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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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뿜기
작품등록일 :
2015.08.1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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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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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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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28화

DUMMY

파지직!


유켄다라의 검에 선명한 푸른빛이 넘실거렸다. 현재 보유한 마력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1초. 최강이 망설임 없이 마력이 서린 검을 횡으로 그었다.


‘저건 뭐야?’


여태까지 단 번도 접해보지 못한 기운이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본능이 맹렬하게 경종을 울렸다. 저걸 받아내려고 덤비면 죽을 거라고 말이다. 평소라면 코웃음 치며 무시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무릎의 고통도 무시하고는 성만태가 옆으로 몸을 날렸다.


콰광!


성만태가 몸을 날리자 애꿎은 지면이 블레임 소드를 대신 받아냈다.


꿀꺽.


그리고 그 순간 최강이 만들어 낸 결과에 너나할 것 없이 입 안 가득 고인 침을 삼켰다. 아스팔트의 지면에 2m가 넘는 길쭉한 검상이 생겨난 것이다. 갑작스레 주변의 공기가 가라앉으며 적막감이 찾아왔다.


물론 여기에 모여 있는 전원이 능력자인 만큼 그들도 알고는 있었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능력자가 가지는 힘의 크기는 단순히 곱하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전혀 달랐다. 특히 성만태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이게 3성이 가진 힘이라고? 그럼 그동안 내가 싸웠던 놈들은 모두 쭉정이였단 말이야?”


미친 소라 불릴 만큼 싸움을 즐기던 성만태였기에 3성의 능력자와 싸운 경험도 적지 않았다. 때로는 이기고 또 때로는 패배하기도 했지만, 그 어떤 3성의 능력자도 최강과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네. 꼬맹이, 너 대체 뭐냐? 그리고 아까 그 기술은 또 뭐고?”


기막힌 표정을 짓고 있는 성만태의 물음에 최강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블레임 소드의 위력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 순간에 마력이 전부 소진되는 바람에 순간적인 허탈감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이게 가디언만이 가질 수 있는 힘, 마력.’


이제야 최강은 가디언이 가진 의무에 따른 힘이 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력은, 능력자에서 능력자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그 이상의 힘이었다.


“다치게 한 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도 제 사정이란 게 있습니다.”


앉아 있는 성만태를 향해 고개를 숙인 최강이 유켄다라의 검을 갈무리하고 발걸음을 포탈 쪽으로 옮겼다.


포탈 인근에서 서성이고 있던 아크의 길드 원들이 걸어오는 최강을 보며 우물쭈물 거렸지만, 정작 앞을 막아서기 위해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 또한 눈이 있고 귀가 있었다. 아무리 같은 능력자라고는 하지만, 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땅을 갈라버리는 사람과 싸우고 싶을 리 만무했다.


그렇게 최강이 포탈로 진입을 하자 멍하게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성만태가 갑자기 웃음을 토해냈다.


“하하! 으하하!”


“조장님, 괜찮습니까?”


성만태의 곁에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은 앞서 그를 말리기 위해 나섰던 길드원이었다. 성만태가 양껏 웃음을 터트리다가 이내 시원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알고 있어.”


“네?”


“내가 지금 한 짓이 얼마나 병신 같고 또라이 같은지 말이야. 나이를 서른 가깝게 처먹고 고삐리한테 웃기지도 않은 이유로 시비를 걸었으니, 얼마나 찌질해보였겠냐?”


사실 중학생의 나이였지만, 최강의 체구는 겉으로 보기에는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


아크의 길드원들이 차마 성만태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바로 조금 전 그들이 느끼던 감정이 바로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성만태가 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나 진짜 너무 재미없었다. 그냥 따분하고 모든 게 다 싫었어. 킥.”


“조장님.....”


“그런데 그때 아까 그 꼬맹이가 나타난 거야. 태민이 녀석을 한 방에 보내는 순간 느꼈지. 이 녀석이랑 한 번 싸워보고 싶다. 사실 나도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몰라. 그냥 꼬맹이를 보다가 들고 있는 검을 보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건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똘아이처럼 싸움을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처음 만난 어린애랑 갑자기 싸우고 싶은 생각이 들다니?


“뭐, 그리고 이렇게 쪽팔리게 깨지기는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아니, 너무 좋아.”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까 못 봤냐? 검에서 푸른빛이 번쩍 거리는 거. 그걸 보는 순간 알았다. 애초에 내가 이길 수 없던 상대였다는 걸. 하지만, 한편으로는 욕심도 생겼지. 나도 배워보고 싶다고 말이야.”


성만태가 말없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부상당했던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부어 있던 무릎 부위가 가라앉으며 저릿한 고통도 사라졌다.


“좋아, 됐다.”


고유 능력, 자가 치유. 성만태가 2성의 괴물 긴테스를 처치하고 능력이었다. 신체의 일부가 잘리고 완전히 파괴 되지 않으면, 부상의 정도에 따라 시간의 차이는 다르지만 내상과 외상 모두 완벽하게 치유를 할 수 있었다.


“너희는 이대로 짐 챙겨서 길드로 돌아가라.”


“네? 하지만 조장님은요?”


“난 바로 포탈로 들어가서 녀석을 쫓아 갈 거다.”


“마스터가 크게 화를 내실 텐데요.”


씩.


걱정하는 길드 원을 보며 성만태가 웃었다.


“야, 마스터도 아까 그 꼬맹이가 보인 기술 같은 건 못써. 내가 덤벼봐서 알거든.”


아크의 길드 마스터 무려 4성의 능력자다. 그런데도 성만태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덤벼들었다. 괜히 미친소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었다.


“뭐, 돌아와서 뭐라 그러면 한 판 붙으면 되지. 꼬맹이한테 저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면 해볼 만 할 것 같거든.”


길드원들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조장이 농담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님을 말이다. 성만태가 이내 자신의 배낭이 놓인 곳으로 걸어가더니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는 울상을 짓고 있는 길드 원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곧장 포탈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기, 이제 어떡해야 합니까?”


다른 길드 원들이 난감한 표정으로 묻자 남은 이들 중에서 가장 고참인 길드원이 모든걸 해탈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짐 챙겨라. 망했으니, 소주나 빨러가자.”


-


미국 하와이. 신혼여행의 단골 코스이자 휴양지로 알려져 있는 하와이는 매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관광객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하와이의 해변에 포탈이 생기면서, 공식적으로 접근이 통제 되자 관광 수입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탄을 가득 채운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초소 옆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이러던 상황이 최근 미 정부에 의해서 변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포탈의 안정성을 인정하고 그곳에 배치된 군인들마저 철수를 시키자, 오히려 다시금 하와이로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포탈이 뿜어내는 신비한 빛 때문에 그 인근은 해변의 명당이라 불릴 만큼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했다. 다시금 관광 수입이 폭등하고 하와이 주지사의 입이 귀에 걸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알버트는 LA에서 증권 회사를 다니는 증권맨이었다. 회사에서 나름 인정을 받으며 고액의 연봉을 받는 알버트에게는 최근 셀리라는 여자 친구가 생겼다.


모델 일을 하고 있는 셀리는 누가 보더라도 아름답고 몸매가 좋았는데, 한 가지 흠이 아닌 흠이라면 연인사이의 진도를 나감에 있어 유난히 느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버트는 그 느린 진도도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요새 한창 관광의 명소로 뜨고 있는 하와이로 단 둘이 여행을 온 것이다. 그리고 새벽 같이 일어나 자리를 잡은 덕에 명소 중의 명소인 포탈 인근에 자리마저 잡을 수 있었다. 여자친구인 셀리가 감격과 사랑 어린 눈빛으로 알버트를 보는 건 당연했다.


“알버트, 너무 고마워. 오늘은 정말 나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될 거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만약 셀리 네가 나와 결혼한다면, 항상 행복하게 해줄게.”


“알버트....”


손발이 오글거릴 만한 대사가 오고갔지만, 지금의 두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사랑스럽고 행복한 말이었다.


“그보다 저 포탈은 정말 신비로운 것 같아. 저곳에 괴물이 산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야.”


“그래서 말들이 많잖아. 사실 저 포탈의 용도는 따로 있다고. 괴물 같은 건 지어낸 얘기라나?”


“알버트는 어느 쪽이야?”


“응?”


“괴물이 있다고 믿어?”


알버트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을 하지 않자 셀리가 몽롱한 눈빛으로 포탈을 바라봤다.


“난 있다고 믿어. 지금이라도 당장 튀어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무시무시한 말을 그렇게 예쁜 얼굴로 하지 말라고. 아, 셀리. 잠깐만 앉아 있을래? 내가 가서 마실 것 좀 사올게.”


“고마워,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말랐는데. 헤헤.”


“조금만 기다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난 알버트가 음료수를 사기 위해 뛰어 갔다. 그런 알버트를 잠시 바라보던 셀리가 다시금 몽롱한 눈빛으로 포탈을 바라봤다.


“후, 오늘을 위해 그동안 운동도 열심히 한 보람이 있네. 후후, 오늘밤에 이 허벅지를 보면 셀리도 좋아하겠지?”


잠깐의 달리기로 펌핑이 온 자신의 허벅지를 보며 알버트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저 멀리 자신의 여자 친구인 셀리가 보이자 음료수를 들고 있던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셀......”


알버트가 막 셀리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이었다.


툭.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 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어....”


그리고는 알버트가 도무지 자신이 보고 있는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을 내밀어 셀리를 가리켰다.


꺄아아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괴성이 환청처럼 알버트의 귓가를 울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셀리는 포탈에서 뛰어나온 오르크에 의해 머리와 몸이 양분되어 피 분수를 뿜어내고 있었다.


데구르르.


백사장의 모래를 붉게 적시며 굴러가는 셀리의 머리는 여전히 몽롱한 표정을 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오래 가지 못했다.


콰직.


오르크의 발이 셀리의 머리통을 짓누르자 마치 아귀처럼 백사장이 그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삼켜버렸다.


쿠아아!


주변에서 사방으로 도망치는 인간을 확인한 오르크가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찬 포효를 내질렀다. 같은 시각, 일본의 도쿄와 이탈리아의 로마, 스페인의 마드리드등 세계 각국에 위치한 포탈에서도 다양한 괴물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안내자가 최강에 전한 예언이 시작된 것이다.


작가의말

언제나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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