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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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2.10 22:29
최근연재일 :
2024.09.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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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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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이 나고

DUMMY

하늘을 찢던 시끄러운 괴성이 사그라들고, 사방에 흙먼지가 날아들었다.


전장에는 냉정한 눈빛으로 서 있는 흰색 장발의 여자 마법사와, 그녀의 마법 폭격을 맞고 비틀거리고 있는 거대한 남자가 대치하고 있었다.


- 패왕 크로노스. 그 남자의 이름이다.


수십년에 걸쳐 이 도시를 지배하며, 폭정을 일삼고 마법사들을 박해해 온 남자. 역사상 최강 최흉의 존재, 그것이 패왕 크로노스라는 남자.


그 남자와 우리의 기나긴 싸움이, 크로노스의 패배라는 그동안 바라 마지 않던 형태로 결착을 지으려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마치 석상처럼 움직임이 굳어버린 크로노스에게 나머지 한 명, 우리의 동료 – 유피테르가 입을 열었다.


“.. 끝났어. 패왕.”


“...”


말이 없는 두 사람.


분명 크로노스는 패색이 짙어 보였으나, 저 뒤편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그가 우리와 싸우는 동안 걸어온 파괴적인 행보에 사로잡혀 여전히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베스타.”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우리 마법사 연합군의 리더, 유노 선배였다.


“광자포랑 네 마법, 준비하고 있어.”


“광자포는 지금 상태로도 3발은 더 쏠 수 있어요. 저기 가시려구요?”


“그래. 명색이 주동자인데 마무리는 내가 짓고 싶어서.”


“.. 저런 상태여도 그 크로노스에요. 방심은 하지 마세요.”


“걱정하지마. 내 와이프는 세계 최강이거든.”


그건 맞는 말이다.


크로노스가 협공을 맞고 저렇게 제 힘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마 현 시점에서 만큼은 유피테르, 그녀가 세계 최강이겠지. 지금 그녀의 곁이라면 세상 무서운 일이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유노 선배는 그러고는 전장의 중심으로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


“.....”


크로노스와 유노 선배는 그러고는 전장의 중심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온 몸이 거의 잿더미가 될 정도로 타고 구멍이 뚫렸는데도 저렇게 길게 대화할 체력이 있다니, 역시 크로노스구나 –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동료들 모두 긴 전투에 극심하게 지쳐있었기에, 다들 딱히 대화의 내용은 궁금해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


“.....”


그나저나, 그냥 패배자의 넋두리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둘의 대화는 예상과 다르게 길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담담하게 승리선언을 때리고 돌아 올 줄 알았던 유노 선배는..


“... 화 내고 있어..? 유노 선배가?”


오히려 담담하게 말을 꺼내는 듯한 크로노스에 대고 역정을 내고 있었다.


저 선배가 감정을 드러내는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뭔가 아무래도 불안한 감정이 들어서, 나는 자리를 벗어나 아티펙트들이 모여있는 자리로 향했다.


“베스타, 어디가?”


“광자포에 여분 마력 좀 더 충전해 두려고. 뭐 혹시 모르니까..”


그렇게 동료들을 뒤로 하고, 진지의 반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 일 분 정도 이동하면서, 나는 저 멀리 둘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사실 이미 충분히 그는 우리가 목숨을 끊기로 마음 먹으면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로 보였기에, 왜 유노선배가 이렇게 까지 대화를 길게 이어 나가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뭔가 중요한 얘기라도 하는건가?


사실 마음속으로 그냥 멋대로 몇 방 쏴버리고 “ 이겼다 ! 전쟁 끝 ! ” 선언을 한 후 집에 가고싶다~ 같은 충동이 들었지만, 괜히 찾아올지도 모르는 후폭풍을 생각하며 참았다. 뭔진 모르겠지만 다 생각이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광자포에 손을 댄 순간,


갑자기 두 사람 – 크로노스와 유노 선배가, 나를 향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


순간 나 혼자 놀라 벽 아래로 숨어버렸다.

마법을 쓴 것도 아니고 아티펙트를 작동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두 사람이 왜, 나를..?


냉정히 생각해보면 딱히 숨을 이유는 없었지만, 그만큼 깜짝 놀라서 본능적으로 반응 해 버렸다. 그만큼 내 안에서 크로노스라는 존재가 공포스럽단거겠지.


그렇게 다시 진정하고 고개를 들자, 여전히 크로노스는 이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 인간 왜 저래..?


그 때, 유피테르가 그녀의 고유 기술 – 성창을 소환하더니,


[츠팟 -]


광속으로 크로노스의 가슴으로, 찔러넣었다.


길고 길었던 전쟁의 종식의 순간이었다.



-------------------------------




“어이, 부상자들은 이쪽으로 넘겨!”


“아 — 빨리 돌아가서 맥주나 존나 때리고 싶다...”


“이봐, 이럴때라도 조금 무게를 잡아 볼수는 없어...?”


“돌아가서 불카누스한테 우리 동상 세워달라고 하자!”


“내 동상을 내가 세우기는 좀 그렇지 않아..? 다른 사람 알아봐.”





전쟁을 끝마친 연합군.


우리 [12인의 마법사]를 중심으로 한 연합군은, 이래저래 하고 싶었던 말들을 잔뜩 쏟아내며 성도로 귀환하고 있었다.


“베스타. 너는 돌아가서 뭐 할거야?”


돌아가던 중 친구 아폴로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야 뭐 연구나 마저 하겠지. 유노 선배가 부탁한 프로젝트도 있고.. 그래서 가는 길에 관련해서 좀 물어보려 그랬는데, 안보이네.”


“적어도 이럴 때는 좀 참아줘..”


아폴로가 살짝 질색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원래 이런 놈인거 알면서 뭘..”


“이제 시간도 많은데 뭐. 이런 중요한 순간에는 부부끼리 둘이서만 풀어야 할 이야기들도 있는 거야.”


“뭐 자식 계획 같은건가? 부부끼리 풀어야 할 이야기면.”


아폴로가 내게 가볍게 딱콩을 먹이며 말했다.


“너라면 이럴 때 자식계획 같은걸 세우겠냐!”


“아니 뭐, 예를 든거지... 부부끼리서만 풀어야 할 얘기같은거 내가 알까보냐. 부부는커녕 살면서 애인도 없었는데.”


“하긴 뭐.. 처음 봤을 때부터 연구 집착 괴짜 변태였던 너에게 이런 사회성을 요구하는 건 무리한 부탁일지도~”


“그래도 선배 보고있으면 궁금하긴 하네. 부부의 삶이라는거. 돌아가면 진지하게 구혼 활동이나 해볼까..?”


갑자기 아폴로가 격렬하게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뭔 헛소리야?!”


“아니, 난 헛소리 자주 하잖아..”


“네가 하면 헛소리도 진지하게 들리는 효과가 있어..”


그러더니 아폴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걸어갔다. 아니 뭐, 아주 없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어쨌든 이런 시원찮은 이야기를 하며 나아가는 아폴로의 표정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아마 다른 동료들도, 그리고 나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겠지.


그래, 전쟁은. 끝이 났다.


누가 죽고 누구를 죽일 것인가. 이런 이야기는 이제 끝이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할, 하고 싶었던. 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희망찬 미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 사실 만으로도 가슴 한 켠이 벅차올라서.


나도 모르게, 이미 다른 전우들이 짓고 있는 가벼운 미소에 전염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멍청한 자식.]


“...?!!!!”


순간적으로 머리에 엄청난 격통이 엄습해,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베스타..? 괜찮아?”


“꼬맹아!”


주변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그런 소리 속에서, 하나의 이질적인 소리..


그래, 내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소리... 이건,


‘..크로노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싱글벙글 웃고 있는 꼴이 우습구나, 애송아.]


뭐야, 뭐야 이건?


설마, 아직 크로노스는 죽지 않은건가?


그럴리 없다. 크로노스는 죽었다.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 했을텐데..!!


[하나만 묻겠다. 네 놈은 아직도 내 죽음에 ’의미가 있다’ 고 생각하느냐?]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자기가 누구인지, 진짜 적이 누구인지, 네놈이 무엇을 빼앗겼는지도 모르는 네놈이, 그런 걸 생각해볼 일 따위 없었겠지. 역겨운 마법사놈들..]


”당신.. 뭐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주변의 소리 따위는 이제 소음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인식 할 수 있는 유일한 한가지는,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크로노스의 목소리.


[네놈들은 유노, 그 놈을 무슨 구도자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 같더군.]


”무슨 말을.. 하고싶은거냐..“


[착각하지 말거라. 그 놈의 본질은 한낱 찬탈자에 불과하니.. 네놈도 언젠가 깨닫고 후회 할 순간이 오겠지.]


생각이 정리 되지 않는다.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그럼에도 묘하게, 크로노스의 목소리 만큼은 뇌리에 깊숙하게 박혀서,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아귀도- 라 했었나.]


”...!!!!“


저놈이 어떻게 그 이름을..?


저건 분명, 유노 선배가 나에게 부탁했던, 연구 프로젝트의 이름..


”너... 대체 뭐야..!“


[실패하길 바라지. 뭐, 네놈이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늦었겠지만 말이야...]


그러고서는, 크로노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마치 한낱 신기루에 불과했던 것처럼.


사라졌다.


두뇌의 격통이 사라질 때 까지, 머리를 움켜쥔다.


흔들리는 몸의 균형을 잡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사고를 정리하려고 애쓴다.


”후우...“


얼마가 지났을까. 두통이 좀 가시고 마음이 진정이 되고 나서야, 드디어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폴로. 미안한데 의무조에 가서 약좀 하나 받아와줄래..? 두통이 좀 심한데.“


정신을 차리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방금까지 가장 가까이 있었던 아폴로에게 약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조용하다.


”...?“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용하다. 이 주변은 너무 조용하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여기는 내가 방금까지 있던 곳이 아니다.


”도서관...?“


나는 어느 도서관의 중심부에 서 있었다.


꿈인가.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되는데.


아니면 큰 정신적 충격에 환상을 보고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게 그거다.


나는 침착하게 공간좌표 인식 마법을 시전했다.


육신의 현 위치를 아티펙트를 기준으로 한 상대위치좌표로 인식해, 두뇌에 각인하는 마법.


환각 공격을 받거나 꿈에서 깨어나오지 못할 때 가장 정석적인 대처법이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뭐지..? 환각이 아니라면 순간이동 했단 말인가..?


혹시 누군가가 나를 순간이동 시켜 납치했을 수도 있다. 크로노스의 잔당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별 생각 없이 손목의 시공간 좌표 아티펙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올해는... 마이아력 671년.. 일텐데..?“


그러나 아티펙트는 생뚱맞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유피테르력 496년]


유피테르력.. 이 뭐지..?


내가 아는 유피테르는 우리의 동료 마법사, 유노의 아내 – 유피테르 밖에 없는데.


누가 내게 장난을 치고 있는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티펙트에 연호 계산 기능이 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서둘러 마이아력 671년에 대한 정보를 아티펙트에 입력했다. 결과는..


[유피테르력 496년은]


[마이아력 671년으로부터]



[500년 경과한 시점입니다.]


















...어?





1화 전쟁은 끝이 나고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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