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나는 용사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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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k25252
작품등록일 :
2024.05.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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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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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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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그냥 같이 갈 걸 그랬나?”


유진과 헤어지고 홀로 통로를 걷자 떨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티아는 허전함을 느꼈다.


“히잉- 매정한 놈.”


위대한 주인이 그렇다 하면 알아서 눈치껏 따라와야 할 거 아닌가.


‘이렇게 된 거 유진보다 빨리 통과해서 주인으로써의 위엄을 보여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서두르는데 얼마 안가 누군가 길목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라? 유진 니가 왜 여기 있어?”


옆문으로 들어간 유진이 대체 왜 여기있는거지? 오는 길에 합류 지점은 없었는데?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외로워서 누나 따라왔구나?’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다 큰 척 해봐야 아직 16살 꼬맹이고 주인 없이 혼자 있으니 분리불안증이라도 온 모양이다.


티아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진을 향해 못이긴 척 마치 개를 맞이하듯 팔을 벌렸다.


“흐흥! 그러니까 이 티아님의 말 들으면 자다가도 케이크가 나오는······”


그런데 지척까지 다가온 유진이 갑자기 등에 맨 검을 뽑더니.


“누나만 없으면······.”


“응?”


“누나만 없으면, 던전 보물은 전부 내거야!”


“에에엥?!?!”


“그러니까 죽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티아에게 검을 찔렀고, 티아는 순간 몸을 곡예를 하듯이 곡선처럼 휘어 검을 피해냈다.


‘뭐야뭐야? 드디어 반항기가 온 건가?!’


순간 당황했지만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진 세상 속, 아니 사고가 빨라진 티아는 바로 상황을 파악하였고 언제나 짓고 있던 헤실헤실한 웃음이 지워지며 유진이라 생각했던 무언가를 노려보았다.


“너 유진이 아니야. 환영이구나.”


“풋. 현실도피 하는 거야? 티하다 추아야.”


“하아- 넌 모르겠지만 유진은 그렇게 허접하지 않아.”


무려 대륙에 몇 없는 오러 사용자가 아닌가.

물론 궁수이긴 하지만 기본이란 게 있으니까.


무엇보다.


“유진은 나를 죽일 수 없어.”


그와는 계약으로 이어진 운명공동체였다.


-쿠웅!


티아가 발을 굴러 주변에 걸려있던 마법을 부수자 아무것도 없는 빈 통로와 함께 문이 나타났다.


“도마뱀 새끼가 감히 이딴 장난질을 쳐?”


어린애 장난용 던전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덕분에 재밌게 즐기던 중이던 것도 맞지만 그럼에도 티아는 솟구치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내가 다른 거는 다 참는데······”


점점 표정이 굳어지는 티아의 몸에서 흘러나온 푸른 오라가 티아의 뒤로 거대한 고라니의 형상을 형성하였고.


“내 계약자로 장난치는 건 용서 못해!!!”


-쩌저적


흉신악살 같은 표정을 지은 티아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자 아무것도 없을 허공이 마치 유리가 깨진 듯 갈라졌다.


“죽기 싫으면 당장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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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나오는 거지?”


금방 나올 줄 알았던 티아가 3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유진은 점점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끼이익


“유진아아아아-”


“누나!”


그때 티아가 문을 열고는 유진에게 뛰어가 안겼고 유진은 팔을 벌려 받아주었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걱정했잖아.”


“누나 무서웠쪄. 막 유진 니가 나한테 검을 찌르고-”


“설마 나를 구분 못해서 오래 걸린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면 왜······?”


“그······ 너, 너무해! 누나는 마음이 아픈데 오래 걸렸다고 구박하고!”


“아니 구박하는 건 아니고······”


“흥. 유진 미워!”


티아는 볼을 빵빵하게 만들며 자신이 삐졌음을 나타냈고, 유진은 순수하게 왜 오래 걸린 건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거지만 너무 배려가 없었나 싶었다.


‘뭐 됐나. 중요한 것도 아니고.’


“미안.”


“뭐가 미안한데?”


“섬세하지 못한 거?”


“정말 그렇게 생각해?”


“······.”


유진은 팔짱 낀 채 움직이지 않는 볼빵빵 티아를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갔고, 이번에는 쓸데없이 불길한 핏빛 문양이 새겨져 빛나고 있는 거대한 문이 일행을 반겨주었다.


“어······.”


한 눈에 안 들어오는지 고개를 젖혀 올려다보던 티아는 이내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누가 보아도 보스몬스터 레이드 입구인 거대한 문의 높이가 거의 아파트 15층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어. 앞으로도 이 순간은 영원히 기억에 남겠지. 우리는 그 기억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야.”


티아는 까치발을 들며 유진의 어깨에 손을 겨우 얹고는 엔딩 장면을 연출하며 자연스레 던전 탐험을 끝내려 했다.


“원래 저런 게 막상 별거 없어. 다 블러핑에 사쿠라야. 우리의 용기를 시험해 보는 거지.”


“용기는 이미 하지 않았어?”


“누나. 우리가 누구야.”


“우, 우리? 우리는 그······ 연-!”


“영혼의 듀오인 우리에게 협력이라니. 누워서 티라미수 떠먹기지.”


“그, 그렇지! 영혼의 파트너인 우리에게 협력? 웃기지도 않아. 흥!”


그런 것 치고는 한쪽 눈가가 일그러진 채 떨리고 있었지만 유진은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티아는 화가 난 듯 무어라 궁시렁 거리며 붉어진 얼굴로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는데 티아가 문 앞에 선 순간 또 다시 그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마지막 관문은 협력의 관입니다. 난관을 해쳐나가기 위해서는 동료와 힘을 합쳐야만 합니다. 준비가 끝나시면 문에 손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존댓말을 곁들인.


“미친. 뭐야 이거.”


“왜 또 칭얼거려 좆간아.”


“그게 아니라 갑자기 왜 존댓말을 쓰는 거지?”


“어어? 그, 그러니까! 마지막이라고 존중해주는 거 그런 거 아닐까?”


“그런······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티아는 갑자기 하이텐션이 되어 왠지 다급하게 말했는데 유진은 그런 티아의 말에 그다지 동의하지는 못했다.


드래곤이 무슨 존중이란 말인가.


사람이 아무리 동물을 존중해도 동물한테 존댓말을 쓰지 않는 것처럼 드래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게 바로 나비효과인가? 아니면 평행세계?’


어쩌면 별거 아닌 일이지만 과거와는 다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유진의 머리가 복잡하게 만들었다.


오래된 일이라 잘못 기억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유진이 기억하기로는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아니면 너 설마 쫄은 거야?”


“뭐?”


“풋! 허접! 허어접! 송사리! 좆간아 이 누나가 하는 거 잘 봐.”


“하아- 그래 일단 던전 클리어부터 하자.”


그냥 말만 바뀐 것인지, 앞으로 일어날 미래도 바뀐 것인지는 확인해보면 알 일이었다.


도발을 날리며 다급히 화제를 돌린 티아는 숨을 크게 들이 쉬고는 문에 손을 올리는-


“유진. 우리가 세상에 내보내면 안 되는 재앙을 깨우는 걸지도 몰라.”


듯 했으나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몸을 움찔 한 번 떨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이대로 나가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했어.”


“스즈메가 요석 뽑는 소리하네. 왜 안에 미미즈가 봉인되어 있다하지.”


“스드메? 메리지?”


“삼가 돌려드립니다.”


“아앗!”


-구구구구궁- 쿵!


유진은 티아가 방심한 틈을 타 문 위에 손을 올렸고, 그러자 거대한 문이 좌우로 열리며 그 거대한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 있는 것은 거대한.


“기간트다.”

"기간트네."


이세계의 건담, 기간트였다.


[룰은 간단합니다. 동료와 호흡을 맞춰 눈앞의 적을 물리치시면 됩니다. 협동공격만이 유요한 공격으로 인정됩니다.]


전신이 다크 그레이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간트의 크기는 천장 높이의 반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유일하게 얼굴의 눈 부분만이 푸른 에메랄드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뭐야 뭐야? 기간트가 왜 이런 곳에 있어?”


“그것이 던전이니까.”


-끄덕


티아는 기간트를 보고는 건프라를 발견한 사촌동생처럼 눈이 반짝이었는데, 기간트는 로스트 테크놀로지로 더 이상 현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구우웅- 쿵! 구우웅- 쿵!


“유진 저거 봐봐 진짜 움직여! 와 아공간까지?”


“저거 우리 공격하러 오는 거거든······?”


“아.”


-그그그그그


기간트는 아공간에서 어지간한 첨탑보다도 큰 검을 꺼내며 유진일행에게 다가오자 그제야 티아도 조그마한 손을 주먹 쥐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유진은 잠깐 과거를 떠올렸다.


과거에도 똑같이 기간트가 나오며 협동 공격을 요구했고 협동공격이라 해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킬을 퍼부었는데, 그 큰 몸집에 얼마나 많은 마법방벽이 깔려있는지 흠집조차 나지 않았었다.


-쿵! 쿵! 쿵!


“어떡하지? 협동공격이라면 대체 어떻게 해야······ 으아아아~”


천천히 움직이던 기간트는 점점 속력이 붙기 시작했고, 자신과 유진의 협동 공격을 생각하다 머리가 과열됐는지 티아의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협동이라.”


과거에도 협동의 의미를 고찰하다 결국 루이에게 법사가 헤이스트를, 사제가 버프를, 유진이 정령 인첸트를 걸어주고 도적이 독까지 발라 주고 한 번의 공격에 전원의 기여도가 인정되고 나서야 협동공격으로 인정해 줬었다.


‘이 새낀 롤링 발칸이라도 쏘길 바라는 걸까.’


이 던전을 제작한 드래곤은 해츨링 시절 양산형 동화를 잘못 본 게 틀림없다.


“그래. 원하는 대로 해주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티아와의 협동공격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합체다 티아!”


“뭐? 합, 합체?”


“유진몬 티아몬 합체 진화!”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그냥 티아 위에 올라타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아래로 가 누나.”


“?! 내가 밑이라고?”


“? 당연하지. 쟤 다 와간다. 빨리 고라니로 변신해!”


“너, 너, 너 그런 취향이었어? 유진 변태!”


“무슨 소리야? 올라타게 폴리모프 좀 해달라니까?”


“내 위에 올라탄다고!”


“아 좀!”


-딱!


“끼야아아앙! SM까지!”


-쿵! 쿵! 쉬이이익!


“하아 인생.”


유진과 티아의 대화가 자꾸 엇나가는 동안 결국 코앞까지 온 기간트는 거대한 검을 수직으로내리쳤고, 유진은 이게 바로 태산압정이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한 손으로 티아를 잡고 몸을 뒤로 빼면서 한 손으로 검을 휘둘러 빗겨냈다.


-카카카-캉!


빗겨냈음에도 거대한 힘이 해소되지 않은 채 유진을 뒤로 날렸고, 유진은 활을 쏘기 위해 시간을 벌 생각으로 쥐고 있던 검을 던졌는데-


-팅


-쿠우웅웅!


[여러분의 협동 공격으로 인해 기간트가 정지되었습니다.]


“응??? 뭐라고?”


검이 기간트에 맞는 순간 기간트의 눈에서 빛이 꺼지더니 그대로 쓰러졌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아니 이해할 수 없던 유진은 황당함에 쓰러진 기간트를 황당하게 쳐다보았는데 당연하게도 기간트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설마 티아를 들고 있었던 걸 협력이라 친 거야?’


“이게 말이 돼?”


“기간트가 쓰러졌다! 던전 클리어다! 예이!”


앞전의 일도 그렇고 과거와는 다른, 찜찜하고 납득하기 힘든 결과에 유진은 심란했지만 반대로 티아는 의심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며 신이 난 듯 두 손을 활짝 든 채 방방 뛰었다.


[던전 클리어를 하신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음음. 이제 ‘보상’만 챙기면 되는 건가?”


[던전의 모든 시련을 이겨낸 여러분들의 보상은 가슴속······]


”티아는 과연 ‘드래곤’이 어떤 ‘보상’을 준비했는지 너무 기대되는 걸?”


티아는 유독 보상을 강조하며 자신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지만 유진은 그런 티아를 차마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애석하게도 티아가 기대하는 보상 같은 건 애당초 없었기 때문이다.


[보상은······ 으······ 어, 음 그러니까·····]


‘그런데 왜 말을 더듬어. 이거 녹음 아니었어?’


마법이 오래 되서 망가졌나?


아무리 생각해도 유진은 위화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유진아. 이 기간트 멀쩡한 거 같은데, 우리가 가져가면 안 돼?”


“휴- 누나 저걸 어떻게 가져가. 가져가도 어디다가 둘······”


[기, 기간트입니다!]


“······뭐?”


[기간트의 키를 전송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키에 연결되어 있는 아공간이 기간트를 수납해 가져가시면 됩니다.]


유진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원래는 분명히.’


보상은 이미 줬다고, 보상은 같이 시련을 이겨낸 너희들의 우정과 경험- 같은 개소리로 퉁쳤었고, 파티원들은 또 그걸 납득하고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길래 너희들 혹시 병신이냐 했다가 눈치 없다고 욕만 뒤지게 먹었었다.


‘그래서 마력등을 싹 쓸어갈 생각으로 가방을 잔뜩 챙겨온 거였는데.’


유진은 동굴 곳곳에 걸린 실내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마력등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벽에 걸려있는 마력등을 전부 쓸어 담으면 그래도 꽤 짭짤하게 나올 거라 생각하고 온 것이었지만, 마력등을 강탈하러 온 내가 갑자기 기간트 라이더가 된 건에 대해여 더 이상 이유를 찾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예! 유진 보상이 기간트래! 역시 드래곤, 던전을 뒤집어놓으셨다!”


이미 유진의 이지를 초월한 문제였으니까.


“우효! 기간트 겟또다제!!!”


그렇기에 유진도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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