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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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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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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도시로

DUMMY

-삐삐삐삑. 삐삐삐삑.


존이 벨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딱히 잡아둔 약속 같은 건 없었는데.. 누구지?’


짧은 노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고 탁자 위에 놓인 피젯폰의 홀로그램 화면을 확인했다.


-삑.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은 듀란이었다.

듀란의 이름을 보며 존이 생각했다.


‘듀란인가.. 설마하니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게임하자고 하는 건 아닐 테고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거지?’


존은 피곤한 몸을 일으켜 피젯폰을 손목에 착용하고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손목을 감싸고 있는 피젯폰의 네모난 큐빅 위에 박힌 홀로그램 사출기를 통해서 듀란의 얼굴이 나타났다.

어릴 때부터 고수해오던 높이 올린 검은 머리를 한 익숙하고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무심한 태도로 이야기하는 존에게 듀란이 담담하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 말 있어서. 시간 있지? 지금 너네 집으로 가고 있어.”

“뭐, 상관은 없는데..”

“그럼 간다.”

“어.. 응. 그래.”


존은 갑자기 잡힌 일정에 부스스한 머리를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륵.


듀란이 집에 찾아오는 일이야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찾아올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놀 시간은 충분할 텐데. 특별히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가끔씩이지만 듀란은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늘 이런 식으로 불쑥 찾아오는 녀석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

듀란의 행동이 조금은 특이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그래봤자 겨우 18살의 나이에 있어봤자 무슨 대단한 일이 있겠는가 싶지만 그래도 그건 본인의 말을 들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흐아아아!”


존은 잠에서 깨기 위해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올 것처럼 이야기해도 듀란이 도착하려면 아마 아직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게 분명했다.


존은 그때까지 할아버지를 도와 집안일을 처리해놓을 생각으로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


-끼익. 쿵.


할아버지는 존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부모님은 존이 어릴 때 멀리 떠나서 아직까지 돌아오시지 않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식사 하셨어요?”

“그래, 밥 먹었으니까 걱정 말거라.”


할아버지는 이미 일어나서 식사를 하신 모양이었다.

밤잠이 없으신 할아버지는 대부분의 날에 먼저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셨다.


존은 후에 일어나 따로 식사를 한 뒤에 공부와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듀란과 게임을 하거나 다른 놀거리를 찾았지만 오늘은 예정이 조금 달라질 것 같았다.


듀란이 아침 일찍 찾아오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한 다음 씻고 나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존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음.’


듀란이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너무 빨리 도착한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 기다리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집안일을 처리하고 나가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은 걸릴 테니까.


혼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존이 열심히 식기들을 닦고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띵동.


그때 누군가가 누른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할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에 놀라 말씀하셨다.


“누가 온 거지?”

“아마 듀란일 거예요. 아까 온다고 얘기했었거든요.”

“듀란 말이냐?”

“네.”


존은 듀란을 직접 마중 나가고 싶었지만 아직 잔업이 남은 상태였다.


“야, 듀란! 지금 바쁘니까 들어와서 좀만 기다려!”


듀란이 바깥에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존이 힘껏 소리를 쳤지만 바깥에서는 들리지 않는 건지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심지어는 집으로 들어오려는 인기척도 없었다.


그 반응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 누군가가 집으로 찾아온 이상 손님을 맞이하긴 해야 했다.

그렇게 때문에 할아버지가 존을 대신해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움직이셨다.


-삑.

“누구십니까?”


초인종을 누른 손님의 얼굴을 확인하자 건장한 성인 남자 여럿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희입니다. 할아버지.”

“자네들이었구만.”


찾아온 손님들은 존의 예상과는 달리 듀란이 아니었다.


남자들은 할아버지를 종종 찾아오는 ‘베르세다’라는 정체불명의 단체였다.

존은 그 사람들을 몰랐지만 할아버지는 그 사람들과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인상이나 할아버지의 반응으로 보면 그리 나쁜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다만 존이 그 사람들을 조금 꺼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었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찾아오는 그들의 정체는 대체 뭘까?

궁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일에 집중하고 있는 존이었다.


-달그락, 달그락.

-철컥.


할아버지는 문을 열고 사람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오늘은 무슨 일로 왔는가?”

“별거 아닙니다. 그냥 잘 계신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별 일이야 없지. 자네들도 알지 않은가? 이런 촌 동네에서 무슨 별 일이야 있겠어?”

“그런가요?”


할아버지와 그들의 대화는 얼핏 평범한 대화처럼 느껴졌다.

왠지 알 수 없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는 것 정도가 존의 육감을 자극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수상한 침묵을 이어가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존은.. 잘 지내고 있나요?”


순간 열심히 움직이던 존의 손길이 멈췄다.


‘또야.’


존은 매번 찾아와서 자신에 대해 묻고 떠나는 그들의 존재를 매우 수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불길해져가는 마음을 간신히 달래고 금방 다시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역시 그 사람들의 존재는 쉽게 넘기려고 해도 넘어가지질 않았다.


“으음.. 잘 지내고 있지. 걱정 말고 그만 돌아들 가게.”

“그런가요. 그럼 됐습니다.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시죠.”

“그래. 자네들도 고생하게.”


이번에도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가긴 했지만 정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불쑥 찾아와 자신에 대해 묻고 떠나는 모습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 사람들에 대해 절대 말해주시지 않겠지.

이전에도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할아버지에게 그 사람들에 대해 여러 차례 물어보고는 했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그 사람들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해주신 적이 없었다.


베르세다라는 이름만 간신히 알려주실 뿐 그 사람들이 누구고 뭘 하는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으셨다.


굳이 생각을 해보자면 아주 어렸을 때 도시로 떠나셨던 부모님과 관련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볼 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저 사람들이 누구던 관심 없어. 이상한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으니까.’


-달그락. 끼익.


여전히 의문을 남겨놓은 채로 존은 완전히 일을 끝마쳤다.


예상보다 느리긴 했지만 듀란이 올 시간도 되어가고 있었으니 이제 씻고 나갈 준비를 하면 될 것 같았다.


듀란이 오면 뭘 하게 될지는 몰라도 그리 크게 신경 써야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매번 듀란이 왔을 때도 특별히 뭘 하러 다니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존이 간단하게 씻으러 간 사이 듀란이 집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손님을 맞은 사람은 존의 할아버지였다.


-띵동.

“오, 듀란이 왔구나. 존은 지금 화장실에서 씻고 있단다.”


듀란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답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그럼 잠깐 기다리고 있죠 뭐.”

“들어와서 앉아 있거라. 그 사이에 많이도 컸구나. 조금만 더 자라면 우리 존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지겠어.”

“하하하, 최근에 조금 많이 자랐거든요. 할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하시네요.”

“그럼, 아직 팔팔하지!”


존의 할아버지는 비쩍 마른 팔뚝을 들고 한껏 강조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듀란이 한껏 웃음을 지어 보이는 사이 존이 목에 수건을 걸친 채 얼굴에 물기를 닦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듀란이 인사했다.


“왔냐? 존.”

“와 있었네? 준비 다 했어. 멀리 나가려는 건 아니지?”

“어. 그냥 할 얘기가 좀 있어서.”


존이 겉옷을 갖춰 입으며 답했다.


“그런 건 그냥 전화로 해도 되지 않아?”

“뭐 그렇긴 한데.. 말로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끝냈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건네고 나가자 할아버지는 웃으며 존과 듀란을 배웅해주셨다.

집을 나선 존이 듀란에게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다는 말이 뭐야?”

“일단 가서 말해줄게.”


듀란은 자신이 타고 온 밀러에 올라타며 말했다.


-덜커덕, 탁.

“오랜만에 드라이브나 하자.”

“이거 밀러잖아? 이런 거 막 타고 다녀도 돼?”


듀란이 헬멧을 머리에 쓰며 말했다.


“뭐 어때서? 무인 택시랑 똑같은 거잖아.”

“무인 택시?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묘하게 납득을 한듯 존이 밀러의 뒷자리에 다가가 앉았다.


“어디로 갈 건데?”

“바람의 언덕. 오랜만이지?”

“바람의 언덕? 거기라면..”


그곳은 존이 어렸을 적 듀란과 같이 찾아갔던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뒷산의 높은 산봉우리에 있는 언덕.

B.C지구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고 시원한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오는 곳이었다.

그곳의 경치를 떠올리며 존이 헬멧을 머리에 쓰고 말했다.


“그래, 가자.”

“출발한다.”

“응.”

-슈우웅.


존은 떠나면서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아주 어렸을 때 처음 함께 산을 걸어 올라가 멋진 경치를 내려다보았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에 두 사람은 막 소년기에 접어든 순수한 모습으로 함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치 진짜 좋다!”

“그러게!”

“바람도 시원하고.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네. 이런 데를 어떻게 찾은 거야?”


장소에 대한 존의 물음에 듀란이 답했다.


“아버지가 알려주셨어.”

“⋯아버지? 좋겠다. 나는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다가 아버지가 도시로 떠나셨거든.”

“그럼 어머니는?”

“어머니도 같이.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랑 같이 살아.”


“그랬구나. 부모님이 두 분 다 멀리 떠나셨으면 외롭지 않아?”

“아니, 외롭지는 않아. 할아버지가 있잖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듀란과는 서로 모르는 게 없는 사이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듀란에게는 말할 수 있었으니까.


‘듀란이 굳이 그 자리에서 나한테 뭔가를 말하겠다고 하면 어쩌면 중요한 얘기일지도 몰라.’


-슈우우웅.


두 사람은 머지않아 바람의 언덕이 있는 산자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B.C 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장소까지 가려면 도로에서 산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건 큰 문제는 아니었다.


-사사사삭.


주위에서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도로에서 멀리 벗어난 건 아니었지만 산 위는 벌써부터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시원하다. 여긴 항상 바람이 불어서 좋다니까.’


존은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듀란과 함께 산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금씩 걸어 들어가 언덕의 끝에 다다르자 어린 시절에 보았던 예의 그 풍경이 나타났다.

멀리 보이는 수많은 건물들과 차량들 그리고 전체적인 B.C지구의 풍경이 내려다보이고 그곳에서 두 사람은 함께 나란히 서 있었다.

한 손을 나무 귀퉁이에 대고 내려다보는 풍경은 이전과는 달라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사이 B.C 지구의 경관이 변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듀란 역시 비슷한 걸 느끼는지 B.C 지구를 내려다보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잠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서 옛 생각에 잠겨 있던 존이 듀란을 향해 말했다.


“옛날 생각나지?”

“그러게.”


듀란은 좀처럼 별다른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그냥 얼마간 이대로 풍경을 구경하다가 대뜸 돌아가자고 이야기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존의 착각이었을까?


잠시 고민이 있는 듯 눈을 아래로 떨어뜨리던 듀란이 다시 존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전했다.


“너는 도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응?”

“도시 뿐만이 아니야. 이 B.C 지구나 세상에 대해서 말이야.”


갑작스러운 듀란의 물음에 존이 의문을 표했다.


“갑자기 그런 걸 왜 물어보는 거야?”

“너한테는 조금 갑작스러웠을지도 모르겠구나.”


존은 여전히 듀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도시로 가서 기업인이 되기로 했거든. 기업인이 돼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가보고 싶은 곳?”

“응.”

“그게 어딘데?”


처음 듣는 말에 존이 관심을 보였지만 듀란은 작게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건 말해줄 수 없어. 이제 도시로 떠나야 하거든. 그러니까 아마 너랑 이 풍경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듀란은 바닥에 털썩 눌러앉아 버렸다.

듀란을 따라 존이 무릎을 구부리고 앉으며 말했다.


“도시로 가서 기업인이 되기로 했다니.. 갑자기 그게 다 무슨 말이야?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건 또 어디고?”


존은 듀란의 말에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듀란은 존이 궁금해 하는 모든 걸 다 말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부모님이랑 같이 떠나게 됐어. 어릴 적부터 내 꿈이었잖아. 도시로 가서 기업의 일원으로 사는 거.”


확실히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존은 큰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전에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은 있었다지만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친하던 친구가 갑자기 멀리 떠나게 된다고 하니 작지만 서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가 도시로 가서 잘 살 기회를 가진다는 게 기뻐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하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아.. 그래? 잘 됐네. 축하해. 뭐가 됐던 간에 너라면.. 꼭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응. 고마워. 확실하지는 않지만 클라스크도 이식하게 될지도 몰라.”

“클라스크? 그 체내에 이식해서 초능력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물건 말이야?”


듀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근데 진짜 그럴 수 있을지 확실하진 않아. 애초에 기업에 들어가는 것부터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그렇구나.. 네가 기업인이 될 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될 줄은 몰랐어.”


왠지 모르게 듀란과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동안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는 한 번도 이런 얘기를 해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무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한 존의 말을 끝으로 듀란은 아무 말 없이 먼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서 존도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기회에 도시로 가서 완전한 기업인이 되겠다는 말이구나. 거기에 클라스크까지 이식한다니.. 이제 나랑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 되겠네.’


마음이 심란하긴 했지만 그래도 듀란이 굳이 자신에게 찾아와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날 수도 있었을 테니까.


‘사는 세상이 달라진다고 해도 역시 우리는 친구인 거겠지?’


존에게 떠난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 듀란은 내심 이 얘기를 하려고 혼자서 고민을 좀 했었던 것 같았다.

오히려 존이 충격을 받았을까봐 미안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까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존 역시 친한 친구와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조금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듀란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또 만나게 되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존이 B.C 지구를 내려다보며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듀란을 보며 말했다.


“뭘 그렇게 진지하게 굴어?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면 되잖아? 아니면 내가 도시로 찾아가도 되는 거고.”

“뭐, 그렇긴 한데..”

“그렇게 진지할 필요 없잖아. 도시로 떠난다고 우리가 친구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존의 말에 민망함을 느꼈는지 듀란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으음.. 너는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듀란의 물음은 존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글쎄.. 아마 여기서 할아버지랑 계속 행복하게 살지 않을까?”

“그래?”


일단 생각나는 대로 내뱉기는 했지만 존은 이미 연로하신 할아버지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문제는 그 다음의 일이었지만 솔직히 이렇다 할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깊게 생각한다고 해서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특별히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존은 잠시 그 자리에서 생각에 잠겼다.

남은 인생에 대한 일이었으니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바닥으로부터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프스스스스.


사람이 땅 밑에서 솟아 올라온다는 게 참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지만 그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클록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온 몸이 흙더미에 뒤덮인 채로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는 상태로 눈만 간신히 내보이며 목소리를 내었다.


“저 녀석인가?”


덩치에 어울리는 낮고 무거운 목소리였다.


남자의 몸은 마치 전신이 흙더미에 둘러싸여 양 팔과 몸통 그리고 머리까지 온통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구의 남자, 클록이 장치를 통해 누군가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목표를 찾은 것 같다.”


그런 클록의 목소리와 달리 장치 너머에서는 날카롭고 예민하며 잔인한 성격이 묻어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해. 분명 베르세다가 근처에 있을 거다.”

“그러지.”


아직 남자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존은 답이 보이지 않는 생각을 멈추고 듀란에게 말했다.


“그럼 하려던 말은 다 끝난 거지?”

“어, 응.”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별 것도 아니었잖아? 그럼 이제 돌아가자.”

“응.”


작가의말

제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누군가를 비방 할 의도는 전혀 없으며 혹시라도 글을 읽다가 불쾌하실 분이 생긴다면 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소설 내의 J.D.R을 비롯해 모든 기업과 등장인물, 대사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불과함을 알려드립니다.

소설은 소설로만 봐주시길 바라며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일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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