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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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최근연재일 :
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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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9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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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화

DUMMY




저품격 토크쇼 장피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천하의 핑크걸스 제인이 나를 몹시나 보고자 한다는 그 말말이다.


‘‘어머머! 너무 영광이에요, 강대구 소장님, 호호호.’’


격세지감이라는 누구나 다 아는 사자성어가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 흔하디흔한 사자성어로도 설명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그녀 앞에서 나는 사지를 벌벌 떨며 차마 입도 떼지도 못할 신세였을 것이다.

아니, 불과 2달 전만 해도 감히 그녀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여, 영광입니다. 학창시절 때부터 누나 그룹, 여, 열렬한 팬이었거든요.’’


하며 연신 신하처럼 고개를 조아렸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한 번 개인적으로 따로 뵈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명함 좀 주실 수 있으세요?’’


거꾸로 그녀가 웬지 모르게 애틋한 느낌을 주는 시선과 함께 내 양손을 꼭 잡으며 말하고 있다.


아아! 그러고 보니 .....


작년에 그녀가 이혼을 했지.

언론 재벌가 자제와 10년 가까이 사귀다가 정작 결혼 2년도 안 되어 이혼해 세간에 충격을 주었었지.

설마 ......


나와 나이 차이는 네 살 연상.

그 정도는 뭐 요즘 세상에.


가까이서 보니까 관리도 꽤 잘 하고 있었다.

서서히 옆머리가 날아가고 있는 나보다도 오히려 너댓살은 어려 보인다.


워낙 비쥬얼 최강 오로라와 가려서 그렇지

원래 리즈 시절에도 그녀 외모는 아이돌 중 적어도 중상급은 되었다.


게다가 노래 실력은 뭐 두 말 하면 잔소리지.

현재까지도 전 세대 아이돌 통 틀어 여보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평을 듣고 있는 그녀다.


아침에 늦잠 자고 있으면 미간이 찌푸려지는 벨 소리 알람 대신

그녀의 꾀꼬리 음성이 내 잠을 깨우고

나는 멋 적은 표정으로 침대 아래 던져놓았던 팬티부터 집어 들겠지, 하하하.


와! 아무튼 송주나에 이어서 이제 자꾸 인지도 A급 인사들까지.

기존 한소라, 신선혜만으로도 썸 타기 벅찬데.


세상아, 너 자꾸 나 시험에 들게 할래?

이런 시험이면 매일매일 치르고 싶다, 하하하.


‘‘강소장님! 여기 적혀있는 강대구 시사연구소, 혹시 사무실도 따로 있으신가요?’’


제인이 내가 방금 막 건넨 명함을 들여다보면서 물었다.


‘‘아! 지금 현재는 저희 집에서 모든 업무를 다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얼마 안 가 사무실을, 아무래도 강남이나 여의도 쪽으로 구해야 하지 않을까 ......’’

‘‘그럼, 소장님 집에서 뵈어야겠네요.’’


내가 지금까지 방송 중에 스쳐갔던 연예인들.

대부분이 일반 제품으로 따지면 중저가 가성비 제품들이다.

그 정도 급 연예인들도 거의 대부분 대외적 이미지와 실지 모습이 많이 달랐다.

방송 큐 사인 났을 때랑 카메라 없을 때 모습이 달랐다는 이야기다.

걔네들이 그럴 정도라면 A급 연예인들은 더더욱 말 할 게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대기실.

인터넷 방송 스튜디오라 대기실도 뭐 거의 개인병원 수준 대기실처럼 비좁다.

이 좁은 공간 안에 나와 그녀 외에 작가와 다른 출연진 해서 총 5명.


귓속말로 하지 않는 양 서로서로 모든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런 장소에서, 아무리 마음에 드는 남자라도, 처음 보는 사이인데, 그것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 인기 걸그룹 멤버가, 대놓고 당신 집에 들이닥치겠다고 유혹의 시그널을 보내다니.

이거 직진을 해도 너무 심하게 아우토반 직진 아닌가.


가만,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이게 제인, 그녀다운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하늘을 두 쪽 낼 것 같이 치솟는 고음 샤우팅 창법도 그렇지만

각종 예능에서 보여주었던 그녀의 걸 크러쉬 이미지도 그러했다.


참!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상황과 비슷한 장면을 오래 전 예능에서도 본 것 같다.

한창 뜨는 신인 남자 배우와 미팅하는 예능이었는데 우리 바로 호텔 방 잡고 1박 2일 동안 침대에서 나가지 않기 게임 할까?

당시로는 파격적이고 도발적이기 이를 데 없는 애드립으로 한창 회자되었던 그녀였다.


‘‘예, 근데 조금 이따가 방송 끝나고 자세한 이야기는 하도록 하죠.’’

‘‘아! 그럴까요?’’


내가 그녀의 직진에 슬쩍 브레이크를 걸어 잠시 유예시킨 이유가 있었다.

옆에서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던 작가나 다른 출연진들을 의식한 때문이 아니었다.


저 밖에서 신선혜가 스튜디오에 막 도착해 제작진에게 씩씩하게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자신을 흠모하는 여자에 대한 기본 예의이자 인기남의 운명인 것이다.



+++



방송이 시작되었다.

언제나처럼 저품격 토크쇼는 단체 게스트.

오늘은 나와 신선혜, 제인을 포함해 총 8명.

솔직히 이 정도 인원이면 멘트 한참 안 해도 별로 티 안 난다.


게다가 오늘의 주인공은 당연히 전설의 걸 그룹 핑크걸스 리더였던 제인이다.

오프닝부터 포커스가 온통 그녀에게 맞춰진다.


홍일점을 비롯한 남녀 엠씨들이 어찌 제인 같은 지체 높으신 마님이 저희 같은 미천한 프로에 행차하셨냐느니 어쩌니 하며 온갖 호들갑 아첨을 떠는 사이,

나는 테이블 아래에서 핸드폰 검색을 했다.


그녀의 명성, 그녀의 재능, 그녀의 미모에 가려 아까 미처 따지지 못한 게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는데,

역시나 아직 나는 세상의 때가 너무 안 묻은 순진남인가 보다.


제인 재산 ....... 제인 건물 ...... 제인 위자료 ...... 제인 콘서트 수익 ...... 제인 출연료


‘‘허걱’’


그것이 오늘 나의 첫 번째 멘트였다.


‘‘강형님‘’


저품격 토크쇼 공동 엠씨 중 하나인 개그맨이 나를 불렀다.


‘‘으응?’’

‘‘인간적으로 오늘 너무 말씀 없으시는 거 아닌가요?’’

‘‘응, 응?’’

‘‘피디님 말씀으로는 어제 새벽까지 달리셨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10분이 다 되어가는데 말 한 마디 안 하시는 건 좀 너무 직무유기 하시는 것 같은데.’’

‘‘오빠! 근데 말도 안 하면서 왜 그렇게 입은 벌리고 있어?’’


또 다른 엠씨인 홍일점이 킥킥대며 말했다.


‘‘아! 그게 왜냐면 ......’’


순간, 맞은편 제인과 눈이 마주쳤다.

방금 전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허걱! 을 외친 이유는 바로 그녀 때문이었으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의 재산 검색을 마쳤기 때문이었다.


검색 결과, 그녀는 알려진 것만 최소 200억대 자산가.

의외로 위자료는 그렇게 많이 받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지만, 대신 걸그룹 시절부터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테크에 엄청 밝은 걸로 알려져 있다.


‘‘호호호. 예, 강소장님, 말씀 해 보세요. 왜 말은 안 하시면서 입은 그렇게 다물지 못하고 계시는 데요? 저 오늘 사실 저품격 토론쇼 강소장님 있다고 해서 나온 건데.’’


제인이 나와 정면으로 눈빛을 마주치며 멘트를 던졌다.


‘‘맞아. 제인 언니 지금 저 말 절대 농담 아니에요. 우리 피디님 작가님들 다 증인이야. 오늘 대구 오빠 안 나오면 제인 언니도 안 나오신다고 했다면서요. 언니! 근데 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대구 오빠랑 이전에 아무 인연도 없으시다면서.’’

‘‘아! 그게 왜냐면. 내가 이번에 가수협회장 되면서 느낀 게 뭐냐면, 바로 하루하루가 정치라는 거거든.’’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니?’’

‘‘무슨 말이긴. 가수협회장 선거 뛰면서 정치해야 하고 또 협회장 되고 나서는 더더욱 정치를 해야 하고. 정치가 그야말로 일상이 되어 버린 거지.’’

‘‘아하!’’

‘‘그러면서 정치 프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전에는 안 보던 중구난방도 챙겨 보고. 그러면서 강소장님에 대해 알게 되고. 그러면서 또 강소장님 이전에 했던 프로들도 다시 찾아보고. 그러면서 느낀 게 울 나라 시사평론가 중에 강소장님 같은 분 없더라고. 이렇게 유머스럽게 우리 일반인 눈높이에서 시사 문제 다루는 평론가 분이 어디 있어? 그렇다고 진짜 일반인 수준이냐. 그것도 아니잖아. 전부 뼁끼였잖아. 요즘 들어 본색 드러내면서 다 맞추고 계시잖아. 그 동안 정체를 숨긴 채 살고 계셨던 무림의 고수 같은 분. 내가 아직 정치에 대해서 막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이지만, 진짜 강소장님이 울 나라 최고의 시사평론가인 것 같아.’’


아하!


이번에는 방금 전과 달리 MC 홍일점이 아닌 내가 탄성을 내지른 것이었다.

왜냐하면, 왜 천하의 걸그룹 제인이 나를 이렇게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이제야 모든 것이 납득가기 때문이었다.



+++



계속해서 이번 주 저품격 토크쇼 방송은 전설의 걸 그룹 핑크걸스 제인 위주로 진행되어 갔다.

다른 패널들은 거의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다.


‘‘언니! 가요협회장 이야기는 좀 재미없다. 다른 이야기 뭐 없어요?’’

‘‘니들 원하는 이야기 알지. 이혼 이야기 해달라는 거지?’’

‘‘호호호. 역시나 울 언니 화끈해서 넘 좋아요.’‘’


제인이 내 쪽으로 슬쩍 또 시선을 던지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내 이혼에 관해서 여기저기서 루머가 막 돌았었지. 남편이 불륜이니 내가 불임이라서라느니 재벌 시댁이 딴따라인 나를 무시했다느니 등등. 그거 다 구라야.’’

‘‘어머! 정말이요?’’

‘‘울 전 남편 숨겨둔 여자는 내가 아는 한에서는 없고. 사실 모르지, 뒤에서 만나고 다녔는지 어쨌는지. 사실 나는 늘 그 부분에서는 연애시절에도 쿨 했거든. 들키지만 말고 사귀어라. 그럼 된다.’’

‘‘에잉?’’

‘‘대신 나도 그런다, 호호호.’’

‘‘역시나 울 제인 언니! 호호호’’

‘‘아무튼 그래서 그 부분은 이혼 사유가 애초 될 수 없고. 애는 내가 계속 뮤지컬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느라고 스케줄이 잘 안 맞았는데다가 딱히 남편도 그 부분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것도 이혼 사유가 아니었고. 울 시댁? 에이, 내가 아무리 상대가 재벌 가문이라고 해도 어디 시댁한테 탄압받을 캐릭터야. 그리고 울 시어머니 엄청 현명하신 분이야. 동서들끼리 다툼도 중간에서 얼마나 잘 조정해주시는데. 참! 그러고 보니 울 시어머니 정치하셨으면 참 잘하셨을 텐데.’’


제인이 슬쩍 또 나를 보며 말했다.


‘‘아니, 그럼 대체 이혼 사유가 뭐에요? 설마 화장실 오줌 튀어서? 아니면 냉장고 문 안 닫아서? 양말 벗고 아무데나 버려서?’’

‘‘호호호. 좀 멋들어진 표현을 써 본다면 ......’’

‘‘써 본다면?’’

‘‘...... 완벽함에서 오는 무미건조함이라고나 할까?


그러면서 제인이 다시 또 내게 시선을 보내왔다.

이번 시선은 이전과 좀 달라보였다.

뭔가 의미심장함을 암시하는 듯한 시선이라고나 할까?


하긴, 나란 존재란

백팔십도 정반대로

불완전함에서 오는 흥미로움 그 자체지.


‘자! 그럼, 한 동안 말씀 없으셨던, 우리 신선혜 변호사님! 혹시 제인 누나한테 질문 없으세요?’’

‘‘저요?’’


이윽고 제인이 나를 정말 이성으로 생각한다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결정적 빼박 증거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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