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반란 - 소대장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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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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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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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8. 회색의 서막-임관,배치,신고식,적응 및 첫 지휘

DUMMY

시대의 반란 - 소대장 길들이기


1. 파트: 성장과 전조 (Episodes 1-30)


에피소드 8. 회색의 서막-임관,배치,신고식,적응 및 첫 지휘



1994년 모월 2일 봉화대 연병장, 깊은 회색의 하늘 아래 차가운 봄 바람이 졸업식의 휘장을 흔들고 있었다.


망울진 구름 사이로 비집고 드는 햇살이 찬란한 메달처럼 한국사관학교의 생도들의 영광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이날은 김철권과 그의 동기들이 장교로서 첫발을 내딛는 날이었다.





연병장 한가운데 세워진 연단 앞, 김철권의 눈앞에는 민석진과 박종철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그들과의 추억이 김철권의 마음속에서 무수히 펼쳐지는 가운데, 졸업식의 격식은 계속되었다





행사장의 공기는 예사롭지 않은 무게감으로 충만했다.



군악대의 장엄한 행진곡이 연병장을 가득 메우며, 생도들의 가슴을 벅차게 했다.



김철권은 자신의 앞에서 늠름하게 정렬된 동기들을 바라보며, 장차 이들이 맡게 될 중책의 무게를 실감했다.



그의 눈앞에서 군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친애하는 한국사관학교 90기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부터 대한민국 정예 육군 장교가 되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대통령의 목소리가 연병장에 메아리쳤다.



"각자의 가슴에 새겨진 훈련과 교육의 결실을 이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데 사용해야 할 때입니다.



자유와 평화를 수호할 대한민국의 검이자 방패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군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철권과 생도들은 연병장에서 부여 받는 군번 순으로 이동해서 단상으로 오르고 단상 한복판에 서서 김삼영 대통령과 악수한다!



악수하는 순간 “소위 김철권!”외치고 바로 옆에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임관사령장 수령한다.



이후 다시 연병장의 자신의 위치로 포부 당당하게 걸어 도착한다.







이후 VIP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서 수상자들이 하나씩 불리워진다.



정모 소위는 대통령상을 받고, 윤모 소위는 국무총리상을 받는 순간, 환호와 박수가 연병장을 가득 메운다.



각 상을 받는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자부심이 교차한다.



수상식은 끝이 나고, 김철권은 동기들과 함께 다시 정렬된다.







“계급장 견착식! 부모님들과 가족들은 자랑스럽게 임관한 우리의 대한민국 육군소위들에게 계급장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이 있기가 무섭게 어머니와 아버지는 열중의 김철권을 향해 달려갔다.





"철권아, 4년간 정말 고생 많았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리며 감격에 차 있었다.



어머니의 손이 덜덜 떨리는 가운데 계급장을 김철권의 군복에 달아주었다.





"장하다, 우리 아들!" 아버지의 목소리는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이제 넌 대한민국의 장교야. 영광이자 부담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아버지는 오랜 생활의 공직생활 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말을 해주었다.







김철권은 계급장을 달아주는 부모님의 손길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부모님의 얼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어느덧 성숙한 장교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순간, 김철권의 마음 한편에서는 또 한번 민석진과 박종철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민석진의 고뇌와 박종철의 결의가 그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했다.







"이제부터 네 삶은 너무나도 다르게 펼쳐질 거야.



우리 아들이 자랑스러워."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속삭였다.











주변의 생도들 그리고 가족들의 축하의 박수가 연병장을 가득 메웠다.



김철권은 굳은 결심으로 군생활을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축사에서 특별하게 느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민주 군대로서 다시 태어난다는 자세로, 전후방 각지에서 지휘관으로서 대한민국 군을 선진적으로 이끌어 주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대한민국 군의 미래입니다."



“ ‘민주군대?’ 처음들어보는 말인데!, ‘전후방 각지에서?’ 한사(한국사관학교)출신 소대장은 전원 전방으로 배치되는 줄 알았는데···”



대통령 축사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자랑스러운 어깨위 오십반 촉광에 빛나는 소위 계급장과 한손에 쥐고 있는 임관사령장을 들고서 한사(한국사관학교)를 떠나 부대를 향하게 된다.



철권은 대통령의 연설 중에 ‘전후방 각지에서 지휘관으로서 ~’ 라고 언급한 부분의 ‘후방’에 대한 단순 의구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한사 출신 장교들을 꼭 전방이 아닌 전체의 20%정도의 인력을 후방 사단의 소대장으로 배치하는 결과가 되고 철권이 그 20%에 자신이 속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김삼영 대통령은 1993년 2월 말에 취임한 이후 다양한 변화와 개혁을 이끌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군 내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사(한국사관학교) 89기의 졸업식은 취임후 며칠 만에 진행된 행사였다.



그러나 1994년 모월 2일에 열린 한사(한국사관학교) 90기의 졸업식은 그의 임기 중 실질적으로 처음으로 맞이한 졸업식으로, 여기서 전달된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민과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당시 군내 사조직인 하O회 숙청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군과의 거리를 두려는 대통령의 정책이 반영되어, 군에 대한 개혁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삼영 대통령은 매년 한사(한국사관학교) 졸업식에 매년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다음 해인 한사(한국사관학교) 91기 졸업식에서는 김철권 사건(일명 소대장 길들이기 사건)의 여파가 느껴지는 가운데, 대통령은 졸업생들을 격려하며 국민의 군대, 민주의 군을 보다 더 강조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우리 군은 지난 2년 간 '국민의 군대', '민주의 군'으로 새롭게 태어났으나,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 이러한 군대가 되어달라는 것"이라고 역설하며, 국가 안보의 중요성과 군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가안보의 숭고한 사명을 짊어진 우리 군은 마땅히 온 국민의 존중과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자유와 평등을 구가하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오늘의 사회에서도 국가에 대한 책임을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것이 군"이라며 "군인으로서 확고한 명예심과 자부심을 지녀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여기에서 국민의 군대, 민주의 군, 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임 등 이러한 발언은 군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작가 주)






1994년의 군은 한반도의 평화 기류와 함께 더디게 변화하는 무거운 군화를 신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해에 내려진 한 결정은 한국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운명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전통적으로 전선의 선봉에 서야 할 한사(한국사관학교) 출신들이 갑자기 후방과 변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마치 고고한 신분의 귀족이 갑자기 시골의 작은 마을로 유배를 가는 듯한 충격과 혼란을 가져왔다. 대략적으로 20%정도의 인원을 후방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임관식때 대통령의 축사중에 ‘전후방 각지에서 지휘관으로서 ~’ 이 구절이 현실화 되었던 것이다.



후방은 군대를 단순히 의무복무를 채우고자 입대하게 될 대한민국의 미필자들이 반드시 자대배치 받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일부 단기 장교들 중에서도 후방에서 안전하게 그리고 특히 연고지 배치가 되는 장교들은 후방을 선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사관학교 출신 중에서 장성급 장교를 꿈꾼다면 절대 받고 싶지 않은 곳이다


여하간 이처럼 군 상층부의 결정에는 국제적인 평화의 바람과 국내 안보의 안정이라는, 마치 공연 뒤에 숨겨진 배우들의 비밀스러운 노력과도 같은 배경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 실체는 더욱 복잡한 내부의 연극과 같았다. 군 내부에서는 신임 장교들의 기대와 부담을 재조정하는 듯한 조치가 속속들이 이루어졌고, 한국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길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 작가 주)







새로운 배치는 일부 한사(한국사관학교) 출신들에게는 자긍심의 상실로 다가왔다.



본래라면 전선에서 활약해야 할 그들이 평화로운 해안가의 소초를 맡게 되었으니, 마치 총을 들고 춤을 추라는 요구와 같이 어색하고 난감했다.



이는 그들이 상상했던 영웅적인 군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군 및 학사 출신 장교들 사이에서는 비밀리에 일부 연고지 배치가 이루어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특히 집에 흔히 말하는 ‘빽 있는 장교’는 수도권이나 자신의 연고지에 배치 받는 경우에 많은 의심을 사기도 했다. 예를 들어 포항, 울산, 부산 출신의 장교들이 각자의 고향 근처로 배치되는 경우에 당연히 ‘빽 있는 장교’로 종종 회자되었다고 한다.



이는 마치 고향에 돌아와 안락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처럼, 연고지 뱅치를 못받는 장교들의 은근한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들은 지역의 향토색이 짙게 배인 곳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그리며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후방사단으로 배치받은 김철권의 심정은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처럼 휘몰아쳤다.



전통의 길을 벗어난 새로운 길에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 사이에서 고뇌하며 복잡한 내면의 갈등을 겪었다.



소대장으로서의 첫걸음은 예상치 못한 풍경 속에서 시작되었고, 그의 꿈과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깊은 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철권은 속으로 다음과 같이 자기 자신에게 속삭였다.





"아, 영광의 전장 대신 후방이라니? 후방은 대부분 바닷가 경계 라고 하던데··· 조용한 해안을 지키게 되다니, 정말 아이러니하군.


전설의 영웅들이 칼을 뽑아들 때, 나는 바닷바람과 씨름해야 하나. 한사(한국사관학교)에서 배운 리더십과 군사학을 해안가의 모래사장에 쓰라고?


참으로 군인의 길이란 예측불허의 연속이로구나.


민석진이와 종철이는 지금쯤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나와 같은 실망을 맛보고 있을까,


아니면 그들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까?


내가 도대체 어디로 간다는 말일까?


영웅이 될 기회를 잃어버린 건지, 아니면 진정한 시련이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어느 쪽이든, 이 바람과 함께 나의 군 생활도 시작된다.


전선이 아니라 해도, 내가 서 있는 이 땅에서 나는 나의 전장을 만들어야지."






후방사단인 503사단에 당시에 배치된 장교들은 총 28명 이었다.


이후 당일 바로 연대로 발령이 났고 김철권은 50연대에 8명이 함께 발령되었다.


한사(한국사관학교)출신 장교들 몇명이 있었으나 대부분 학사장교와 학군장교가 대다수 였다.






무거운 공기가 사단본보 건물을 짓누르는 가운데, 김철권은 신고식을 위해 단정히 군복을 차려입고 섰다.



그의 눈앞에는 웅장하게 서 있는 사단장 원철환 소장의 엄숙한 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철권은 한 걸음 나서며 크게 외쳤다.



"소위 김철권 외 28명은 503사단에 배치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충성! 반갑다. 제군들의 능력 기대하겠다."







답례 인사를 한 사단장의 눈빛은 그윽 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김철권을 훑었다.



“자네가 90기 인가?”



타 출신 장교들이 도열해 있는 와중에도 사단장은 김철권에게 질문을 던졌다.



“녜! 그렇습니다!”



“열심히 하게나!”



“녜! 알겠습니다!”





이렇게 원철환 소장과 김철권 소위의 첫번째 만남은 끝났다.



한사(한국사관학교) 기수로 거의 아들 뻘에 해당하는 후배를 보아서 반가왔을지 아니면 험난한 길을 왔다고 위로하는지 그 의미를 김철권은 알 수 없었다.






사단에서의 중식을 먹고 오후가 되자 바로 예하 연대로 나뉘어 이동했다.


분주함 속에서 연대 배치 신고식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심숙명 대령이 신고를 받았다. 김철권은 다시 한 번 중심을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위 김철권 외 8명은 503사단 50연대에 배치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대령은 깊은 눈빛으로 신고를 받으며 응답했다.



"잘 들었다. 여러분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바란다."







각 신고가 끝날 때마다, 김철권의 가슴 속에서는 미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자신에게 어떤 도전을 가져다줄지, 그리고 그가 어떤 장교로 성장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그를 한껏 들뜨게 했다.





연대장은 신고식의 마지막 말을 통해 신임 장교들을 향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장에서나 행정에서나 장교의 역할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여기에 온 것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기억하거라, 장교로서의 삶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지만, 그만큼의 보람도 크다."



김철권은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새로운 환경에서의 첫 발을 내딛는 그 순간을 묵묵히 준비했다.



내면의 갈등과 외부의 기대 사이에서 그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기로 다짐했다.





다음날은 연대본부 견학이 이어졌고, 나이 든 상사급 부사관들(당시는 하사관들로 칭함)과의 대화에서는 실질적인 군 생활의 팁들이 오갔다.



50연대의 홍보영화를 관람하며, 김철권은 자신이 속한 부대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역할이 단순히 한 인간의 삶을 넘어선, 더 큰 무언가의 일부임을 느꼈다.






연대본부 내 장교 숙소에서는 연대본부의 선배 위관장교들과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누구 보다도 편하고 힘이 되는 장교들은 함께 신고식을 하는 신임 예비 소대장들이었다. 비록 그들 상당수는 학군 장교 출신이었으나 그들과의 대화는 김철권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며 그의 사고를 넓혀주었다.





“우리 모두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그리고 최종 배치되는 소대는 모두 다를지어도 지위와 역할은 비슷하게 부여받게 되겠구나!”



서로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죠.” 함께 계속 신고식을 해왔단 학군 장교의 말에 김철권은 깊은 공감을 느꼈다.






이후 연대에서 대대 배치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김철권은 자신을 포함한 다섯 명이 50연대 5대대에 배치받았음을 통보받았다. 한국사관학교 출신은 연대 신고식 까지는 소수 나마 몇명 있었으나 대대서 부터는 사관출신은 김철권 혼자였다.



연대에 5개 대대가 있는 줄 알았으나 제1, 2, 3, 5대대로 4대대는 없기에 총 4개 대대가 있었고 연대는 나름대로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고 들었다.



“소위 김철권 외 4명은 503사단 50연대 5대대에 배치를 명 받았습니다.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항상 신고대표는 김철권 이었다. 군번에서 학군 출신 장교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같은 달에 임관했지만 한사는 모월 2일날 임관식을 했고 학군장교는 그보다 3일 늦은 모월 5일에 임관식을 거행했기 때문이다.







황혁주 중령은 각 장교의 신고를 신중하게 받아들였다. 그의 눈빛은 엄격하지만, 후방에서 보기 힘든 한사(한국사관학교) 출신 소대장이 왔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대에서의 첫날 밤, 대대 참모들과의 대화 나누었고 중대 및 소대 내려가게 되면 필요한 지휘검열이나 부대 행사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소통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대화와 대대장님이 좀 까다롭기는 하지만 다른 대대에 비해서는 편하다는 정보도 전달 해 주었다.



김철권에게 이제 시작된 군 생활에 대한 정보는 하나 하나가 중요했지만 다른 장교들에 비해서 덜 긴장했고 사관 출신 장교의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주변 사람들을 대했다.





이제 자신이 해야 하는 마지막 신고로 김철권과 다른 학군장교 1명은 중대 배치 신고만 남아있었다.



다른 학군장교의 이름은 차석한 소위였다. 차석한 소위는 재수를 해서 대학을 갔었고 ROTC 시작전 휴학을 한적이 있어서 나이는 김철권보다 많았지만 군번은 김철권이 앞선다.



사단서 부터 계속 신고식을 해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서 계속 알고 있어 왔지만 같은 중대까지 내려왔으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봄의 선선한 바람이 3중대의 이중 철문을 쓸고 지나가며 기대와 긴장이 섞인 공기를 한층 더 묵직하게 만들었다.



"소위 김철권 외 1명, 503사단 50연대 5대대 3중대에 배치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그의 목소리는 확고하고 담대했다.



중대장 박영환 대위는 나이가 좀 있어 보였으며 인자한 미소의 포스를 풍기며 김철권과 차석한을 맞이했다.



기업이나 다른 조직에서의 근무 경험이 있는 그는 사려 깊고 인간적인 면모로 신임 소대장 두 명 안심시켰다.





"여기는 전방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여하간 국방에서의 임무는 어느 곳이나 어느 때나 중요하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대 운영의 핵심이네.



둘다 열심히 할 수 있겠지?"





차석한과 김철권, 두 명의 신임소대장은 중대장의 말에 자신있게 답변하며 자신들도 모르게 인자한 중대장을 만났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흔히 어떤 특기를 받느냐도 중요하지만 같은 보병 특기 장교들은 그 다음 배속지가 어디냐이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직속상관을 만나냐이냐에 따라 자신의 군생활을 좌우 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두 장교 의 첫 부대 적응은 통신망 점검 교육으로 시작되었다.



"이 무전기는 우리의 생명줄입니다. 정확하고 신속한 통신이야말로 전장에서의 성공을 좌우하죠."



부사관(당시에는 ‘하사관’으로 칭했다. 작가 주)의 설명에 두 장교는 집중하며 빠르게 배우려 노력했다.







하지만, 김철권과 또 차석한의 마음 한켠엔 여전히 중대 현실과 맞닥뜨렸을 때의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중대 본부의 간부들과의 첫 만남에서 그는 자신이 배치 되어질 소대에 대해 물었다.



간부들은 중대장님이 소대장 배치를 결정 할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들이 현재의 중대 예하 소대 상황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현재 1소대와 2소대는 장교들이 전역을 해서 선임하사들이 대행 중입니다.



다만 1소대 선임하사는 병가중이어서 신임하사가 선임하사 임무대행을 하고 있습니다.



2소대는 말년 중위가 소대장을 맡고 있는데 말년 휴가 간 상태입니다. 3소대도 고참 중위분이신데 3개월뒤 전역이십니다.



4소대는 이번에 진급한 중위 분이 맡고 있고 소대관리를 잘 하시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장 급한 1소대와 2소대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김철권은 자신의 위치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어느 소대든 제게 주어진 임무라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차석한은 좀더 안정적이고 수월한 소대가 어느 소대인지 알고 싶었으나 차마 간부들에게 물어 볼 수는 없었다.





김철권과 차석한은 중대에서 첫 몇 일은 상위 부대인 연대와 대대 조직을 이해하고 중대 작전계 선임하사로 부터 작전 관련 상황을 브리핑 받았다. 이후 중대 조직 운영의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복잡한 세부 역학을 파악하는 데 집중됐다.



그 사이, 그들은 무전기 사용법을 익히고, 중대원들과의 소통 방법을 배우며, 군인으로서의 기본 자세를 더욱 굳건히 다졌다.



김철권과 차석한은 드디어 신임 소대장으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소대로 가는 길에는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공기가 둘을 맞이했다. 김철권은 1소대장, 차석한은 차석을 한것은 아니었지만 차석에 해당하는 ‘2’자가 들어가 있는 2소대장에 임명되어서 각자의 소대로 향했다.









[ 제 1소대와 김철권 소위 ]



위병소에 도착해 감에따라, 김철권은 거리에 상관없이 위병소의 경계병으로부터 과도하게 열성적인 인사를 받았다.



위병소 도착 70미터전임에도 "충성!"의 외침이 긴장된 공기 속에 울려퍼졌다.



대개 위병소에는 신병들이 주로 배치 되었는데 이러한 위병소 신병들은 아직도 군의 엄격함에 긴장한 채로, 초조하게 새로운 상관을 맞이하고 있었다.



신임 소위들 중 일부는 위병소의 유리창을 박살 내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듯한 행동으로 위병소 근문자들의 근무 태도를 일부로 지적한다는 소문들이 있었다.



그 장면은 무전을 통해 전달되며 "꼽창 소대장 온다"는 소리로 소대내에 소문이 퍼저 나간다..







그러나 김철권은 다르게 행동했다.



그는 위병소 근무병의 인사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수고 많다," 그는 웃으며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로써 그는 자신이 전형적인 신임 소대장과 다름을 보여주었다.







소대본부로 향하면서 그를 우선적으로 맞이했던 부하는 강정철 하사이다.



선임하사가 교통사고로 인한 병가로 통합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로 인해 어린 강정철 하사가 선임하사 직무대행을 하고 있었다.



고참 병사들은 소초에서 임무교대를 마치고 소대 본부로 돌아와서 강하사에게 복귀신고 할 때 김철권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고, 신임 소대장인 김철권에 대한 그들의 거수경례는 겉치레처럼 느껴졌다.







소대 내부로 들어가면서 김철권은 소대의 현실을 조금씩 파악하기 시작했다.



자신처럼 지금 막 자대배치를 받은 신병인지 채 이병이라는 친구는 군기가 들어 차게 굳어있었고, 강 하사는 김철권에게 혹한기 및 혹서기 상황을 설명했다.



김철권의 질문에 "야간에 춥지는 않지?"



강 하사는 "네! 괜찮습니다.



혹한기에는 별도 추가 난방 난로를 설치합니다!"



“그런데 저도 아직 경험 못해보았지만 입원중인 선임하사가 말했는데 오히려 혹서기가 문제라고 합니다.!



남쪽 지방이어서 워낙 여름에 덥습니다!



그래서 내무반에서 취침시 병사들이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라고 응답했다.





김철권은 이 모든 상황을 통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느끼며, 다음 날의 소대 신고 준비를 지시했다.



"내일 아침 소대 신고 받을 테니 잘 준비 시켜!" 그의 명령은 단호했고, 그의 리더십은 점차 시험대에 올라가고 있었다.





부대 신고식을 받기 전날 밤, 생활관에서는 강하사가 점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무덤덤하게 소대원들에게 내일의 신고식에 대해 일렀다.



“내일 아침 9시까지 소대본부 앞에 집합해라. 복장은 철저히 갖추고, 소초 근무자는 제외다.”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고참 병사들의 태도는 무심했다.



일부는 반말을 섞어가며 재촉했다.



"강 하사, 점호는 그만하고 끝내자. 야간 소초 나가야 할 얘들 피곤하다! 빨리 자야한다."



내무반의 헤게모니는 강하사와는 거리가 매우 멀었다.



고참 병들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김철권은 소대장실의 어두운 공기 속에서 고민했다.



내일 소대장 인사말 내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는데 무슨 지휘철학도 없고 말 주변도 좋지 못하여 고민이 된다.



소대장 실의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고요한 방 안을 메우며, 그의 불안한 심정을 더욱 부추겼다.







김철권은 소대장실에서 혼자 고립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손에 땀을 쥐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이 소대를 잘 이끌 수 있을까?’,



‘병사들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리고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그가 맡게 될 해안 소대는 군기가 느슨하다고 했다.



‘정말 소대장으로서의 존중을 받지 못하면 어쩌지?’



그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가득 차 오르고 있었다.







밖에서는 밤바람이 불며 창문을 흔들었다.



창밖의 어둠 속에서 불안한 내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잠 못 이루는 밤의 적막만큼이나, 그의 앞날에 대한 두려움은 깊어만 갔다.



강하사와의 대화, 처음 봤던 고참 소대원들의 불손한 태도, 그리고 그의 불안감은 어두운 그림자처럼 그를 짓눌렀다.







"부대 신고식을 어떻게 치를까?" 김철권은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이 생각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그를 무한히 헤매게 만들었다.



내일의 신고식이 그에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그의 군 생활에서 첫 번째 큰 시험이 될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아침의 안개가 걷히지 않은 차가운 아침, 김철권 소대장의 첫 부대 신고식이 시작되었다.


군데군데 안개처럼 흩어져 있는 소대원들 사이로 긴장의 냉기가 흐른다.



“소대 차렷! 열중셧! 차렷!”


강하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소대원들의 움직임은 기계적이지만 어딘가 무거워 보인다.


“신임 소대장님께 경례! 충성!”


소리와 함께 소대원들의 경례가 이어진다.


그러나 그 충성의 음성엔 무언가 메마른 듯한 울림이 섞여 있다.






강하사가 소대원들을 향해 지시한다.


“번호!” 하면서 소대원들은 차례대로 숫자를 외친다.


“하나, 둘, 셋, ... 스물하나, 스물 둘 번호 끝!”


조직된 질서 속에 감춰진 불안이 엿보인다.



“소대 정원 총 38명, 결원 16명, 현재 인원 22.


결원 원인: 소초 근무 중 6명, 휴가 6명, 병가 1명, 위병소 근무 1명,

본 신고식 행사장 오는 중 2명. 이상, 22명 신고식 준비 완료!”



강하사의 보고가 이어지고, 김철권의 눈초리는 더욱 싸늘해진다.


“‘2명이 오고 있다니?’ 이런 보고도 있단 말인가? “






그 순간 늦게 도착한 피병장과 길병장이 뒷줄에 조용히 선다.



강하사가 수정 보고를 한다.


“소대 정원 총 38명, 결원 14명, 현재 인원 24명입니다.”


병장 2명이 어슬렁 거리며 참석 하는 사이 숫자가 2명이 추가되어 진 의미는 무엇일까?.


김철권의 뇌리에선 한사(한국사관학교) 시절 동기들과의 대화가 맴돈다.


'고참 병사부터 조져라, 그래야 군기가 서린다.


한방에 군기를 잡아라.'






“피병장, 길병장! 현재 시간 9시 5분. 부대 신고식 9시로 통보 받지 못했나?”


김철권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는다.



피병장이 답한다.


“소초에서 막 교대하고 도착해서 늦었습니다.


강하사 아니 선임하사님께 미리 전달했습니다.”


실수로 강하사 라고 반말한 것을 바로 선임하사님으로 수정하는 그의 목소리는 너털웃음을 머금고 있으며, 길병장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알겠다.” 김철권은 마지막으로 명령을 내린다.


“소대 열중셧.”


강하사가 이에 “열중~셧!” 구령을 외치고, 모든 소대원들이 열중셧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두 병장의 태도는 여전히 느리고, 신병들 사이의 긴장감은 가시지 않는다.





이어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부대원들의 관등성명이 시작된다.



강하사의 목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울린다.



"소대 차렷! 열중셧! 차렷!" 강하사의 목소리가 소리만 컷지 단호하지는 못하다.



어설픈 강하사의 외침에 소대원들이 차렷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그 소리는 힘 차기보다는 의무적인 느낌이 강하다. 충성의 말 뒤에는 긴 침묵만이 흐른다.


“관등 성명 실시!”


"소대선임하사대행 하사 강정철."


"제1소초 분대장 병장 홍XX."


"제2소초 분대장 병장 피XX."


···


"제6소초 분대장 병장 길XX."



그렇게 이름이 불리울 때마다, 무표정한 얼굴들과 굳은 표정들 사이에서 불안과 의무감이 교차한다.



"제1소초 분대원 상병 나XX··· “

..

“보직미지정 신병 이병 채XX."



마지막 채이병까지의 관등성명이 끝나자 강하사가 외친다.



“이상! 부대원 관등성명이 끝!”






김철권은 두꺼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소대원들, 만나서 반갑다.



나는 김철권 소위다.



여기서 특별한 지휘 계획이나 목표를 말하기보다, 한 가지만 강조하겠다.



각자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자!."





그의 말은 단호하고 간결하지만, 부대원들의 눈빛에서는 다소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엿보인다.



상병 이상들의 자세는 여전히 흐트러져 있고, 일병 이하의 신병들은 긴장과 두려움에 질려 있는 듯하다.



그 두려움은 김철권 소대장에 대한 두려움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강하사가 마지막으로 구령을 외친다.



"열중셧! 차렷! 신임 소대장님께 경례! 충성!"



그리고는 "이상으로 소대장 취임 및 부대 신고식을 마치겠습니다. 각자 위치로 해산!"









소대원들이 흩어지면서도, 그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김철권은 혼자 남아 한사(한국사관학교)에서 배운 것과 부대의 현실 사이의 괴리를 실감하며, 차가운 현실에 마음이 얼어붙는다.



상병과 병장들의 군기빠진 자세를 보았을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군 생활은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도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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