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나는 용사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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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k25252
작품등록일 :
2024.05.08 15:05
최근연재일 :
2024.05.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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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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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DUMMY



“그러고 보니 아까 학장이 뭐 시켰다 했잖아. 이번에도 도망가면 진짜 물 거야.”


점심식사를 마친 후 다시 연구실에서 수업계획을 짜고 있는 유진에게 티아가 돌연 생각난 듯 말을 꺼냈고,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진짜 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음. 고라니에게 물리면 진짜 아프지’


철원에서의 추억을 떠올린 유진은 순순히 코트 안주머니에서 곱게 접혀있는 종이를 꺼내 건네주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도플갱어 의심 사건들이야.”


어제 건네받은 정보를 간략히 정리한 것으로 작게는 절도부터 크게는 살인까지, 겉으로는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개별적인 사건이지만 이 일련의 사건들의 공통점은 범인의 알리바이가 분명하다는 점과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것.


그러나 증거와 목격자가 분명했기에 무슨 술수를 벌인 것이라 판단한 경비대가 묻어 버렸는데 며칠 전 귀족이자 거대 상단의 주인이 가슴에 칼이 박힌 채 발견되고 나서 다시 재조명 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은 우리 학생이 연루되어 버린 상태고.”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상단주의 아들이자 아카데미의 학생이었는데 그 시각 아들은 아카데미 기숙사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크게 한숨을 내쉬며 티아가 보고 있는 종이 한 구석을 가리켰다.



헤리 게이츠


일론 게이츠 휘하 1남 1녀 중 장남.


일론 게이츠가 중상을 입은 채 발견되기 전 집무실에 들어간 것을 본 목격자 다수.


범행 추정 시간에 아카데미 기숙사에 있었던 것이 확인됨.


평소 부자지간 사이가 매우 좋았다는 주변인들 증언 다수.


후계자로 이미 내정된 상태.


범행동기를 찾기 힘들며,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헤리 게이츠가 헌터 출신 일론 게이츠를 살해하는 것은 기습을 가정해도 성공확률이 상당히 낮음.


하지만 유일한 용의자이기에 현재 수감 중인 상태.



도플갱어란 사람을 흉내 내는 마물의 일종으로 별다른 능력은 없지만 겉모습만은 완벽히 흉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골치 아픈 마물이었다.


인간 사이를 이간질 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데 이보다 최적인 능력도 없었으니.


‘증거가 없으니까.’


도플갱어의 개입은 칼리오페가 내세운 가정일 뿐이지 공식적 유력 용의자는 헤리 게이츠다.


덧붙여 당사자인 일론 게이츠는 중태에 빠진 후 깨어나지 못해 아무런 증언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 답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칼리오페가 이 일을 유진에게 맡긴 이유는.


“아마 시험이겠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지켜보기 위한.”


“어, 음. 그렇구나. 완벽히 이해했어!”


하나도 이해 못했구만.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는 티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그러니까 도플갱어를 잡으면 된다는 거잖아?”


“뭐, 결과적으로 그렇긴 하지.”


사실 그렇게 단순하진 않긴 한데 유진은 굳이 반론하지 않았다.


“뭐야. 별거 아니었네. 빨리 잡고 끝내버려.”


“이 넓은 수도에서 인간모습으로 의태한 놈을 무슨 수로 찾아.”


“응?”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도 아니고, 칼리오페가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알겠지만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유진은 생각했다.


“난 탐정이 아니라고.”


도플갱어가 마물이라 해서 유진이 도플갱어가 살해한 사람들의 공통점 혹은, 관계성을 찾아 다음 타겟을 미리 알아내고 잠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건 아니었다.


설령 찾아낸다 해도 그 도플갱어가 저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일이었다.


‘내가 어려졌다고 코난인 건 아니잖아.’


“어, 어 그렇지? 그런가?”


유진이 슬쩍 티아를 보자 눈이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는데 티아가 왜 쉽게 말했는지는 알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도움을 받기 힘들었다.


“그러면 저번에 계약자는 어떻게 찾은 거야?”


“그건 그냥 운이 좋았던 거뿐이야.”


‘그게 문제였겠지.’


유진에게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일 뿐이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무슨 대단한 구별법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애당초 수업도 거창하게 마계의 탐구라 해놨으니 어쩌면 당연한가.’


전생의 기억을 뒤져도 어디 상단의 상단주가 죽었다는 소식은 얼핏 들은 것 같긴 한데 그 이후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세월의 풍파에 잊힌 걸 수도 있지만.


‘사건 자체가 은폐됐겠지.’


당시엔 별 볼일 없는 학생이긴 했지만 아카데미 재학생의 폐륜사건이라면 큰 화재거리이니 몰랐을 리가 없다.


“그래도 너 사냥꾼이었잖아. 막 그 흔적 찾아서 쫒고 추적 못해?”


“숲에서 동물 쫒는 거와 똑같이 말하면 곤란해 누나.”


아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추적에 관해서는 유진보다 전 동료였던 그녀가 3수는 위였다.


‘그러고 보니 걔는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문뜩 생각난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자 유진은 머리가 아파왔다.


릴리아처럼 도망치지는 않겠지만, 그녀는 다른 의미로 매우 위험했으니까.


‘하아.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그래도 그녀는 시간이 좀 있으니까.


‘시간이 없는 건 이쪽이지.’


“누나. 말 나온 김에 지금 바로 나가자.”


여기서 떠들어 봐야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일도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기에 유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였다.


“웅? 다른 방법이라도 있어?”


“일단 부딪혀 봐야지. 늦으면 면회도 안 되니까.”


답이 없다고 질질 끌 수는 없었다.


칼리오페가 직접 맡긴 일이기도 하지만 아카데미 학생이 잡혔다는데 뭐라도 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빨리 옷이나 갈아입고 와.”


“난 여기서 갈아입어도 되는······.”


-따악!


“끼야아앙!”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메이드복은 눈에 띄기에 티아를 외출복으로 갈아입게 한 다음 바로 교문을 나서 경비대로 향했다.


“이건······! 예. 확인되었습니다!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칼리오페가 준 문서를 보여주자 경비대원은 눈에 이체를 띄더니 별 말 없이 감옥으로 안내해 주었다.


경비대원을 따라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로 내려가니 한기가 느껴지는 석실 안 철창에 초췌한 몰골의 헤리 게이츠가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당신은······ 유진 교수님?”


주황색 머리카락은 푸석하고 눈동자는 빛을 잃었으며 부르튼 입술에서는 갈라진 목소리가 겨우 나왔다.


“날 알아?”


“그야······ 유명인사니까요.”


수업 한번 하지 않았지만 자기소개가 어지간히 강렬했던 모양이다.


유진은 잠시 헤리와 눈을 마주친 후 주변을 둘러보자 이 공간에 다른 죄수들은 보이지 않았는데 거대 상단주의 후계자라고 나름 신경을 쓴 모양이다.


“물을 게 있어서 그런데 잠시 자리를 비워주시겠습니까?”


“네.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 나가실 때만 저희에게 다시 들려주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진의 말에 눈치를 보던 경비대원은 유진 혹은 헤리가 부담스러운 건지 금방 나가 버렸고, 헤리와 유진 둘만 남게 되었다.


“상황이 좋지 않으니 돌려 말하지 않을게. 알고 있는 것들 전부 말해봐.”


서로 초면이라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한가로이 잡답이나 하러 온 것도 아니었기에 유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고, 배려라고는 조금도 없는 말이었지만 헤리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곧 입을 떼었다.


“그날은······”


잠시 기다면 긴 설명이 이어졌고, 그가 최대한 많은 것을 전달하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흠. 최근 원한을 산 인물은 없어?”


“······개인적 원한을 산적은 없어요. 하지만 상단을 운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은원은 계속 쌓입니다.”


“그야 그렇겠지.”


그만한 상단에 적이 한둘 일리가 없긴 하다.


“하지만 가장 의심 가는 곳을 하나 꼽으라면 메이트 상회입니다.”


“메이트 상회?”


어지간한 상회라면 한 번 쯤 들어봤을 법 한데 처음 들어본 곳이었다.


‘경쟁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상회인가.’


신기한 일도 아니다.

게이트 상회 역시 이에 속하니까.


“상회라면 경쟁 상대를 말하는 거 같은데.”


너무 뻔하긴 하지만 동기 하나는 확실하긴 하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의심할 수는 없어.”


그러나 헤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규모나 입지를 봤을 때 경쟁 상대라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가져온 수상한 포션으로 마찰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이상한 포션이라니?”


“혹시 레이브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레이브라면, 그 마약?”


“마약? 뭔가 알고 계신 게 있으신가 보네요.”


“대충은.”


‘알 수밖에.’


3년 뒤쯤에 아침에 모닝커피 대신 모닝 레이브가 일상화 되는 시대가 올 예정이었으니까.


‘그게 이미 돌고 있었어?’


아카데미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게 2학년 이후였는데 설마 벌써 등장할 지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레이브는 액체 형태의 마약으로 서민들도 살 수 있는 싼 가격에 적당한 쾌락과 더불어 뛰어난 도핑효과까지 선사해주지만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한때는 천사의 눈물이라 불리기도 했다.


한때는.


“최근 메이트 상회라는 곳에서 새로 개발한 포션이라며 레이브를 저희 상회에 납품을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거절하셨습니다. 대가 없는 쾌락이 있을 리가 없다 하시며 오히려 취급금지 목록에 추가하셔서 저희 상회와 관련된 곳에는 판매할 수 없게 하였죠.”


“맞는 말씀을 하셨네.”


쾌락과 도핑, 인간의 중추신경을 건드리는 약물에 부작용이 없을 리가 없었다.


아무리 마법과 신의 이능이 넘치는 세계라 하더라도 세상에는 법칙이란 게 있으니까.


유진이 동조를 하자 헤리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지만 눈빛만은 냉철함을 유지한 채 더욱 강하게 주장하였다.


“하지만 수상한 것과 별개로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그런 포션을 작은 상단의 공방에서 개발 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필시 그 뒤에 거대한 배후가 있을 겁니다.”


레이브를 만든 상회랑 마차를 빚은 상단의 주인이 암살시도를 당했다.


‘우연일까?’


“학장님은 도플갱어의 소행으로 보고 있어.”


도플갱어의 짓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환각계열 마법을 사용하거나 증인을 포섭하거나 방법이야 많다.


“알고 있습니다. 설령 도플갱어의 짓이라 할지라도 의태를 하려면 손을 제 몸에 직접 접촉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저에게 손을 댄 인물은 시녀와 아버지를 제외하면 악수를 요청한 메이트 상단주 외에는 없습니다.”


메이트 상회 역시 엮여있을 수도 있고, 전혀 관계없을 수도 있다.


동기가 있다는 것이 범죄의 증거가 될 수는 없으니까.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확실히, 가능성은 있어.”


“정말 믿어주시는 겁니까? 그동안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는데······”


열심히 말은 했지만 유진이 믿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 듯 철창 앞으로 와 주저하는 헤리의 모습에 유진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니야. 많은 도움이 됐어. 보답으로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듣게 해줄게.”


골치 아픈 일 정도로 생각했더니 예상치 못한 수확을 건져 기분이 매우 좋기도 했지만, 사실 진실이 어떤지는 별로 상관없었다.


‘이 시기에는 메이트 상회란 이름으로 활동한 모양인데 운도 좋아.’


어차피 레이브를 만든 상회라면 범인이 아니더라도 족쳐야 했으니까.


그 과정에서 뭐라도 나오지 않겠나.


‘아님 말고.’


그런 사소한 건 정말 아무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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