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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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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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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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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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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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DUMMY

저품격 토크쇼 장피디는 이미 오전에 있었던 내 애 딸린 돌싱 설화 사건에 대해 대충 들은 게 있는 모양이었다.


‘‘아! 정말이요? 형님 와주시면 정말 탱큐 베리 머치죠, 하하하.’’


공중파였으면 오히려 출연정지나 통편집을 당할 건이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 그것도 키취적 감성 가득한 저품격 토크쇼 입장에서는 나의 출격이 오히려 화제성 측면에서 웰컴 투 마이 월드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침울한 표정으로 낮혼술을 하던 중 갑자기 입장 선회를 한 이유가 있었다.

그냥 멍 때리며 뉴스를 보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미쳤다.

프롬프터가 미쳤다.

뉴스 꼭지마다 프롬프터 창이 떠서 부연 정보를 연달아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 상황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너 프롬프터 밖에 없구나.


그러니까 프롬프터는 오전 중 나의 실책을 바로 만회하라고

자기가 무한하게 정보를 제공해 주겠노라고

그렇게 나에게 은연중에 전언하고 있는 것이었다.


‘‘장피디!’’

‘‘예, 형님.’’

‘‘다 왔어. 차에 내렸고. 근데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뭐요?’’

‘‘오늘 다룰 주제, 이왕이면 글로벌한 걸로 다루면 어떨까?’’

‘‘글로벌 한 거라 하심은?’’

‘‘월드 뉴스. 그러니까 할리우드 소식, 엠엘비, 엔비에이, 유럽 축구 뭐 이런 거 말이지.’’


정치 경제 쪽보다 보다 라이트한 분야, 즉 연예 스포츠 쪽 화제 등을 주로 다루는 저품격 토크쇼다.


‘‘에이, 근데 그건 좀 어렵겠는데요.’’

‘‘응. 왜?’’

‘‘우리 독자층이 해외 뉴스는 관심 없어 해서요. 요즘 웬만한 할리우드나 팝스타 소식 같은 거 조회수 거의 안 나와요. 차라리 그 시간에 시청률 2, 3프로 짜리라도 울 나라 드라마 이야기나 케이팝 아이돌 이야기하는 게 훨씬 더 잘 먹히지.’’


그건 내가 봐도 그렇다.

하지만 내게는 충분히 구워삶을 무기가 있다.


‘‘장피디!’’

‘‘예.’’

‘‘대신 내가 어마어마한 특종들 빵빵 터뜨려 줄게. 예를 들어, 참! 아까 뉴스 보니까 오늘 저녁 엠티비 뮤직 어워드 하지? 거기서 울 나라 그룹 두 개가 상을 타. 애즈파랑 스트리트 키즈. 너댓 시간 빠른 수상 발표. 아니면 나 참수행.’’

‘‘예? 애즈파는 기대해 봄직 한다지만 스트리트 키즈는 에바인데.’’

‘‘아니면 나 죽이라니까. 참! 그리고 미국 CIA에 빨대가 있어서 알려줬는데, 현재 NBA 이름 다 알만한 간판스타 마약 내사 중이거든. 내일이나 모레 중에 곧 뉴스 뜰 거임. 이것도 아니면 나 부관참시행.’’

‘‘강형님!’’

‘‘응.’’

‘‘아시겠지만, 저희는 팩트 여부는 관심 없습니다.’’

‘‘응?’’

‘‘어그로만 잘 끌어주시면 됩니다. 근데 앞 선 거 좀 주목도가 떨어지는데. 좀 더 강한 거 없을까요?’’



+++



강한 거.

왜 없겠는가.


그건 그렇고 굳이 내가 국내뉴스가 아닌 글로벌 뉴스를 고집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아까 전 TV 뉴스를 보고 있을 때, 그러니까 프롬프터가 폭주할 때, 마침 지구촌 뉴스 코너가 방영되고 있었기도 하지만,


한 가지 이유 더.

오늘 진짜 열 받은 김에 막 나가려고 하는데

국내 뉴스 건드렸다가 혹시나 소송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 점에 있어서도 외국 뉴스가 깔맞춤이다.


오늘 저품격 토크쇼에는 마침 나의 무한신봉자 신선혜는 결근했다.

갑작스럽게 재판 대타 일정이 잡혀 있어서 참석 못한단다.


오히려 잘 됐다.

오늘 진짜 나 눈치 안 보고 완전 입 삐뚤어질 테다.


‘‘자! 잔챙이 뉴스들 잘들 들었죠?’’


오는 길에 장피디에게 미리 언질 해 준 MTV 뮤직 어워드 심사 결과와 NBA 간판 스타 마약 내사 중이라는 소식,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에 대한 짧은 단신들을 전한 후 나는 옷깃을 조금 세워본다.


‘‘오빠! 이번 건 더 큰 거야? 지금까지도 만만치 않은데?’’


저품격 토크쇼 여성 MC 홍일점은 이미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나 오늘 오전에 사고 친 거 벌써 다들 알잖아. 나 오늘 정말 삐뚤어질 테야. 낮술도 조금 마셨겠다. 오프라인 정보요원들한테 얻어낸 거랑 온라인 해킹한 것들 오늘 다 방출한다. 사장님 미쳤어요, 내 오늘 제대로 보여준다.’’

‘‘호호호. 기대만땅. 그럼, 오늘 메인 디쉬는 뭐야?’’

‘‘오늘 메인 디쉬는 이피엘이야.’’

‘‘이피엘? 기대된다.’’

‘‘그것도 이피엘 최강팀 맨씨 소식.’’

‘‘맨씨? 어제 또 이겼던데.’’

‘‘응. 근데 맨씨 이기는 게 어디 뉴스거리가 되냐. 져야 뉴스지.’’

‘‘그렇긴 하지.’’

‘‘아주 얄미울 정도로 잘 해. 이번에도 우승하면 뭔 재미야. 그래서 개인적으로 결사적으로 막고 싶음.’’

‘‘우리도 그래요.’’


엠씨와 게스트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몇 년째 독주하니 요즘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팀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맨씨 팀 내에서 벌어지는 궁중암투 짜자자자잔! 아! 참나! 혹시 영어 되는 사람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맨씨 팀 SNS 같은 데 실시간으로 올려도 상관없음.’’

‘‘정말?’’

‘‘응. 구단 관계자들도 꼭 알아야 하니까.’’

‘‘자! 우리 구독자 여러분 방금 저희 강오빠 말씀 들으셨죠? 영어 되시는 분들 바로바로 구단 홈피에 글 올려주세요. 자! 시작해주세요, 강오빠.’’

‘‘흠흠, 흠흠.’’


잠시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다듬고 나서


‘‘이피엘 최고 메짤라 브라운 있잖아. 걔 어제 크게 부상당했잖아. 이번 시즌 자칫 전부 아웃될 정도로.’’

‘‘응. 근데?’’

‘‘그거 일부러 상대방 선수가 담근 거야. 사주 받고.’’

‘‘정말? 누구 사주 받고?’’

‘‘브라운 같은 팀 선수. 정확히 말하면 경쟁 포지션 선수.’’

‘‘브라운 경쟁 포지션 선수라고 하면 설마 왓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축구에 꽤나 관심 있는 듯한 오늘 게스트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다.


‘‘예. 왓슨 맞아요. 어제 브라운 부상 입힌 제레미가 왓슨과 유소년 때부터 절친이었던 선수였죠. 브라운과 경쟁에 밀려 주전 자리를 놓친 왓슨. 이적을 원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죠. 훈련 중에 이미 브라운에게 가벼운 부상을 입힌 전력이 있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낸 게 바로 이거였습니다.’’


내가 판을 깔아주자 게스트들끼리 잠시 서로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맞아요. 어제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 제레미 경기 시작하자마자 브라운한테 반칙 하더니 시종일관 담그려고 작정 했던데.’’

‘‘아닌데. 나도 경기 봤는데 그 반칙 장면 외에 딱히 다른 큰 문제 있는 장면은 없었는데.’’

‘‘저도 봤어요. 솔직히 이 말 신빙성이. 요즘 어느 팀이든 물오를 대로 오른 브라운 잡으려고 전담마크 붙이고 파울로 끊고 그런 게 일상인데. 어제 그래서 제레미도 그 역할 한 것뿐인데. 반칙 장면은 좀 운이 없었던 거고’’

‘‘맞습니다. 이런 논리면 어느 경기든 감독의 전담마크 지시가 내려와 찰거머리 수비 하는 선수는 전부 누구 사주 받아서 담그려고 한다 오해 받을 수 있겠는데요.’’

‘‘쯧쯧쯧쯧.’’


내가 멋들어지게 혀를 좀 길게 차 주었다.


‘‘왜요, 강오빠?’’

‘‘오늘 전체적으로 게스트 물이 너무 맑네. 지나치게 해맑아. 이정도면 양식장 해도 되겠어. 거꾸로 감독의 전담마크 지시가 내려왔기에 헤이! 마이 베스트 프렌즈 왓슨! 내일 찰거머리 수비 핑계로 디스 가이 담글게. 오케이? 이랬을 거라는 생각들은 왜 못하는지, 쯧쯧.’’


게스트 몇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럴 듯 하네, 오빠.’’

‘‘근데 여기에 또 프리퀄이 있지.’’

‘‘예? 프리퀄이요?’’

‘‘응. 왓슨이 브라운에게 앙심을 품은 이유 중 하나가 단순히 경쟁에 밀린 때문만이 아님. 물론 그것도 크지만 한 가지 더. 지난 시즌 왓슨과 브라운이 한창 포지션 경쟁할 때가 있었음. 상대팀에 따라 거의 번갈아 출장할 정도로. 근데 당시 왓슨 집이 크게 털림. 요즘 유명 축구 선수들 집 털리는 게 유행이잖아. 경기 일정이 뻔히 드러나 있고 그때 가족들 전부 경기 보러 오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집이 비어 있고 대신 집에는 거액연봉 받는 애들이니 돈 되는 것들 엄청 많고. 마침 왓슨 와이프는 애들 데리고 남편 경기 거의 빠짐없이 보러 오는 걸로 유명하니 그날 그 집이 크게 털리게 된 거지.’’

‘‘근데요? 그게 브라운과 뭔 상관?’’

‘‘후에 그 집털이 일당들 중 몇 명이 잡혔는데, 걔네들이 다국적이었단 말이야. 그 중 하나가 브라운과 같은 국적이었지.’’

‘‘아! 그렇다면?’’

‘‘왓슨은 브라운이 자기 집 보안 시스템 정보를 그 일당에게 흘렸다고 의심을 한 거지. 라커룸 같은 데서 친한 동료 선수들끼리 잡담 삼아 나눈 걸 가지고 엿 듣고 서는. 아무튼 왓슨은 그 집 털린 사건 처리하는데 보험 문제가 제대로 작동 안 되면서 멘탈이 엄청 갈리고, 그러면서 그때부터 브라운과 경쟁에서도 하락세에 접어들게 돼지. 결론적으로 왓슨의 이번 복수는 칼에는 칼! 이에는 이! 사주에는 사주! 였던 셈이지.’’

‘‘와아!’’


곳곳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근데 강소장님! 정말 브라운이 그 집털이 일당한테 왓슨네 집 보안 시스템 정보 흘린 건 맞나요?’’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왓슨이 브라운을 진하게 의심한다는 것까지만 알아요. 경찰 조사에서도 나온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왓슨은 끊임없이 브라운을 의심하게 되죠. 그런데 그 의심이 팀 내에서 전혀 호응을 받지 못해요. 왜냐하면 왓슨이 당시 트레이너 부인과 동침을 한 게 걸려서 동료들한테 좀 왕따를 당하고 있었거든요.’’


이어지는 내 대답에 더더욱 사람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와! 정말이요?’’

‘‘이건 또 무슨 서브 플롯인가요?’’

‘‘이피엘 최고 팀 내에서 이런 막장극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 데요’’


모두들 잠시 혼잣말 같은 말들을 내뱉는 가운데

개 중 하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런데 강소장님은 어떻게 이걸 이렇게 잘 알고 계세요?’’


이제 이런 류의 변명 준비해 놓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실 제가 지금 이걸 이 자리에서 폭로하는 이유는 저 역시 친구를 위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친구? 무슨 친구?’’


곳곳에서 이번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영국이라고 하면 타블로이드 신문의 나라잖아요. 제 친구 중에 영국 최고의 타블로이드인 더문에 최근 취업한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왓슨과 제레미처럼 저와 그 친구도 유소년 시절부터 베프였죠. 그래서 내밀한 이야기를 자주 해 오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견습 기자 시절인 작년 이래로 제보를 바탕으로 왓슨과 제레미 사이 불화와 알력 다툼에 대해 탐사취재에 들어갔었대요. 그래서 막 터뜨릴 시기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는데, 더문의 최고위층이 맨씨의 광팬이고 관련 주식도 꽤나 가지고 있어서 기사화를 막은 거죠. 결국 그것이 한이 되어 있던 제 친구. 최근 제가 한국에서 미디어 조명을 좀 받고 있는 걸 알고서는 그러면 혹시 나 대신 니가 VPN 우회하듯 우회해 기사화 해 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 오더라고요. 아까도 말했듯이 저와 그 친구는 유소년 시절부터 베프. 결국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터뜨리게 된 거죠.’’


나의 설명이 그럴 듯 한지 또 곳곳에서 고개 끄덕거림이 느껴졌다.


‘‘근데 오빠!’’


MC 홍일점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응. 일점아.’’

‘‘그 친구 한국인이야?’’

‘‘아니. 영국 현지인인데.’‘’

‘‘그래? 그럼, 그 친구 분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오빠 어렸을 때 외국에서 살았었어?’’

‘‘에이, 내가 외국에서 살았으면 이렇게 영어와 사이가 소원하겠니?’’

‘‘아니, 그럼? 그 친구가 그때 한국에 살았었어?’’

‘‘아니.’’

‘‘그럼?’’

‘’그 친구 이름이 라이어거든.’’

‘‘라이언?’’

‘‘아니, 라이언이 아니라 라이어.’’

‘‘으응? 라이어?’’

‘‘응. 거짓말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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