


뛸듯이 기뻐하며 칠구에게 달려오는 어머니.


키야아아~~ 칠구야 굉장하구마이~!! 허허 인자 아부지도 아들래미 걱정 한 시름 놓고, 맘 편하게 공차러 댕길 수 있겠구마잉~ 낄낄!!


칠구에게 거칠게 헤드락을 걸며 싱글벙글 웃는 아버지.


고생했다 고생했어.. 일단 오늘은 맛있는 고기 먹으러 가자! 아부지가 쏜다~~


와아아아아


우레와도 같은 함성이 터져나오는 칠구네 거실. 함성소리가 천장을 뚫고 하늘위로 솟구쳐 올라갈 듯 하다가 점차 옅어졌다.


희미하게 작아져가는 함성소리가 마치 동굴 속을 맴도는 아득한 메아리가 된 듯 울려퍼지다가 새하얀 안개가 되어 칠구의 눈 앞을 뿌옇게 채우기 시작했다.


눈 앞을 서서히 가로막는 안개를 멍하니 바라만보다 칠구는 번쩍 눈을 떴다.


방문 옆에 놓아둔 전신거울에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이 여과없이 맺혀있었다.


해는 이미 넘어간지 오래인 듯 창 밖은 캄캄했고


커튼없는 창으로 스며들어온 가로등 빛으로 불 꺼진 방 안은 오렌지 빛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칠구는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베개는 눈물로 젖어있었다.



깜빡 잠이 들었나...


천천히 눈을 비비며 칠구가 혼잣말을 했다.


하다하다 이제는 취업하는 꿈까지 꾸네.. 차암나..


이번 하반기 공채 마지막 희망이었던 빵빵테크도 이제는 물건너갔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듯 보였다.


하아.. 정말 끝인가...


내년에나 있을 상반기 공채까지 앞으로 남아있을 몊 개월의 긴 시간을 어떻게 또 버텨내야할지 막연한 마음 뿐이었다.


탈락 안내문자들을 보고있자니 다시 한 번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렸다.


칠구는 행여나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갈까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흐흐흑.. 끼으응! .. 크흐흑...!!!


문 밖에서 부엌에서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녁식사를 만드시는 듯 어머니의 콧노래 소리가 들렸다.


칠구는 고개를 떨구었다.


모든 것이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꿈에서 깨어나면 건실한 기업에 최종 합격통보를 받아놓은 상황에 놓인 칠구 본인이 있는 것이다. 환하게 웃고있는.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당당히 고개를 들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피어오르던 그 순간...



띠리리링!!!!!!



미처 무음모드로 돌려놓지 못했던 핸드폰 문자 알림음이 크게 울려퍼졌다.



히이익..!! 뭐.. 뭐여!!



깜짝 놀란 칠구는 그만 핸드폰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투타다닥!!!



방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은 액정 화면을 천장으로 향한 채로 희끄무레한 불빛만을 공중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그 불빛은 마치 어두운 묘지를 밝히는 도깨비불과도 같아서 어딘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구석이 있었다.



칠구는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서서히 그 불빛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한 행동에는 분명 본인의 의지가 있었지만 무언가 다른 외부적 요인이 개입되어 있는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말하자면 핸드폰 화면을 지금 당장 확인해야만 하는 지령이라도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 같은 기분.


미묘한 기분을 가진 채 칠구는 핸드폰을 집어들어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화면에 나타난 글귀를 읽는 순간 경악하고야 말았다.



크... 크어아악!! 으아악!!!



못볼 것이라도 본 듯 칠구는 괴성을 지르며 핸드폰을 다시 바닥으로 떨어뜨렸고


거실에 있던 아버지가 칠구의 비명소리에 방 안으로 달려왔다.



이이익!!! 칠구야 뭔일이여!!!@ 이잉?!! 갑자기 뭔 소리여~!!!!!



이..이익!!! 이게 무엇이여?! 뭔 소리여!!


칠구의 방에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아버지가 보인 첫 반응이었다.


해..햅격..?!! 햅격핸거여..?!! 칠구야..?!

아까전에 말혔던 빵빵테크..!!!?


아버지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문 앞에 서서 칠구를 향해 재차 묻기 시작했지만 칠구는 대답없이 화면만 계속해서 응시하였다.


화면에 나타난 문구는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축하합니다. 2023년 하반기 껄껄테크 사무직 최종전형에서 합격하셨습니다. 아래의 안내에 따라 ···. (중략)“


칠구는 안내문구를 수십번도 더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껄껄테크라는 기업에 지원했던 기억조차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껄껄테크는 칠구의 입사 희망 리스트에도 들어가있지 않았을 만큼 규모도 크지 않은, 사실상 취준생들의 입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한 기업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마치 누군가가 본인 몰래 자신의 이름과 정보들을 도용하여 껄껄테크에 지원했기 때문이아니었을까 라는 망상까지 들기 시작했을때 즈음..



요놈!!! 아부지가 말허는디 대답도 안혀고 뭣허는거여!!?!



다소간 격앙된 아버지의 말투가 귓전을 때렸다.



아앗··· 예에..


화들짝 놀란 칠구가 아버지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아부지··· 빵빵테크는 아니지만..



키.. 키이익?! 꺼..껄껄테크?!! 요기가 워디당가..?!


당황한듯 보이는 아버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크.. 으으음.. 그려.. 햅격한건 좋은디 말여··· 요기가 어디여..?


이후로는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보다 뒤늦게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 어머니 역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고


칠구의 어설픈 해명들이 뒤따랐다.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는지 경위도 불분명하고, 지원을 하기는 한게 맞는건지 조차도 확실치 않다고.


칠구는 입이 마르도록 설명했고 부모님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칠구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그랴그랴··· 뭐 워찌 됐건간에 햅격을 하기는 한것이니게, 우리 칠구. 드디어 사회초년생 라이프 시작이구머이!!


아버지가 대화의 포문을 열며 중거동 골목 족발집에서 조촐한 합격 축하파티가 시작되었다.



그.. 그려~~

축하혀!! 칠구 장허다.. 자··· 장혀!! 허허! 기왕 다니기로 결심헌거, 열심히 댕겨보드라고~ 가보자고..!!



어딘가 어색한 어머니의 미적지근한 칭찬이 뒤를 이었다.



예..허허..


짧게 대답을 마친 칠구는 막걸리를 들이켰다. 맛이 복잡 미묘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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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2) 24.02.11 22 0 8쪽
4 4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1) 24.02.10 28 0 8쪽
3 3화 - 그 놈 목소리 24.02.09 30 0 12쪽
2 2화 - 이것이 회사이자 사회다 24.02.08 35 0 11쪽
» 1화 - 엄마 나 취직했어 24.02.02 5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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