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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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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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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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화

DUMMY




내 재촉에 의해 결국 문제의 군인 이모 상병의 도주 경로와 소재지로 화제가 바뀌었다.


‘‘사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이런 도주 사건 해결하는 데는 최적지거든요. 북쪽이 막혀 있으니까 사실상 섬과 다를 바 없잖아요. 유럽처럼 국가 사이를 마음대로 지나갈 수도 없고. 게다가 현역 군인이니까 헌병대가 발달한 울 나라에서 이모 상병이 잡히는 건 시간문제라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이상병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다른 선택이라고 한다면 극단적 선택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그렇죠. 게다가 궁지에 몰린 쥐 신세다 보니 다른 불상사를 일으키고 난 후 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


프로파일러 박미나의 전문가다운 분석이 계속 이어졌다.


‘‘이 사건의 경우 골든타임을 지났다는 게 체포가 지체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죠. 만약 사건이 발생하고 바로 사체가 발견되었다고 하면 CCTV로 도주 경로를 곧바로 쫓을 수 있었는데, 실지로는 금요일 날 밤에 살인이 벌어졌고, 일요일 오전이 되어서야 지인들에 신고에 의해 두 모녀가 살고 있는 집에 경찰이 들이 닥치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렇게 늦어진 거죠?’’

‘‘이상병이 그만큼 사전에 치밀하게 각본을 준비한 때문이죠. 원래 두 모녀는 주말에 일본에 놀러 가기로 되어 있었다고 해요. 일본에 이모가 살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인들은 연락이 안 되어도 그러려니 했던 거죠. 그리고 두 모녀가 그렇게 인간관계가 많지 않아요. 어머니는 이혼 후 우울증에 걸려 있다는 증언이 있고 딸은 취업 준비에 바쁘니까요. 이상병은 그 점을 전부 다 감안하고 범행을 저지른 거죠.’’

‘‘그러니까 지금까지 프로파일러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애인의 헤어지자는 통보에 앙심을 품은 이상병이 이번 휴가를 기회 삼아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긴 것이기에 체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다 이런 말씀인 거죠?’’


한소라의 정리에 박미나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예, 맞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까지 애초 살인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을까는 조금 의문이 들어요. 사체 모습을 비교해보면 애인은 형체가 알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살해된 반면 어머니는 그렇지 않아서 우발적으로 어쩔 수 없이 살해하지 않았나 저희는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프로파일러 박미나의 분석과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허공을 바라보았다.

만약 프롬프터가 지도를 보여주면서 지금 어디에 이상병 그놈이 은신해 있는지 콕, 찍어주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생방송 중에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척 하면서 결정적 힌트를 주게 되고,

그걸 경찰이 받아 그 지역으로 바로 출동해서 잡게 된다면 .....


그렇게 부푼 희망을 가지고 허공을 계속 바라보고 있지만

프롬프터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군요. 이 사건이 워낙 오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장 왈가왈부되고 있는 사건 이잖습니까? 지금 온라인상에 이상병 신상도 털리고 많은 비난 댓글이 달리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현호 기자!’’

‘‘예.’’


이번에는 최웅이 이현호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오늘 오전에 이 사건에 관한 또 다른 논란이 터지고 있다고 하죠?’’

‘‘예, 그렇습니다.’’

‘‘어떤 논란이죠?’’

‘‘예. 이상병 어머니 인터뷰 때문에 네티즌들이 엄청 분노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이기에 그러는 거죠?’’

‘‘한 마디로 말하자면,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 뭐 그런 뉘앙스의 인터뷰 내용이었죠.’’

‘‘구체적으로 이야기 좀 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기자?’’

‘‘예, 뭐 그러니까 이상병 어머니 말로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그러면서 자기가 이런 저런 궂은 일 하면서 키웠는데 한 번도 자기 속 썩힌 적 없다. 공부도 잘했고 주위 친구들도 잘 챙겼고 어른들한테도 예의 발랐다고. 그러면서 어릴 때 있었던 이런 저런 일화들에 대해서 말씀하셨죠. 가령 예를 들자면 당시 어머니가 식당 일을 했는데, 워낙 애가 발라서 학교 끝나면 와서 식당일 도와주고 특히 강아지를 잘 돌봐 줬다고. 그래서 식당 사장님이 아들을 참 이뻐하셔서, 식당 일 끝나고 남은 음식들 꼬박꼬박 챙겨주셨다고. 그래서 손잡고 같이 집에 와서 야식으로 그 식당 음식들 먹는 게 그 시절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고. 뭐 그런 이야기를 한참 하더라고요, 그 어머니라는 분이.’’

‘‘그에 대한 네티즌들 반응은?’’

‘‘역효과만 났죠. 살인자 에미가 무슨 감성팔이를 하고 있냐.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이쁘다더니 바로 그 꼴이네. 피해자 가족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지는 못할망정 저게 무슨 망발이냐, 그 자식에 그 애미네.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뭐 대충 이런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죠. 상식적으로 그렇잖아요? 지금 이 시국에 범죄자 가족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현호가 주먹으로 탁자를 탁, 치기까지 해 보였다.


‘‘자! 그러면 또 여기서 우리 프로파일러님 말씀을 안 들을래야 안 들을 수 없겠는데요.’’


최웅이 다시 프로파일러 박미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프로파일러님! 저도 그것을 알고 싶다나 피디 노트 뭐 이런 고발 르포 프로 보면 가장 분통 터지는 장면이 저 부분이거든요. 범죄자 가족들 중 저런 철면피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냥 우리 애가 정말 죽을죄를 졌습니다. 다 제가 잘못 가르친 탓이 큽니다. 이런 말만 해도 부족한데. 오히려 기자들한테 폭언하고 어떤 사람은 막 물리적으로 밀치기 까지 하고. 겨우 인터뷰 하면 한다는 말이 지금처럼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 저렇게 뻔뻔한 가족들이 대부분이에요. 대체 왜들 저러는 겁니까? 저런 범죄자 가족 심리는 뭐라 이해해야 되는 거죠?’’


최웅이 정말 답답하다는 어조로 물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 박미나의 대답은 심플했다.


‘‘예, 뭐 길게 말할 것도 없이 그냥 인간의 본성인 거죠.’’

‘‘인간의 본성?’’

‘‘예. 그냥 자기 자신, 자기 식구, 자기 나라가 제일 잘났고 잘못 없고 남, 남의 식구, 남의 나라가 다 문제다, 뭐 그런 인간의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본성이요.’’


나름 오늘 이 자리에서 새삼스럽게 배우고 있는 인생의 교훈이 있었다.

사람 첫 인상으로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


처음 봤을 때는 전혀 프로파일러 같지 않던 인상.

순진한 대학생 같은 동안 얼굴의 소유자.


그런데 지금 그녀가 말하는 투나 내용은 시니컬 그 자체였다.

세상에 대한 냉소와 비관으로 가득 차 있어 보였다.


‘‘예? 뭐요?’’


내가 잠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 내 시선을 눈치 챈 그녀가 턱을 내밀며 왜 쳐다보느냐는 식으로 대응했다.

나에 대해서도 냉소와 비관으로 가득 차 있어 보였다.


뭐 프로파일러라는 직업 특성상 저러는 게 이해 안 가는 건 아니다지만

초면에 저런 리액션을 받는 건 과히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다름이 아니오라 프로파일러님?’’

‘‘예.’’


그래서 역공을 좀 취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범인은 어디 은신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녀가 대답을 하고,

그 사이 프롬프터가 내 눈앞에 떠서 그녀 대답과 다른 이야기를 해 준다면,

금상첨화가 될 텐데.


프로파일러보다 더 잘 맞히는 시사평론가 어쩌고 하면서 주가도 또 한 번 올릴 수 있고,

조금 전 그녀의 버르장머리 없는 리액션에 대한 가벼운 복수의 일환이 될 수도 있고.


‘‘이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면 은신처도 아무도 쉽게 추적할 수 없는 곳에 해 놓았겠죠. 현재 경찰이 CCTV로 확보된 부분까지 보면 이미 사복과 모자까지 준비한 상태니까요. 그렇게 해서 경찰이 쉽게 CCTV 추적을 못하게끔 이리저리 동선을 교란한 후 지방에 있는 무인호텔 같은 곳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뭐 요즘에 배달 음식 시키면 보름이고 한 달이고 버틸 수 있을 테니까요.’’


음, 확실히 전문가는 전문가군.

딱히 허점이 없는 논리다.


‘‘어머!’’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한소라가 자기 앞에 놓인 화면을 보면서 깜짝 놀라는 기색을 선보였다.


‘‘왜 그러는데?’’


옆에 있던 최웅이 물었다.


‘‘지금 이 군인 살인 사건 관련 속보가 떴는데요.’’

‘‘응. 뭐래?’’

‘‘경찰과 헌병단이 소재지 파악해서 그리로 출동했다네요.’’

‘‘그래? 소재지가 어디인데?’’

‘‘소재지는 안 나왔어요. 그냥 긴급 속보라고만 떴고요.’’


최웅과 한소라가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데, 불쑥 프로파일러 박미나가 끼어들었다.


‘‘아마 지금쯤 상황 종료 되었을 거예요.’’

‘‘예, 그건 무슨 말이에요?’’

‘‘소재지 파악 되었고 이미 체포 되었을 거예요. 그거 알면서 일부 언론이 단독 특종 욕심에 저렇게 가짜 속보 내는 걸 거예요. 소재지도 물론 알고 있지만 그 기밀 잘못 누설하면 역풍 불고 비난 여론 생기니까 저런 식으로 야비하게 기사 쓰는 거죠. 꼭 기자 놈들 중에 저런 삐딱선 타는 애들이 있어요. 아마 조금 있으면 진짜 속보 뜰 거예요.’’


여전히 그녀는 시니컬했다.

그러자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원래 그녀 본성이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저렇게 된 것인지.


''음, 그럼 시간이 좀 남아 있으니까 최근 벌어진 다른 데이트 폭력 사건들을 다루면서 다른 속보들이 곧 뜰지 한 번 기다려볼까요?’’


이현호의 제의로 다른 데이트 폭력 사건들이 다루어졌다.

프로파일러 박미나는 여전히 냉소적인 시각으로 그 사건들을 분석했다.

시종일관 정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표정과 어투였다.


그리고 약 10여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쯤이었다.


‘‘어머머머! 떴어요. 떴어.’’


끊임없이 자기 앞에 놓인 화면을 훔쳐보던 한소라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드디어 떴어?’’

‘‘예.’’

‘‘얼른 읽어 봐.’’

‘‘...... 어머머머!’’

‘‘으응? 왜 그래?’’

‘‘무, 무인 호텔 ...... 무인 호텔이래요 ...... 공주에 있는 무인 호텔 ...... 거기서 이상병 체포되었대요 ....... 옆에는 자살용으로 번개탄이 발견되었고요 ......’’


나를 포함해 모두들, 프로파일러 박미나에게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아마도 공주는 딱히 이상병과 연고가 없었을 거예요. 대신 이상병은 이번 사건을 계획하면서 사전에 공주 무인 호텔을 은신지로 찍어놓았을 거고요. 반복해 말씀드리지만, 이상병은 엄청 치밀한 스타일인 거죠.’’


이상병은 엄청 치밀한 스타일이지만, 박미나는 엄청 냉철한 스타일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호들갑을 떨어댔지만 담담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을 견지했다.

한소라가 양손으로 엄지척을 해 보였지만, 아무런 리액션도 보이지 않았다.


‘‘와! 정말 프로는 프로네요.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다 맞출 수 있어요? 이거 박 프로파일러랑 눈 마주치기도 겁이 나네. 내가 워낙 그 동안 지은 죄들이 많아서. 아참! 그렇다고 나 데이트 폭력 같은 건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오늘 아침에도 마누라한테 등짝 스매싱만 쳐 맞고 나왔는데.’’


최웅의 유머에 장내가 빵, 터졌다.

이번에는 박미나도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반면 나는 실망하고 있었다.

원래 내가 기대했던 장면은 이런 게 아니었으니까.


프로파일러 저 여자가 예측한 은신처가 틀리고

반면 프롬프터 도움으로 내가 말한 은신처가 맞아 떨어지는 게

내가 그리고 있던 그림이었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드디어 내 눈앞에 프롬프터 창이 펼쳐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기 ....... 근데 박 프로파일러님 ...... 백프로 다 맞춘 것 같지는 않은 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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