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천문(檀天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20 06:30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44,909
추천수 :
1,059
글자수 :
629,500

작성
24.05.30 06:30
조회
423
추천
8
글자
11쪽

4-1

DUMMY

* * *



시간은 흘러 벌써 3년, 팽욱의 나이 16세가 되었다.


그 동안 매일 심법 수련 한답시고 부순 세간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다.


3년이나 헤맸건만 수준은 거기서 거기고 뭔가 힘은 생기는 듯싶은데 무공에 실어 해 볼라 치면 엉뚱한 사고나 치곤 하니 죽어나는 건 부모님이요 깨지는 건 없는 돈이다.


동네 마을에 가서 또래 아이들과 글방 공부하다 수 틀려 싸움이라도 한판 붙으면 어디서 힘은 그렇게 무식하게 센지 아이들 부모가 떼거리로 몰려와 자식교육 똑바로 시키라며 따질 때 부모님은 자식 낳은 죄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어 용서를 빌고 그도 모자라 이빨이나 뼈가 부러진 아이라도 찾아오면 치료비에 보태라고 돈을 줘야 하니 이만하면 부모 노릇 못해 먹을 노릇이다.


그래도 정이 무언지, 고슴도치도 제 새끼 보면 귀엽다는데 하물며 사람 자식이야 말해 무엇 하랴!


저도 저 자신을 통제하기 힘들어서 멋대로 휘둘려서 그러는 걸, 이미 겪어 봐 잘 아니 그 속 이해해줄 만도 하지만 사고치고 온 날이면 화가 머리끝까지 돋아 몽둥이 들고 쫓아가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놈인지 몽둥이로 맞아도 아프다 하질 않으니 하여간 매를 버는 놈이다.


단 하나.


좋게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는 머리가 커졌다고 부모에게 존댓말을 한다는 사실이다.


나원평과 혁린천 두 친구는 이제 나이 20세로 성인이 되었으므로 홀로 독립하기 위해 현재 일하고 있는 다점과 대장간일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혁린천은 표씨 아저씨에게 대장간 일을 물려받으면 쉬울 일을 대장간에서 언제까지 쇠나 두드리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며 수련 중인 무술실력을 더욱 높여 개봉이나 낙양의 대문파나 표국(驃局)에서 표물(驃物)을 운반하는 대표사(大驃師)가 되어 사나이답게 살겠다고 했다.


따라서 예전처럼 매일 붙어 다니다 시피 하는 일은 어렵게 됐지만 그래도 열흘에 한번정도는 서로 만나 수련 성취정도도 확인하고 문제점이나 궁금한 점에 대해 상호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도 팽욱이 새 심법과 무공을 수련한다는 건 까마득히 몰랐다.


다만 기존 천무구양공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부작용만 발생, 엉뚱한 사고를 많이 친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계절은 벌써 봄이 되어 버들강아지 냇가에 파릇파릇 돋아나고 겨우내 소우리에 갇혀 지내던 황소도 갓 피어난 싱싱한 풀을 뜯어먹으며 한가로이 지내는 계절이 되었다.




한낮.

따뜻한 날씨에 모처럼 삼총사가 만났다.


"오늘은 날씨 좋은데 폭포에 놀러 갈까?"

"그거 좋겠다. 겨우 내내 얼음이 꽝꽝 얼어 있어서 고기 잡을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열목어나 산천어, 가재 잡으러 가자"


가기도 전, 입맛부터 다시는 셋.


이번엔 여러 사정이 겹쳐 거의 한 달 만에 만났다.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건만 한 달이라는 시간 만에 본 얼굴들은 앳된 얼굴이 아닌 성숙한 성인의 냄새가 풍겨 모습부터 확연히 달라 보였다.


시간의 마술사가 만든 좋은지 나쁜지 모를 작품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출발. 한 시진도 안 걸려 도착했다.


"앗! 차가워!“


물에 발을 담근 팽욱이 금방 발을 빼며 차다고 엄살이다.


사실 그도 어지간한 추위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 되었지만, 내공이 없는 것으로 아는 친구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속여야 했다.


"팽욱아 얕은 데서 가재 잡고 있어, 우리는 안쪽에서 큰 물고기 잡아 올 테니까. 알았지!"

"그래~ 많이 잡아 와 솥에 물 끓여 놓고 있을 게."


팽욱은 겁도 없이 부모 몰래 무쇠 솥을 들고 나왔다.


이런 계곡에서 매운탕 먹지 않으면 무슨 재미냐고 우기며. 문제는 저녁 시간 전에 갖다 놓지 않으면 경을 친다는 사실. 우리의 용감돌이, 뒷일은 생각도 않고 거리낌 없이 들고 왔다.


팽욱이 매운 연기에 기침을 쿨럭쿨럭하며 불씨를 살리고 있을 때였다.


"야! 너희들 여기가 누구 자린 줄 알아!"


누군가 지르는 소리를 그도 들었지만,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생각,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이 새끼가 귀가 처먹었나, 야! 야!"

"응? 나 불렀어?"


나이 15, 6세의 또래로 보이는 소년 셋이 떡 버티고 서서 꽥 소리 지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둘의 덩치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그중 한 소년만은 덩치가 보통 큰 어른 만큼 비대하게 컸다.


"너,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왜? 왜, 그러는데"


덩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윽박질렀다.


"이 자리는 우리가 점찍어 놓은 자리야, 빨리 꺼지지 못해!”


항상 이런 곳에는 텃세 부리는 놈들이 한, 둘은 있기 마련, 그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여기에 너희들 자리라고 써 붙인 팻말 있었냐? 몰랐네."

그러면서 한술 더 떠 팻말을 찾는 듯 이리저리 돌며 바닥에 뒹구는 돌을 들었다 놨다 헛시늉을 했다.

"아무 표시도 없는데···."


상대방은 아예 안중에 없다는 태도. 순간 열 받은 덩치는 금방이라도 휘둘러 칠 기세로 빽, 소리쳤다.


"너, 맞아야 정신 차리지!!"


뭐라 대꾸하려던 그의 뇌리에 순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너~ 또 사고 치면, 이젠 집 밖으로 아예 쫓겨 날 줄 알아!'


고개가 절로 설레설레 저어졌다.


'흐이구! 참자 참아!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는 꼬리 감춘 강아지 마냥, 양순하게 말했다.


"그래, 미안하다. 내 저리로 자리를 옮길 게."


팽욱은 솥과 가져온 나무 등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5장 정도 떨어진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소년들이 강짜 부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보기 좋게 무시하고 자리만 옮기니 골딱지가 날밖에.


"야! 너, 우리가 누군 줄 알아!"


'똥이 무서워 피해 더러워서 피하지.'


자존심 꺾어 가며 피했건만 아는지 모르는지 졸졸 따라오며 시비조로 뒷다리를 잡아챘다.


"내가 어떻게 알아"


퉁명스러운 말이 불쑥 나왔다.


그러나 뚱뚱한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깐족댔다.


"우리는 말이다. 저기 윗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인데 여기 이 솥과

나무, 우리가 써야겠다."

"뭐?···"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팽욱은 어이가 없어 황당했다.


"허쭈! 이 새끼! 우릴 노려보는데!"


이죽거리며 성큼 다가온 덩치, 다짜고짜 주먹부터 휘둘렀다.


또래 주먹치고는 제법 힘이 들어있지만, 아버지 경고도 있고 화를 참지 못해 주먹을 휘두르다가 또 뼈를 부러뜨리면 후~ 뻗어 오는 주먹에 맞대응하지 않고 간단히 고개만 숙여 피했다.


"어라~ 이거 제법인데!“


전력을 다한 주먹을 작은놈이 쉽게 피해자 덩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마구잡이로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그러나 모두 허탕.


"이 자식 네가 얼마나 잘 피하는지 한번 해 보자! 야 모두 쳐!"


이번엔 셋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야, 야, 말로 하자 말로 해!"


팽욱은 이런저런 말로 약 올리듯 주절대면서 세 명의 공세를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했다.


예전 같으면 세 명이나 되는 아이들과 싸움이 붙었다면 중과부적으로 얻어터지는 게 당연했을 덴데 어찌 된 일인지 공격하는 소년들의 주먹이 너무 느리게 보여 피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훗!”


소년들은 팽욱이 자신들의 주먹을 얄밉게 요리조리 피해버리자 화가 머리꼭지까지 차올랐다.


“우와~아!”


괴성과 함께 이번엔 물 끓일 때 사용하려 했던 장작과 바닥에 있는 큰 돌을 집어 들고 동시에 달려들었다.


"어! 너희들···"


잠시 흠칫했지만 팽욱은 입가에 미소까지 지으며 여유를 부렸다.


막무가내라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이때 안 되겠던지 갑자기 덩치 소년이 발목을 노리고 팔을 벌려 다이빙하듯 몸을 날렸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순간 당황, 허둥대던 팽욱은 어처구니없이 잡히고 말았다.


"어이쿠!"


팽욱이 중심을 잃고 풀썩 쓰러지자 쾌재를 부르며 남은 두 소년이 막대기를 있는 힘껏 그를 향해 휘둘렀다.


퍽! 퍽!


“아야!"


막대기로 사정없이 패는 소년들의 악다구니 같은 얼굴을 보는 순간 팽욱의 머릿속엔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죽음, 그랬다.


어디선가 맡았던 피비린내가 소년들이 치켜든 몽둥이와 돌에 흥건히 묻어있는 듯 느껴졌다.


순간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전신을 쩌릿하게 했다.


퍽!


버둥대던 팽욱은 발에 진기를 불어 넣어 발목을 잡고 매달린 소년을 냅다 뻥 걷어찼다.


덩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몸이 붕 뜨면서 날아 거친 자갈밭 위에 쿵 하고 떨어졌다.


“저, 저 새끼가 소돈이를!”


덩치 소년이 공깃돌처럼 날아 자갈밭에 처박히자 잠시 주춤했던 소년들이 괴성과 함께 몽둥이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큭큭큭!”


이때 팽욱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침잠된 괴성이 흘러나왔다.


평소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폭주한 기. 그렇지 않아도 막힌 기혈로 인해 불안정했던 기의 순환이 충격에 뒤틀렸는지 정신이 핑 돌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죽어!"


큰 고함과 함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막대의 파공성. 벌떡 일어선 팽욱은 짓쳐 드는 몽둥이를 손등으로 막으며 쳐냈다.


우둑, 몽둥이는 힘없이 동강 나며 멀리 날아가 버렸다.


“헉! 사람 살려!”


두 소년의 얼굴엔 순간, 공포의 올가미가 감쌌다.


공격수단이 모두 사라진 두 소년은 비명과 함께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귀신같은 몸놀림으로 단숨에 따라잡은 팽욱은 정권으로 둘의 전신을 인정사정없이 가격했다.


마치 절구통에 절구질하듯. 그의 주먹에 맞자마자 두 소년은 개구리 뻗듯 동시에 자갈밭 위에 뻗어버렸다.


뻗은 뒤로 한동안 바들바들 떨던 두 소년은 의식을 잃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 멀리서 동정을 살피며 팽욱이 잘 참고 있는 것을 확인하며 안심하고 물고기를 잡던 나원평과 혁린천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직감하고 즉시 뭍에서 나와 팽욱과 소년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쓰러진 세 소년은 늘어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원평은 즉시 쓰러진 소년들의 상세를 살폈다.


다행히 셋 모두 목숨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지만 충격에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덩치 소년의 상처가 가장 심했다.


그는 팽욱이 내력을 운기하며 떨쳐 낼 때 힘에 붕 떠 머리가 자갈밭 위 돌과 부딪치는 바람에 큰 상처가 발생, 다량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원평은 우선 쓰러진 덩치 소년의 머리 부위를 옷으로 묶어 지혈하고 심장보다 높게 받쳐 놓았다.


나머지 두 소년은 코뼈가 주저앉았는지 함몰된 상태로 코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상처를 치료하던 나원평이 아직도 넋 나간 듯 서 있는 팽욱에게 물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단천문(檀天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3-4 +1 24.05.27 521 11 10쪽
21 3-3 +1 24.05.25 522 12 15쪽
20 3-2 +1 24.05.24 526 12 13쪽
19 3-1 +1 24.05.23 561 11 13쪽
18 제 3 장 신공의 인연 +1 24.05.22 657 13 11쪽
17 2-8 +3 24.05.21 519 11 13쪽
16 2-7 +1 24.05.20 551 10 13쪽
15 2-6 +1 24.05.18 581 11 12쪽
14 2-5 +1 24.05.17 602 12 11쪽
13 2-4 +1 24.05.16 650 10 9쪽
12 2-3 +1 24.05.15 644 11 10쪽
11 2-2 +1 24.05.14 713 13 13쪽
10 2-1 +1 24.05.13 761 13 17쪽
9 제 2 장 어린 팽욱의 뛰어난 재치 +2 24.05.13 929 15 11쪽
8 1-6 +1 24.05.12 948 17 9쪽
7 1-5 +2 24.05.11 1,144 16 10쪽
6 1-4 +1 24.05.10 1,168 15 16쪽
5 1-3 +1 24.05.09 1,314 18 13쪽
4 1-2 +1 24.05.09 1,562 19 12쪽
3 1-1 +1 24.05.08 1,801 19 13쪽
2 제 1 장. 평생지기와 소녀와의 운명적 만남 +1 24.05.08 2,469 18 11쪽
1 서 (序) . +1 24.05.08 2,864 25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