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시사평론가 강대구, 토론의 신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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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엘멕스
작품등록일 :
2024.05.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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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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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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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DUMMY




아까 전 저품격 토크쇼 방송 중에 내 눈앞에 두 번 연이어 나타났던 프롬프터.

그 중 첫 번째 프롬프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모 정당에서 요즘 한창 뜨는 아이돌 걸그룹 진뉴스 노래 하나를 이번 총선 선거 메인송으로 쓰려고 함. 요즘 워낙 핫한 노래고 이번 선거에서 이대남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거인데 지금 진뉴스가 이대남들 최애 그룹이니까. 그런데 진뉴스 소속사 사장이 절대 자기들 노래 선거 송 못 쓰게 하는 걸로 유명함. 그래서 이미 비밀리에 발족한 총선대책팀이 가수협회장 제인에게 컨택함. 제인이 가수협회장으로 힘 써줄 걸 기대해서가 아니라 진뉴스 소속사 사장이랑 친언니 친동생 급으로 친하고, 프로듀서 작곡가 팀이랑도 두루두루 친해서. 제인 잘 구워삶으면 그 노래 선거 송으로 따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제인한테 마치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자리라도 줄 것처럼 하지만 결국 교육문화분과위원회 같은 데 자문위원 같은 허울뿐인 자리 정도 주는 걸로 퉁 칠 계획까지 다 짜 놓고 있음]


첫 번째 프롬프터는 이렇게 잘 처리했으니, 이제 두 번째 프롬프터 내용 가지고 또 작업 들어가야겠다.


제인의 차에서 내린 나는 저 만치 그녀의 차가 사라지자 곧바로 핸드폰을 들었다.

방금 전 그녀에게 집에 들어가 라면 먹고 바로 잘 거라는 말은 당연 개뻥이었다.


‘‘여보셔요.’’

‘‘왜요?’’


핸드폰 너머에서 얼음처럼 차갑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신선한 변호사, 신선혜 변호사님?’’

‘‘치잇.’’

‘‘하하하. 하하하.’’

‘‘밑도 끝이 웬 웃음?’’

‘‘신변! 지금 어디야? 집에 들어가는 길이야? 아직 집에 안 들어갔지?’’

‘‘남이사 어디든.’’

‘‘참! 아까 스튜디오에서 나한테 해장 했냐고 물었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해장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진짜 잘 하는 콩나물 해장국집 아는데, 콜?’’

‘‘강대구 소장님! 내가 그렇게 만만히 보여요?’’


확실히 신선혜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아까 방송 중 나와 제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감지한데다가 방송 끝나자마자 내가 쫄래쫄래 그녀에게 달려가 바로 그녀 차를 얻어 타고 같이 가는 장면까지 전부 목격했을 터이니.


‘‘신변! 해장국 먹으면서 내가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줄게’’

‘‘됐어요. 이제 안 속아요.’’

‘‘그러지 말고. 진짜 신변이 솔깃할 이야기거든.’’

‘‘됐다니까요.’’

‘‘신변!’’

‘‘왜요, 자꾸? 짜증나게시리.’’


신선혜가 정말로 짜증난다는 투로 말했다.


‘‘우리 너무 온순한 신변은 복수심 같은 거 정말 안 생기심?’’

‘‘갑자기 뭔 놈의 복수심?’’

‘‘아까 방송 중에 제인 그 여자 신변한테 괜히 화내고 지랄했었잖아.’’

‘‘......’’

‘‘그거 복수할 기회 내가 같이 해장국 먹으면서 제공해 줄게. 참! 내가 아까 방송 끝나자마자 제인 그 여자한테 쫄래쫄래 간 거 가지고 혹시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니지? 신변, 영화 좋아하잖아. 영화 장르에 언더커버라는 장르 있잖아.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잠입하는 거. 내가 제인 여자 차 얻어 탄 게 바로 그 언더커버의 일환이었다고. 다시 말해 신변 아까 망신 준 거 대신 복수해 주려고 그 여자 차에 잠입해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마침내 중요한 정보 하나 빼내왔지, 하하하.’’



+++



그새 화를 풀고 내가 말한 콩나물 해장국 집에 나타나준 신선혜를 보면서 나는 옛말 하나를 떠올렸다.


‘‘구관이 명관이다’’


잠시나마 헛된 꿈을 꾸었던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나마 그녀에게 용서를 구했다.


‘‘사람 가지고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테이블에 와 앉은 신선혜는 그래도 여전히 화가 다 풀린 기색은 아니었다.


‘‘미안, 미안. 아까 전에 신변이 해장국 이야기 했을 때 정말 뭐라 대답할 틈이 없었다니까. 제인 그 여자를 놓쳐서는 안 되니까. 머릿속에 신변 복수를 내 손으로 꼭 해야겠다는 생각, 오로지 그 생각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보통 이런 걸 일념이라고 한다더군, 하하하.’’

‘‘치잇. 대체 나를 위해 무슨 복수를 해주겠다는 거예요?’’

‘‘말했잖아. 엄청난 정보 하나를 얻어왔다고.’’

‘‘무슨 정보인데요?’’

‘‘자! 우선 해장부터 하고 천천히 이야기하자고. 혹시나 바로 또 축하주 마시게 될 지도 모르니까, 하하하.’’


해장국이 나왔다.

몇 숟가락 퍼니까 확실히 속이 풀렸다.

사실, 아까 전 제인과 차 안에서 대화 나누면서 속은 이미 다 풀어졌었다.


‘‘차! 아까 전 신변이 제인에게 뭔 질문을 던졌었는데 그 여자가 그렇게 과민 반응한 거지?’’


서서히 나는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뭔 질문이긴요. 내가 연예계 군기반장으로 유명했었다는 말 있다고 하니까 혼자 막 열불내고 그랬던 거지.’’

‘‘그렇지. 근데 그 여자 군기반장 맞아.’’

‘‘어머!’’

‘’왜?’’


신선혜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숟가락질을 멈추었다.


‘‘정말이에요?’’

‘’음, 확실해. 그 여자 연예계에서 한 군기반장 했음. 이거 내가 백 프로 사실 보증함.’’

‘‘아니, 그게 아니라 ......’’

‘‘응? 뭐?’’

‘‘고작 그게 빼 온 정보냐고요?’’

‘‘에엥?’’


이번에는 내가 숟가락질을 멈추었다.


‘‘그거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요. 나 그 여자가 말한 핑크걸스 20주년 기념 다큐도 봤고요. 그거 보고서 얼마나 황당했는데. 제 친구의 사촌언니의 이모의 친구도 걸그룹 멤버였거든요. 이름 대면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당시 제인 그 여자랑 한창 활동도 겹치는 걸 그룹. 그래서 그 여자한테 직접 얼차례까지 당했다는데. 그걸 그렇게 다큐에서 부정하는 거 보고 어찌나 뻔뻔하던지. 제가 괜히 그 질문 던졌는 줄 아세요?’’

‘‘음 ......’’

‘‘정말 그 정도 건 가지고 저 여기까지 부른 거예요?’’


나는 숟가락질을 재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신변!’’

‘‘예.’’

‘‘혹시 핑크걸스 같은 애들 콘서트 가 본 적 있어?’’

‘‘몇 번 있죠. 왜요?’’

‘‘그런 콘서트 시작할 때 메인이 바로 나오는 거 봤어?’’

‘‘예?’’

‘‘오프닝 게스트가 우선 예열을 해 주잖아. 여기 이 식당으로 따지면 전채요리 같은 거.’’

‘‘그럼 ......’’

‘‘메인은 지금부터라는 이야기.’’

‘‘어머!’’

‘‘꺼억! 아이, 좋다. 잠깐 국물 한 번 좀 들이키고 나서.’’


이제 나이가 나이인 만큼 건강을 생각해야할 시기.

나트륨 함량 때문에 국물은 많이 자제해 오고 있지만 오늘은 한 사발 거하게 들이켜야겠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두 번째 프롬프터 .....’’

‘‘예?’’

‘’아니, 본격적으로 메인 이야기 시작해 볼까나.’’

‘‘그게 뭔 이야기인데요?’’

‘‘참! 방금 전 신변이 문제의 그 핑크걸스 20주년 기념 다큐 봤다고 했었지?’’

‘‘예.’’

‘‘그럼, 거기에 나온 3대 루머 이야기 기억나지? 제인의 군기반장 루머, 새벽의 마약 루머, 그리고 ......’’

‘‘당연히 알죠. 그거 아까 방송 중에 제인 그 사람도 말했었잖아요.’’

‘’그러니까 세 번째가 뭐였지?’’

‘‘뭐긴요? 오로라 왕따설이었죠.’’

‘‘그렇지. 하도 오로라가 독보적인 인기와 미모를 가지고 있어서 제인과 새벽한테 왕따 당했었다는 루머. 그거에 대해서는 혹시 아까 말한 사촌언니의 이모에 어쩌고 하는 분한테 못 들었어?’’

‘‘그거에 대해서는 못 들었는데요. 그런데 대충 짐작이 가요.’’

‘‘그래?’’

‘‘그럼요. 원래 여자들 세계가 그러니까요. 아마 핑크걸스 말고 다른 웬만한 걸그룹들도 다 그럴 거요. 센터에 대한 질시와 견제 그런 거 엄청날 거요. 문제는 정도가 어느 정도냐죠.’’

‘‘신변이 그걸 그렇게 잘 아는 이유는 학창시절 이래로 어디에서나 센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겠군, 하하하.’’

‘‘치잇.’’


신선혜가 애써 입을 삐죽 내밀어보지만 그 사이 새어나오는 미소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맞아. 신변 말이 다 맞아.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 세계도 겉으로 안 드러나서 그렇지 그러니까. 나만 해도 요즘 좀 치니까 오만 군데서 견제가 들어오니까 말이야. 어느 정도 레벨 되는 애들이 견제하면 그나마 이해 하지만 뭐 되도 안 되는 애들, 예를 들어 시사팩폭쇼 이현호 같은 애들까지 기어 올라오니 참 어이가 없어서 ......’’

‘‘어머! 그 분은 원래 엄친아 기자 아닌가요? 급이 안 되는 분은 아니지 않나 .....’’


신선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딴지를 놓았다.


‘‘끄응 ......’’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이게 문제다.

필 좀 받으면 바로 선을 넘어서 리얼리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 ...... 아무튼 각설하고, 신변 그 말도 맞아. 정도의 차이라는 말. 그런데 말이지 ......’’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나는 목소리 레벨을 한층 낮춰 속삭이듯 말을 이어갔다.

옆 테이블에 사람이 없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 ...... 핑크걸스 리즈 시절에는 그 정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단 말이지. 멤버끼리 얼차례는 기본이고, 더 나아가 수시로 폭력까지 썼단 말이지.’’

‘‘어머나! 저, 정말이요?’’

‘‘응. 그것도 교묘하게 얼굴은 절대 안 건드리고 밖으로 안 드러나는 부분. 그런 부분에 멍이 들 정도로 폭력을 가한 거지.’’

‘‘그, 그럼, 피해자는 .....’’

‘‘누구겠어? 당근 오로라지.’’

‘‘그럼, 가해자는 ......’’

‘‘그것도 누구겠어. 당연히 제인이지. 다른 멤버 새벽은 그 정도로까지 오로라를 질시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그렇다고 중간에서 말리지도 않았지. 제인이 워낙 무서운 리더 언니이기도 했고 또 원체 새벽이 따로 노는 스타일이었고. 참! 아까 제인이 재결합 계획 논의했는데 서로 바빠서 결국 포기했다고 했잖아. 그거 완전 개구라야. 그때 트라우마로 오로라가 절대 제인과 같이 활동할 생각 없을 걸. 이번 다큐도 그냥 어쩔 수 없이 찍은 거고. 한 마디로 쇼윈도우 그룹인 셈이지.’’

‘‘어머나. 어떡해. 나 오로라 언니 그 중에서 제일 좋아했었는데. 불쌍해서 정말 어떡해.’’


신선혜가 울상까지 지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떡하긴. 이제라도 제인의 죄를 소급해서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신변 아까 전 당한 거 복수도 할 겸 말이야. 이건 정말 신변 밖에 할 수 없는 건데’’

‘‘예? 저 밖에 할 수 없는 거라고요?’’


신선혜가 도무지 뭔 소리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마치 세상에 태어나 처음 듣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초등학생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

변호사답지 않은 백치미, 그것이 그녀의 가장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다.


‘‘제가 뭘 어떻게 해서 그 사람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요?’’

‘‘신변! 사이버 모욕죄랑 명예훼손죄 맡은 적 꽤 된다고 했지?’’

‘‘예. 그게 저 주요 업무 중 하나였어요. 참! 처음에 오빠랑 알게 된 것도 저품격 토크쇼에서 그거에 대해 자문하면서였잖아요.’’

‘’그렇지! 그랬었지! 바로 그거라고!’’

‘‘예에?’’

‘‘신변이 그 분야 전문가니까 거꾸로 그걸 제일 잘 역이용할 수 있는 인물이잖아.’’


그녀가 여전히 감을 못 잡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제인의 과거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리라고. 사이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안 걸리는 선에서 교묘하게. 어때? 잘 해 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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