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여, 중소기업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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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우스
그림/삽화
고라니우스
작품등록일 :
2024.02.02 14:35
최근연재일 :
2024.08.2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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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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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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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2화 - 왕좌에 오르려는 자, 우선 숙취를 견뎌라

DUMMY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말여..


춘삼이 허공으로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고 말했다.


예에...


칠구는 무언가 무겁고 어두운 것이 자신을 감싸고 짓누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대답했다.


결과적으로는 똑같여.. 난 여기에 자네의 힘을 빌리러온거여..


덕판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채로 칠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히...히익... 제가.. 아.. 아니 저의 힘.. 말씀이십니까..


그려그려


부들거리며 간신히 던지는 칠구의 물음에 짧고도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히..히익..


그냥 심플하게 말하겠네.. 자네의 몸이 핗요하네.


컥!!! 마 ... 마이바디!!!!


심하게 당황한 칠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영어로 답을 하였다. 짧은 한 단어, 그러나 그 발음 만큼은 상당한 수준급이었다. 마치 원어민의 그것처럼.


칲구의 반응을 본 덕판은 만면에 미소를 띄운 채 말했다.


오우!! 자네, 잉그리(english)도 쬐에끔 가능하구마!


아하.. 예에! 어릴적에 잠깐 영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오우 몇년 살았는데?


으음.. 한 보름..


보름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격분한 덕판이 칠구에게 따귀를 날렸다.


커헉!!!


보름?!! 그건 거주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 혹시 칠구여, 그냥 배낭여행 아닌가?!


예에.. 사실 맞슴다.. 배낭여행이었는데 순간 과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만...


크하하하하학!!!!


칠구의 말을 막고 덕판이 호탕하게 큰 소리로 웃었다.


왜.. 왜그러십니까아아..


그려그려!!! 기업 하나을 경영할 인물이 그정도 호방함, 그정도의 호연지기, 엉!!? 내가 뱉는 말에 대한 그정도의 배포는 가져야제!!! 아하하하하!!!!


덕판은 칠구의 발언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듯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칠구는 외려 공포감에 휩싸였다.


허..헣..저정도의 기백은 있어야 한 회사를 경영하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인가..


라고 속으로 생각한 칠구였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은 덕판과 자신, 말하자면 두 남자가 서로에 대해 감탄을 하고 있는 첫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칠구는 생각했다.


한참동안의 파안대소가 끝이나고, 덕판이 입을 열었다.


자, 이걸 받게 칠구여.


자신을 향해 뻗은 덕판의 손을 바라본 칠구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꺼삐탄_K]


커..허억... 이.. 이것은


껄껄껄


칠구의 놀란 눈을 바라보며 덕판이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그러그려.. 뭔지는 잘 알제?


예에... 이것은 한 번 마셨다가는 다음날 숙취가 없기로 유명한...


맞어맞어... 이틀 뒤에 깨어나기에 다음날 숙취 뿐만이 아니라 그냥 다음날 자체가 삭제된다는 바로 그 전설의 술이라네


아..


꺼삐딴K를 받아들고서 말을 잃은 칠구를 보며 덕판은 빙그레 웃움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것을 끄집어냈다. 그리곤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는 칠구 앞에 그것을 던지며 말했다.


안주여.


봉지에 싸여있는 마른 오징어였다.


양주에 오징어안주. 갑작스러운 상황에 칠구는 말을 잃고 덕판을 바라보았다.


덕판은 마치 미남 배우라도 된 듯 한껏 분위기를 잡으며 칠구에게 바짝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이거 마시면... 우리.. 동업하는거다..?



어익후....


칠구는 자신의 앞에 앉아 꺼삐탄k를 병째로 들이키고 있는 덕판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크으하하!!!!!!! 마시고 죽는거야~!!! 레츠 기릿맨!!!

(let's get it man!!!)


갑자기 극도로 흥이 올라버린 덕판이 껄껄 웃으며 칠구에게 병을 건네주며 말했다.


적셔.


칠구는 홀리기라도 한 듯 병을 받아들었다. 정확히 반병 남아있는 꺼삐탄k. 칠구의 동공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익후. 적셔! 영맨!


덕판은 강압적인 표정으로 칠구을 노려보며 말했다.


히... 히익!!! 저... 적셔!!!!!


이미 덕판의 기세에 제대로 눌려버린 칠구는 꺼삐탄k를 들입다 입 속으로 들이붓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잠시였지만 흡연장은 칠구의 목넘김 소리만 외로이 울려퍼지는 순간을 겪었다.


크흐하!!!!


한 번에 꺼삐탄K를 다 넘긴 칠구는 괴성을 지르며 눈을 부라리기 시작했다.


오우!! 칠구 역시 믿고있었다구!!



덕판은 비몽사몽 정신을 잃어가는 칠구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예에!! 회장니임!!! 저 이정도면 상남자 아닙니까아!!!! 두유 언더수탠드?


칠구는 또 다시 영어를 섞어쓰기 시작하며 덕판을 바라보고 히죽거렸다.


그러한 칠구가 너무나도 마음에 든 덕판. 함박웃음을 지으며 칠구를 바라보았다.


그랴 인자.. 우리는 결합을 한다.


히.... 히익!!!!!!


갑작스런 결합 제안. 칠구의 머리속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하였다.


결.. 결합이여???


어딘가 어수룩한 말투로 칠구가 되물었고 덕판은 아무런 말없이 칠구에게 바짝 다가와 붙었다.


난.. 자네가 필요혀...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갑자기 흡연실에서, 직장 상사, 아니, 직장 최고 보스와... 결..합...???


결합이라는 단어가 칠구의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무언가 이상한 생각들이 칠구를 잠식해나갈 무렵, 덕판의 일갈이 칠구를 각성시켰다.


간다!!! 우라얍!!!! 차라차차 으라차차!!!!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덕판이 대뜸 칠구를 향해 온몸을 던졌다.


올것이 왔구나.


칠구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질끈 눈을 감고 온 몸을 맡기는 것 뿐이었다.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를 유영하는 한없이 나약한 플랑크톤. 그저 물결이 흘러가는대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이끌려가는 작고 나약한 무언가로서 칠구는 존재하고 있는 듯 했다.


뜨거우면서 동시에 차가운 어떤 것이 묵직하게 칠구의 가슴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칠구의 가슴팍 가장 깊숙한 곳까지 빠른 속도로 밀고들어가 물 속의 잉크처럼 삽시간에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아.. 이것이 바로.. 결합...?


눈을 감은 상태에서 칠구는 생각했다. 오늘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이 눈앞에서 흐릿하게 스쳐지나갔다.



감은 눈을 차마 다 뜨지 못한 상태로 칠구는 덕판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컥... 회장님...?!


아무리 찾아도, 아무리 불러보아도, 덕판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가슴 속에서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이, 칠구?」


덕판이었다.



히...히이익!! 회장님?!?!


칠구는 화들짝 놀라 문자그대로 공중으로 펄쩍 뛰며 소리질렀다.


그려그려 허허


덕판은 칠구의 가슴팍 안쪽에서 응답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마치 칠구에게만 아득하게 들리는 듯 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된거예요오오오!!!


미친듯이 발작을 일으키는 칠구였지만 이미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와버린 덕판을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바닥에 나뒹굴던 꺼삐탄k가 칠구의 발끝에 부딪혀 흡연실 구석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렇게 됐다네... 허허..


겨우 진정을 하고 자리에 다시 앉은 칠구에게 덕판은 조용히 말했다.


뭐가 그렇게 됐다는 겁니까!!!

갑자기 제 몸 속으로 들어가시면 어떡해요!!! 꾸으아으아아!!!


칠구는 다시 한 번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폴짝 뛰었다.


껄스껄스.. 칠구여.. 인자 우리는 한 몸이여!


어익후.. 저는 동의한 적 없습니다 회장님


에잉.. 꺼삐탄K를 함께 노나마신 사이면 뭐 말 다했제!!


술로 맺어진 인연이라 했던가. 덕판은 칠구를 이미 상당히 가까운 사이로 여기는 듯 했다.


아..아니... 뭐... 어쩌시려고 제 몸안으로 오신겁니까?!! 이게 뭐 말로만 듣던 접신.. 뭐 그럽니까??


으음... 뭐..다들 일반적으로 그렇게들 부르는 모양이더구먼... 사실 나두 잘 몰러!


덕판이 말을 할 때마다 가슴속이 웅웅거리며 울리는 것 처럼 느껴졌다.


켁! 뭐 그건 그렇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거예요 여기 들어오신 이유가 있으실거 아닙니까!


그려그려.. 허허.. 난 이 회사를 다시 부흥시키고 싶다네


컥... 부흥... 말씀이십니까..?!


부흥이라는 단어가 칠구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껄껄테크에 입사한 자신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하던 엄마,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이 순식간에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랑스러운 아들... 회사를 부흥시키는 아들...? 본인이라고 그런 큰 일을 못해낼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기업을 제 힘으로 되실린다면... 저에게도.. 공이 있는 것입니까..?!


그려그려


조심스럽게 묻는 칠구에게 덕판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그...그런 원대한 계획과 생각들을 왜 제 몸을 통해서....


왜 자네 몸을 통해서 진행하려고 하느냐 이말이여??


예에...


그것은 말이여...


예...



자네에게서 열정을 보았기 때문이제!!





히..히익.. 열정...


그려그려.. 내가 봤을때는 말이여 지금 우리 회사에서 누가 가장 열의있게 일을 할 수 있는가를 봤을 때.. 칠구 자네가 제격이라는 말이여


컥... 예... 한 마디로 열일하는 열일맨을 찾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네. 게다가 자네는 젊지 않은가. 건강한 육체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들어있기 마련이지. 그 육체를 내가 잠시 빌린거라고 생각해주면 된다네. 껄껄.


뭐.. 좋습니다.. 이왕 결합된 것.. 어쩔 수 없지요... 다만...


다만..?


이 결합이 언제까지 유효한지는 알고 싶습니다만...


조심스럽게 묻는 칠구에게 덕판이 답했다.



그것은 말여...


예에...


우리가 이 회사를 다시 일으켜세우는 그날 까지 유효한 것이여!!



사실상 무기한인 셈이었다.



어... 우으윽!!!!

지져스!!


쿨럭쿨럭!!! 으이!!!!


이게 무슨 냄새야 어오!!


요우 요우 커몬!!! 디스 스멜 이즈 쏘 배드 맨!!!!

이건 마치 나의 사알던 고향인 알래스카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근무중 음주입니다아아!!! 커몬!!


김대리, 박과장부터 인사팀내 유일의 외국인 직원인 로버트까지 사실상 인사팀의 모든 직원들이 일심동체라도 된 듯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다.


치... 칠구씨? 내가 생각하는 뭐 그런 상황... 입니까?

지금 회사에서... 근무중에... 알코올..?


흡연실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이 일단락 되고 사무실로 돌아온 칠구에게 김대리가 물었다.


눈살을 잔뜩 찌푸린 박과장은 저 멀리 파티션 너머로 살짝 고개만 내민 채로 칠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머지 사무실 직원들도 냉랭한 표정으로 칠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호오우.. 디스 이즈 쏘 디스거스팅..!!


로버트의 추임새가 칠구의 귓전을 때렸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칠구의 가슴속에서 덕판이 말했다.


칠구.. 일단 대충 둘러대!


책임이라곤 없는 그야말로 무책임 그 자체의 덕판의 뻔뻔스러운 오더에 칠구는 등에 식은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아..예에... 뭐... 그렇게 됐슴다.. 쿨럭쿨럭..


자신이 내뱉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것인지 칠구는 그야말로 아무말 대잔치의 서막을 대차게 걷어올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뭐가 그렇게 됐다는건데요.. 술마셨어요?


김대리가 결국 직설적으로 묻기 시작했고 칠구는 누가봐도 적잖이 당황한 표정으로 부들거리면서 대응했다.


예에... 아.. 아니요.. 안먹었슴다.

아.. 아닌게 아니라.. 그.. 맞습니다. 먹었죠? 아하, 물 말입니다 물.. 술은 무슨.. 어떻게 술을 먹겠습니까 제가.. 껄껄.. 가당키나 한가요 그게 .. 허허..?


여기까지 말을 마친 칠구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있었고, 칠구를 바라보는 모든 직원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무표정을 넘어선 그 무언가에 도달해있었다.


하아... 일단 됐습니다.. 자세한건 나중에 이야기해요.


예.. 알겠습니다.


팀장님 오시기 전에 얼른 빨리 가서 세수하고 양치라도 후다닥 하고 와요.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은 김대리가 칠구에게 지시를 내림과 동시에 자신의 서랍을 뒤적였다.


그리고 서랍속에 있던 무언가를 칠구를 향해 던졌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언가에 화들짝 놀란 칠구는 본능적으로 그 물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히..히익!!


뭘 그리 놀래요?

치약이랑 칫솔입니다. 얼른 뛰어요!!


멀뚱히 서있는 칠구를 향해 김대리가 일갈하였다.


옛!! 예에엣!!


반사적으로 크게 대답한 칠구는

화장실로 부리나케 달려와 허겁지겁 양치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입안에서 부글거리며 피어오르는 하얀 거품을 바라보던 칠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들이 첫 출근한 당일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사회란 말인가....


칠구는 씁쓸한 표정으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니지 아니야.. 사회가 아니지.. 일반적인 사회라면 절대 이럴 수 없지..


회장님의 혼령과 결합을 했든 말든 이런 회사라면, 아니 이런 상황이라면 그냥 다 버리고 도피해버리고 싶다고 느껴졌다.


머릿속의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낳았고, 결국 퇴사에 대한 고민까지 도달했을 무렵,


히.... 히익!!!


그제서야 흡연장에 두고론 춘삼 팀장이 떠오른 칠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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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 왕좌에 오르려는 자, 우선 숙취를 견뎌라 24.03.26 22 0 14쪽
11 11화 - 춘하추동, 그리고 삼 24.03.14 25 0 10쪽
10 10화 - 그래서 뭘 나보고 어쩌라고 24.03.11 32 0 10쪽
9 9화 - 오 나의 아버지, 마이 히어로 24.02.21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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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 상사와의 불편한 식사 (1) 24.02.10 2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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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이것이 회사이자 사회다 24.02.08 3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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