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로드 - 도시의 해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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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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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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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들의 전쟁 2

DUMMY

사루가 재료함에 모든 부품을 채워넣자, 시설들은 기다렸다듯 가동 되기 시작했다. 사루도 이곳에서 자신의 첫번째 몸이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람처럼 민의 몸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자신의 생각이 나 감상에 젖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민이 약속을 지킬 것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민은 사루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사루의 몸 위아래를 훑더니 말했다.


“너도 여기서 그 넝마 같은 몸 좀 수리하지 그래? 네 규격에 맞지 않은 부품으로 만들어진 그 몸으로는 네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잖아?”


뜻밖의 제안에 사루는 그녀가 자신에게 원하는 다른 것이 있는지 싶었다.


“다른 요구조건이 붙는 겁니까?”


민은 상황 파악이 빠른 사루가 좋았다. 그녀는 수현의 말을 들은 오리지날은 어떻게 판단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수현이 맨티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진 않을거라 확신했다. 민은 넷상에서 온갖 정보를 흡수하여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오리지날보다 지능면에서 더 뛰어난 존재라고 자부했다. 그래서 그런 자신의 판단력으로 비춰볼 때 사루는 모르는 수현의 비밀이 더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 몸이 완성되면 날 수현에게 데려가 주겠어? 아까 나눈 이야기를 들어보니 네가 이곳에 잠입한 이유는 사이보그가 된 오빠들이 나타나면서 전세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잖아? 물론 네가 안드로이드를 해킹하면 충분히 전세를 역전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오빠들아 큰 변수로 작용할 거야. 안 그래? 오빠들인데 그냥 대충 개조했을리 없고. 아마 리빙어스 알마스타 등급의 부품으로 개조했겠지. 그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사실상 나는 안드로이드의 몸에 척민의 기억과 AI와 동등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니 도움이 될거야.”


사루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사루의 몸은 민의 말대로 그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등급의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제대로 된 부품으로 교체하여 수리하는 것이 절실하긴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현은 다시 복귀한 사루를 전장에 바로 투입시키기 보다는 안드로이드 해킹의 임무에 더 집중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명령을 내린 것이다.


“잠시 수현 님께 보고드리고 결정을 해도 되겠습니까?”


민은 흔쾌히 사루의 요청을 수락했다.


“해봐. 하지만 빨리 끝내야 할 걸. 리빙어스 내부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통신은 모두 감시 당하고 있으니까. 기껏해야. 1분?”

“충분합니다.”


사루는 곧바로 내장되어 있는 보안통신으로 수현에게 연락을 취했다. 수현은 기다리고 있었는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사루는 민은 들리지 않게 음성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수현에게 빠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1분 안에 통신을 종료해야 합니다. 현재 척민 사장의 기억데이터와 만났습니다. 그녀는 안드로이드 몸으로 곧 이식될 예정이며, 만약 자신을 수현 님과 만나게 해준다면 제 몸을 수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이 거래에 응하시겠습니까?”

“척민의 기억데이터? 백업을 해놨나 보군. 그건 금지된 건데. 그런데 안드로이드 몸으로 이식한다니 그건 무슨 말이야? 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지?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왜 나를 만나려는 것 같아?”

“추측하기로는 아직 죽지 않은 척민사장의 오빠들에게 복수를 마무리 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수현은 잠시 생각을 하기 위해 말을 멈췄다. 그리고 약 10초 뒤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단 달달한 밤으로 데려가. 수리도 제대로 하고.”


사루는 통신이 종료되자 곧바로 민에게 말했다.


“수현 님이 거래에 응한다고 하셨습니다.”


시간을 확인하고 있던 민은 수현의 허락이 떨어진 것에 대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물론 홀로그램상으로 표현되는 얼굴에는 그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지만.


“허락을 받아내는데 정확히 48초 걸렸군. 상당히 유능한 인재였네?”

“수현 님의 판단이 빠르셨습니다. 그럼 제 몸을 수리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곧바로 작동이 멈춰있던 다른 설비가 가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저쪽에서 해보라고, 난 몸이 없어서 수리는 너 혼자 해야한다?”

“알겠습니다.”


민의 홀로그램이 사라졌고, 사루는 홀로 남은 시설에서 민이 가동시켜준 설비 쪽으로 몸을 옮겼다.


*


“젠장! 저쪽에 기름 형제 떴다! 예전처럼 닥치고 가만히 있을 것이지. 갑자기 저런 걸로 개조해서 나타나면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야!”


총탄이 발사되는 소리, 무언가 터지는 소리, 사람의 비명, 그 외에도 온갖 잡다한 소음들이 뒤섞인 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 장이었다. 저급 전투 안드로이드를 상태로 우위를 점하고 있던 해방군은 척 현, 척 준 형제의 등장으로 그 우위를 내 줄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 조금 더 좋은 부품으로 개조받았다고 하지만 사이보그 세계에서는 부품의 급차이는 무시 못하는 것이었다. 혹자는 그거 그냥 수로 밀어붙이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건 실제 전장에 투입되지 않은 사람이나 할 말이었다. 물론 많은 수가 달라붙으면 제압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수가 투입된 만큼 많은 수가 죽어야 가능한 작전일텐데 누가 자신의 희생해 가며 그 작전에 참여하려 할까. 이건 이기심의 문제였다.

두 형제가 출현 이후 정말 많은 해방군이 죽어 나갔지만 그럼에도 해방군에게는 다행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아직 이 도시에는 L.C.호에 탑승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아직까지는 사상자의 빈자리를 채워줄 인원이 많이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 해방군에 참여하고자 하는 인원은 해방군내에는 큰 문제였다. 내전 초반 같이 엄청난 수의 사상자 없이 이대로 전쟁에 승리했다면, 아마도 해방군은 저니호의 탑승자리를 두고 제 2의 내전을 치러야 할 판이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일단 리빙어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있던 것 뿐이었다. 그런데 척 형제의 활약으로 이제 그런 문제가 내부에서 싹 사라진 상태였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군은 저들 형제가 더 이상 활약하도록 두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왜냐면 이대로라면 해방군은 이 전쟁에서 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척수현의 공장에서 얻어낸 부품으로 업그레이드를 점차적으로 시켜줬는데도 밀리네. 사이보그들 사이에는 뭐 부품 좋은 게 장땡이다 이런 말 많았는데 저 둘을 보니까 특급으로만 도배한 풀바디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게 이걸로 확실히 증명된 셈이야.”


먼 곳에서 전당을 바라보고 있는 자들은 빠른 발과 주였다. 주는 전장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야기 했다.


“빠른 발도 사이보근데 돈도 많으면서 왜 알마스탄지 뭐시기로 개조 안 했어요?”


그러자 빠른 발이 버럭 화를 냈다.


“야 임마. 알마스타가 뭐 뉘집 개이름인지 아냐? 그거 부품 하나가 얼만데 그걸 막 달아? 그리고 사실 부품 재고 자체도 별로 없어서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 힘들다고. 나야 그냥 브릿지로 정보 팔아먹고 고용인하고 용병만 연결해주면 되는 사람인데 나 같은 사람한테는 사치라고. 알마스타는.”

“결국 돈 쓰기 싫어서 이래저래 하는 변명이네요.”

“뭐 그것도 없지 않아 있지···에이씨 아무튼 이 상태면 아무리 투입해도 곧 다 죽어 나갈 거야.”

“그래 보이네요.”


빠른 발이 눈을 가늘게 뜨며 주를 바라봤다. 주는 무표정하게 전장을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그 얼굴에서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야. 너 좀 이상해진 거 아냐?”


그러자 주가 씩 웃으며 빠른 발을 보았다.


“네? 뭐가요.”

“아니, 쫌 뭐랄까··· 인간미가 떨어졌나?”


주는 빠른 발의 어깨를 툭 치더니 말했다.


“아닐 걸요. 잘 생각해봐요. 원래 개싸가지 없었는데?”

“아··· 그랬지 참··· 생각해보니까 인간미는 커녕 그냥 짐승새끼 같긴했다. 인간새끼면 그럴 수가 없지··· 내가 착각했군.”

“헛소리 말고. 이제 대기자 얼마나 남았어요?”


빠른 발은 깊은 한 숨을 쉬었다.


“이제 대기자 수도 얼마 안 남았어.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이 계속 지속 된다면 해방군은 얼마 못 가서 무너진다는 게 그 말이야.”

“그렇겠네요.”


결국 빠른 발이 참지 못하고 짜증을 냈다.


“뭐 하는 거야? 아까부터? 내가 하는 말 못 들었냐? 무슨 반응이 그래? 그래 보이네요. 그렇겠네요. 이게 무슨 반응이야? 사람이 죽어간다는데, 작전을 세워야지 작전을! 저 사람들 사실 다 너 때문에 모인 것 아냐?”


주가 웃었다.


“저들이 모이는 그런 길로 미래의 방향을 잡긴 했죠.”

“···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겟지만 아무튼 해방군이 조직되는데 우리가 기여한 바가 큰데 저들이 위기인 이 상황에서 지금 그렇게 맘 편한 소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냐?”

“빠른 발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우리가 저들이 싸울 수 있게 도움을 준거지 우리가 뭘 어쨌단 말이에요. 물론 그런 계기를 만든 건 사실이지만 저들이 저렇게 모여 목숨까지 바쳐가며 싸우는 건 우리의 의지도 아니고 저들의 의지에요. 그런데 뭐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다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그런 말을 해요? 빠른 발 답지 않게. 저들의 희생은 불가피해요. 어차피 저들이 모두 살아도 저니호에 탑승이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라스트 시티 전체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빠른 발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주는 빠른 발의 반응 같은 건 애초에 신경쓰지도 않았다.


“피르마파페 생산 권한 다 넘겼잖아요. 저들이 나중에 저니호에 탑승해서 기여를 하려면 저 정도 부품으로는 안 될거예요. 더 급 높은 부품을 생산해서 공급하도록 해요. 파이바 급은 아니더라도 카소스급으로는 바꿔 줄 수 있을 거잖아요?”

“카소스? 젠장 기업하나 받고 나가는 게 너무 많은 거 아니냐?”

“이거 왜 이러실까. 어차피 기업도 공짜로 운영하라고 준 건데. 오히려 도둑놈 심보 아이나냐구요. 아무튼 그렇게 해주세요. 그래야 빠른 발이 답지 않게 원하는 그런 희생이 줄어들테니까. 내친김에 가능하면 파이바 급 정도로 해주던지? 그렇게 해방군을 생각하신다면야.”

“카소스라고 했지? 카소스가 좋겠군. 지난 번 보니 제작에 필요한 건 다 있는 거 같으니까 난 지금 당장 가서 해보는 게 좋겠다.”


그렇게 빠른 발은 주가 더 심한 걸 요구할까봐 빠르게 주의 곁을 떠났다. 주는 멀어지는 늙은 사이보그를 보며 말했다.


“히여간 이름처럼 발은 겁나 빨라요. 이럴 때만.”


빠른 발이 떠난 뒤 홀로 남은 주는 팔짱을 끼며 전장을 바라봤다. 주가 말은 그렇게 모질게 했어도 그 역시 해방군이 저렇게 죽어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정도의 희생이 주가 생각하는 가장 최소한이었다.


“조금만 더 힘내라. 곧 상황이 바뀐다. 꺾이지 말고 버텨. 그래야 지구를 떠나서도 이때를 생각하며 버티지.”


주는 마치 자기 자식에게 건네는 듯한 말을 중얼거리더니 빠른 발이 내려간 길을 따라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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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새로운 하늘 1 NEW 20시간 전 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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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기계들의 전쟁 5 24.09.15 4 1 9쪽
111 기계들의 전쟁 4 24.09.14 5 1 10쪽
110 기계들의 전쟁 3 24.09.13 8 1 12쪽
» 기계들의 전쟁 2 24.09.12 7 1 12쪽
108 기계들의 전쟁 1 24.09.11 7 1 15쪽
107 인간의 희망 5 24.09.09 7 1 10쪽
106 인간의 희망 4 24.09.08 6 1 12쪽
105 인간의 희망 3 24.09.07 8 1 10쪽
104 인간의 희망 2 24.09.06 7 1 13쪽
103 인간의 희망 1 24.09.04 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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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도시의 밤 2 24.09.02 6 1 11쪽
99 도시의 밤 1 24.08.31 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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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사람과 기계 4 24.08.28 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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