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나는 용사를 죽였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klk25252
작품등록일 :
2024.05.08 15:05
최근연재일 :
2024.05.31 13:3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58
추천수 :
2
글자수 :
76,163

작성
24.05.10 12:25
조회
16
추천
0
글자
12쪽

5화

DUMMY

“누나.”


“흥!”


“그럴 때가 아니야 우리 좆됐어. 누나.”


유진은 시험을 마치고 여관으로 돌아온 지 1시간도 안된 시점임에도 심각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합격여부에 대한 걱정 때문이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그 위기감의 근원은 다름아닌 침대 구석에서 자신이 삐졌음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자다가 봉창이 아닌 스플래시를 두들겨 맞은 티아였다.


“밥 좀 먹었다고 때리고. 수도가면 맛있는 거 사준다며! 유진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나름 화를 내고 있는 것이긴 한데 하필 어린애의 모습을 하고 있다 보니 유진은 마치 아동학대범 같은 쓰레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한 죄책감이 들었다.


“하아. 나도 사주고 싶지.”


유진은 정말 돈만 있다면 그놈의 고든 다람쥐도 데려갈 의향이 있었다.


“그럼 사주면 되잖아!”


“돈이 없어.”


“엥? 우리 거지야?”


“지금부터 누나가 하루 한 끼만 먹으면 문제없긴 한데.”


“그거 큰일이잖아.”


하루 한 끼란 말에 티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았다.


‘겨우 밥 얘기에 진지해져도 마음이 복잡한데······’


“그런데 돈을 어떻게 구할 거야?”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지.”


미리 생각해 둔 몇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는 유진이었지만, 전부 나중을 상정한 거지 입학 전부터 돈 벌 생각을 하진 않았었다.


어차피 아카데미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니 입학 전까지만 버티면 될 거라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티아의 밥값이 너무 많이 나가는 게 문제였다.


“어휴. 유진아 그러니까 니가 좆간인 거야.”


티아는 한숨을 쉬며 유진을 아래로 내려다보기 위해 침대 위에 일어서서 손을 피고는 고개를 저었다.


‘역시 나이를 헛으로 먹은 건 아니란 건가?’


“오오 인중여포······ 가 아니라 고라니중티아 인 누님께서 생각해낸 방법은?”


“몰?루”


-빡!


“끼야아앙!”


자신감이 찬 표정에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백치미 넘치는 얼굴로 손을 든 채 고개를 갸웃하자 유진은 아동학대범임을 인정하고 내면의 악마를 깨운 티아에게 꿀밤에 이어 짱구엄마식 주먹돌리기를 행사했다.


유진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침대를 뒹구는 티아를 냅두고 잠시 생각을 하였고,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음을 곧 알게 되었다.


1. 사냥


사냥 자체야 큰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는 여기가 수도라는 게 문제였다.

주변이 싹 다 개발된 상태라 성 밖 멀리까지 다녀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수익에 비해 너무 번거로웠다.


2. 일용직 알바


광장의 게시판에 가서 맞는 일거리를 찾아 일일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버는 것.

다만 여기는 지구가 아니고 최저시급 따위도 없기에 하루 종일 개고생 해봤자 티아 하루 식비도 간당간당할 것이다.


3. 던전 공략


모든 모험가가 일확천금 노리며 꿈꾸는 던전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회귀한 유진은 위치를 알고 있는 던전이 몇 개 있었다.

하지만 수도 근처로 범위를 한정할 경우 애매모호해 지는 것이 수도 근처에 있는 것들은 딱 2부류이기 때문이다.


' 다른 인재들의 성장에 필요한 것들, 혹은 별다른 가치가 없는 꽝인 것들.'


그렇기에 지금 시기에 던전 공략할 생각이 없었는데 돈 한푼이 아쉬워지니 별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았다.


“우씨! 그러면 용병 길드가서 의뢰라도 받으면 돼잖아!”


정신을 차린 티아가 간만에 정상적인 의견을 내놓았지만.


“막 시작한 목패 용병이 받을 수 있는 의뢰라 해봤자 고양이 찾기 같은 심부름 수준 정도인데 하루 밥값도 벌기 힘들어.”


더 나아가자면 약초 채집이나 고블린 퇴치같은 것도 있겠지만 성장이 필요한 초보라면 모를까 밑바닥부터 시작하기에는 너무 시간낭비같이 느껴졌다.


“역시 던전이나 가야겠어.”


“으엥? 던전이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곳이었나?”


“어휴. 그러니까 누나가 고라니인거야.”


“고라니가 어때서! 됐어. 보나마나 허탕 칠 게 뻔한데, 나 안가!”


본인이 고라니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는 티아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했지만.


“아 그래? 오늘 아카데미에서 우연히 던전 어디에 있는지 들었는데 만약 보물 나오면 고든 다람쥐 가려고······”


“야! 타!”


“······.”


항상 값싼 식사만 하며 식탐이 쌓였는지 티아는 고든 다람쥐란 말에 신이 나 어린애 모습으로 엎드리며 유진에게 야타를 시전했다.


미안 누나.

거기에 보물은 없어.


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어린애에게 굳이 산타가 없다는 걸 말할 필요가 없듯이 유진은 티아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유진의 배려 덕분에 티아는 일확천금을 노리며 가방을 잔뜩 챙겼고, 유진과 티아는 각각 동상이몽을 꿈꾸며 던전을 항해 출발했다.


며칠 전 들어왔던 성문으로 다시 나와 한참을 이동한 끝에 인적이 없는 숲에 도달하자 해는 저물었고 티아는 달빛 아래애서 고라니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위대한 고라니의 귀환이다. 어딜 이 귀한 고라니님에게 그 따위 짐을! 꾸아아악!”


아무래도 어린아이의 모습으로는 이동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오랜만의 고라니 모습에 심취해 있는 티아에게 억지로 챙겨 온 가방들을 매다니 그 모습이 꼭 짐을 매단 당나귀 같았다.


“나는 짐말이 아니라 귀여운 고라니인데 쿠아아아······.”


“자자. 고든 다람쥐가 기다리고 있다!”


유진은 축 늘어진 티아를 달래며 성을 기준으로 그 반대 편 방향으로 다시 나아갔고, 저 멀리 달빛 아래에 높게 솟아올라 있는 아카데미 건물을 보며 기억을 살려 숲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이쯤이었던 거 같은데? 아 씨.”


“던전? 보물?”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일이 자세하게 기억날 리가 없었고, 유진은 티아의 의심 가득한 눈빛을 피하며 간절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지금 찾는 던전은 그리운 아카데미 1학년 시절, 아카데미 안에 누군가 숨겨둔 단서를 모아 찾아내 유진괴 친구들이 함께 공략한 첫 던전이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책 사이에 끼어져 있던 종이를 발견한 것으로 시작해 퍼즐 맞춰 가듯이 하나씩 차례차례 과제를 달성하며 끝내 던전의 위치를 알게 되었다 때의 그 기쁨이란.


게다가 입구가 그 따위로 되어 있어서 찾는 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동심과 모험심이 남아있던 시기라 할 수 있었던 일이었고 그 감정을 지금 와서 다시 느끼긴 힘들겠지만-


“아.”


“좆간아?”


“그래. 입구가 있었지.”


“입벌구? 입만 벌리면 구라?”


“노움.”


-뀨우!


태클 거는 티아를 무시한 유진이 빠른 수색을 위해 땅의 정령인 노움을 불러내자, 땅에서 갈색 빛을 뛰는 작은 고슴도치가 나타났다.


“그러니까······ 이렇게 생긴······ 찾아줄 수 있어?”


-뀨뀨?


노움이 알기 쉽게 땅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였는데 기억이 세세하지 않아 제대로 설명한 건지 확신하기 힘들었다.


“뭐야 이 저주받은 그림은. 진짜 이런 게 있어?”


-뀨우우······ 뀨!


옆에서 티아가 초를 쳤지만 그럼에도 노움은 그림을 잠시 보더니 이내 땅속으로 들어갔고, 5분 쯤 흐르자 노움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다시 나타났다.


-뀨뀨!


“찾았다고? 잘했어 노움 우쭈쭈.”


-뀨! 뀨뀨!


“그럴 리가. 말도 안 돼.”


유진이 노움의 턱을 쓰다듬을 때 티아는 거짓말인 줄 알았던 유진의 말이 진짜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는지 현실부정을 했다.


“말도 안 될 건 뭐야. 내가 언제 거짓말 한 적 있어?”


“저 그림을 알아보다니······?”


-따악!


“끼에에엑!”


-뀨?뀨


노움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따라오라며 앞장 서 걸었고, 울부짖는 티아를 냅두고 노움을 따라 가자 나무가 우거졌던 숲에 점차 나무대신 점차 이상한 식물들이 자리를 차지했으며 이윽고 도착한 곳에서 노움이 이거 맞냐는 듯 유진이 찾던 것을 손으로 가리켰다.


-뀨뀨?


“어 맞아. 고마워 노움.”


-뀨!


노움은 데려다주자 마자 할 일 다 끝났다는 듯 손을 흔들며 바로 사라졌다.


“어······ 유진아?”


“응 왜?”


“우리 잘못 온 거 같은데.”


“아니야. 제대로 찾아왔어.”


“우리가 던전을 꼭 가야할까? 니가 벽돌 나르고 내가 내조하면 될 거 같아.”


유진이 벽돌 날라 돈 벌어오면 티아는 여관에서 밥이나 먹겠다는 얘기였다.


“누나. 위대한 고라니가 어떻게 그런 약한 소리를 할 수 있어?”


“그치만······ 저건 생리적으로 무리잖아!”


티아는 저 앞에 깔려있는 식인식물 무리를 앞다리로 가리키며 작게 소리쳤다.


사람보다 큰 끈끈이 주적, 파리지옥, 시타시나 등 노움이 바로 도망쳐 버린 것도 충분히 이해갈 만큼 공포를 주기 충분한 광경이었는데 당연히 평범한 식물이 아니라 몬스터의 일종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땅에 박힌 뿌리를 제멋대로 옮기진 못해 접근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이렇게 응집해 있는 경우는 없고 숲속에서 다른 식물과 석여 위장하거나 과실처럼 보이게 하여 유인하는 등 각자도생을 한다.


“으으- 누군진 몰라도 변태일거야. 틀림없어.”


티아는 이 정원(?)을 만든 사람이 특이 취향이라 확신하며 털을 곤두 세웠는데 뭉쳐 있어봐야 단점밖에 없는 것들인데 뭉쳐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 인위적으로 조성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유진은 변태라는 말에 동의했다.


‘저딴 걸 던전이라고 만들어 뒀으니.’


돈만 있었으면 이번 생에 여길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음? 그런데 던전 입구가 그래서 어디 있다는 거야? 저기 땅 속?”


마지못해 식인식물의 정원을 살펴보던 티아는 이내 입구라 할 만한 게 보이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물어왔다.


“아니. 그럼 삽이라도 챙겨 왔지.”


“그럼 어디 있는데?”


“저-기.”


“?”


유진은 저 식인식물들 중 가운데에 있는, 식물들 중 가장 압도적 크기를 자랑하는 네펜데스를 가리켰다.


“저기 어디?”


“저기 가장 큰 거 있잖아.”


“······?”


유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티아가 유진이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유심히 바라보다 무언가 눈치 챈 듯이 뒷걸음질을 쳤다.


“!! 아, 아니지?”


“누나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이크! 생각해보니 스튜에 불 올리고 온 거 깜빡했네~”


유진은 재빨리 도망가려는 티아의 뒷다리를 붙잡았다.


“누나가 집이 어딨어.”


“놔, 놔라! 이거 놔라!”


“누나. 생긴 게 저래서 그렇지 입구일 뿐이라니까?”


“니가 가라. 던전!”


사실 유진도 굳이 티아를 이런 곳에 데려오기 보단 혼자 후딱 다녀오는 게 마음 편했지만, 애석하게도 이 던전은 인원제한이 최소 2명이었다.


티아는 절대 안가겠다며 아예 드러누워 버렸는데 사실 티아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모습이기에 티아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누나.”


“유진스의 하드보일드요.”


“저 던전 드래곤이 만들었어.”


“너나 가아아아 ······뭐라고?”


“드래곤이 만든 던전이라니까? 생각해봐. 드래곤 체면이 있지 꼴랑 보물 한두 개 놔뒀겠어?”


“어··· 어, 그런가?”


“고든 다람쥐가 대수야. 이번 기회에 수도 맛집 전부 가보는 거지.”


달콤한 유혹에 빠진 티아의 눈이 시선을 둘 곳을 잃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자 유진은 막타를 쳤다.


“누나 떠올려봐. 식욕에게 지배당해왔던 공포를······ 여관 속에 갇혀서 못 먹었던 굴욕을.”


“야······ 타!”


티아는 고개를 숙이며 유진을 태워고, 그들은 식인식물 무리를 보며 결의를 다졌다.


“누나 준비됐지?”

“당연하지 파트너!”


티아는 믿음직스럽게 대답하며 땅을 한번 박찼고, 유진은 얼마 전에 구한 검을 뽑아 하늘높이 들며 외쳤다.


“가자. 드래곤의 보물을 향해!”


“승전보를 올려라!”


그들을 반기듯 춤추듯이 움직이는 식물들을 향해 돌진하면서 유진은 어쩐지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떠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나는 용사를 죽였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3화 24.05.31 5 0 10쪽
13 12화 24.05.30 7 0 12쪽
12 11화 24.05.28 9 0 13쪽
11 10화 24.05.27 9 0 14쪽
10 9화 24.05.25 9 0 13쪽
9 8화 24.05.24 9 0 12쪽
8 7화 24.05.14 14 0 13쪽
7 6화 24.05.11 16 0 12쪽
» 5화 24.05.10 17 0 12쪽
5 4화 24.05.09 12 0 13쪽
4 3화 24.05.08 21 0 15쪽
3 2화 24.05.08 29 0 14쪽
2 1화 24.05.08 47 0 14쪽
1 프롤로그 24.05.08 55 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